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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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미리보는 2016’ #3]
2016년 제17회 퀴어문화축제를 위하여 - #LoveWins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2000년 이후 16년간 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하여 성소수자의 존재를 한국사회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또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에게 다양한 행사와 문화컨텐츠를 향유하고 참여함으로써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4년에는 연세로 퍼레이드에서 있었던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행진 방해 행위를 통해 점차 조직화되어 가고 있는 혐오세력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한다는 또 다른 업무가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 부여되었다. 그 결과 2015년은, 16년 동안의 역사상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을 수 있었을까 싶었던 한 해가 되었다. 혐오세력과의 눈치싸움 및 정보전, 경찰서 앞 노숙 등 축제를 준비하며 관공서 및 경찰과의 만남을 가장 많이 가져야 했다. 그리고 중앙 및 지방정부, 경찰의 무의지와 인권감수성 부재에 대해 재확인을 했던 한해이기도 하였다. 물론 2015년, 16번째의 퀴어문화축제는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많은 관심과 축하를 받기도 하였다. 요란스럽고 해괴한 퍼포먼스를 화려하게 보여준 혐오세력의 집단적 움직임을 포함해서 말이다.
2015년 제16회 퀴어문화축제는 6월 9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메인파티, 캠페인, 한국퀴어영화제, 퀴어퍼레이드가 개최되었고 전시회, 성소수자초청법회, 국제심포지움 등도 함께 개최되어 총 축제기간 20일을 기록했다. 개막식과 퍼레이드를 서울의 중심부이자 상징적 공간인 서울광장에서 개최하였고, 이는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의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행사를 개최하는 최초의 기록이다. 또한 퍼레이드 3만명을 포함, 전체 축제 참여인원 4만명의 기록을 내기도 하였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 폐막식 현장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개최는 혐오세력의 축제 개최 방해 행위로부터 시작되었다. 사실 그간 수차례 서울광장의 사용신청을 하였었으나 매해 5월과 6월엔 서울광장에 잡힌 행사가 많아 주말 하루 일정의 광장 사용이 불가능했기에 원안상의 예정지는 서울광장이 아닌 대학로였다. 하지만 원안상의 퍼레이드 개최 예정일인 6월 13일의 집회신고에 혐오세력이 경찰서 앞에 텐트를 치고 막아섰다. 그 결과 집회신고 순위에서 밀려 예정 장소의 확보가 불가능해지는 비상상황이 발생하였다. 이에 퍼레이드의 날짜와 장소의 변경을 논의 하던 중 매해 배로 증가하는 퍼레이드 참여 인원을 안전하게 수용하면서 시민사회와 소통이 가능한 공간인 서울광장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서울광장의 공지된 일정을 확인하던 중 주말 일정 하나가 비어있음을 발견하여 서울시에 사용신청서를 제출하였으나 돌아온 답변은 공지되지 않은 일정이 있기에 사용이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규정상 부당한 행위였다. 이에 대해 항의함과 동시에 예정 기간 근처의 모든 신청 가능한 날짜에 맞추어 광장사용신청서를 제출하였고 반복되는 신청과 불가, 항의의 공방이 이루어진 결과 서울시로부터 6월 9일의 서울광장 사용신청 수리라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 하지만 이 날은 평일 저녁이었기에 원안에 없던 개막식을 기획하여 서울광장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다시 한 번 광장사용신청을 하여 6월 28일 서울광장에서의 퍼레이드 개최를 확정지었다.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풍경
장소 확보 이후엔 집회신고가 필요하다. 문화행사는 집회신고가 필요치 않지만 퀴어퍼레이드는 야외행사이고 차로를 이용한 행진을 진행해야 하기에 행사 참여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집회신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퀴어문화축제가 서울광장에서 개최된다는 공고가 나간 후였기에 혐오세력의 집회신고 방해를 위한 시도는 다시 시작되었다. 개막식의 집회신고는 경찰서 로비에서 고성이 오가며 진행되었으나 신고와 접수는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퍼레이드의 집회신고에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혐오세력 측이 집회신고 개시 일주일 전부터 경찰서 앞에 다시 줄을 선 것이다. 선순위 원칙의 집회신고 접수 방식을 악용한 것이었다. 이렇게 8일간의 남대문경찰서 앞 노숙이 시작되었다.
문제의 발단은 남대문경찰서가 퍼레이드 신고를 위한 날 단 하루에 대해 집회신고 방식을 변경하면서 시작되었다. 행사일 30일 전의 자정부터 접수를 받아오던 기존의 방식 대신 30일전 신고를 위한 대기를 한 순서로 집회신고를 접수하겠다고 변경한 것이다. 혐오세력이 남대문경찰서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확인해본 결과 변경 내용의 공지 인쇄물과 장애인 경사로에 마련된 집회신고 대기줄, 그리고 줄을 서 대기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남대문 경찰서의 이러한 행태에 항의하기 위한 남대문경찰서 줄서기를 시작하였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외의 개인 참여자들과 함께 8일간 진행된 줄서기는 항의 해시태그 이벤트와 함께 진행하였고, 마지막 날엔 1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퀴어문화축제의 성공적인 집회신고 완료를 위해 힘을 모아주었다. 참여하고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제16회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위해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줄을 선 모습
우여곡절을 겪던 16회 퀴어문화축제가 개막을 앞둔 시점에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였다. 메르스의 확산 우려가 개막식을 앞두고 고조에 오른 상태였기에 축제 조직위는 메르스 확산 방지와 개막식 진행 모두를 이루기 위해 개막식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장비의 수급부터 송출 방식까지 모두 낯선 방식이었지만 한 시간의 딜레이 끝에 개막식은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 누구라도 접근 가능하도록 진행되었고 시민사회단체, 개인, 12개국의 대사관, 공연팀의 참여 속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처음 시도한 방식이지만 성공적으로 퀴어문화축제의 시작을 알릴 수 있었다. 이날 메르스 확산 우려로 축제를 취소하라고 주장하던 혐오세력은 오히려 2,000명이 서울광장 주변에 모여 그들의 주장이 무색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후 원안의 일정대로 진행되었던 프라이빗비치 컨셉의 퀴어문화축제 메인파티는 퍼레이드 일자의 급작스런 변경으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단독 일정으로 개최되었다. 참여 저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았지만 1,200명이 넘게 참여하여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참여자들의 높은 만족도 속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날 역시 이태원의 해밀턴호텔 앞에는 혐오세력이 찾아와 퍼포먼스를 선사하고 갔다고 한다.
▲제16회 퀴어문화축제 메인 포스터
두 번의 퀴어문화축제 공식 일정에 혐오세력이 모여들었기에 퀴어영화제의 개최를 앞두고 약간의 걱정이 되었다. 극장 앞 소란 혹은 극장 내 난입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와 대응책에 대한 논의 속에 개막한 한국퀴어영화제는 혐오세력의 개입 없이 무사히 4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12개국 35작품이 상영되었으며 전회 매진을 기록하였다.
스페셜 이벤트로 퀴어문화축제 기간에 결합한 행사들도 많은 참여 속에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조계사에서 개최된 무지개행동과 조계종 노동위원회 주관의 ‘성소수자 초청법회’, 정의당성소수자위원회와 가구넷의 주관 하에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동성파트너십 국제심포지움’, 이쪽사람들 주관의 ‘It’s OK <괜찮아> 프로젝트’, 히지양과 알마즈 주관의 ‘알마즈에 작품 몇 점’, iSHAP 주관의 콘돔카페 등이 있었다. 또한 퀴어문화축제의 캠페인 ‘나는 나다’와 ‘내가 나일 수 있는 세상’ 역시 많은 참여가 있었다.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진행된 퀴어퍼레이드는 남대문경찰서와 시경이 집회금지통보를 하였으나 이에 대해 제기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며 합법적인 집회신고가 완료되었다. 혐오세력의 최대 결집이 예상되기에 경찰과의 안전문제에 대한 협의에 만전을 기해야 했으며 경찰 측의 과잉보호로 인해 참여자의 행사장 출입에 불편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퍼레이드 행진은 예정했던대로 서울광장을 출발하여 명동 일대를 지나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되었고 행렬에 난입하는 사례가 발행하였으나 경찰과 현장 스텝의 대처로 해결되어 전년도와 같은 장시간의 대치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100여동의 현장 부스 참여와 삼만명의 시민의 참여는 퍼레이드의 성공적 개최에 큰 힘이 되었다.
▲제16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때 친구사이 트럭 및 퍼레이드 모습
2015년 퀴어문화축제의 성공적 개최에 힘을 실어준 또 다른 부분은 기독교, 불교, 성공회, 원불교를 아우르는 범종교계분들과의 연대였다. 보수기독교의 주도하에 진행되는 성소수자 혐오행위는 심각한 사회적 폭력이었으며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 특히 신앙을 가진 성소수자에게 있어서 마음의 상처가 되었다. 하지만 평화의인간띠잇기를 통해 퀴어문화축제 주변에서 행해지는 혐오에 맞서 싸우고 종교의 이름으로 성소수자에게 응원과 지지와 축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상처받은 많은 성소수자들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있었다.
또한 2015년은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에 있어 많은 시도를 하였던 해가 되었다. 그 중 하나로 문화컨텐츠와 시민의 다양한 결합방식, 퀴어문화컨텐츠 관련자들과의 네트워킹 등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이룰 수 있거나 축제의 문화행사 개최 경험의 재생산에 대해 그간 가져왔던 고민들을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다. 2년째 진행하였던 시민문화예술교육사업 '마성의 다정촌'은 그 일환으로 진행된 사업이었으며 정기적으로 개최할 계획을 가진 네트워크파티 역시도 마찬가지다. 몇 년간 진행되었던 도쿄퍼레이드 참여, 타이페이퍼레이드 참여 등을 기반으로 한 아시아권 퀴어퍼레이드 및 문화축제 조직들과의 연대도 또 하나의 시도였다. 2015년 5월 진행되었던 아시아컨퍼런스는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필리핀의 퀴어퍼레이드 개최단위를 초청해 서로의 경험과 각국의 혐오세력의 상황과 대처에 대한 방법을 논의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아시아권의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움직임 또한 놀랍게도 비슷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과 지속적인 연대의 노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2015년을 마무리하는 퀴어문화축제의 공식 일정은 모금행사인 ‘사랑으로 혐오를 갚으리라 108명의 의인을 기다립니다’였다. 집회금지효력정지 가처분과 함께 보수기독교 측을 상대로 제기하였던 퀴어문화축제 방해금지 가처분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면서 발생된 소송비용 108만원의 모금을 위한 행사였다. 서울명동향린교회에서 성소수자와 종교인들이 함께 모여 진행되었고 기독교, 불교, 원불교, 성공회의 종교인들의 연대발언과 1km의 야간 촛불 퍼레이드로 진행되었으며 목표액을 초과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제16회 퀴어문화축제 방해금지 가처분 기각으로 인한 소송비용 108만원의 모금을 위한
‘사랑으로 혐오를 갚으리라 108명의 의인을 기다립니다’ 행사 장면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이제 17번째의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공격적 언사를 쏟아내는 종교 신문들과 악의적이고 날조된 주장들을 내뱉는 성소수자 혐오세력에 맞서 적극적인 대처에 대한 연구, 관공서의 행정 처리와 경찰의 집회신고 방식에 대한 고민과 대처, 기독교계의 항의와 민원에 휘둘리는 관공서와 경찰에 대한 대처는 조직위에게 있어 올해에도 계속되는 과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근래 몇 년간 매해 두 배로 성장하는 퀴어문화축제 참여인원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의 기획은 축제 조직위가 가진 가장 큰 목표이자 과제일 것이다. 현재 조직위는 2016년 제17회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을 공모 중이다. 퀴어문화축제는 매해 슬로건을 통해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부 및 한국 사회에 메시지를 전해왔다. 지금을 살아가는 성소수자로서 혹은 성소수자의 친구로서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포함한 한국의 시민사회에 전달해야 할 메시지에 대한 제안을 부탁드린다.
퀴어문화축제는 시민들의 참여로 완성된다. 축제를 기획하고 판을 벌이는 것은 조직위의 역할이지만 그러한 판을 축제로 완성시키는 것은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외부 시민들의 참여이다. 이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의 저변을 넓혀감으로써, 소수자가 배척되지 않는 사회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문화는 놀이이자 강력한 사회변화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 강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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