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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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적극적 행동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이종걸
‘친구사이가 꿈꾸는 활동은 기존에 우리가 알려온 이야기들을 “퀴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긍정할 수 있는 힘과 메시지를 주는 대안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중략) 또 이런 전복적인 이미지가 새로운 대안으로 작동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2011년 『진보평론 특집 '친구사이'와 한국의 게이 인권운동』의 끝부분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5년 전에 쓴 글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유효하고, 지켜야할 우리의 목표입니다. 성소수자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존재를 알리는 것. 약자와 소수자에게 혐오와 차별을 덧씌우고 있는 지금의 구조적인 틀을 깨기 위한 것. 그것은 무엇이고, 지금 우리는 그 길을 가고 있을까요?
5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성소수자와 이주민들이 모여 4.13 총선에서 ‘동성애 반대’, ‘이슬람 반대’를 외치며 정당의 이름으로 차별행위를 한 ‘기독자유당’을 집단 진정했습니다. 총 3,195명의 시민들과 62개 단체가 진정에 동참했습니다. 우리 진정인 3,195명은 성소수자, 무슬림, 이주민이며, 성소수자, 무슬림, 이주민의 가족이고 친구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기간 동안 소수자 집단을 향한 적의와 폭력을 부추기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나라 법에서 정한 정당의 내용은 아니어야 합니다. 차별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세력에게 국고보조금 17억원이 쓰인다는 것은 국가가 이러한 행위에 방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인권위는 기독자유당의 차별행위에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할 것입니다.
5월 26일. 서울서부지법의 동성결혼 신청사건 각하결정에 대한 당사자/변호인단/인권단체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 각하결정만으로 성소수자들의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가 한 발짝 한 발짝 시작입니다. 25일 서울서부지법의 보도자료는 결정문의 전체적인 내용을 담지 못했습니다. 기자회견에도 공개되었듯이 이번 서부지법의 결정은 사법부에서 아직 결정하지 못한 (사실 판단하지 못할 능력이 없다기 보다는 그 책임을 입법부에 떠넘긴 것이죠.) 것이지 국제사회의 동성결혼 흐름을 막을 수 있거나, 성별이 같은 사람들에 대한 결혼을 허용하지 못할 대단한 근거를 내세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김김커플은 항고장을 접수했고, 다른 레즈비언 커플 한쌍, 게이 커플 한쌍은 관악구청, 종로구청에서 혼인신고를 불수리한 것을 토대로 서울가정법원에 동성혼 소송을 접수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11일 토요일. 서울광장에 주최측 추산 5만여명이 모였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환영하는 121개 시민사회 단체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여성, 노동자, 이주민, 장애인, 종교계 등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인권과 다양성을 위한 열린 광장, 혐오에 맞선 퀴어문화축제를 시민사회의 축제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수많은 시민들이 현장을 가득메워 축제의 공연, 행진을 즐겼습니다.
12일 일요일 간밤에는 미국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시, 성소수자 커뮤니티들에게 중요한 공간인 클럽 ‘펄스’에서의 총기 난사 사건 소식입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49명이 숨졌고, 53명이 다쳤다는 소식입니다. 이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명백한 증오범죄입니다. 수많은 추모와 애도의 메시지들이 뒤따랐고, 한국에서도 올랜도 출신 성소수자 단체 회원의 제안으로 13일 추모제가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열렸습니다. 4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퀴어문화축제의 여흥을 뒤로 하고 거리로 모였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추모의 슬픔과 아픔을 함께 공유했고, 성소수자가 안전하게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뀔 수 있도록 혐오와 차별에 맞서서 함께 모이고 싸우자는 이야기들이 지속되었습니다. 같이 모여 또 다시 싸워야하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와 행동에서 대해서 당당히 맞서, 분명히 말하고 그것이 문제였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것. 약자와 소수자에게 혐오와 차별을 덧씌우고 있는 지금의 구조적인 틀을 깨기 위한 중요한 행동입니다. 친구사이는 이러한 행동을 꾸준히 이어나갈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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