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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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문화운동' #2]
지보이스 뮤직캠프 기획포럼 단원토론
: 끊임없이 밖으로 나가 공연하는 사람들
(뮤직캠프 이후, 지보이스는 정기연습 시간에 포럼 내용에 대한 단원토론을 별도로 진행했습니다. 이 때 나누었던 이야기의 녹취록을 아래와 같이 공개합니다. - 편집자 주)
석(단장) : 우리가 지난 번 뮤직캠프 때 지보이스와 문화운동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었는데, 그 때 시간이 부족해서 전체토론을 못했잖아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각자 드신 생각이 있을 거예요. 그걸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하거든요.
복기를 잠깐 해보자면, 첫 번째 발표는 지보이스가 그동안 해왔던 활동들을 좀 디테일하게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었어요. 두 번째는 장애여성공감의 춤추는 허리와 일곱빛깔 무지개가 어떻게 활동하고 고민해왔고, 문화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그 안에서 어떤 의견 갈등과 해소가 있었는지를 말씀해주셨고요. 세 번째는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 이주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 이를테면 시장에서 지역 상인들과 함께 학생들, 이주민 2세들이 참여해서 뮤지컬을 만들었던 이야기를 발표해주셨어요. 그리고 네 번째는 퀴어문화축제의 역사에 대해서 발제를 해주셨어요.
이걸 들으면서, 저같은 경우에는 우와, 생각보다 공통점이 되게 많다, 그런 걸 느꼈었는데, 각자 생각하신 것들이 다들 있을 거에요. 지보이스가 문화운동을 해왔는데, 이들에 비추어 어떤 점에서, 나는 지보이스가 이랬다고 생각한다, 어땠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이라거나, 생각하신 것이 있다면 자유롭게 지금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보이스가 다함께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거나, 이런 것들을 같이 고민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좌중 침묵) (웃음)
▲ 장애여성공감 20주년 기념식 '시대와 불화하는 불구의 정치' 연대공연 (2018.2.2)
"우리가 함께했다는 기억, 그들이 우리가 내민 손을 잡아주었다는 기록"
재우(음악감독) : 우리가 그날 끝나고 나서 어떤 분이, 자기가 질문하고 싶었는데 질문 못한 게 있었다고 저한테 이야기한 것이 있거든요. 이 자리에 없으셔서 대신 제가 말씀드리면, 그런 연대활동이나 다른 이슈가 있을 때 참여하고 싶은 마음과 별개로, 내가 그것에 대해서 평소에는, 예를 들어서 장애등급제라고 하면, 별로 그런 걸 생각도 안하고 살았다가, 그런 일이 있을 때 내가 가서 노래한다고 하는 게 스스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혹은 그게 과연 무슨 도움이 될까, 뭐 이런 이야기를 던지더라구요. 이것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과연 도움이 될까? 또는, 그게 정말 미안한 일일까? 저는 그런 생각도 들거든요.
석 : 이슈에 대해 정작 잘 모르고 연대공연을 했을 때 스스로 미안했다는 말씀이셨어요. 처음에는 이슈에 대해 잘 파악을 못하고, 가령 우리가 장공감에 처음 갔을 때, 우리가 이 사람들의 주요 의제가 뭔지 잘 모르잖아요. 딱 갔을 때는 모르는데, 이야기를 하면서 서서히 알아가는? 그런 과정일 것 같은데, 우리가 좀더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태양(바리톤) : 그렇게 하면서 배우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모두들 다 알고서 갈 수는 없을 것 같고,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자기가 어느 정도 알고 갔더라도, 거기서 직접적으로 느끼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잘 모르고 갔기 때문에, 내가 잘 모르고 갔더라도 거기에 참여하고 거기에 대해서 관심이 더 생기면서, 그런 식으로 더 발전하는 게 아닐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혹시나 잘 모르고 가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 자체가 내가 거기서 좀 더 무언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말이 정리가 안되는데 (웃음)
▲ 2016 지보이스 정기공연 '전체관람가', 성미산학교 마을어린이합창단의 합동무대 (2016.10.15)
현식(바리톤) : 저희가 다른 연대공연에 초대를 받아서 가는 경우도 있지만, 지보이스가 공연하는 곳에 초대하는 경우도 있었잖아요? 예를 들면 예전에 성미산 어린이 합창단이라거나, 평화의 나무 합창단이라거나, 그들도 사실 우리를 잘 몰랐을 수 있고, 우리에게 닥쳐오는 문제들에 대해 깊게 고민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함께했다는 기억, 그들이 우리가 내민 손을 잡아주었다는 기록 자체도 중요한 게 아닐까요. 그리고 쌍용자동차 경우도 마찬가지로 예전에 쌍차 연대하시는 분들한테 저희가 간 적도 있었고, 반대로 아이다호 행사때는 쌍차 분들이 오셔서 행사에 또 참여하시는 계기도 마련됐었고요.
그런 것들이 사실 내가 장애등급제라든가, 혹은 이주민의 역사라든가, 이런 것들을 직접 경험하거나, 미리부터 엄청 공부를 했거나, 물론 그게 동반되면 너무너무 이상적일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런 부분에서 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더라도, 그들이 내민 손을 우리가 같이 잡았다는 것, 그것에 초점을 맞추어서 활동을 해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렇게 생각을.... (목소리 바꾸어서) 제 생각이에요~ (좌중 웃음) 너무 거기에 자괴감을 갖지 않으셔도 된다, 너무 미안해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생각해요.
석 : 혹시 다른 생각 말씀해 주실 분 계신가요?
은파(바리톤) : 다 같은 마음 아닐까요? 왜냐면, 사회적... 그런 거에 전혀 관심 없었는데, 지보이스 활동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거든요. 그러니까, 미안한 마음도 있긴 하지만, 생각을 가질 수 있고, 동참할 수 있는 거니까... 그 말이 그 말이고 니 마음이 내 마음이고 (웃음)
카노(바리톤) : 연대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게 그거 같아요. 내가 이들과 연대를 하는 게, 그냥 단순한, 그 날 하루 공연하는 게 아니라는 것. 가지고 있는 지식이라든지, 그런 것들 제쳐두고서라도, 그런 마음이 내가 있는가. 그것만 내가 있어도. 단원들 중에서는... 없는 분이 있을 수도 있고. 내가 잘 모르니까. (웃음)
▲ 2015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문화제,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노래패 '함께꾸는꿈'과의 합동공연 (2015.5.16)
디오(테너) :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데 갈 때, 한 번 기사 검색을 해봐요. 기사 검색을 해보면, 오늘 집회가 무슨 이슈 때문에 하는 거구나, 그 정도만은 꼭 알고 가는 편이에요. 그런 것들을 한번씩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 것도 모르고 가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알면 더 좋지 않을까?
석 : 저도 개인적으로는 갈 때 단체 홈페이지는 한번씩 들어가보거든요. 그러니까 친구사이 홈페이지같은 데 들어가봐도, 친구사이가 뭘 하는지 홈페이지를 보면 빠르게 알 수 있잖아요. 단체 홈페이지를 활용을 많이 하는데, 저는 아쉽긴 하지만, 그 정도의 노력밖에는 못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해요.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같이 손을 잡겠다는 의지, 그것도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그렇죠.
보성(베이스) : 저도 되게 공감하고, 마음 자체는 정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그런 마음이 지보이스와 개인을 떼어놓고 봤을 때, 서로가 스며드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디오 형 말에 저도 보태고 싶은 게, 근데 그걸 스스로 찾고 하는 것조차도 어렵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 부분을 지보이스 자체가, 그렇게 큰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런 이슈에 대한 정보를 좀 더 개인들에게 줄 수 있고, 편하게 자연스럽게 더 접촉할 수 있게 해주면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석 :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보성 : 알려주는 거죠. 이거는 뭐다. 이건 뭐다.
재우 : 링크를 걸어줘? (웃음)
보성 : 맞아요, 그런 식으로, 차라리, 애초에 사람들이 아무 것도 모를 수 있다고 생각을 해버리고 그렇게 보내줘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석 : 디오 형이 읽은 기사를,
디오 : 내가 URL 쏴줄게. (좌중 웃음)
▲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을 위한 무지개농성, 비혼여성코러스 '아는언니들'과의 합동공연 (2014.12.11)
"타자였던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 주체가 되어 빛난다"
석 : 그리고... 엊그제 디오 형이 소감을 저한테 이야기해주신 게 있는데, 그걸 혹시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디오 : 갑자기 그걸? (좌중 웃음) 아, 저는 그날 토론 내용을 들으면서, 장공감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이런 것들이 보이는 게 있더라구요. 장공감같은 경우에는 문화운동을 하면서도, 장애인의 특수성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에 대해 논의를 많이 한 느낌이 되게 들더라구요. 그에 비해서,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는 지역 주민과의 어울림? 이런 것들, 거기도 특수성이 있으니까, 그 특수성들을 어떻게 어울리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에 좀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신 것 같거든요. 그럼 지보이스는 성소수자라는 특수성을 어떻게 잘 살리면 좋을까. 우리는 어떤 사람과 어디서 어울림을 만들어볼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들더라구요. 이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 이런 것들을 가져와서 고민해보면, 좀더 좋은 활동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석 : 그러니까, 그... 발제하실 때 공통적으로 나온 인상깊었던 부분인데, 타자였던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 주체가 된다, 주체가 되면서 빛이 난다, 이런 말씀을 장공감과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두 분 다 하셨거든요. 사실 지보이스의 경우도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딱히 주인공이지 않고, 말로만 나오던 사람들이, 우리가 얼굴을 드러내고 노래를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주인공이 되는. 자기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고. 우리도 그 점에서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게이 코러스잖아요. 그러니까 우리의 특수성, 게이라는 특수성을 드러내는 방향이 있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더 어울리는, 그런 방향성이 있을 수 있고. 이게 절대 별개의 방향성이 아닌데, 우리의 방향성을 고민을 해보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재우 : 정기공연 기획회의 같은데? (좌중 웃음) 늘 공연할 때마다 나오는 얘기.
석 : 항상 고민하는 것 같아요. 늘 갖고 있는 고민.
재우 : 저는, 우리가 손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정말 많았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어, 아시아인권문화연대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우리랑 교류가 없었던 사람들인데, 인종차별철폐의 날, 그 분들이 우리를 불렀기 때문에 선뜻 연대공연 무대에 서기로 했든요. 저도 홈페이지 들어가서 뒤져보고, 이 사람들 활동하는 것을 보고, 여기에도 지보이스 같은 그룹이 있을까, 그런 궁금증도 있고, 그래서 했는데. 그 분들이 연대공연 무대에 서는 걸 너무 좋아해주셨어요.
저는 단원들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어떤 다른 사회운동이나 이슈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것들을 혼자만 가지고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공유를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서 내가 사는 동네에 철거 문제가 발생했다, 내가 지나가다 보기 안타깝더라, 이런 걸 한번 공유 쓱 해주면, 사실 연대가 이런 데서부터 시작되기도 하거든요. 장공감이 우리랑 어떻게 친해졌냐면, 거기 있는 활동가 몇 명이 지보이스 덕질을 하다가 이렇게 시작됐거든요. (좌중 웃음) 그러다가 지금은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 예전보단 다들 관심이 엄청 많아졌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식으로도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있으면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여기 우리 먼저 한번 가보자, 지지공연 한번 가자, 이런 얘기를 해주셔도 된다고 생각해요.
▲ 여성가족부의 성소수자 차별에 분노하는 여성성소수자궐기대회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 연대공연 (2015.10.10)
"문화운동이 바뀌어온 과정"
재우 : 좌담회에 퀴어문화축제 측을 섭외했던 것은, 퀴어문화축제는 되게 다양한 팀들이 그 자리에 같이 오는 거잖아요. 연대를 집결해서 보여주는 그런 자리인 거죠. 그 다음에 원래는 축제가 문화 페스티벌 같은 형태로 시작을 했는데, 지금은 뭔가 엄청난 운동권 집회처럼 보이게 됐잖아요. 할 때마다 맞불집회에 경찰 출동에 난리도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 문화가 갖는 힘이라든가, 그런 자리가 개인에게 어떤 힘을 줄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을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석 : 저는 그런 의미가 떠오르더라구요. 퀴어문화축제가 진행을 하면서 변하는 모습들이 있잖아요. 뭐 2005년 쯤에는 오히려 가죽옷 막 입고 다녀도 별로 신경 안쓰고 괜찮았는데, 지금은 그렇게 입고 다니면 사진 막 500장 찍힌 다음에 인터넷에서 평생 박제되겠죠. 게이들 98프로한테 욕먹으면서. (웃음) 그렇게 사회와 언론에 주목받는 정도가 달라진 것처럼, 그렇게 바뀌어 온 과정? 지보이스도 2003년부터 하면서 뭔가가 바뀌었을 거에요. 맨날 정기공연 똑같다 똑같다 하는데 뭔가가 바뀌었을 거고, 우리는 그러면 어떻게 바뀌었고,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이런 것도 생각하게 되고요. 옛날 공연 다시 한 번 봐야겠다, 좋았던 것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가죽을 되살리고 싶은 것처럼. 저는 그런 사람 더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웃음)
재우 : 포스터전 같은 것을 한번 했으면 좋겠어요. 역대 정기공연 포스터전. 이미 우리가 다 갖고 있는 자료고, 그때 우리 배지 만들려고 하다가 안 만들고 킵하고 있잖아. (아이디어들로 좌중 술렁술렁)
▲ 2018 '3.21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공동행동 연대공연 (2018.3.18)
"끊임없이 바깥으로 나가서 공연한다는 목적"
석 : 또, 혹시 하고싶으신 말씀. 아무거나, 한 분 정도만 더.
보성 : 저 그 날, 생각 정리가 안되고 시간 문제 때문에 어려운 말이지 않을까 싶어서 선뜻 이야기를 못 꺼냈는데, 지금도 정리가 막 되진 않았는데요. 그 날 예술과 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저는 지보이스가 굉장히 대단한 예술 운동 단체라고 생각을 하는데, 지보이스 단원만을 떼어놓고 봤을 때는 이것은 개인의 집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내부에서는 아마 모이는 목적과 이유들이 다 다를 거고, 무대에 올라가고 공연에 대한 의의를 생각하고, 공연 때마다 방법적인 뭔가를 논의한다거나,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개인들이 다들 이해의 수준이 다르고 고민의 지점도 다양할 거예요. 예술, 운동, 이런 지점에 대해서 개개인별로 할 수 있는 고민의 폭과 여지가 사실은, 개개인마다 지식의 양과 관심도가 다르니까, 다를 수 있는데.
저는 이런 지점은 안에서도 논의되어야겠지만 바깥에서의 시선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나 우리는 끊임없이 바깥으로 나가서 공연한다는 목적이 분명하니까요. 바깥에서도 역시나 지보이스를 훌륭한 예술가로 보지 않을까, 그렇게 저는 생각하거든요. 굉장한 현대 예술이란 생각을 해요. 그런 자긍심이라든가, 자존감? 이런 것들을 단원들이 더 가지고, 물론 개인의 삶에서 시간을 빼서 지보이스 활동을 하는 거고, 그게 또 지보이스 안에서 당연한 구조기 때문에, 그런 걸 맞춰서 올라가는 건데,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감내할 건 감내하고, 이런 것들을 좀... 이야기가 정리가 안되는데, 이야기를 많이 나눴으면 좋겠어요. 단원들 간에도. 그러면서 자긍심이 더 고취되고, 좀더 뿜뿜 되는 게 아닐까 (좌중 웃음) 생각을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재우 : 그래서, 자긍심이 너무 고취돼서 밤마다 종로 포차에서 술먹을 때 노래를, (좌중 웃음)
보성 : (웃음) 그런 자긍심 말구요.
재우 :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저는 되게 기분이 안좋았는데, "너네 너무 시끄럽다", "그렇게 잘났냐 너네들이", 이런 얘기를 들으면 사실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래, 우리가 너무 나대지는 말자. (좌중 폭소)
보성 : 너무 나대는 건 안좋고.
현식 : 어느 술집이에요?
재우 : 한 두 군데가 아니에요 여러분!
석 : 되는 데마다 다 부르잖아.
보성 : 무대에서 나대야죠! (웃음)
▲ 장애여성공감 20주년 기념식 '시대와 불화하는 불구의 정치' 연대공연 (2018.2.2)
"우리가 왜 잘하는 합창단이고, 어떤 지점에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인가"
석 : 장공감 이진희 사무국장님이 발제하실 때 주신 말씀이 인상깊었는데, 예술의 지점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장애를 가진 여성들의 합창단·극단으로서 예술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단순히 “잘하는”, “비장애인들처럼 잘하는”,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특수성, 그런 것들에 대해 고민하는 것. 우리가 이래서 예술성이 있고, 그래서 우리가 잘 하는 거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우리에게도 되게 유효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가 맨날 노래 못한다, 노래 못한다 하지만, 단순히 거기서 끝나지 않고, 그러면 우리가 왜 잘하는 합창단인가, 어떤 지점에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인가, 이런 것들을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전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어서, (웃음)
보성 : 예술의 기능 중에서, 소통과 교감하는 기능이 정말 과거부터 강조되어왔고, 지보이스는 정말 그런 기능을 박터지게 한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개인의 자기 삶부터 시작해서 지보이스라는 그 지점에 자기를 끼워 맞추고 조율하는 그 과정도 그렇고, 바깥으로 나가는 과정도 그렇고. 그런 것들을 서로서로 많이 공유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들이 좀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싶었어요.
재우 : 좋은 얘기네.
석 : 좋은 마무리였습니다.
재우 : 이걸로 기금 신청서 내면 되겠다. (좌중 웃음)
석 : 그러면 포럼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무리를 할게요. 우리가 서로 고민해야 할 지점들은 나온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떤 고민들을 앞으로 하면서, 짧게는 어떤 정기공연을 할 것인지. 길게는 우리가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지. 이런 고민들을 함께 하면서, 함께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