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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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었다 가실래요?
지난 8월 23일부터 26일 3박 4일 동안 인권재단 사람에서 주최한 인권활동가 마음돌봄 여행에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지리산과 가까운 전북 남원시 산내면 일대였습니다. 최초 이 소식을 들었을 때 ‘가면 진짜 쉴 수 있을까? 인권활동가들과 같이 쉬면 정말 쉴 수 있을까? 내 자유 시간이 있을까?’ 하며 사실 주저했습니다. 그러다 마음돌봄, 무념무상이라는 단어를 곱씹다가, 기회 있을 때 쉬고 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신청하고, 사무국과 운영위에 양해를 구했습니다. 다행히도 사무국 식구들, 운영위의 도움과 배려로 짧은 쉼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남원시 내 산내면은 남원 중심부와 차로 30~40분 거리에 위치한 곳입니다. 산내면은 지리산의 동북쪽에 위치하여 실상사라는 통일신라시대 때 지어진 절이 있고, 멀리 지리산 뱀사골 계곡 가까웠습니다. 2천여명의 주민이 사는 곳으로, 이중 25% 정도 주민이 이 곳으로 귀촌 또는 귀농하여 지리산 여행 관련 일, 협동조합, 마을운동 등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마음돌봄, 무념무상 프로그램은 3박 4일 동안 몸체조, 숲 명상, 둘레길 걷기 등의 몸을 쓰는 프로그램과 타로 집단상담, 수채화 프로그램, 개인별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더불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개인 자율적으로 구성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숲 명상 프로그램을 신청했으나 첫날밤 음악 이야기 등으로 밤을 지새운 나머지 참여를 못했고, 둘째 날 수채화 프로그램에 함께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이후 20년 만에 붙잡은 붓이었습니다. 집중력과 끈기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새로운 취미로 가져보는 것도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상담 프로그램은 쉬는 데 오히려 역효과가 될까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인권상담을 하면서도 반대로 나 스스로가 상담을 받는 것에 익숙지 않았던 것이기도 하고, 아직 나를 들여다 볼 준비가 안 되었나 봅니다. 상담을 받기로 결심하기까지 내담자들이 고민하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대신 남원 시내를 다녀오면서 주위 동네도 구경하고, 사람들도 구경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잠깐 동안 물놀이도 하고, 산내면 중심지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새 서울로 출발하는 날이 되더라고요. 생각보다 3박 4일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잠시 쉬었다는 가라는 말처럼 쉬는 것은 달콤하기도 하지만, 쉬는 것은 어느 순간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마음속은 하루만 더 묵어서, 좋은 공기, 아름다운 지리산 풍경, 깊은 밤의 별자리를 더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했지요. 아쉬움도 있었지만, 잠시 쉬는 것에 대한 달콤함을 기대하면서 지금 살고 있는 일상을 더 촘촘하게 꾸며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변에 같이 쉬면 좋을 사람들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잘 쉬는 것에 대한 강박은 이제 좀 버리면 좋겠습니다. 간단한 스케치는 이상으로 마칩니다. 현장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시면서 잠시 쉬었다 가는 여행 계획도 세워보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해준 인권재단 사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