기간 |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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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1]
제10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참관기
지난 2월 9일(금)부터 11일(일)까지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제10회 성소수자 인권포럼이 열렸습니다. 2008년 LGBT 인권포럼으로 시작해 올해로 10회째 맞이하는 성소수자 인권포럼의 주제는 바로 ‘교차성’이었습니다. 그 제목에 걸맞게 정말 풍성하고 다양한 주제들로 일정이 채워졌는데, 이를 증명하듯 다른 해와는 달리 상당한 두께의 자료집이 인권포럼 입장 부스에서 참여자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친구사이 부스와 다양한 세션들을 오가며 인권포럼을 즐겼습니다. 첫 번째 날 “퀴어-젠더” 연구포럼의 ‘성적규제’ 세션에서는, 커뮤니티 안에서 약물 사용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전무한 우리나라의 상황 속에서 약물에 대한 낙인을 어떻게 경감시킬 것인지, 또 이와 더불어 커뮤니티 내에서 어떻게 서로를 지지하고 섹스와 연애에 대한 의미들을 새롭게 써내려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을 나누었습니다.
마지막 날 인권포럼의 ‘혼인평등, 다음은 한국이다’ 세션에서는, 비성소수자 대중들이 성소수자들이 혼인제도로부터 배제당하는 것이 ‘차별’,‘평등’의 문제로 인식되지 못하는 지점들에 질문을 던지며, 이미 대중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동성결혼’이라는 용어의 한계점을 짚고, 이제는 ‘혼인평등’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전환할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더불어 대만에서 혼인평등운동의 주요한 캠패인 전략과 사회적 계기들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인권포럼의 백미인 마지막 대토론 세션에서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며 앞으로의 10년을 그려보는 시간들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세션이 끝나고 각양각색의 참여자들이 강의실에서 쏟아져 나와 로비를 가득 채우고, 서로 웃고 떠들다 또 다음 세션으로 이동하는 풍경을 보며, ‘교차성’이라는 이번 인권포럼의 주제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이들과 나는 어떤 지점에서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또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고민은 비단 성소수자들 뿐만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함께 나누어야 할 공동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번 성소수자 인권포럼은 단지 나의 존재가 하나의 정체성으로 수렴되는 것이 아닌, 수많은 연결고리 위에 존재한다는 것을 반복해서 확인하게 해주었고, 나와 새롭게 연결될 수 있는 지점들을 고민하고 탐색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또 기꺼이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성찰하는 힘든 과정을 감수하고서라도,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함께 가고자 하는 이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알찬 행사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해주신 기획단의 많은 분들에게 다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내년에도 한층 더 알찬 인권포럼을 기대하며 글을 줄입니다.
친구사이 대표 / 낙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