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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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성적지향과 병력이 삭제된 채 발의되었던 누더기 차별금지법 사태 이후 10년. 보수개신교 세력의 압력에 의해 차별금지법은 제대로 발의되어보지도 못하고 무산되거나 철회되었습니다. 그 사이 성소수자들의 삶은 어떠했나요? 각종 법과 제도 및 공적 영역에서 최소한의 형식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차별과 배제를 경험해야 했고 일상은 혐오와 낙인으로 얼룩졌습니다. 이처럼 지난 10년 성소수자들이 겪어 온 수모와 치욕의 기록들은, 성적지향을 차별사유 조항에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것이겠지요.
지난 겨울 우리는 거리로, 광장으로 나와 엄연한 시민으로서의 우리들의 권리와 요구들을 외치고,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과 연대하며, 적폐청산과 대한민국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과 염원을 촛불에 담아 민중의 힘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부역자들을 몰아냈습니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염원이 어느 때보다 높았던 그 광장에서 새로운 대한민국과 변화를 약속하며 나선 대선 주자들은,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보수 개신교계의 검증되지 않은 표심에 굴복하여,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사회적 합의의 대상으로 저울질하고, 국민의 이름에서 그 존재를 지워버리는 모욕적인 행태들을 반복했습니다. 더욱이 한 후보의 연설 현장에서 연호되었던 참가자들의 “나중에”라는 외침은 새롭게 만들어질 민주주의 위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인권을 유예하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지요.
이에 지난 3월과 4월 친구사이 사무국에서는 차별금지법제정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들에 참여하였습니다. 지난 3월 23일에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재출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성소수자뿐만 아닌 이주, 장애, 노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석하여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재출범을 선포하고, 20대 국회 내에서 반드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책임과 의무로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활동들을 펼쳐나가고 차별없는 평등세상으로 가기 위한 결의를 다지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어 3월 28일에는 ‘19대 대선 성소수자 인권 요구안 발표 및 면담요청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기자회견 후 각 대선주자 캠프에 직접 찾아가 19대 대선 성소수자 정책요구안 및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4월 6일에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진행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도 참여했습니다.
요즘 연이어 들리는 믿기 힘든 소식들에 분노로 가득찬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동성애자 군인의 색출 및 처벌을 위해 반인권적인 수사가 전 육군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단지 동성애자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속 되었습니다. 한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을 들었고, 또 다른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비가림막 하나 없이 광화문 한 빌딩의 전광판 위로 올랐습니다. 그리고 장애인들은 1500일이 넘는 시간동안 광화문에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소수자들을 향한 차별이 이 사회에서 어떻게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훼손하고 불평등과 불의를 키우는지를 매일매일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힘을 추구하며 이 사회의 비극을 추동하는 권력주의의 고리를 끊어내고 새로운 민주주의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이는 더 이상 사회를 군림하는 권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소수자들의 다짐이자 목소리이기도 하고, 지난 10년 성소수자들이 온몸으로 저항하고 투쟁하며 각 영역에서 끊임없이 일궈온 사회적 소수자들과의 연대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우리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의 소수자들을 향한 만연한 차별과 혐오, 삶의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들을 감내하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존엄한 인간으로서 삶 속에서의 구체적 권리들을 요구하고 이 사회에서 차별과 혐오가 얼마나 해악적인지를 이야기하며, 우리의 편에 서서 함께 목소리를 내고 연대할 수 있는 이들을 더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 부탁드립니다.
친구사이 대표 / 김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