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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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옹호자들이 모욕당했습니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9월 11일 부결되었지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소수의견을 낸 것, 군형법제92조의6 합헌 결정시 소수의견을 낸 것으로 인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바른정당, 국민의당 소속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국회 임명동의안은 통과됐습니다.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 역시 인사청문회과정에서 성소수자 인권보호 학술대회 개최 경력이 문제되었습니다. 표결 전날 대법원 공보과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동성애를 지지하거나 옹호한다는 입장을 결코 표명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3당(이제는 이렇게 불리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은 사법부, 헌재 주요 수장에 대한 인사 검증 과정에서 동성애 옹호자는 절대 안 된다는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민주당은 역시나 동성애 옹호, 지지자가 아니라며 보수3당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습니다.
9월 19일 자유한국당의 17명의 의원은 국가인권위원법 차별금지조항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한마디로 성소수자를 차별하자는 법안을 발의한 것입니다. 바로 다음날 필리핀 하원 국회에서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통과된 것을 보면 더 어처구니가 없는 법안 발의입니다. 모든 사람은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에 따른 부당한 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가치이자 법적, 사회적 규범입니다. 그렇지만 보수3당과 여당 민주당은 성소수자라는 존재에 모욕을 보여 차별하고, 눈감았습니다. 또한 9월 한 달 동안 전국지역을 돌며 개최된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에서도 헌법 개정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오히려 반동성애 세력들의 혐오 선동의 장이 되어버린 것도 확인했습니다.
성소수자, 동성애자의 인권을 옹호,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땅의 모든 사람이 존엄하고, 평등하다고 믿고 지키고자 싸우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대법원의 수장, 헌법재판소의 수장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사람들의 분명한 소리에 답하고, 읽을 줄 알며, 수호해야할 위치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자신들의 당리당략과 맞닿아있는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를 선동하는 반동성애 세력들과 결탁하여 오히려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정치권들의 싸움 속에 성소수자들의 존재는 지워지고 모욕당했습니다. ‘인권’ , ‘성평등’ 이라는 가치가 오염되어 그 이야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문제라고 지적받는 현실입니다.
10월 28일이면 촛불 1주기입니다. 광장에서 우리는 묻고 싶습니다. 주요 국가기관의 수장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것이 왜 공격을 받아야 할까요? 왜 성소수자들의 존재는 정치권에서 무시되고, 지워지고, 모욕당해야 하나요? 혐오세력 때문에? 종교의 가치관 때문에? 성적으로 문란하고 윤리적으로 더러우니까? 누가 그것에 답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이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9월 한 달 동안 친구사이는 <게이봉박두 5: 자유로운 연애중 >, <2017 지보이스 정기연주회 : 입맞춤> , <2017 책읽당 제5회 낭독회 & 문집발간회>를 주최하면서, 참여하는 참가자들을 통해 확인하고 느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성소수자 인권이 증진되는 평등한 세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성소수자들이 말하는 이 세상의 수많은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말하고, 외치고, 주장해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 민주주의를 위해 다음 달은 좀 더 말하고, 설득하고, 싸워야할 것 같습니다. 입이 메마르도록 말입니다. 분위기를 바꿀 시기입니다. 힘을 더 내야겠습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