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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2] 친구사이 게이컬쳐스쿨 – 글쓰기 강좌 <글, 어디까지 써 봤니?> 후기
2016-02-17 오전 05: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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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월 

[활동스케치 #2]
친구사이 게이컬쳐스쿨 :
글쓰기 강좌 <글, 어디까지 써 봤니? - 700자의 나> 후기

 

 

 

 

 

2016년 새해도 구정을 지나 어느새 2월 중순을 밝히고 있습니다. 연초에 세운 계획들은 잘 지키고 있으신지요? 누군가는 금연을,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또 어떤 이는 연애를 목표로 삼아 몸과 마음을 다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군요. 친구사이에서도 올해 연초를 맞아 새로운 게이컬쳐스쿨을 열었습니다. 이름하야 ‘글쓰기 강좌 <글, 어디까지 써 봤니? - 700자의 나>’인데요. 숨가쁘게 한 달 동안 달려온 글쓰기 강좌 현장을 함께 나누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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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맞이하는 평일 한 주의 끝, 금쪽같은 금요일 저녁을 온전히 바치기 위해 수강생들이 하나둘 친구사이 사정전에 모여들었어요. 낯익은 친구들도 있고, 반면에 처음 마주하는 얼굴들도 있네요. 떨리는 마음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포부를 다집니다. 개중에는 학창 시절 글을 좀 써 본 사람도 있고, 평소에 쓰는 글과는 좀 다른 글을 써보고 싶다는 이도 있으며, 작가가 꿈인지라 도움을 얻고 싶어 왔다는 분도 있었어요. 저마다의 생각은 조금씩 다르지만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 하나로 모인지라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듯 강의를 맡아주신 작가님은 능숙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는데요. 덕분에 몸이 편안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랄까요? 저마다의 목소리로 작가님이 준비하신 글을 읽어보기도 하고, 그 동안 다른 사람들은 글을 음미하며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기도 하구요. 그렇게 소박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드디어 글 주제를 정할 시간! “글 주제는 ‘남자’로 하는 게 어떨까요?” 강사님의 한 마디에 분위기가 한층 업(UP) 됩니다. 누가 이견을 달 수 있겠어요. 호호홍. 과연 얼마나 적나라하고 가슴 적시는 글들이 나올지, 기대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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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 글 이어쓰기!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주제로 서로의 글을 보지 않고 써 내려간 결과, 이런 독특한 글이 탄생했다는... :)

 

 

 

 

두 번째 시간. 한 사람도 안 빠지고 글을 써 오다니, 정말 대단하죠. 창작의 고통을 모르는 사람은 없기에 글을 각자 써오고 서로에게 보여주며 자기 목소리로 읽어내는 작업만으로도 생기가 넘쳤습니다. 눈으로 읽고 귀로 들으며 마음으로 느끼는 순간순간들이 생각보다 참 좋았노라고, 수강생들이 입을 모아 말하더군요. 그러기에 자신이 느끼기엔 부족한 글도 결국엔 하나의 의미로 남겨지고, 서로를 위한 진심어린 합평 또한 내밀한 고민에서 나온 따뜻한 격려로 다가온 것이겠지요.

 

 

 

 

 

성기, 그 오묘함에 대하여

 

  세상에 남자의 성기만큼 말 많고 시끄러운 것도 없을 게다. 유난히 툭 튀어나온 그 성기는 누군가에겐 자부심을, 누군가에겐 수치심을 주고, 또 복과 화를 동시에 부르기도 한다.

 

  게이로 살기로 마음먹고 커뮤니티에 나와서도 이 놈의 성기는 여전히 화두였다. 누가 더 크더라, 누구는 그게 작아서 바텀이 됐다, 걘 이만한 두께의 성기도 받을 수 있는 애라는 등 이런저런 말이 오갔다. 나는 물론 남자의 성기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가끔은 그 놈의 것을 조몰락거리면서 위안을 얻는 게 무슨 짓인가도 싶다. 이 물건은 당최 무슨 신의 축복을 받았기에 저절로 커지고, 여기저기 찌르고 다니며, 사람의 감정을 주무르는 건지 참.

 

  그래도 남자의 성기만큼 매력적인 게 없으니 이 또한 알 수 없다. 남성이 같은 남성으로서 그 남성의 성기를 좋아하는 게 이상한 세상에서 누가 그렇게 욕 먹으면서까지 좋아하겠는가. 어루만지면 부드럽고, 입에 넣으면 꽉 차며, 나와 그가 연결된 느낌을 주는 게 그것이니 이를 어찌하리. 참 사랑스러운 그 성기를 찾아다니며 오늘도 누군가는 여기저기를 기웃기웃하겠지.

 

(중략)

 

  성기를 통해 얻는 쾌락을 어디에 비할 게 없어서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그 사람의 성기를 좋아하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다. 그래도 뭐, 그 사람의 성기 또한 그 사람의 일부니까. 앞으로 계속 욕망해도 괜찮겠지?

 

 

 

 

서로 친해져서 부담이 덜해진 건지, 아님 원래 쓰고 싶었던 글을 이제 터뜨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써오는 글들이 점점 과감해집니다. 누군가는 특별한 섹스의 순간을 밝히고, 어떤 수강생은 전 애인과의 일화를 특별함으로 끄집어냈지요. 반면 애잔한 톤으로 덤덤히 지나간 남자를 그리는 사람도 있고, 남자 한 번 만나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호소한 글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정체성과 맞닿은 욕망을 글로써 드러내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시간이 얼마나 고맙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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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맨

 

  방안의 열기가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 그는 얇은 이불을 끌어오더니 내 머리 위로 덮어버렸다.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는 그가 까끌까끌한 이불너머로 입을 벌려 내 코를 깨물려고 했다. 고개를 젖혀 피했지만 그럴수록 그는 강하게 나를 누르며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내가 포기하고 가만히 있자 그는 재미가 없어졌는지 가볍게 내 코를 깨물고는 옆으로 내려오며 말했다.
  "자기는 언제 게이란 걸 알았어?"
  나는 이불을 젖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여섯 살 때였을 거야. 누나가 나한테 이렇게 물었지. '준호야 너는 그 만화가 왜 좋아?' 그때 했던 내 대답이 아주 정확하게 기억나. 그래서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게이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그는 내 대답이 궁금했는지 눈을 빛냈다.
  "뭐라고 말했는데?"
  "말하기 좀 부끄러운데."
  그가 내 옆구리를 간질이며 재촉했다.
  "뭔데 빨리 말해봐."
  나는 헛기침을 하고는 대답했다.
  "그 만화 주인공을 보면 꼬추가 딱딱해져."

  "뭐?"
  그는 벙찐 표정을 짓더니 큭큭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한참을 웃던 그는 여전히 궁금하다는 얼굴이었다.
  "그 말 듣고 자기네 누나는 뭐라고 그랬는데?"
  "그 다음 대화는 필름이 끊긴 것처럼 전혀 기억이 안나."
  "도대체 어떤 만화였는데?"
  사실 그 당시 내가 했던 대답만 기억나지 만화의 제목은 생각나지 않아서 조금 답답했었는데 얼마 전 우연히 그 만화의 제목을 알게 되었다.
  "우주의 왕자 히맨이라고 있어."
  "히맨?"
  그는 얼른 스마트폰을 들더니 검색창을 열었다.
  "그렇구나. 자기는 어렸을 때부터 근육질 남자를 좋아했구나."
  나는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지금은 어때? 꼬추가 딱딱해졌어?"
  그의 손이 밑으로 내려왔다.
  "뭐래, 바보야."
  "딱딱해졌네?"
  "조용히 해, 바보야."
  나는 그가 말을 더 꺼내지 못하도록 입을 포갰다. 방안의 열기는 다시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마지막 시간이 성큼 다가왔어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내면을 바라보고 자신을 내보이려고 부단히도 애쓰던 글쓰기 경험이 이제야 좀 익숙해졌는데 말이죠. 마지막까지 힘을 내봅니다. 쓰면 쓸수록 어렵고, 부담되고,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그것 또한 최선이었으리라 생각하면서요. 한 달 간 글로써 서로 교감하며 함께했던 만남이 짧았다고 생각한 게 저 혼자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 날의 뒤풀이는 특히나 길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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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달 간, 저마다의 생각과 감정이 담긴 총 27편의 ‘남자’에 대한 글이 모아졌습니다.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처음엔 글 쓴 사람 각자의 토로만 보이던 게 나중에는 정체성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진솔한 고백으로 이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수강생들은 강사님과 으쌰으쌰하여 결과물 작업도 함께하기로 했답니다. 이렇게나 열정적인 수강생들이라니!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나가 한번쯤 겪어보거나 생각해봤던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일 거예요. 결과물을 마주하며 여러분은 과연 어떤 남자를 떠올리게 될까요?

 

 

 

 

호랑이벽장문을 열다

 

  '거기에 하얀 호랑이가 있다더라.'

 

  온갖 신기한 것들로 가득한 동물원이었지만, 꼬마는 오직 한 가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어제 밤 아버지와 함께 뉴스에서 그것을 본 이후로 꼬마에겐 목적이 생겼다. 학교 친구들과 떠나는 소풍은 즐거웠고, 김밥도 간식도 맛있었지만 꼬마는 어쩐지 그만큼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뉴스를 볼 때만 해도 이 동물원에 가면 무조건 그것과 조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좀처럼 만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8반, 선생님 잘 따라와야 한다."

 

  뉴스에서 본 길은 이 길이 아닌 것 같아서 꼬마는 선생님이 원망스럽다. 이대로 가다가는 영영 그것을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얀 호랑이를 보러 가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런 용기는 아직 배우지 못했다. 대열을 이탈할까 고민하다가 목이타서 가방을 열었는데 음료수 캔이 찌그러져서 가방 안이 온통 젖어 있었다. 엄마에게 혼이 날 것이다. 가방 안에 있던 모든 것이 끈적거릴 것이다. 결국 하얀 호랑이도 보지 못할 것이다.

 

  귀가버스 안에서 꼬마는, 다 젖어버린 간식과 끈적끈적한 가방을 발로 차며 한참을 고민했다. 그런 꼬마의 마음도 모르고 친구는 오늘 꽤 만족스러웠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했는데 꼬마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지가 묻는다.

 

  "백호는 안아봤어?"
  "....어."
  "허허, 웬일이야? 제대로 다녀왔네?"

 

  아버지는 한동안 아들의 무용담을 여기저기에 퍼뜨리고 다녔다.
  꼬마는 거짓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오랜 뒤, 헤테로 독신주의자인 척 하는 게이가 된 꼬마에게 아버지가 다시 묻는다.

 

  "여자는 만나봤어?"
  "...어."

 

  꼬마는 무심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했지만 어딘가 씁쓸했다.
  차마 게이라고는 못하겠고, 엉뚱한 벽장문을 열기로 한다.

 

  "나 사실 백호 안아본 적 없어."

 

  아버지는 영문도 모른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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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카 2016-02-21 오전 01:46

내년엔 저도 참여해봐야겠어요! 잘 읽어봤습니다 크리스 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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