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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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12
: 로렐
* 수만 개의 삶과 사랑, 아픔과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빠져,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즐겨봅니다. 특히 영화에서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삶이 내 삶과 연결되어 있을 때 그 느낌은 배가 되죠. 영화로 만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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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렐>(2016년 7월 7일 개봉)
주연 : 줄리안 무어, 엘렌 페이지
조연 : 마이클 새논, 스티브 카렐
내가 사랑하는, 나를 사랑해 주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고 싶은 그녀의 사랑
미국 뉴저지 최초의 여성 부서장을 꿈꾸는 23년차 베테랑 형사 ‘로렐’.
그녀는 자신을 알아보지 않는 외딴 동네에서 ‘스테이시’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강한 호감을 느끼고 연인으로 발전한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로렐’이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고, 두 사람의 행복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혹시 모를 마지막 순간을 위해, ‘로렐’은 자신의 사후 연금 수령인을 ‘스테이시’로 인정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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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를 통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공식적으로 데뷔한 이후, 친구사이 형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선배 활동가들이 온 힘을 다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그 누구보다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그러한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우리의 목소리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 같다.
영화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된 이유도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내가 누군가를 직접 일일이 다 만나지 않아도 영화를 통해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효율적으로 전해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어떠한 일보다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영화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에 <호수의 이방인>, <라잇 온 미>,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 <원나잇 온리>, <마이 페어 웨딩> 등 꾸준히 퀴어영화를 제작, 수입, 홍보, 배급을 하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관객들을 만날 때마다 이 일을 선택하길 잘 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퀴어영화라는 장르 특성상,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스타가 주연배우로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영화적 완성도와 의미가 있더라도 개봉을 하는 데에 늘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보니 개봉관을 충분히 잡지 못했고, 홍보규모 역시 원하는 만큼 풀기가 쉽지 않다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가 되는 영화로 인정받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었다.
또한 2013년 9월 7일 청계천 광통교에서 공개적인 결혼식을 올린 당사자이기도 하다 보니, 당연히 동성결혼 법제화와 파트너십의 제도화에 대해서 영화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강렬했지만 딱 맞는 영화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지난 5년을 절치부심하며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를 찾아왔고, 드디어 배우, 완성도, 의미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 <로렐>을 만나게 되었다.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수입하기로 계약서에 최종 사인하던 날 밤, 숙소로 돌아와 혼자 조용히 기쁨의 눈물을 흘렸었다.
영화 <로렐>은 폐암으로 죽어가는 레즈비언 경찰이 자신이 죽은 후에도 반려자가 유족 연금으로 현재의 집에서 계속 생활하길 바라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뉴저지주의 법원을 대상으로 법적투쟁을 하는 감동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특히 영화의 원제목인 <Freeheld>라는 이름으로 2008년 다큐멘터리로 먼저 제작되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과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해 큰 화제가 되었고, 미국에서 동성결혼 법제화 이슈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을 지폈다.
할리우드 연기파 스타 배우들인 ‘줄리안 무어’, ‘엘렌 페이지’, ‘마이클 새논’, ‘스티브 카렐’이 열연한데다 영화 <필라델피아>를 쓴 ‘론 니스워너’ 작가가 극본을 썼고, 음악 역시 ‘한스 짐머’가 맡은 덕분인지, 작년 토론토 국제영화제와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부산 국제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공감과 극찬을 받았고, 이 호응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도 7월 7일에 개봉할 예정이다.
사실 <로렐>의 실제 주인공인 ‘로렐 헤스터’와 ‘스테이시 안드레’는 광수형과 나처럼 나이 차이가 19살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를 광수형이랑 볼 때마다 감정이입이 되어 눈물없이 끝까지 보는 것이 쉽지 않다. 하루빨리 동성결혼과 파트너십의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일은 광수형가 나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사회적으로 우호적인 여론과 올바른 정치적 논의가 이뤄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커밍아웃이 어려운 성소수자들도 주변 지인들의 손을 잡고 이 영화를 함께 보기를 권한다. 백마디 말보다, 이 영화를 함께 보는 것으로 모든 것이 설명될 것이기 때문이다.
* 참고
(Q)
많은 분들이 국내 개봉용 영화 제목을 <Freeheld>에서 <로렐>로 변경한 이유를 궁금해 한다.
(A)
영화의 제목을 원제 <Freeheld>에서 <로렐>로 변경한 이유는 ‘Freeheld’는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제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청교도 국가에서 민주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주마다 기독교 기득권을 가진 계층에게 타협점으로 자치권을 부여하였는데, 이 자치권자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Freeholder이다. 영화 <로렐>에서 주인공 로렐이 연금 승계로 다투는 대상은 바로 이 Freeholder들이고, 결국 로렐과 스테이시가 승리함으로서, Freeholder들의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로 Freeheld라고 제목을 붙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모든 운동의 시작은 개인으로부터 출발하며, 결국 한 개인의 작은 몸부림이 거대한 운동의 물결로 이어져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본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사건의 당사자였던 ‘로렐 헤스터’를 기억하고, 그녀의 삶을 주목하자는 취지로 국내개봉 영화 제목을 <로렐>로 변경하였다.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친구사이 회원 / 데이(김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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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님에게 여러면에서 의미있는 작품인데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영화제에서 본 사람으로서 저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