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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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랑, "기대는 최고의 기쁨이다"
- 조반니 프라체토, 『감정의 재발견』
필자가 심리학에 관한 책에 ‘서평’을 쓴다는 것이 부끄럽다. 심리학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며 해당 분야 전공자도 많을뿐더러 통찰력이 깊은 사람들도 많기에 ‘감히 내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대는 최고의 기쁨이다’라는 말이 위안이 됐다. ‘감히’를 자꾸 하다보면 기대감이 생기고 나름의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독일에선 ‘기대는 최고의 기쁨이다’라는 말이 상식으로 통한다. 기대는 흥분을 안겨준다. 나는 마치 최고의 정원을 찾아낸 꿀벌이라도 된 기분이었다.”고 사랑했을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사랑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에 상처가 깊은 것도 없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 때면 친구들이 말했다. ‘당당히 고백해봐’라고. 그 순간 떨리는 감정과 함께 불안감이 덮쳤다. 상대방은 마성의 게이(?)라고 할 만큼 잘 생긴 외모에 누구나 좋아할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언정 그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는 더 커지고 커져 행복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플라톤은 이와 같은 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사랑할 때) 정신은 날개가 달린 한 쌍의 말을 모는 전사와 비슷하다. 그 말들 중 한 마리는 고상하고 성격이 온화하며 유순하고 말을 잘 듣는다. 그리고 나머지 반대 혈통의 한 마리는 예측할 수 없고 버릇이 없으며 길들이기가 힘들다.”
온화한 말(이성)은 고백에 대해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요구했다. 그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성격, 좋아하는 외모에 대해 목록을 만들며 ‘성공’ 확률을 높이길 원했다.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이를 냉철하게 제동했다. 또 다른 한 마리 말(감정)은 더욱 그에게 내달렸다. 한 발을 내딛기 전에 이미 두 발이 앞서 있었다. 주체하기 힘든 심장박동 소리가 귀까지 들리는 듯했다.
고백하기까진 거친 말의 폭동이 승기를 거머쥐고, 연애 때부턴 온화한 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 반대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현실은 항상 그렇지 않았다. 이성이 이끄는 고백과 감성이 이끄는 연애는 달콤하다. 그러나 현실은 거친 고백과 냉철한 연애였다. 준비 안 된 시작, 연애를 하며 그 감정은 현실에 무너진다.
이런 연애가 동성애자들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플라톤도 그렇고, 이 책의 저자 또한 ‘게이’라서 특별한(?) 사랑을 이해한 것일까? 많은 게이들이 성급한 연애를 시작했고, 오래 사귀지 못했다. 필자뿐만 아니라 주변의 경험을 봤을 때 그랬다. 물론 수년째 연애를 지속해 봤거나 혹은 지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연애도 행복했지만 그 전의 설렘과 떨림이 더 기뻤다. 뒤돌아보면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문득 방문한 커피숍의 훈남 바리스타를 마주했을 때, 출근길 전철에서 보게 된 잘 생긴 남자를 보며 야릇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설렜다.
죄책감이 들었다. 나만의 설렘이지만 그 사람들이 모두 ‘게이’는 아닐 텐데…. 사랑에 빠져 첫 눈에 반한 남자를 찾아 헤맨 저자의 용기에 경이를 표할 뿐이다. 저자가 지낸 유럽에서 동성애에 대한 인식과 분위기가 한국과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게이’라는 존재가치를 ‘죄책감’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국내의 ‘힘’에 짜증을 고한다.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심리학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헤테로섹슈얼, 호모섹슈얼, 바이섹슈얼 등 다양한 성적지향 또한 ‘사랑’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선 같다. 다른 사랑이 아니다. 모두가 난폭한 말과 온순한 말의 갈등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에 잔인한 ‘죄책감’을 만들진 말자. 심리학에 그렇게 나와 있었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이해했다.
누구에게나 사랑의 기대는 최고의 기쁨이다.
▲조반니 프라체토, 이현주 옮김, <감정의 재발견>, 프런티어, 2016.
* 위 책은 친구사이 소모임 '책읽당'의 7월 선정도서로, 당일에 언급된 감상과 토론에 기초하여 쓰여진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친구사이, 책읽당 회원 / 소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