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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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익선동과 젠트리피케이션 II' #1]
친절한 원순씨와 함께 하는 문화재개발, 참 쉽죠?
- 누가 당신을 한 번 배신했다면 그 사람 탓이고, 두 번 배신했다면 당신 탓이다. -
“함께해요, 도시재생!”
바야흐로 도시재생의 시대다. 시민과 함께 운동하는 활동가도,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가도, 투자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가도, 미래를 연구하는 학자도 모두가 대동단결로 도시재생을 외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무려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통해 매년 100곳씩, 5년동안 50조를 투자하겠다는 것은 지금도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는 문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도시재생은 무엇일까? (도시재생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Jane Jacobs를 찾아보도록 하자.)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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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무려 특별법이다.)에 의해 국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은, 한 지역을 인구, 사업체의 감소 그리고 건축물 노후화의 정도를 통해 ‘도시재생활성화구역’으로 지정하고, 그 성격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에서 최대 500억원을 지원함으로써 이뤄진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하듯 이미 ‘지자체의 돈 따먹기’로 변질된 도시재생의 사업 구조는 ‘선의’로 무장한 지역활동가부터 예술가, 지역 정치인, 부동산 사업가까지 너도, 나도 필요한 예산을 가져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투쟁의 장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전도도 선의라면 선의다.) 그렇게 모두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함께 누려가기 위해서 마치 ‘절대선이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그 곳’이라도 되는 것인 것 마냥 도시재생을 외치고 있다(물론 인간중심 도시로 나아가기 전에 필연적으로 수도권으로, 신도시로 밀려난 사람들의 도시 어메니티(amenity)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차후로 미루자. 서울은 1등 국민 서울 시민의 것이지, 돈이 없어서 수도권에 사는 2등 신민들에게 차량을 통해 서울 중심부로 들어올 수 있는 권리라니! 가당치도 않다).
2.1. 도시재생의 비전 : ‘국민이 행복한 경쟁력 있는 도시 재창조’ ▲ 국토교통부, 2013, 「국가도시재생기본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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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러한 움직임에서 제외된 ‘것’이 있으니, 퀴어를 비롯한 도시의 각종 ‘더러운 것’들이다. 노숙자를 비롯한 도시빈민으로 가득했지만 박원순표 도시재생의 시작이라 찬양받고 있는 서울로7017이 만들어질 때도, 영등포역 뒤편 가득한 성매매 집창촌 일대를 이야기할 때도(법정계획 : 영등포 일대 경제기반형 도시재생활성화계획), 그리고 퀴어공간으로서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낙원⋅익선동을 이야기할 때도(법정계획 :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활성화계획) 그 도시의 헤테로규범성(heteronormativity)에서 벗어난 ‘더러운 것’들은 여전히 지워지기 일쑤다. 즉,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공동체(community)에 대한 논의에서 노숙자는, 성매매여성은, 그리고 퀴어는 존재하지만 존재할 수 없는, 우리 속에 포함되어있지만 배제되어야만 하는 ‘불결한 것’들에 불과하다.
“시끌벅적한 익선동”
서울이라는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노인빈민들과 성소수자들의 안식처였던 공간, 종로3가는 이미 젊은 친구들에게 ‘핫’한 장소다. 특히 최근의 낙원⋅익선동 일대는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된 이슈로 가득하다.
우선, 익선동 일대 도시환경정비구역은 아직 해제되지 않았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익선동 일대 도시환경정비구역을 해제하는 조건으로 익선동 일대 한옥을 보존하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행정의 지지부진함 속에서 주식회사 '익선다다'를 비롯한 ‘공생’을 추구하는 자영업자들 덕에 한옥들이 난잡하게 개발되면서 익선동의 한옥은 ‘한옥으로서의 그 가치’를 빠르게 상실해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 이 일대를 개발하고 싶은 주민들이 최근 서울시의회에 익선동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 내 한옥보존정책 반대 청원을 제출하는 등, 익선동을 "재개발"하기 위한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서, 커뮤니티 안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 이슈된 월인공방과 익선다다 간의 갈등은 단순히 ‘소음’으로 인해 촉발된 갈등이라고 보기에는 그 역사가 매우 깊다. 쫓겨나는 고령의 저소득층인 마을 주민에 대해 '익선다다'를 필두로한 ‘익선다락(구 익선포럼)’의 무자비한 시장논리는 과거의 도시 재개발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잔인하다.
▲ 2016년 열린 여러 익선포럼 중 한 장면
* 아래의 인용들은 필자인 Jenny님이 현장에서 직접 들은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 편집자 주
“지역의 가치를 제대로 못 살린 사람들이 무슨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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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이 모든 이슈는 언론에서 충분히 다뤄지고 있고, 많은 전문가가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필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그들은 충분히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공론의 장에서 ‘배제’됨을 인정받고 있으며, 그렇게 사회적으로 공인된 ‘배제’받는 집단이기에 여러 법⋅제도적 혜택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자, 포함되어 있지만 배제되는 자”
그럼 퀴어의 존재는 어떠할까? 주말밤 포장마차를 가득 채운 일반 커플들 사이에서 덩치 큰 언니들이 ‘내 자리는 어디 있을까’, 자릴 찾아 헤매는 모양새는 그렇게 처량할 수가 없다. 게이 술집인지도 모르고 불쑥 들어오는 일반 커플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당황하는 눈빛, 그리고 그렇게 들어온 일반 커플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이질적인 눈빛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그런 눈빛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 퀴어의 전유공간이었던 종로3가는 더 이상 없다. 그리고 익선동의 ‘핫’함은 겨우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다시, 도시재생사업으로 돌아가보자. 도시재생 전문가 집단에 의해 ‘규정된 역사’는 곧 그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도시재생사업의 거대한 비전으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역사인문 도시재생을 모토로 삼고 있는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 계획은 종로구청은 물론이고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 역사도심재생과, SAK건축사무소, PMA엔지니어링, 동해엔지니어링, 두꺼비하우징의 협의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지금도 일부 구성원은 바뀌었지만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그럼 이즈음되면 그 내용이 궁금해지기 마련, 종로3가 일대의 ‘계획’은 성소수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요즘 그딴 것도 문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보면 어이가 없어요. 밤에 술먹고 여기저기 오줌싸고, 주말 대낮에 남자끼리 키스하는 건 또 무슨 짓거린지.”
- 2016년 거버넌스 회의 中 재구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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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 기자설명회 PPT (최종)_20160926’의 일부
우선 대중에게 공개된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계획’ 기자설명회에서 언급되는 성소수자는 속된 말로 일(1)도 없다. (물론, 종로3가 일대는 옛날부터 내시들이 많이 살았던 장소라고 알려져 있으니 게이도 어떻게 보면 궁중역사이긴 궁중역사인가?, 어쨌든 1도 없다.) 그럼 이제 디테일하게 들어가보자. 총괄계획가 김선아(Studio SAK)를 중심으로 2015년에 수립된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은 우선, 돈화문로 일대를 70년대-90년대에는 정체성이 없는 공간으로 보았고, 00년대 이후 물리적 단절과 부정적인 지역이미지로 인해 정체성 없는 모호한 도심부의 사각지대로 인식되어왔다고 정의한다(pp.25–26.). 또한 장기적 접근을 통해 개선해야 하는, 지역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로 성소수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만(p.232.), 불행인지 다행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되어있지 않다.
▲ 「2015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계획(안)」의 일부
국내에서 성소수자들이 형성한 장소로서 가장 두드러진 곳이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가장 큰 규모로 자리잡고 있는 종로3가 일대를 다루는 계획으로, 무려 404쪽의 방대한 낙원상가-돈화문로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서 왜 성소수자는 지워질 수밖에 없을까? Equality by micro urbanism을 내세운 총괄계획가 김선아(Studio SAK)와, “함께 만들고”, “함께 잘살고”, “함께 행복한”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기본방향을 내세운 서울특별시를 필두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결국 도시 공간 내 소수자 공간의 끊임없는 사회적 배제를 일삼는 공공의 정책으로 나타났다면, 과연 퀴어는 이렇게 지워질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일까?
▲ 서울 10년 도시재생비전
▲ 김선아씨의 Facebook
한편, 그렇게 소중한 문화였다면, 편안하게 끼 떨고, 같은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놀기 위해 모였다면, 퀴어는 왜 도시 속에서 퀴어의 권리를 위해서 뭉치지 않을까? 물론,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이 실패할 수도 있다. 익선동은 그저 잠깐 지나가는 한옥병 걸린 사람들의 ‘핫’한 공간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제 배운 지식인들이 알아서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바꾸어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누군가의 친절한 선의에만 기대어 ‘소중’하다고 이야기되는 종로3가를 지킬 수 있을까? 또한 종로3가 일대가 ‘수십 년 간 이곳에서 살아 숨쉬던 가장 한국적인 혼종성(hybridity)을 지니고 있는 공간이라고 할지언정,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아서 가치를 알아서 파악해 반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소귀에 경읽기가 아니던가? 마지막으로, 2017년 바로 이 시점에서, 홍대⋅이태원⋅종로3가 등 퀴어공간(queer space)이 공공의 재생정책에 의해 변해가는 와중에, 왜 퀴어를 대변하는 단체는 퀴어 프라이드(Pride)의 장소로 서울광장만을 고집하고 있을까?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수많은 질문들이 스쳐 지나간다.
▲ 종로3가 돈화문로 11길 일대
종로3가는 당신에게,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곳인가?
도시연구자 / Jenny
저 여자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