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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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글쟁이들의 수다
- 행성인 웹진팀과 친구사이 소식지팀의 간담회
* 지난 2017년 5월 27일 11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이하 행성인) 사무실에서 행성인 웹진팀 '랑'과 친구사이 소식지팀이 모여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서로의 기사 작성·발행 체계와 회의 진행, 성소수자 인권 이슈를 다룰 때의 입장차, 줄글을 쓰는 사람의 고충 등, 서로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즐겁게 나누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가끔 믿을 수 없이 긴 글을 쓰는 이들의 믿을 수 없이 긴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조나단 : 저는 올해 행성인 웹진의 팀장을 맡은 조나단이라고 합니다. 친구사이 소식지 팀과 작년부터 한번 만나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긴 했었는데,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더이상 미루면 안되겠다, 또 같이 이야기할 이슈가 무얼지 얘기를 해보자, 이런 얘기가 나와서 자리를 만들게 됐고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일동 : 반갑습니다. (박수)
크리스 : 안녕하세요, 저는 친구사이에서 이것저것 하고 있는 크리스라고 하고요. 소식지팀은 4년째 하고 있어요. 지난 3년간은 소식지팀장으로 활동했고, 그전에는 관심만 있었지 참여는 안하다가 급작스레 팀장이 돼서 참여했었고, (웃음) 지금은 팀장을 터울님께 부탁드리고 팀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석 : 저는 석이라고 하고요. 저는 소식지팀에 있은 지 4년 넘은 것 같아요. 지금은 소식지 발행을 맡고 있어요.
디올 : 저는 디올입니다. 웹진팀에 드나드는 멤버고요, (일동 웃음) 글은 종종 쓰고, 지금 관심있는 건 저희 웹진 사이트의 구성이 구려서, 이걸 갈아엎을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 것에 주된 관심이 있어서, (웃음) 원래는 영상을 하고, 디자인은 알바로 하고 있습니다.
터울 : 저는 현재 소식지팀장을 맡고 있는 터울이고요, 4년째 글을 쓰고 있죠. 부심을 부리자면, 2013-2014년에 제가 소식지에 썼던 글들이 묶여서 책으로 나왔어요. <사랑의 조건을 묻다 : 어느 게이의 세상과 나를 향한 기록>(2015)이라는 책으로, 용케 운이 돼서. 많이 팔리진 않고 있지만, (웃음) 자비 출판이 아니라 출판사와 계약해서 낸 거라, 행성인도 컨텐츠가 많으니까 출판사와 계약해서 책을 내시는 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쨌든 만나서 반갑습니다.
크리스 : 참고로 저희는 친구사이 예산으로 2014년에 오프라인 소식지를 한번 냈고, 친구사이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해서 20년 동안 나온 소식지 글 중에 괜찮은 글들을 모아서 냈었고, 앞으로 2년마다 오프라인 소식지를 낼 계획이에요. 2016년에는 2015-2016년 글들을 모아서 냈었고. 또 내년에도 발행 예정이에요.
오소리 : 저는 오소리라고 하고요. 행성인에서 상임활동을 하고 있고, 웹진팀에서는 2013년부터 활동을 했었어요. 행성인에서 맨 처음 활동을 시작했던 게 웹진팀이었어요. 그래서 애정을 갖고 계속 하고 있고요. 저희는 팀장 대신에 편집장이라고 하거든요. 작년에 편집장을 맡았었고, 올해는 편집장을 조나단이 하고 계시고, 저는 팀원으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1. 팀원은 어떻게 모집하나요?
조나단 : 본격적으로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웹진과 소식지를 서로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팀원은 어떻게 모집되고, 회의는 어떻게 하고, 글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터울 : 웹진팀에서 먼저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웃음)
조나단 : 네, 저희는 팀원은 고정적이지 않고요, 오늘도 조금 있다 신입회원 디딤돌이 있는데, 신입회원 모임들이나 회원들 모임 때 팀 소개를 하면서 팀 참여를 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식으로 팀원을 모집하고 있어요. 그래서 팀원들 사이의 드나듦이 굉장히 커요. 고정멤버들이 확실하게 있었을 때도 있었는데, 요즘 시기가 그 웹진 참여 회원수 편차가 커서, 어떨 때는 회의할 때 7-8명이 모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2-3명이 회의하기도 해요.
그리고 회의는 기존에는 월 2회를 했었어요. 한번은 기획회의를 하고, 또 한번은 중간에 점검하는 회의를 하다가, 그러다보니 예를 들어 월초에 뭔가 시의성 있는 행사가 열렸는데 그 글이 월말, 다음달 초에 나오는 거예요. 특히 그게 문제가 됐던 게 2014년 서울시청농성할 때였어요. 그 이슈와 관련되어 기획된 글들이 너무 늦게 나오게 되니까, 이미 세간에서는 얘기나올 게 다 나왔고, 그 뒤에 뒷북치는 식으로 기사가 나오는 형태가 되었어요. 그래서 이걸 타개할 만한 방안이 뭐가 있을까, 저희가 깊이 있는 성찰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빠르게 발행할 수 있는 기사는 빠르게 발행해보자, 그리고 시간이 늦어지다보니까 '지금 이 글을 발행해도 될까'라는 의문이 생겨서 놓치는 글들도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실시간 발행체계를 두고, 회의는 월 1회로 하되 그 사이에 저희가 빠르게 발행할 수 있는 글들은, 스케치의 형식 위주으로 해서 중간중간 고정 발행일 외에도 발행을 하는 식으로 바꿔서 현재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항상 고민이 되는 게, 그런 식으로 올라가다보니 어떤 글은 완성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서 좀더 시간이 늦어져 발행되면 아쉬운 것 같고, 그럼 그 이상의 깊이를 더 넣어야 될 것 같고, 그래서 그 텀(term)를 조절하는 게 계속 고민이고요.
그러면 친구사이 소식지팀에서는 팀원 모집이나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나요?
터울 : 일단 팀원 모집은, 잘 안되고요. (웃음) 모집을 시도하기는 하는데, 이게 사실은 친구사이의 사업 중에서 정회원이 정례적으로 월마다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사업이 흔치 않고, 사실 노동강도가 굉장히 센 편인 것 같아요, 팀장으로서 평가해보면. 다른 경우는 다, 물론 1년에 한번인 퀴어퍼레이드라든지, 실시간으로 시위를 나가야 하는 일도 물론 있지만, 정례적으로 한 달에 한번씩 기사를 쓰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글과 친하지 않은 친구들도 되게 많고. 그건 어떻게 탓할 수 없는 거죠. 그러다보니 그냥, 글을 좀 잘 쓴다 싶으면 제안을 해서 거의 모셔오는 느낌으로, (웃음) 팀원 모집을 해오는 것 같고요.
그 다음에 회의는, 크리스 팀장님과 제가 들어올 때부턴 1달에 1번씩 했던 것 같아요.
석 : 그 전에는, 발행회의, 기획회의를 한 달에 두번씩 했던 때도 있었어요.
터울 : 그래서 어쨌든 그 때부터 한 회의에 향후 두 달의 기획을 하는 거죠. 이렇게 이렇게 겹쳐지도록 해서, 최소한 기획주제에 대해서 두번은 논의할 수 있도록 안배를 했던 게 있고,
조나단 : 그러면 두달 후 계획을 첫번째 회의 때 하는 거예요?
터울 : 그렇죠. 아주 초보적인 것이라고 할지라도, 당장 누가 기사를 쓸 것이며, 기사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이고 누가 섭외할 것인지 등을 논의를 하는 편이에요.
석 : 소식지 주제 중에 시의성이 아주 요구되는 것이 아니거나, 예측되는 주제들, 예를 들면 6월의 퀴퍼라든지, 물론 올해는 예측이 빗나갔지만 (웃음) 그런 식으로 두달 뒤에 어떤 주제로 소식지를 할 것인가에 대해 미리 얘기하는 것 같아요.
터울 : 그리고 발행 일정 문제는, 저는 행성인 웹진이 2014년 시청농성 있고 나서 2015년부터 실시간 발행 체제가 정착됐다는 걸 지금 알았는데, 그런 부분은 웹진 '랑'이 부러운 부분이기도 해요. 저희는 실시간 발행 체제가 아니고, 월말에 보통 발행을 하죠. 그래서 내부적으로 좀 고민이 있어요. 이를테면 여러 가지 칼럼이나, 시의성이 없는 기사들은 따로 떼어서 월 1회 발행하고, 시위참여나 문화제참여 등 활동스케치 성격의 글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실시간으로 낼 수 있는 형식을 고민은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적용은 하고 있지 않아요.
▲ 친구사이 소식지 30호, 2012.12.
크리스 : 좀더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현재의 친구사이 소식지팀 체제가 꾸려진 게 2014년부터예요. 급하게 팀장이 필요해서 그 당시 대표가 저에게 부탁을 했고, 그래서 급작스럽게 팀을 맡은 측면이 있는데, 팀 체제를 세우는 게 큰 목표였어요. 그래서 팀원들 중 터울이나, 웹툰 그리는 황이 등을 섭외했었는데, 팀원 모집은 알음알음해서 글쓰는 걸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친구들에게 제안을 하는데, 팀원 모집도 어려울 뿐더러 팀원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리고 팀 체제 하면서 매달 이슈를 가지고 기획기사를 내고 칼럼도 내고 하니까, 기존에 비해서 소식지가 퀄리티가 높아져서, 소식지에 글 쓰기가 부담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래서 모집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고, 말씀하신 대로 매달 꾸준히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되었던 것 같아요. 각자의 본업도 있는데, 소식지팀에 또 글쓰고 인터뷰이 섭외해서 인터뷰하고, 행사도 나가고 하는 게 솔직히 부담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고,
또 시의적절한 기사를 쓰는 부분은 저희도 매번 얘기가 나오는 부분이고, 시청농성 때도 기사 작성할 때 어려움이 있었어요. 이 행사에 나가서 스트레이트 기사를 바로 써줄 사람이 필요한데, 아무리 찾아봐도 친구사이에서는 소식지팀밖에 없는 거죠. 소식지팀원들도 각자 본업이 있는데, 그런 행사에 상주해서 쓰기는 힘든 거죠.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는 있는데,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터울 : 그래서 올해부터는 활동스케치 성격의 글을 사무국에서 쓰시라고 하고 있어요. 다는 아니지만, 사무국이 어쨌든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이니까요.
저도 궁금한 게 있는데, 행성인 웹진팀은 오고 가는 사람이 되게 많다고 하셨는데, 신입모임에 오신 분들 중에 웹진팀에 많이 유입되시는 편인가요?
조나단 : 다른 팀에 비해서는 유입이 많은 편인 것 같아요. 물론 그렇게 들어왔다가 금방 이후에 안 오시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다른 팀이든 직장이든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서, 이달엔 왔다가 두세달 못오다가 또 다음달에 오고 이런 경우도 있고요.
석 : 못 오는 빈도는 친구사이 쪽이랑 비슷한데, 친구사이는 소식지팀에 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힘들게 불러다놓으면 프로불참러가 되고, (웃음)
오소리 : 그게 약간 친구사이와 행성인의 팀 구조의 차이인 것 같아요. 친구사이는 문화 관련 팀들이 많잖아요. 지보이스도 있고 책읽당도 있고.
크리스 : 그런 곳은 팀이라 부르지 않고 소모임이라고 불러요.
오소리 : 네, 친구사이는 그런 소모임이 좀 강세잖아요. 저희는 팀이 좀 강세인데, 팀이 막 노동권팀, HIV/AIDS팀 이러다보니까,
조나단 : 부담스러운 거죠. (웃음) 웹진팀이 그나마 만만해. (웃음)
오소리 : 청소년인권팀에는 왠지 나이 많은 분들이 가기엔 부담스러워하시고 그런 게 있어서, 웹진팀으로 상대적으로 회원들이 많이 유입되는 것 같아요.
석 : 맞아요, 그런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행성인은 회원으로 활동을 할 때는 다같이 일을 한다는 느낌이 있는데, 친구사이는 '나의 지친 마음을 달래줄 곳'이 되어주는 자조모임의 성격이 있죠. 그래서 회원 풀 안에서 이런 글을 쓸 의욕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터울 : 그래서 팀원을 모집할 때, 제가 들어올 때도 그랬고, 뭔가 나의 이적진 성소수자로서의 한을 글로 풀어보겠다, (웃음) 이런 욕망이 있는 친구들이 보통 오래 남아서 글을 쓰고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예전엔 기획기사나 이런 게 부담스러웠던 적도 있고 해서, 새로 들어오는 분들에겐 외재적으로 오는 기획기사 작성의 부담보다는, 먼저 칼럼을 쓰라고 권해요. 일단 본인의 한풀이를 일단 좀 해라, (웃음) 그러다보면 서서히 팀에 대해 정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오소리 : 저희도 맨 처음에 팀원이 들어오면 자기 얘기를 한번 써보라고 했는데, 그것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 행성인 웹진팀 '랑' 로고.
2. 팀회의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조나단 : 회의는 대략 어떻게 진행돼요? 어떤 얘기가 회의 때 오가는지,
터울 : 이건 전 팀장님께서 정착시킨 건데, 우선 간단히 전월호 평가를 하고요. 저희는 기사별 조회수가 다 찍히거든요. 그래서 어떤 기사가 조회수가 많은지, 댓글이 뭐가 달렸는지 보고, 그 다음에 이번달 써야 할 기사에 대해 기사 분장을 논의하고, 글의 방향을 논의하고, 글 가운데 순서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든지 이런 걸 논의하고요. 어쨌든 저희는 월마다 소식지가 나가는 것이라, 최소한의 완결성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 같아요. 특히 2014년 크리스 팀장 체제부터는 커버스토리라는 게 생겼고, 그 커버스토리 기획주제를 중심으로 소식지가 꾸려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 기획주제에 맞는 기사 배치가 적절한지 논의하고, 그 다음에는 중장기 계획을 논의하죠. 다다음달에 어떤 걸 다룰지, 그 달에 어떤 이슈가 있을 테니 거기에 맞춰 기획한다든지, 단체에 어떤 사업이 있거나 소모임의 일정이 있다면 거기에 맞춰서 기획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올해 제가 팀장이 되고 난 후에는 커버스토리 기획을 중시하겠다는 게 제 공약이기도 했어서, 사전에 1년치의 기획주제를 모아보고, 그 사이에서 순서는 바뀔 수 있고 당장의 이슈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사전 논의된 주제를 중심으로 기획하고 있고, 기타 토의사항, 이렇게 마무리하는 것 같아요.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
석 : 크리스형 이전에 팀장이 없었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저희가 팀장을 사무국에 요청드린 거예요. 그전에는 회의를 어떻게 했냐면, 모여서 "너는 뭐 쓰고 싶어?", 이렇게 각자가 자기가 쓰고 싶은 게 뭔지를 얘기하다가 끝났거든요. 거기서 우리가 왜 소식지를 내는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고, 각자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식이었고, 그러니까 소식지 자체도 자조모임이었던 거예요. 내 글을 써서 나는 내 아픈 마음을 치유받고 싶다, (웃음) 그런 소모임의 성격을 갖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소식지의 기능에 대해 의문이 생긴 거죠. 친구사이 소식지는 친구사이 후원회원들이 받아보는 건데, 우리가 쓰고 싶은 글을 써서 블로그처럼 이용해도 되느냐, 그런 의문이 생기면서부터 사무국에 이야기를 해서 팀장을 두고 통일된 구조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온 거였어요.
터울 : 전 팀장님이 굉장히 큰 일을 하셨어요. (웃음) '랑'은 어떻게 회의를 하시죠?
조나단 : 저희는 일단 회의의 전체적인 형식을 보면, 그 달의 행성인의 이슈나 외부의 이슈를 파악하고, 전월 웹진을 평가해요. 만약에 그때까지 사전 기획된 어떤 기사가 발행이 안되었다면, 글 안 나간 것들이 뭐가 있는지, 완성이 안 된 글이 뭐가 있는지를 체크해요. 그 다음에 저희는 웹진이 발행되기 딱 한달 전에 기획을 하거든요. 저희도 월별 주제를 잡아서 진행했었는데, 2012-2013년부터 주제를 잡아서 진행하다보니까, 이게 지금 한 3-4텀 돈 거잖아요. 이제 이미 다 했던 주제들이고, 뭔가 특집주제라고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매년 6월은 퀴퍼고, 12월은 HIV/AIDS, 4월은 청소년 성소수자, 거의 고정되니까, 그 와중에서도 어떻게든 달리 해보려고 고민하는데, 요즘에는 워낙 짧은 시간에 많은 이슈들이 동시에 터져서 특집호로 만드는 것이 더 어렵기도 해요.
크리스 : 사실 제가 팀장을 내려놓은 것도, 더 이상 제 차원에서 나올 기획이슈들이 더 이상, (웃음) 그래서 다른 분이 하시면 뭔가 다른 이슈로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터울 : 저희 아론 팀원이 얘기했던 게, 유사한 주제로 옛날에 썼던 글을 큐레이팅해주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었어요. 최근에 '랑'에서도 "게이의 여성혐오"를 가지고 쫙 옛글을 모아놓은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시도들도 저희 안에서 나온 적이 있었어요. 가령 3년 전에 이 주제로 쓴 글을 보니 다시 써도 이 글보다 잘 나올 것 같지 않으니, 얹어가자, (웃음) 그랬던 적도 있었어요.
조나단 : 저희는 그 글을 큐레이팅하려고 한 게 아니라, (웃음) 그 이유는 나중에 다시 얘기할 게요.
(친구사이 소식지팀 아론, 행성인 웹진팀 주원 입장)
▲ 동성애자인권연대(현 행성인, 이하 동인련) 웹진 '랑' 35호, 2012.4.9.
3. 기사 준비를 위한 조사나 학습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조나단 : 그러면 회의한 후에 기사 준비는 어떻게 하세요? 인터뷰나 르포 기사에 대한 준비라든지, 아니면 스터디의 형식이라도, 저희는 중간중간 어떻게 하면 기획을 잘해볼 수 있을까 해서 시도하다 실패해온 스터디 역사가 있거든요. (웃음)
터울 : 시도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조나단 : 새로 들어온 회원들도 너무 많고, 우리가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도의 편차가 서로 심하다 보니까, 어떤 이슈에 대해 너무 잘 알아서 식상한 사람도 있고 너무 새로운 사람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떨 때는 그 달마다 정해진 주제에 대해서 스터디를 한 적도 있었고, 그 다음에는 기사 쓰는 실력도 너무 부족한 것 같아서 기사 쓰는 스터디를 한 적도 있었고, 인터뷰를 어떻게 하면 잘할지에 대해서 <일다>의 조이여울 편집장을 모셔서 강연도 들어보고, 아니면 각자 사전조사를 해와서 발제를 하고 이렇게 하면 인터뷰를 잘할 수 있다더라, 기획 기사는 이렇게 쓰는 게 좋다더라, 사진은 이렇게 하는 게 좋다더라, 하는 스터디를 한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타 단체들 웹진/소식지에 대한 스터디를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일다>를 한번 봤고, 친구사이 소식지도 계획 중에 있고요.
디올 : 맞아요, 우리가 이 얘기 하다가 간담회 얘기가 나왔던 거예요.
주원 : 네, 원래 스터디를 하려고 했는데, 그냥 만나서 얘기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었죠.
터울 : 기사 준비를 어떻게 하냐면, 글쓰기 강좌를 시도한 적은 있는데, 대개 기사 쓰는 것보다는 본인의 수필 작성과 관련된 것이었고,
석 : 한번은 한겨레21의 신윤동욱 기자님을 초빙해서 기사쓰기 실습을 해본 적이 있어요.
터울 : 그리고 소식지에서 친구사이의 문화모임인 "게이컬쳐스쿨"의 일환으로 글쓰기 강좌를 한 적도 있죠.
크리스 : 김현 시인님을 모셔서 진행했었죠.
터울 : 그런데 사실 제가 평가하기로는 소식지 기사 작성과 크게 상관있는 활동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스터디는 사실상 안하고 있는데,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4년째 보고 있으면, 어쨌든 다른 팀원들의 글을 읽게 되잖아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의무적으로 팀원간의 기사 피드백을 무조건 하도록 하고 있고, 그건 나름대로 잘 돌아가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쨌든 글을 돌려읽다보니까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는 게 보여요. 그래서 딱히 학습을 강제하지는 않는 느낌인데, 진짜 좀 뭔가 각자의 생각이 두터워진다는 느낌은 받아요. 좋은 기사 써야 되기 때문에 공부하자는 느낌이 아니라,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쓴다고 했을 때, 가령 트랜스젠더를 다룬다고 하면 당연히 게이의 입장에서 조심해야 할 게 많잖아요. 그럴 경우에 팀회의에서 기획할 때 이러이런 걸 조심해야 한다, 아 몰랐다, 이런 식으로 일하면서 그냥 채워지는 부분이 좀 있는 것 같아요.
▲ 동인련 웹진 '랑', 2014.4.
4. 교정·교열은 어떻게 보나요?
아론 : 일단 기사라고 하면, 스트레이트 형식의 기사도 있지만 저희는 그보다는 주제에 대한 글을 쓰거나 잡지 형식의 글을 쓰기 때문에, 문장력이나, 읽기 쉬운지, 비문은 없는지, 아니면 맞춤법을 서로 봐줘요. 그건 교육이라기보단 교열이나 교정에 가깝죠. 그리고 요새는 상호 피드백이 활성화돼서, 서로의 글을 읽어보고 피드백을 주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처음 들어왔을 때 글에 비문도 많았고 맞춤법도 틀린 게 많아서, 크리스 전 팀장이 길게 댓글을 써 수정사항을 달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좀 줄었죠. 제가 거듭 글을 보는 것도 있고. 저는 요즘 글을 쓰고 나면 소리내서 읽어보거든요. 글을 소리내서 읽어보면 문장의 리듬감이 보인다고 해서 읽어보기도 하고.
터울 : 그건 진짜 맞는 말이에요.
크리스 : 사실 그 부분은 팀체제의 한계인 것 같기도 해요. 저희도 고민을 하는데, 팀장으로서의 역할이 팀원들의 기사 작성을 독려하고, 마감을 알려주고, 교열 정도를 봐주는데, 그 글 전체에 대한 흐름에 개입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건 편집장의 역할인 것 같은데, 팀장이 글쓰는 전문가도 아니고, 아마추어로서 그것까지 개입하는 건 쉽지 않은 느낌도 있었어요. 외부의 편집장을 모셔오자는 얘기도 있었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았고.
터울 : 그래서 요즘은 상호편집체제가 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웹툰에서 자살과 관련된 묘사가 있다고 하면, 어느 수위로 조절할 것인가에 대해 미리 얘기를 다 하죠. 이런 게 염려된다고 하면 다 같이 봐주고. 팀내에서의 교정·교열이라든지 데스킹 같은 것들은 제가 볼 때는 무리없이 활발하게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단계에서는.
크리스 : 크게 부담을 느끼거나, 너무 간섭을 한다는 느낌은 없을 정도의,
터울 : 어쨌든 팀원들이 각자 글의 첫 독자들이니까요.
크리스 : '랑'에서는 어떠신가요?
조나단 : 저희는 그 작업이, 회의 형식은 아니고 발행일이 따로 있거든요. 그러면 올 수 있는 팀원이 모여서 같이 프린트를 해서 같이 교정·교열을 해요. 그렇게 죽 보고, 글들의 제목을 죽 적어놓고 이 글은 어땠던 것 같냐, 다음에 이 주제에 대해 쓰면 어떻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냐, 이런 것들을 서로 얘기해보고, 그 다음에 저희는 글들의 초안을 구글드라이브에 다 올리면, 각 글당 1-2명씩이 맡아서 프린트해서 교정·교열해요. 그렇게 수정한 것을 구글드라이브에 올리면 그걸 반영해서 최종 완료본이 들어가있게 되고, 그걸 저희가 다같이 티스토리 블로그에 접속해서 기사들을 비공개 상태로 올려놓는 것이 팀내 발행 작업의 마무리이고요. 그 다음에 최종 발행작업은 그 달 편집장이 죽 보면서, PC에서 보이는 메인화면의 작업도 하고, 전체적으로 서식을 정리하고, 태그와 배너를 검수한 후에 발행을 하는 식이에요. 그런데 친구사이 소식지팀은 발행 담당이 따로 있다고 하셨는데,
▲ 친구사이 소식지 43호, 2014.1.
5. 최종 발행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석 : 저는 좀 부러운 게, 발행작업을 할 때 행성인 웹진팀은 다같이 하잖아요. 자기 글은 자기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느낌이 있잖아요. 저희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고, 팀원들이 글을 올려놓고, 교정·교열사항을 수정하고,
크리스 : 그리고 팀장이 팀원이 미처 챙기지 못한 교정·교열을 죽 한번 봐서 수정해요.
석 : 그래서 친구사이 홈페이지 내에 웹진 게시판이 있거든요. 거기에 일단 소식지 글이 올라가고, 또 따로 뉴스레터를 만들어서 회원들에게 메일링을 하는데, 4월 이전에는 포토샵으로 이미지 파일을 만들어서 메일링했었어요. 그걸 제가 건의해서, 일반적인 뉴스레터 형식처럼 html 코드로 된 템플릿으로 바꾸자고 해서 4월부터 시도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진 않고 있어요. 꽤 복잡하더라고요.
조나단 : 왜 방식을 바꾸셨어요?
석 : 포토샵으로 이미지 파일을 만들면, 통짜 이미지이기 때문에 특히 모바일에서 시인성이 안좋고, 또 시각장애인의 접근성도 안좋고. 왜냐하면 글을 읽어줘야 하는데 이미지니까 읽어줄 수가 없잖아요.
터울 : 그래서 그 전엔 따로 시각장애인용 캡션을 기사마다 다 넣었어요. 불편했죠.
석 : 그렇게 하면 캡션을 조금밖에 넣을 수 없으니까요. 그런 것도 있었고, 매번 일일이 포토샵을 통해 구성을 바꾸는 게 비효율적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html 템플릿으로 처음에 딱 잘 만들어서 세팅하면, 그 다음부터 편해지지 않을까 했는데, 그게 또... (웃음)
디올 : html로 하면 링크를 누르고 기사로 넘어가는 게 훨씬 편해지죠.
터울 : 특히 모바일에서 폰트들이 더 크게 보이죠.
석 : 그래서 지금은 친구사이 웹 담당자와 계속 소통하면서 템플릿을 계속 고치고 있어요. 정착되려면 몇 달 걸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터울 : 팀장으로서의 소견은 전보다 나아진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는데요, 그 코드를 만질 수 있는 장인이 필요한데 친구사이에 그게 가능한 분들이 제한되어있기는 하죠. 포토샵으로 웹자보 이미지를 하드코딩으로 뽑아내는 게 근 4년 이어온 방식이었는데,
석 : 그게 되게 오래된 방식이죠.
터울 : 저희는 블로그 플랫폼도 아니고 하다보니까, 웹 구현을 할 때 다 만들어야 해요.
크리스 : 그리고 매달 웹자보를 예쁘게 만드는데 거의 1회성이다보니까 아깝기도 했어요.
석 : 기사의 대표 인용글 같은 부분에는, 제가 그냥 보고 긁어서 올려요. 그러다보니까 저는 책임을 안지는 거죠.
터울 : 그래도 그 과정에서 글을 다 읽으니까.
석 : 네, 저는 그 때 글을 읽고 확인하고 올리는 정도예요. 거기서 제가 이걸 어떻게 고쳤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주지는 않고 혼자서 발행하는 거기 때문에. 그래서 한때는 그 달의 모든 글을 다 읽는 사람이 발행하는 사람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어요. (웃음) 아 팀장님이랑. (웃음)
▲ 친구사이 소식지 82호, 2017.4.
6. 기사에 대한 피드백은 어떤 식으로 받나요?
터울 : 요즘은 팀원들끼리는 무조건 기사에 댓글을 하나씩 달라고 하거든요. 소식지 스탭게시판에서는.
조나단 : 잘 달아요?
터울 : 꽤 잘 다는 편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팀내에서마저 안 읽어주면, 너무 섭섭하잖아요.
오소리 : 맞아요. (웃음)
석 : 그런데 발행된 친구사이 소식지에는 댓글이 참 안 달려요. (웃음)
오소리 : 저희도 그래요.
디올 : 홈페이지는 플랫폼을 업체에 맡긴 거예요?
석 : 일단 저희는 제로보드를 쓰고 있고요, 홈페이지 디자인은 어떤 분이 재능기부를 해주셨어요.
터울 : 그런데 조만간 홈페이지 개편을 예상하고 있어요.
디올 : 어제 친구사이 홈페이지에서 소식지란에 들어가봤었거든요. 그러면 소식지 메일링을 한 다음에 따로 홍보는 어떻게 하세요?
석 : 홍보는 주로 페이스북으로 하고, 이반시티에도 웹자보를 올려요. 소식지 나왔다는 것 하나랑, 각 기사별로 포스팅하죠.
터울 : 저희가 트위터를 거의 안써요. 친구사이는 트위터랑 안 친하죠.
크리스 : 감당하기 힘들어요. (웃음)
조나단 : 아까 댓글도 확인한다고 하셨는데, 댓글을 보면 어떠신가요? 요새 저희는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터울 : 댓글이 일단 많이 안 달리고요. 악플이 딱히 달렸던 적은 없었어요.
석 : 문재인 기습시위한 다음날에 친구사이 자유게시판이 사이버테러 도배를 당한 적이 있었어요. 그게 며칠을 못 가더라고요. 그날 제가 소식지를 발행하면서 소식지에도 악플이 많이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도 안 달렸어요. (웃음) 사람들이 자유게시판에서 자기 글 올릴 생각이나 하지, 다른 글 볼 생각은 안한다고 느꼈어요.
아론 : 사실 "참 잘봤습니다"는 댓글, 솔직히 저는 달갑지는 않거든요. 저는 댓글이 안 달리는 걸 신경쓰진 않아요. 들어왔을 때부터 그랬고 (웃음) 기사 중 어떤 내용을 수정해달라는 댓글을 받아본 적은 있는데, 그걸 보면서 이럴 거면 댓글란 없애고 메일만 보내는 게 낫지 않나, 공개적으로 그런 댓글이 달리니까, (웃음)
터울 : 소식지에 대한 직접적인 피드백은 아니지만, 저희는 이반시티에 계속 웹자보를 올려서 이반시티를 계속 보기는 봐요. 거기서 친구사이에서 하는 활동들에 대해 아주 보수적으로 반응하는 여론을 보면 신경이 쓰이죠. 이를테면 이번에 문재인 시위 같은 경우에도, "늬들이 어떻게 게이를 대표해?" 이런 얘기도 하고.
석 : "너희같은 애들이 설치면 될 것도 안된다", (웃음)
터울 : "홍석천과 하리수가 올려논 인권을 너네가 후퇴시킨다", (웃음) 그런 걸 보면 영향을 받기는 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에 대비해서 논조를 조절하기도 하고요. 더 나가야 돼면 더 나가고. 그런 간접적인 경험은 있는데, 직접적으로 악플이 달리고 했던 적은 사실상 없는 것 같아요. 저희 소식지의 글을 과거 글부터 정주행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거글 조회수가 꾸준히 올라가니까요. 그런데 그들이 무언가를 달진 않아요. 그게 아쉽다면 아쉽고,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그런 것 같아요. (웃음)
석 : 친구사이가 회원 기반 커뮤니티다 보니까, 회원 외의 사람들은 잘 달지 않고, 물론 비회원도 달 수는 있기는 한데요,
터울 : 그러니까 다른 단체의 홈페이지에서 댓글을 쓰는 거랑, '랑'은 티스토리 블로그잖아요. 블로그에서 쓰는 댓글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석 : 친구사이 홈페이지 게시판은 오픈돼있다는 느낌은 아닌 거죠. 나도 여기다가 아무 거나 쓸 수 있다, 는 느낌은 아닌 거죠. 남의 집 담벼락 느낌이고.
크리스 : 대신 저희는 글의 조회수가 어느 정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조회수가 엄청 높은 글들이 있거든요. 10,000뷰 넘어가는 글이라든지. 피드백이나 댓글은 없지만.
터울 : 저는 그래서 늘 '랑'의 조회수가 궁금했어요. 이 글은 몇 명이 읽었을까, (웃음)
▲ 동인련 웹진 '랑', 2014.6.7.
7. 기사에 달리는 댓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터울 : 그런데 '랑'은 어떤 댓글로 요새 고통을 겪고 계신가요?
조나단 : 2013년에 발행된, '웅'이 쓴 게이들의 여성비하적 언어사용에 대한 글이 있는데, 그런 언어에 대해 죽 이야기하고 나서 맨 마지막에 글쓴이가 그래도 자기는 쓸 것 같다고 글을 마무리했어요. 그 다음서부터 모든 비하적인 용어를 행성인 단체의 대표인 '웅'이 신나게 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사람들이 댓글을 다는 거예요. 아마 '웅'은 게이들 사이의 '년'이라는 호칭 등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모든 비하적인 욕에 대한 혐의를 다 쏟아부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식의 댓글에, "그런 욕까지는 안 쓴다"고 대응해야 하나, 그래서 이슈가 되고 문제가 되는 글들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글을 안보이게 해야 하는가, 아니면 거기에다 해명을 해야 되는가, 그런 고민을 하다가, 차라리 그러면 저희가 이런 글들에 대한 궤적을 남기겠다, 이것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성소수자의 역사고, 그러니까 그런 걸 아카이빙하는 의미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대응했다가, 거기에 또 댓글이 달려서, 요즘의 고민은 단체 내에서 글로써 드러났지만 이런 게 성소수자의 현재의 상황인 거잖아요. 그래서 성소수자 문화에 대한 존중과 수용이 들어가면서 또 고민하고 비판해야 할 것도 동시에 이야기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련되어 토론하는 웹진팀 워크샵을 한번 열려고요. 그래서 그 결과물을 다시 싣는다든지, 궤적을 남긴다는 게 그냥 무책임하게 남겨놓겠다는 핑계가 아니라, 뭔가 액션이 있어야 궤적을 남기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아무튼 그렇게 하려고 해요. 아무튼 댓글로 이렇게, 저는 사실 SNS를 지인들과만 하고, 트위터도 안하거든요. 그래서 얘기만 들었지 그렇게 리얼한 반응은 처음 봤어요.
주원 : 저도 안봐요. SNS 안해요.
조나단 : 너무 심한 거예요, 사람들이. 저는 레즈비언인데도 그 표현방식이 너무 심해서 상처가 돼요.
오소리 : 댓글 보지 마요.
조나단 : 어떻게 안봐. (웃음)
크리스 : 약간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인권단체고 하니까 이렇게 말해도 이해해주겠지, 그런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터울 : 제가 그 부분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는데, 제가 볼 때 친구사이 소식지팀은 친구사이 안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올바름(PC)을 의식하는 곳 같아요. 제가 볼 때 그래요. 친구사이 정기모임이나 사석에서 서로 '년년' 하는 건 예사고. 제보도 많이 들으셨을 거예요. (웃음) 그리고 '랑'은 행성인 조직 안에서 가장 '언피시(un-PC)'함이 갖는 다른 맥락들에 대해 사려하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되게 재밌는 대비인 것 같은데, 이를테면 행성인에서 행사를 하면 처음에 "평등한 공동체를 위한 약속"을 낭독하게 하잖아요. 그것도 나름대로 PC한 기준을 제공하는 건데, 물론 그건 당연히 중요하고, 또 PC함을 지켜서 창출되는 사회가 있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어떤 억압돼있던 소수자 안의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존재가 억눌리지 않는 말들을 통해서 자신의 사회에 대한 상상을 체감하게 되고 만들어가게 되는 요소는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 PC함이 사회의 가능성이나 논쟁 가능성을 닫아버리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PC함이 가지는 양자 모두의 속성인 거죠.
마찬가지로 언PC한 말도 사회를 닫는 기능을 하기도 하죠. 폭력적인 말과 언설을 통해 이 사람의 사회적 존재가 사라지는 효과가 분명히 있는데, 반면에 사실 언피시한 용어도 사회를 창출하기도 해요. 게이커뮤니티 초반의 상황도 그랬고. 그래서 물론 친구사이 안에서 PC함에 대한 생각을 키워나가려는 노력도 하지만, 언피시함이 가지는 사회의 가능성이나, 규범의 재해석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려고 해요. 특히 친구사이는 커뮤니티 운동단체라는, 일견 모순적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정체성을 표방하기 때문에, 커뮤니티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건 정말 좀 쓰면 안되겠다는 PC함의 기준과, 언피시함이지만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들을 구별해서 판단하려고 하고, 그래서 말 한마디가 어떤 사회적 효과로 바로 잇닿는 거라는 생각을 안하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결론은,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그리고 사실 저는 댓글과 줄글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댓글을 막 남기는 사람은, 솔직히 얘기하면, 줄글을 제대로 못 읽어서 그런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발췌한 것만 읽으니까 그런 거고. 그래서 너무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조나단 : 나 막 위로받아. (일동 웃음)
터울 : (웃음) 저는 진짜 이 21세기에 줄글을 안 읽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주원 : 맞아요.
터울 : 줄글을 쓰는 사람이 프라이드를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쪽글로 공격받아서 줄글이 파괴될 것 같은 위협을 받기도 하는데, 안 그러셔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크리스 :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지. 댓글 한번 보면 상처받고.
디올 : 그런데 이게 정말로, 정당들도 자유게시판 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많았거든요. 왜냐하면 그게 어쨌든 당원 기반이고, 정당의 당원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말을 당원 게시판에 쓰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정당들도 당게가 있어야 되냐, 없어야 되냐의 문제를 가지고 오프라인에서 회의도 하고 그랬다고 알고 있어요.
주원 : 그런데 SNS를 못하겠는 이유도 그런 것 같아요. 왜냐하면 페이스북에서 글이 길게 올라오면, 댓글로 사람들이 막 싸우잖아요. 그런데 그걸 볼 때마다 의미가 없는 것 같은 게, 이 사람은 어차피 안 바뀌고, 아무리 내가 원글을 제발 읽으라는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는 느낌이고. 그리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줄글과 댓글은 다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줄글은 한번 발행하려면 많은 고민의 시간과 에너지가 투자되니까요.
터울 :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말을 돌려서 얘기하면, 글에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것도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사실 댓글의 내용에 신실하게 대응하는 건, 댓글을 쓴 사람이 자신의 진지한 정견을 담아서 썼다는 전제 때문일 텐데,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것 같거든요. (웃음) 그냥 그날 기분이 나빴다든가, 고양이가 나를 물었다든가, 이런 동기였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글로써 표현된 사람이 그다지 근본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줌아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도 예전에 일베랑 논쟁하면서 비슷한 경험이 많았거든요.
석 : 그런 인터넷 논쟁의 특징이, 논쟁을 할 때 논쟁 중의 말 한 마디가 원래 자기 논지의 반박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그 외의 맥락이 전부 사라지고 그 말 한 문장만 남게 되는 거죠. 그러다보니 이건 논리로서 하는 논증이 아니고 그냥 대인 논증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게 되는 거죠. '웅'님이 쓰셨던 글들도, 사실은 그 글에 대한 논증이 아니라, 이걸 꼬투리로 '웅'님이라는 분 자체에 대한 공격이 들어가는 거잖아요.
터울 : 글자는 읽는데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시대가 21세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되게 위기감이 있어요.
주원 : 그런 얘기 진짜 많이 나오잖아요, 요새.
터울 : 근데 뭔가 너무 한풀이로, (웃음) 집담회 거의 끝나는 느낌인데, (일동 웃음)
▲ 행성인 웹진 '랑', 2015.3.
8. 글을 기획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뭔가요?
조나단 : 그럼 요즘 기획회의를 하고 글을 쓰실 때 제일 많이 신경쓰는 부분은 뭐예요? 저희는 당연히 아까 얘기한 대로 시기별 이슈를 체크하긴 하는데, 중간평가나 연말평가를 할 때 저희가 신경써서 한 분과들을 쫙 놓고, 고르게 안배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올해는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나 글들이 부족했다든가 하는 평가도 하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시는지, 아니면 친구사이는 그보다 한 주제에 대해 깊게 들어가는 쪽을 택하시는 것 같기도 해서, 저희는 어떻게 보면 여러 가지 얘기들은 많이 있지만 깊이가 좀 얕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했었고,
아론 : 사실 저희가, 성소수자라 쓰고 게이라고 읽는 게 아니라는 걸 고민하는 게 있어요. 그래도 저희는 게이인권단체이다 보니, 그래서 성소수자라는 관점에서 쓰겠다고 하지만, 글을 읽어보면 게이와 관련된 시각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거기서 장점은 그 시각을 가지고 좀더 깊이 파게 된다는 게 있지만, 단점은 게이가 아닌 성소수자들이 기사를 봤을 때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그런 느낌을 저희가 어느새부턴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차라리 그러면 성소수자라고 쓰지 말고 게이라고 쓰자, 아니면 이걸 이런 확장된 관점으로 접근을 해보자, 그래서 저는 처음에 행성인 웹진 '랑'을 읽었을 때는, 제가 기대했던 건 LGBT가 각 섹션별로 어떻게 나뉘어 있을까를 기대했던 게 있었어요. 그런데 성소수자의 문화, 성소수자의 정치, 성소수자의 노동 등, 성소수자를 분화하지 않고 묶어놓은 상태로, 어떤 쟁점들을 나누신 것 같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성소수자 안에서도 레즈비언이나 게이, 트랜스젠더 등 각 정체성 별로 입장이 다 다르고 정치적인 쟁점도 다를 텐데, 어떻게 그걸 묶어서 다룰 수 있나, 그게 제가 글들을 보면서 놀라왔던 부분이었어요. 저희는 항상 그런 의식들을 갖고는 있지만 결국 게이를 대표하는 경향이 강한데, '랑'은 어떻게 그걸 조정할 수 있는지 궁금했어요.
크리스 : 말씀하신 대로 저희 팀의 모단체가 친구사이이기 때문에, 이슈를 정하고 풀어나갈 때도 기본적으로 성소수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으려고 하지만, 그게 한계가 있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클럽이나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게이들 위주로 다룰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동거, 가족 등 성소수자 공통된 이슈들이 많이 있으니 그런 부분을 살려 인터뷰를 한다든가, 그런 식으로 풀어나갔던 것 같아요.
석 : 어떻게든 한계를 좀 밀어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활동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터울 : 이런 합의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친구사이 조직과도 연결되는 활동 방향이라고 생각하는데, 게이의 위치성은 지키되, 여성주의든 뭐든 어떤 모종의 교양적 상식을 자기 자리의 위치성에 대한 자각이 없이 마치 자기가 진짜 여성인 것처럼 마냥 앵무새처럼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자기 위치가 갖는 고유한 보수성이 있고, 또 거기서 나아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놓지 않으면서, 최대한 성소수자와 같이 지내고 성소수자 전반의 이슈를 소화할 수 있는 게이, 가 어느새부턴가 소식지의 목표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건 우리가 어느 시점에 정한 게 아니라, 이 세계를 살다보니 그렇게 된 거예요. 왜냐하면 이슈를 다루다보면 당연히 게이만의 문법으로 대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거고,
그게 요새는 친구사이 안에서도, 최근에 GAY SUMMIT 300이란 행사를 친구사이에서 열었는데, 흥미로웠던 건 참가자 중 거의가 게이였거든요. 참가자를 "게이커뮤니티의 일원"이라고 정했었는데, 어쨌든 게이정체성이 아니라 게이커뮤니티라고 하면 다른 정체성의 사람들도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었죠. 그런데 사실은 거의가 게이였고 레즈비언은 한 분 밖에 안 계셨는데, 그 안에서 이를테면 동성결혼과 다양한 가족구성권 이슈가 같이 가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든지, 게이커뮤니티의 일원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많이 위로받았다는 대목에서 게이커뮤니티를 '퀴어커뮤니티'로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든지, 이런 발언이 나올 때 그런 맥락에서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있는 거고요.
그리고 행성인은 정말 많은 일을 하시잖아요. 친구사이도 물론 많은 일을 하지만, 회원들이 이슈별로 모여서 막 어떤 일을 하는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어떤 사업이 있으면 거기에 붙는 느낌은 있는데, 연대활동은 사실 사무국에 집중되어 있고, 그래서 그런 이슈들을 회원 안에서 동력을 끌어내거나 이런 건 안되고 있는 한계가 있는데, 깊이라고 말씀하신다면 그런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던 그 위치성에서 나오는 깊이가 있을 거예요. 내가 게이이고, 게이임을 잊지 않으면서 사회의 이슈를 소화한다고 했을 때, 가령 종태원 문화가 어떻게 커뮤니티와 접점을 가져오면서 지금 형태로 갔는가 라든지, 오히려 자신의 위치를 잊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이슈를 다룰 때 게이커뮤니티 일반이 읽었을 때 남의 이야기같지 않게끔 써야 한다는 어떤 선이해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성소수자 단체라기보다 게이 단체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논조의 깊이일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게이커뮤니티 대상의 게이인권운동단체라는 것이 단점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식으로 장점으로 발휘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론 : 전 회의에 임할 때, 친구사이에서 사업을 뭘 하고 있나, 가령 5월에 무슨 행사가 있었다면, 당연히 1차적으로는 그 행사에 대한 지원과 포커스를 맞추는 게 있지만, 전 사실 회의에 들어오기 전에 지난 호의 글들을 봐요. 예를 들면 GAY SUMMIT 300 관련 글이 있었다면, 그 이후에 어떻게 됐을까 하는 걸 전 고민해보거든요. 그래서 아카이브의 형식으로, 예전에는 제가 행사 스케치 기사 담당을 좀 했었거든요. 그랬을 때 행사 오기 전에 먼저 옛 기사를 소개해준다든지, 그러면 그 행사에 대한 주목이 더 되고, 행사 후에 소개해준다면 끝나고 나서 여운을 이어나갈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거고요.
▲ 행성인 웹진 '랑', 2017.6.
9. 성소수자라는 범주를 각자의 글 속에서 어떻게 소화하나요?
터울 : 역으로 저는 행성인에 늘 궁금한 게, 사실 성소수자라는 게 그렇게 낭만적인 범주가 아니고, 실제로 살아보면 너무 다른 정체성들이 있고, 퀴퍼에서 하루 만나고 마는 것도 아닌데, (웃음) 회원들이 성소수자라는 범주로 엮였을 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복잡다단한 일이 많을 것 같고, 어쨌든 단체의 사업을 끌고 나가면서 회원들간의 멤버쉽을 유지한다는 게 진짜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한 노하우가 저는 되게 궁금해요.
오소리 : 이건 너무 단체 차원의 이야기 아닌가요? (웃음)
조나단 : '랑'으로만 생각했을 때 드러나는 건, 일단 당사자가 있을 때 해당 주제의 글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요. 예를 들어서 기존에는 무성애나 논바이너리에 대한 글이 적었다가, 해당 회원이 팀에 들어오면서 저희도 그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바이섹슈얼과 관련해서도 그전에는 LGBT의 B로만 고민했다면, 구체적인 한 명의 사람과 그 서사를 알게 되며 팀원들이 같이 고민이 깊어지는 거죠. 그러면서 해당 글도 늘어나고요. 보통 당사자 분이 쓰는 경우가 많지만요.
오소리 : 웹진팀 특성상 자기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 분들이 들어오거든요. 예를 들면 무성애자, 논바이너리, 채식, 군대, 이렇게 다 팀원들이 가진 정체성들이 있어요. 그래서 그 팀원들을 통해서 웹진팀도 공부를 하고, 실제로 세미나 같은 걸 하기도 했고,
조나단 : 그 해당 팀원이 바빠지면 그런 글들은 자연히 줄어들고, (웃음)
오소리 : 그렇죠, 그런 단점이 좀 있어요. (웃음)
주원 : 그러니까 개인 역량이 되게, 개인이 얼마만큼 참여할 수 있느냐에 따라 들쑥날쑥해서.
터울 : 그런데 그렇게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분들이 글을 써주신다는 건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되게 부러운 부분이에요.
석 : 게이커뮤니티 안에서도 사실 많은 차이점이 있잖아요. 생각하는 것도 원하는 것도 많이 다르고 할 수 있는데, 어떤 헤게모니가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어떤 특정한 생각이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거기에서 그 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금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
터울 : 그래서 그 헤게모니에서 한발짝 더 나간 걸 항상 쓰려고 해요. "그래 알겠어, 알겠는데, 요 정도는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사실 운동으로서 나가야 할 당위성은 더 멀리 가있는데, 저희는 '요 정도'는 좀 생각해보자는, 역설적으로 거기에서 나오는 집중도가 있어요, 사실은. 어쨌든 설득을 해야 된다는 암묵적인 목표들이 있다보니까 그런 것도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또 운동이 앞으로 나가있을 때 거기에 못 미치는, 이를테면 여기 아론님도 계시지만, 직장인의 경우는 직장 생활하면서 쉽게 커밍아웃하기 힘든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부분들은 운동에서 그다지 이야기를 많이 안하니까,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또 한발짝 뒤에 서서 보려고 하는, 그러니까 친구사이 소식지는 일종의 그런 균형감각의 아트인 것 같아요. 또 그래서 어떨 때는 '랑'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확 치고 나가는 얘기를 할 때가 있잖아요. 저희는 그런 얘기를 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인 것 같아요.
크리스 : 고정 필진이 가지는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죠. 꾸준하게 글이 나온다는 장점도 있지만, 본인들의 글의 논조와 범주는 한계가 있고. 그래서 외부 기고를 많이 받거나 인터뷰를 한다든지, 간담회라든지, 이런 걸 많이 시도했었어요.
아론 : 기획회의 하실 때, 주제를 논의하게 되면 LGBT 사이에서 부딪치게 되는 부분은 없으세요? 성소수자라고 해서 모든 것들의 뜻이 맞는 건 아니잖아요. 각자의 위치나 입장이 다 다르니까,
주원 : 그런데 제 생각에는, 제가 글 써보고 회의해본 느낌으로 미루어 말하면, 솔직히 말하면 자기 얘기를 다 해요. 그걸 우리가 같이 다 합의해야 한다는 것에 그렇게 방점을 두지는 않고, 주제가 좀 광범위한 걸 다룰 때, 예를 들면 교차성이라든지, 장애인권에 대한 얘기를 하면, 그 정체성, 그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 이슈에 대해 바라볼 수 있는 얘기들을 여러 개를 두지, 그 여러 개 안에서 우리가 뭔가 합의점을 찾는다든지,
조나단 : 행성인의 입장이나 행성인 웹진 '랑'의 어떤 중심의견을 둔다기보다,
주원 : 예, 대표해야된다, 이런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석 : 맞아요, 거기에서 좀 엣지가 나오는 것 같아요.
디올 : 이건 내 의견일 뿐이야, (웃음) 내 개인의 입장이지,
크리스 : 그런 게 모두 보장이 된다는 게 되게 신기해요. (웃음) 친구사이 소식지의 글은 내 개인의 글이 아니거든요.
▲ "문화를 이끌어나가는 종로의 레스토랑! - 글로우 키친(Glow Kitchen) 사장 앤초비, 이든님 인터뷰"
(행성인 웹진 '랑', 2017.4.13.)
10. 행성인 웹진팀과 친구사이 소식지팀은 서로의 글을 어떻게 읽었나요?
조나단 : 서로 영향받은 부분엔 어떤 게 있을까요?
오소리 : 친구사이 소식지에서 제가 인상깊게 본 게, 고고보이 Lutz님 인터뷰한 거랑, 故 저스틴님 인터뷰였거든요. 일단 인터뷰 자체가 재밌기도 했고, 인터뷰를 보면서 웹진팀에서 이 인터뷰를 했으면 이런 내용이 안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까 터울님이 문화나 커뮤니티 쪽에 조예가 깊으시니까 그랬을 수도 있겠는데, (웃음) 웹진팀에서는 그런 기획이 좀 안 나왔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게 단체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인터뷰같단 생각을 했었어요.
터울 : 그런 논조의 인터뷰는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고, 사전인터뷰한 분도 계세요. 그런데 저는 '랑'에서 후원회원 한울타리 인터뷰랑, GLOW 인터뷰가 너무 좋았거든요. 컨텐츠를 뺏겼다 싶었죠. (일동 웃음)
주원 : 감사합니다. (웃음)
터울 : 좋았던 포인트가 뭐였냐면, 그 업장에서 어떻게 성소수자와 일반인 고객들을 함께 받으면서 그와 관련된 요령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부분이 되게 재밌었고, 그 다음에 익선동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는 논조도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어쨌든 업장 스스로가 커밍아웃해야 한다는 부분도 좋았고요. 솔직히 얘기하면 친구사이 인터뷰 같단 생각을 하긴 했어요. (웃음) 일단 길고, 스크립트가 풍부하고 이런 것 때문에 반갑기도 하고 그랬어요. 뺏겼다, 이런 생각 했어요.
오소리 : 잘 뺏었네. (웃음)
크리스 : 저는 예전에 섯버님이 쓰셨던 살롱드에이즈 관련 후기가 인상깊었어요. 요즘도 댓글이 달리던데,
조나단 : "외로움의 조건", 그거 요새 핫하게 달리고 있는 글이죠. 그 글 댓글 보면서도 상처를, (웃음)
크리스 : 그 글이 너무 인상깊었던 건, 이런 글들을 실을 수 있구나, 웹진 '랑'에서는. 거기에 대한 놀라움? 소식지에서는 그런 글 못 싣거든요. 왜냐하면 말씀드렸지만 친구사이 소식지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친구사이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데, 그게 정말 논란이 많잖아요. 본인은 잠재적 양성이고, HIV/AIDS 감염 가능성을 알고서도 노콘 섹스를 즐긴다는 얘기가 웹진 '랑'에 실려서, 주목을 받는 게 신기했어요.
오소리 : 사실 그 글이 들어왔을 때 저희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거 정말 파격적이다, 실어도 될까, 했었던 것 같은데, 그냥 최대한 회원들의 이야기를 싣자, 하는 취지로 실었던 것 같아요.
조나단 : 그게 어떤 이 매거진의 정체성과도 연결되는데, 우리가 단체 공식 미디어냐, 아니면 단체 내의 회원들의 이야기를 담는 매체냐인데 우리가 그 중간 쯤의 어딘가에 있거든요. 그래서 고민이 있었지만 실어보자고 결론을 지었어요.
크리스 : 저희도 중간 쯤의 어딘가에 있어요.
석 : 저희도 그 고민을 항상 해요.
크리스 : 그런데 의견이 다 달라요.
터울 : 저희는 조금 더 단체에 가까이 있죠. 소식지란 이름이 있으니까.
크리스 : 맞아요. 그거랑 저는 여성성소수자궐기대회 때 참여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실은 것도 되게 인상깊었어요. 시리즈 형식으로 실었던 것을 좋게 봤고, 한분 한분의 이야기를 귀에 담으려고 하는구나 하는 걸 느껴서,
오소리 : 사실 제가 그런 걸 많이 좋아해서, 이렇게 한명 한명 발언들을 이렇게 정리해놓는 걸 제가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있으면 보통 제가 많이 하는데, 요새 못하고 있죠. (웃음)
조나단 : 요새 활동스케치 보니까 엄청 신경써서 길게 잘 쓰셨던데 깜짝 놀랐어요. 근래에 나갔던 촛불문화제 스케치도 성의있게 나왔고,
크리스 : 그건 사무국에서 하는 거죠?
터울 : 사무국에서도 하고 저도 하고 반반 맡았던 것 같은데,
조나단 : 기자회견도 그렇고, 텀도 얼마 안되는데, 25일에 집회가 있었고 28일에 기사가 나갔는데 글이 길어서 이건 뭐야? 싶었어요. (웃음)
터울 : 이슈에 빡친 힘으로 쓰는 거죠. (웃음) 저는 같은 주제로 논조가 미묘하게 갈렸던 게 역시 페미니즘 이슈였던 것 같아요. 스톤님이 쓰셨던 그 글이, 제 주위의 여성주의자 친구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좀 어려운 글일 수는 있는데, 페미니즘 서적을 충분히 읽은 여성주의자 분들이 보기에 너무 적절한 글이었던 거죠. 그리고 그 이슈에 대해 저희같은 경우엔, 거의 성별 비순응에 가까운 게이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과거에 친구사이 회원이었어요. 그 친구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 인터뷰를 했던 이유는 게이도 여성성이 당연히 있고, 여성이 여성성을 겪는 트랙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게이도 여성성을 겪는다는 입장에서 시작해서 접근했던 것이어서, 읽어보시면 게이들이 어떤 여성성을 겪는지에 대한 부분이 나와요. 그런 부분을 비교했을 때 재밌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서로 대체 불가능한 기사를 썼다는 느낌이 들어서, 재밌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어요.
▲ [기획] <新 가족의 탄생 #2> 무지갯빛 마음이 모여 사는 곳 - '무지개집' 사람들 이야기
(친구사이 소식지 73호, 2016.7.18.)
크리스 : 다른 분들은 어떤 글을 재밌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조나단 : 저는 주거 관련 글이, 그 때 제가 관심이 딱 있었어요. 그 때 저희가 수다회도 짜보자는 얘기도 나왔는데, '웅'이 "끝났어, 친구사이 소식지에서 최근에 그걸로 글 썼는데 그 이상이 안나올 것 같아"라고 나한테 얘길 하는 거예요. (일동 웃음) 그래서 읽어봤는데 내가 생각한 기획보다 훨씬 깊이있는 뭔가를 만들어내셨더라고요.
터울 : 혹시 어떤 글이,
조나단 : 그 무지개하우스 관련해서 죽 썼던 글이요. 그걸 보면서,
오소리 : 사실 저희도 기획을 하던 중이었어요. 제가 가구넷 활동도 하는데, 가구넷에서 그 때 낙타님인가 진석님이 친구사이 소식지에 실린 기사의 기획을 공유했거든요. 기획을 봤는데, 우리 기획에 비해서 좋은 거예요. (웃음) 분명 주제는 똑같은데, 이거 분명 같이 실으면 안된다고 해서 포기를 했거든요.
크리스 : 新 가족의 탄생 연재글 말씀하시는 거군요.
터울 : 크리스 팀장님의,
아론 : 영혼을 담은 인터뷰, (웃음)
터울 : 그렇게 서로 뺏고 뻇기는 거죠. (일동 웃음) 맹세코 몰랐어요 사실. 알고 쓴 건 아니고. (웃음)
석 : 저는 그 글이 좋았어요. 무성애 가시화에 대한 글이 너무 좋았던 게, 친구사이 소식지에서는 나오기 힘든 기획이거든요. 친구사이에도 게이 외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는 회원들이 종종 와요. MTF 트랜스젠더 회원도 있었고, 지금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 팬섹슈얼도 있고, 여러 사람들이 오는데, 친구사이에서는 그 사람들을 일종의 게이로 보는 경향이 있죠. 그 사람들의 정체성이 크게 가시화되지 않는 거죠. 친구사이 안에서도 그 사람들의 정체성 가시화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좀 한계가 있죠. 그래서 행성인에서 하는 시도들을 친구사이에서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터울 : 그래서 올해 안으로 젠더퀴어 기획을 하려고 하는데, 참 고민이 돼요. 게이로서의 위치성을 잃지는 않으면서도, 그것이 마치 정체성 정치의 확장처럼 보이게 되는 건 곤란할 텐데, 그러면 어떻게 풀어나갈까, 이런 고민들을 계속 끊임없이 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올해 안으론 기획기사가 나올 텐데, 다양한 정체성의 이야기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실리는 부분은 행성인 웹진팀에게 부러웠던 점이죠. 스트레이트하게 얘기할 수 있으니까. 혹시 다른 분들은 친구사이 소식지 기사 중에 또 마음에 드셨던 게,
디올 : 전 웹진 것도 잘 안읽어서, (웃음)
터울 : 뭐야 사람 불러놓고? (일동 웃음)
오소리 : 아니 이 사람들이, (웃음)
터울 : 아직 기회가 남아있어요, 어떤 글이 좋으셨어요? (웃음)
조나단 : 저는 2014년의 주관적 게이용어사전도 너무 좋았어요.
디올 : 조리돌림 당했잖아요. (웃음)
조나단 : 그러니까, 아니 저는 그 글이 너무 좋았는데 왜 조리돌림 당했어요? 이유가 뭐예요?
석 : 그러니까 게이커뮤니티에 그런 말이 있다는 것 자체가,
터울 : "늬들이 감히 뽈록이라고 하다니!"
조나단 : 그 시리즈가 '식'도 있고 '이쪽'도 있고 굉장히 많더라고요.
크리스 : 되게 좋았어요, 맞아요.
터울 : "not T"도 있고, "일틱"도 있고.
조나단 : 그럼 그 시리즈는 요즘엔 더 이상 안나오나요?
석 : 네, 요새는 안나오고, 그 연재는 성공리에 마무리를 한 거죠. 그런데 지금 시기에 다시 연재를 재개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오소리 : 저는 글 자체가 아니라 친구사이 소식지의 구조 자체가 좀 부러워요. 그러니까 소식지 보면 이달의사진 있고, 활동소개, 활동스케치 있고, 커버스토리 있고, 칼럼 있고 웹툰 있고, 딱딱 형식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매번 다르거든요. (일동 웃음)
조나단 : 실시간 발행체제가 된 다음에 더 그렇게 됐죠.
오소리 : 맞아요. 구조를 지키려고는 하는데, 일단 메인 글 있고, 회원 인터뷰랑 문화 관련 하나씩 꼭 하자고 정해놓긴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렇게 딱딱 되는 구조가 부럽더라고요.
디올 : 저는 원래 글을 안보고 포맷을 봐요.
오소리 : 글 좀 읽어! (웃음)
디올 : 발행날에 저는 글을 안일고, 글을 읽는 게 문단 잘 나눴다, 자간을 잘 했고, 줄간격이 잘 됐네,
크리스 : 디자이너의 눈으로 보시는 거네요. (웃음)
▲ 친구사이 소식지 80, 2017.2.
11. 글이 발행되는 홈페이지/블로그 플랫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디올 : 그래서 저는 페이지 포맷을 엄청 많이 보거든요. 왜냐하면 줄간격이 모바일로 볼 때랑 컴퓨터로 볼 때랑 다르게 왔다갔다 해서. 그래서 어제 회사에서 소식지를 분석해왔어요. (웃음) 어떤 거냐면, 친구사이 홈페이지의 소식지란에서 썸네일이 특이했던 게, 세로 썸네일이에요. 그런데 클릭해서 들어가면 가로야. 이게 진짜 힘든 거거든요 원래는. 그런 게 스트레스 받을 수 있어. (웃음) 세로로 보면 뭔지 모르는데 들어가보면 가로고 이런 거. 그게 엄청 인상깊었고, 사실 요즘 모든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운영자나, 그 홈페이지의 외주사 있잖아요. 이런 데들이 항상 고민하는 것이, PC 홈페이지가 사라지는 시대다, 이런 거거든요. 그래서 PC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모바일처럼 생긴 것들이 있어요. 그게 애초에 PC를 고려하지 않은 홈페이지거든요. 어차피 PC로 들어올 사람 이제 거의 없어, 그래서 PC를 버려요. 옛날에는 PC 살리고 모바일은 있는 데도 있고 없는 데도 있고 이건데, 이제 모바일이 기준이고, PC는 후속, 그래서 PC 디자인을 대충하고 모바일 디자인에 온 힘을 다하고, 그런 게 있었는데, 친구사이 소식지가 모바일은 또 달라요. 약간 이반시티같이 생겼어요 그냥. 그래서 거기는 막 썸네일도 없고 애매해서, 저는 이런 고민을 같이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 포맷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조나단 : 리뉴얼 고민 중이시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홈페이지는 아니고 웹진이죠.
석 : 저희도 플랫폼을 옮길 계획이 있어요.
디올 : 그 얘기를 들었는데, 저는 그건 아니라고 말씀드렸었어요. (웃음)
조나단 : 여러 가지 고민이 있는데, 기존 글을 놔두고 새로 시작을 하느냐, 그래서 이전 게시판은 이쪽으로 연결시키는 방법이 있을 거고, 옮기더라도 워드프레스로 하느냐, 아니면 다른 쪽으로 해보느냐,
디올 : 그리고 여기는 약간 대괄호 카테고리를 쓰는데, 제가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소식지에서 쓰는 대괄호가 정해져있는 거잖아요. 카테고리처럼 정해져있는 거잖아요. 그 대괄호에 들어갈 말을 언제나 바꿀 수 있는 건지, 아니면 딱 정해져 있는 건지,
터울 : 원래는 정해져있지는 않았는데, 요새는 거의 정례화해서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아론 : 기획할 때부터 정해져있어요. 쓰는 사람이 고칠 수 있는 부분은 제목 부분.
터울 : 이달의사진 같은 것도 사실 신설된 대괄호 범주인데, 그러니까 새로 만들 수는 얼마든지 있는데, 있던 걸 그냥 무리없이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아론 : 그런데 그건 어떻게 보면 저희 위주인 것 같아요. 저희가 봤을 때 이렇게 정하고 이렇게 하겠다, 이렇게 한눈에 보기 쉽게,
디올 : 그런데 그게 좋아요, 읽는 사람도 좋아요.
크리스 : 그냥 저는 제가 틀이 잡힌 걸 좋아해서 그렇게 한 건데, (웃음)
아론 : '랑'은 좋은 게, 티스토리 블로그라서 글이 월별, 소분류별로 정렬해 볼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크리스 : 맞아요, 그거 너무 부러워요.
아론 : 사실 큐레이팅 얘기가 나왔던 것도, 그 때 제가 행사 기사 준비했을 때예요. 전 나온지가 얼마 안돼서 과거 기사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너무 불편한 거예요.
터울 : 옛글 찾아읽기가 힘든 시스템이죠.
오소리 : 그렇구나.
아론 : 그래서 그걸 한번, 어차피 나와 같은 고민을 할 회원이 많으니 한번 정리해보자 해서 시작했는데, 그게 사실 귀찮은 작업이었어요. 그런데 '랑'의 경우는 소분류 정렬이 되니까, 기사를 쓰다가 자기가 모르는 부분이 있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관련 옛글을 찾아볼 수 있잖아요. 우리가 쓴 글이 어떻게 보면 다 궤적인 거니까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기획기사는 좀 찾아보기가 어려웠어요.
조나단 : 맞아요.
아론 : 예를 들어서 소분류에 기획기사가 들어가면 잘 안보이는데, 저희는 예를 들어서 "주관적 게이용어사전"이라고 하면 카테고리가 달리니까, 매월 웹툰처럼 정주행이 가능한 건 장점이죠.
크리스 : 저도 소식지 글 쓸 때 웹진 '랑' 글도 사실 많이 봐요. 참고해야 하니까. 그런데 소분류가 돼있으니까 되게 편하더라고요. 검색기능도 잘돼있고.
조나단 : 그런데 지금 카테고리 관리가 안돼서 또, (웃음) 카테고리를 다시 정리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석 : 주제가 다양하다보니까, 여기 안에 들어갈 수도 있고 여기 안에 들어갈 수도 있고,
조나단 : 어떤 건 이 화제로 청소년에 들어가있고 어떤 건 이 화제로 역사에 들어가있고, 기준도 그 당시에 따라서 다 다르고, 문제점을 나열하면 한도 끝도 없죠. (웃음)
▲ 행성인 웹진 '랑' 카테고리.
12. 앞으로 어떤 일을 같이 해볼 수 있을까요?
조나단 : 슬슬 마무리를 해보자면, 그래서 혹시 저희가 같이 해볼 만한 부분들이 뭐가 있을까요?
아론 : 저는 L쪽 세계를 한번 구경해보고 싶어요. 게이들이 레즈비언 바에 가기가 힘들잖아요.
조나단 : GLOW 인터뷰가 굉장히 부러운 게, GLOW 인터뷰했을 때 다른 레즈비언 가게도 섭외했었어요. 그런데 너무 부담스럽다고 거절당했거든요. 그런데 GLOW 인터뷰 너무 잘나오니까, (웃음) 어찌나 배가 아프던지, (웃음)
아론 : 그래서 L쪽 바를 한번 가보고 싶어요. 저는 만약에 기획기사를 쓰게 된다면, 오시기 어려운 부분이나, 저희가 가기 어려운 부분을, 서로의 등에 업혀서 패스처럼, 이쪽은 우리가 잘 아니까 오시라고, 아니면 저쪽은 우리가 잘 아시니까 같이 오시라고, 그런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터울 : 그런데 저는 모르겠어요. 지금 각자가 너무 힘들게 글을 쓰고 계셔서, (웃음) 하던 거라도 일단은 잘 해야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1차적으로 들고, (일동 웃음) 같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크리스 : 저는 가끔 예전에, 웹진팀에서 세미나나 간담회를 주최하는 걸 봤었거든요. 예를 들어 40-50대 퀴어토크쇼나 그런 것들은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무래도 웹진 만드는 사람들은 섭외가 많이 필요한 거니까, 섭외력을 발휘해서 같이 얘기도 해보고,
석 : 한쪽에서 큰 섭외를 하나 했다 하면 같이 기사를 내볼 수도 있을 것 같고,
터울 : 일단 각자의 것을 열심히 하는 것부터, (웃음)
13.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조나단 : 만나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못다한 말이 있다면 한마디씩 하시죠.
석 : 앞으로도 많은 아이디어 참조하겠습니다. (일동 웃음)
조나단 : 글 너무 잘 보고 있고요, 계속 열심히 잘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크리스 : 저도 웹진 '랑' 잘 보고 있고요. 의식 안할 수는 없죠 솔직히. 이 바닥에 몇 없는 웹진이니까요. 서로 어려운 점들 보완하면서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간담회가 뜻깊었고, 앞으로 언제든 같이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같이 하고, 행사 자리에서든 어느 자리에서든 만나면 인사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석 : 오늘 얘기해보니까 생각보다 일하는 방식이 겹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생각보다 다른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서 되게 재밌는 얘기를 나눈 것 같고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앞으로도 많은 참고를 하겠습니다. (웃음)
아론 : 저는 친구사이에서 처음 시작해서 저희가 제일 최고인 줄 알았는데, (웃음) '랑'도 보니까 다양한 시각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시각들을 보면서, 제가 가진 입장들을 더 굳건히 할 수 있는 좋은 교보재로 삼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디올 : 제가 오늘 얻은 팁이 뭐냐면, 요즘의 홈페이지 플랫폼이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하는 일 중 하나가, 글을 두 번 쓰는 거긴 한데 어떻게 보면, 이렇게 소식지처럼 홈페이지에 칸을 만들어요. 그래서 배너를 하나 만들고, 만약에 거기에 웹진 '랑'이 있으면 거기에 들어가면 4월, 이렇게 똑같이 뜨잖아요. 거기에 들어가면 전체 글이 있는 게 아니라, 약간 호기심을 일으키는, SNS에 올리는 정도의 글이 있고, 더 보시려면 여기로 -> 이런 느낌으로 하는 게 되게 많거든요. 심지어 영상들도 티저로 30초 보여준 다음에 더 보시려면 여기로 -> 이렇게 광고비 받는 거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만약에 홈페이지에 그런 식으로 구현하면, 한눈에 4월의 모든 기사를 모아볼 수 있는 형태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원 : 저는 일단, 제가 솔직히 웹진팀을 한달 정도 쉬고 와서 준비를 안하고 와서 죄송하고요. (웃음) 오늘 미팅을 통해서 다시 좀 하려고 하는데, 자리 너무 좋았고요. 또 되게 궁금했었어요, 친구사이란 단체가. 만나서 너무 좋았고, 또 웹진팀 하면서 힘들 때면 다른 팀이 부럽고 그랬는데, 오늘 얘기하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같이 볼 수 있어서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터울 : 사실 오면서 두 팀과 두 단체가 어떻게 다르고, 뭐가 미묘하게 논조 차이가 있고, 이런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었어요. 의식하게 되니까 비교하게 되고 그랬던 건데, 막상 오늘 와서 얘기해보니까, 물론 공통점을 얘기하는 건 어디서든 매우 조심해야 할 부분이지만, 그래도 서로 다른 점보단 공통점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나 이 21세기 이 시대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갖는 정조(情調)라든지, (웃음) 절망감, 누가 읽는가 과연! 뭐 이런, (웃음)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글을 지켜가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묘한 동지의식이 생긴 상태로 이렇게 집담회가 마무리되는 것 같아서 전 되게 뿌듯하네요. 감사합니다.
오소리 : 네, 일단 기획을 나단님이랑 저랑 같이 했던 거거든요. 간담회를 해보자고. 자리가 성사돼서 너무 좋고요. (웃음) 나가리되는 기획들 정말 많은데 성사돼서 좋고요. 사무실에 있다가 친구사이 소식지 나온거 보면 '야, 친구사이 소식지 나왔다' 막 이러면서, (웃음) '이 글 봐라' 이러면서 엄청 의식하거든요. 그정도로 친구사이 소식지를 높이 사고 있는 거고, 본받을 게 많은 것 같아요. 아까 얘기했던 그런 친구사이 단체의 특징일 수도 있고, 문화컨텐츠를 행성인과는 다른 논조와 방식으로 다루는 것들을 행성인에서도 많이 배워야 할 것 같고요. 같이 얘기하면서 서로의 고충들을 나눠보니까 자조모임같아서 좋았고요. (웃음) 앞으로도 자주 만나봤고 같이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 행성인 웹진팀의 간담회 후기는 다음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리 /
박재경
정말 풍성한 낭독회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