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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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이 2011년 9월에 발표한 가족구성권 2006-2011년 활동자료집 중 ‘비정상’가족들의 ‘비범한’미래기획 ‘찬란한 유언장’ 글을 중심으로 하고, 그 이후 현재까지의 내용을 추가로 덧붙인 글입니다.
(사진제공: 가족구성권연구모임)
1. 시작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이 <‘비정상’ 가족들의 ‘비범한’ 미래기획 “찬란한 유언장”>(이하 “찬란한 유언장”)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가을 배우 최진실씨의 죽음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그에 잇따른 전 남편 조성민의 친권회복, 그리고 유산의 향방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었다. 상당한 재산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던 유명 배우의 죽음이었던 만큼, 친권, 후견인, 유언, 상속과 같은 친족·상속제도에 대해 유래 없이 대중적인 관심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한편, 최진실이 사망한 다음날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동성결혼 제도화 운동을 하던 한국계 미국인 성소수자 변호사 알마 숭이 백(Alma Soongi Beck)의 강연이 있었고, 그 강연에 참여한 몇몇 연구모임 구성원들은 그 변호사가 잠시 언급한 동성 커플이 유언장 작성을 도왔던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였다.
그 즈음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은 <대안적 가족제도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집> 발간사업을 정리하고, 이후의 활동방향을 모색하고 있었다. 당시 연구모임은 연구활동을 넘어 대중적인 활동을 시도하려 했다. 그러던 중 최진실의 사망으로 불거진 친족·상속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면서 최진실이 만약 유언장을 남겼다면 이런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이 제시됐었다. 여기에 미국 동성 결혼 제도화 관련 활동에서 유언장 쓰기를 통해 동성 결혼 또는 파트너십에 대한 필요성과 요청을 확인했다던 백 변호사의 강연 내용을 상기하면서, 우리도 유언장을 키워드로 해서 대중적인 사업을 벌여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후 사업의 기획이 잡혀나가면서,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의 “찬란한 유언장”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2. 기획 의도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이 “찬란한 유언장”을 통해 얻으려 했던 것은 크게 네 가지였다.
먼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한 가족의 상을 반영하지 못한 채 ‘정상 가족’의 틀에서 벗어난 가족에 차별적으로 작동되는 현재의 친족·상속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려고 했다. 누군가 사망하면 상속이 이루어지고, 미성년자 자녀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친권의 문제나 후견인이 있게 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친족·상속제도에서는 이성애와 혈연관계, 그리고 법률혼을 중심으로 한 ‘정상가족’의 틀과 다른 형태의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는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한 개인과 그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매우 결정적이고 중요한 사건에서 차별받게 된다. 또 이러한 제도설계는 실질적으로도 애도를 하는 사람들을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배제하는 현실과 이어진다. 이 행사에서는 이렇게 법률혼과 혈연 중심의 이성애 가족형태의 ‘정상성’을 유지시키며 이성애 핵가족 중심의 가족주의 규범을 지탱하고 있는 상징적·물질적 기제인 친족·상속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려고 했다.
다음으로는 유언장을 쓰는 과정에서 현재의 가족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차별 사례와 다양한 가족들의 모습을 직접 수집하고 접해 보려고 했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유언장에 담을 내용을 구성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차별들이 발생하는지 서로 확인하고 유언장으로 대처하는 방법, 유언장으로 대처할 수 없다면 어떠한 방법과 변화가 필요한지를 모색해 보고자 했다.
(사진제공: 가족구성권연구모임)
세 번째로는 대안적 가족제도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떠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대안적 가족제도가 왜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알리려고 했다. 유언장은 친족·상속제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만큼, 어떤 이들이 유언장 행사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려고 하며 얼마만큼 문제점을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족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무게를 둔 것은 다양한 가족형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이른바 ‘사후통제권’을 획득하도록, 차별이나 배제 속에서 유언장을 통해 스스로 힘을 가짐으로써 자력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현재의 제도 속에서는 ‘정상가족’이 아닌 가족공동체 구성원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할 경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파트너나 가족에게 재산이나 유품이 아닌 갈등과 분쟁의 여지만 남겨 주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유언장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혈연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제도 바깥에서 스스로의 주도 하에 삶과 죽음, 생의 의미와 소중한 관계들을 정리할 수 있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유언장은 재산의 귀속, 장례절차 등 죽음 뒤 발자취를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살아생전 자신이 유지해 온 가치들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유언장 작성은 현재의 삶을 성찰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모든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인생의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막연하게 유언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써야 법적으로 유효한 유언장이 되는지, 유언장에는 어떠한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유언장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자신의 사망한 이후에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속, 장례, 자녀나 친지 등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 죽은 다음에 벌어지는 일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법적으로 유효한 유언장을 씀으로써 사망 이후 발생하는 문제들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정리하자면 이 프로그램은 편협한 가족주의에 기초한 상속제도와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관행이 초래하는 다양한 가족들에 대한 차별을 드러내고, 그러한 가족구성원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죽음을 보다 가치 있게 의미화 할 수 있는 방안으로써 유언장 작성을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출발점으로 기획되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유언장 작성 문화를 확산하는 것 뿐 아니라, 이성애 가족주의 하에서 배제된 다양한 가족들이 오늘날 한국사회를 살아가며 부딪치는 갖가지 차별을 해소하고 가족구성의 권리를 확보해 나가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하였다.
3. 프로그램의 준비와 진행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먼저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은 다시 한 번 현재의 상속제도와 친족제도, 그리고 유언장의 의미와 효력, 효력 있는 유언장이 되기 위한 요건 등을 꼼꼼하게 검토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료집을 만들었다. 자료집은 “죽을 준비”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여는 글(인정 집필)과 유언장의 의미를 짚어보는 글(이종걸 집필), 현행 상속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글(류임량 집필), 유언장의 작성방법과 활용법(장서연 집필), 유언장 작성례(가람 집필, 이경환 변호사 감수), 그리고 친족·상속제도에 대한 설명을 담은 부록(박혜림 집필)으로 구성되었고, 김원정의 꼼꼼하고 보기 쉬운 편집으로 완성되었다. 이 자료집은 굳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자료집만을 보더라도 상속제도를 이해하고 유언장에 담을 내용과 유언장을 작성하는 방법을 알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이 자료집에서는 일반적인 유언장과는 다르게 가족제도 바깥의 가족구성원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유언내용을 담아보려고 했다. 자료집에 대한 호응이 좋아 몇 달 되지 않아 2쇄를 찍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제공: 가족구성권연구모임)
본 행사는 크게 1) 여는 프로그램, 2) 유언장의 의미와 법적 효력 안내, 3) 유언장 작성례를 통한 유언장 쓰는 방법 안내, 4) 유언장을 참가자들이 직접 쓰는 시간, 5) 참가자들이 쓴 유언장이나 유언내용, 소감 등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연구모임은 여는 프로그램에도 무게를 많이 두었는데, 단지 유언장만을 쓰는 행사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함께 생각하면서 그 의미를 담은 유언장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또 참가자들이 유언장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을 꼭 배치하였는데, 이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유산의 정리가 중요 목적인 일반적인 유언장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 내용을 담게 되는지 참가자들이 서로 나누면서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간에는 다양한 내용의 유언이 발표되었고, 이것을 들으면서 자신이 놓친 부분을 유언장에 바로 추가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오랜 준비 끝에 첫 행사가 2009년 9월 19일 오후 마포 민중의집에서 열렸다. 첫 행사는 대중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행사로 꾸몄다. 오프닝 프로그램에서는 즉흥극을 하는 극단 “목요일 오후 한 시”를 초청해서 참가자들의 죽음에 대한 경험과 자신의 죽음 이후에 대한 생각을 듣고 그 이야기들을 즉흥극으로 꾸며 죽음과 죽음 이후의 문제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강의와 유언장 작성 시간이 이어졌는데, 이날에는 성소수자, 비혼, 미혼모(비혼모) 등 50여 명이 참석해서 많은 사연과 질문들이 오갔다.
이후에는 모임 등을 중심으로 각 모임의 특수성에 맞게 준비해서 찾아가는 방식으로 기획됐다. 찬란한 유언장 행사를 진행한 내역은 다음과 같다.
1) 2009. 9. 19. 첫 행사
2) 2010. 2. 19. 거제여성회
3) 2010. 3. 6. 한국레즈비언상담소
4) 2010. 5. 28. 언니네트워크
5) 2010. 6. 8.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6) 2010. 7. 10. 장애여성공감
7) 2010. 10. 6. 이화레즈비언인권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8) 2012. 4. 22. 비혼과 퀴어를 위한 <찬란한 유언장>
9) 2013. 2. 7. 퀴어가족법률상담<사연과 전쟁> 동거, 의료, 유언장을 중심으로
(2013 제5회 LGBT 인권포럼 ‘일단 진정하고 오세요!’ 이야기방 2-3)
10) 2013~ 2016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매년 1회 씩 총 4차례)
11) 2015. 11. 21. ‘존엄한 죽음과 유언장 쓰기’ (한국HIV/AIDS 감염인연합회 KNP+)
12) 2016. 3. 6. <안심하고 살아가고 싶은 동성커플을 위한 안내서>
동성커플을 위한 3종 세트 : 사전의료지시서와 후견계약, 그리고 유언장
(2016 제8회 LGBTI 인권포럼 ‘더 더러운 커넥션’)
(2015년 친구사이 회원대상 '찬란한 유언장')
총 15회에 걸친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참신한 유언들을 많이 제시해 주었다. 어떤 참가자는 자신의 유산으로 여성주의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넣기도 했고, 절대 영혼결혼식 따윈 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와 영정 사진은 가장 예쁘게 나온 사진으로 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고, 자신의 동성 파트너와 자녀, 노년에 접어든 부모님, 그리고 반려동물에 대한 보장책을 세심하게 적기도 했다. 또 장례식은 자신의 유산으로 친구들이 여행을 가주는 것으로 대신해 달라는 유언도 있었고, 즐거운 음악이 흐르는 파티가 되도록 해달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특히 소수자로서 혈연가족과 다름없는 동료들이 충분히 자신의 죽음을 애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요청하기도 하고, 장례식에서 나의 소중한 성소수자 친구들이 의기소침하지 않게 신경써달라는 당부도 함께 했다. 가족제도나 사회적 차별에 비판하고 변화를 꿈꾸는 내용의 유지를 남기기도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여성단체나 인권단체 등 공익단체에 자신의 재산을 유증하겠다는 유언이 많은 것도 두드러지는 모습이었다. 각각의 행사마다 다른 분위기에서 다른 구성원들이 모여 다양한 서사와 유언이 오가면서, 프로그램은 이렇게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결과물들을 낳았다.
이후 2013년 5회 LGBT 인권포럼과 2016년 8회 LGBTI 인권포럼 때는 성소수자들의 관계 맺기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동거 및 주거 문제, 재산, 의료 문제에 얽힌 사연들을 통해 이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공동체적, 법제도적 접근을 고민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때는 유언장 뿐만 아니라 현재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사후통제권에 대한 자구책으로 쓰일 수 있는 사전의료지시서, 후견계약 등에 대해 알아보는 자리도 갖게 되었다.
4. 평가와 이후의 계획
“찬란한 유언장”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후 복잡한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하는 것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나 정치적인 이슈화와 새로운 담론 개발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또 내용이나 대상이 동성 커플에 집중돼 한부모가족이나 조손가족, 이주결혼가족, 이혼가족 등 대상을 발굴하고 내용을 확충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좀 더 폭을 넓혀보려고 했었지만,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추진하다 참가동력을 끌어내지 못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차별에 집중하다 보니 긍정적인 미래기획으로서의 성격, 현재 다양한 가족형태를 꾸려나가고 있는 가족들의 대안성을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반성도 이어졌다. 프로그램의 시간상 제약이나 프로그램 특성상 참여 인원을 제한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사후통제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죽음 이후에 대해서 생각하며 주체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죽음 이후에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발견하며 놀라워했고, 유언장을 통해 죽음 이후에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든든해 했으며, 친족·상속제도가 불합리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프로그램이 짜임새 있고 완결성이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은 이 행사를 역량상 계속 진행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진행을 하고, 다른 단체에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지원하면서 여러 모임들이 주체적으로 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소박하게”, “30회의 진행과 500명의 참가자”를 목표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루지는 못했는데, 앞으로도 계속될 여지가 많고 큰 도움이 되는 행사라고 여기고 있다. 차별과 배제가 광범위한 현실 속에서, 이 행사의 의미와 이것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성과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6 친구사이 '찬란한 유언장' 행사)
5. 뒷이야기
“찬란한 유언장”은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서 여러 차례 진행됐던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또 죽음을 다루었던 만큼, 가족구성권연구모임 구성원들에게 많은 기억과 여러 감정들을 남겼다.
첫 행사 때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여성과 동성애자 등 소수자의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고, 개인적으로는 정말 내일 죽더라도 사과나무라도 하나 심어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든다.”라는 인정의 말을 바탕으로 “목요일 오후 한 시” 팀이 꾸민 즉흥극 리허설에서는 설교자의 역할을 한 배우가 “사람과 사과나무는 사랑할 수 없습니다! 사랑을 해서는 안 돼요!”라는 풍자 섞인 설교를 해서 두고두고 연구모임 사람들은 폭소를 했었고,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회원들과 함께 한 행사에서, 타리는 오프닝 프로그램으로 영화 <더 월 2>의 1960년대 미국의 노년 레즈비언을 다룬 단편을 보고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하다 오랜 울음을 터뜨려 사람들은 또 오래오래 애잔해 했다. 참가자들은 상실을 떠올리며 여럿 울기도 했고, “내 장례식은 무조건 파티로 해야 해!”라면서 결국 우리 삶이 파티여야 함을 이야기하며 많이 웃기도 했다.
(사진출처: http://www.hotflick.net/ , 영화 '더 월 2'의 한 장면)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유독 더 슬프기도 하고, 유독 더 밝은 표정을 지으려 하는 상가집에 모인 죽은 이와 가까운 사람들의 모습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찾아다니며 만난 죽음과 유언들은 사실 각자 자신의 죽음과 유언이기도 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은 삶의 현실과 구체적인 경험과 감정들을 포착하면서 대안적인 가족제도를 기획해 나가고 세상에 목소리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밑바탕을 갖게 한 이 프로그램은 그 제목만큼이나, 찬란했다. (가족구성권연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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