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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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를 위한 1만인 입법청원운동에 돌입하며!!!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1. 군형밥 상 ‘추행’죄 폐지 1만인 입법청원운동
2016년 10월 5일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를 위한 1만인 입법청원운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2013년 6월의 입법청원운동 이후 2번 째 캠페인입니다. 지난 10월 초부터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서명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네, 군형법 상 ‘추행’죄는 바로 군형법 92조의6 조항입니다. 군형법 92조의6(추행)은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사처벌하고 있는 조항입니다.
얼마 전 오프라인 서명 캠페인 때였습니다. "이거(서명) 예전에 했던 것 같은데. 또 해야 하나요?"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네 맞습니다. 같은 목적의 서명입니다. 그렇지만 지난 서명 운동은 19대국회 때 폐지안을 발의하는 입법청원이었고, 실제로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일’도 논의되지 않고, 19대 국회를 끝으로 사라진 법안입니다. 그래서 20대 국회에서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법안 발의를 위해 1만인 서명 입법청원운동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서명운동의 배경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작년 11월 5일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 위원회(유엔자유권위원회)는 2015년 11월 5일 군형법 92조의6 폐지를 한국정부에 권고하였고 이행여부를 올해 11월 5일까지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현 정부차원에서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와 관련한 이행사항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 전부터 입법청원운동을 진행한 것입니다. 유엔자유권위원회는 군대에서 남성 간 합의에 의한 동성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6에 우려를 표명했고, 즉각 폐지하라고 권고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난 7월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나오지 않았느냐?" 라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네 맞습니다. 2002년, 2011년에 이어 2016년 7월에도 이 법안이 합헌 결정이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합헌 결정이 있었다고 이 조항이 항상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헌재는 위헌성을 엄격하게 판단하기 때문이죠. 특히, 2002년에는 위헌의견이 2명, 2011년에는 위헌의견이 4명(한정위헌 의견 포함), 2016년 역시 위헌의견이 4명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하였더라도 소수의견인 위헌의견을 존중하여 입법적으로 법을 개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합헌 결정은 ‘위헌이 아니다’라는 의미만 있을 뿐, 해당 법 내용이 정당하거나 최선의 내용이라는 점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16년 헌법재판소의 군형법상 추행죄 합헌결정에 대해 “평등에 대한 모독”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시민사회, 언론, 국회 안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문제 제기해야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2. 군형법 상 ‘추행’죄는 왜 폐지되어야 하나?
UN이나 국내 인권운동 진영, 성소수자 운동 진영, 성폭력 관련 전문가 등은 이 법안에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 것인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법이라는 것이 사실 실제로 내 삶에 와서 적용되지 않으면 그 법안의 존재 유무에 대해 사실 관심 갖기 어렵고, 그것에 대해 폐지까지 주장하고 동의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그 법이 제정된 사회적인 배경과 목적에 있어서 무엇이 문제이고, 그 법안을 통해 그 사회에 어떤 문제가 야기되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없으면 쉽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이 법은 군대라는 조직 내 안에서 적용되는 형법이기에 그것이 제한적일 수 있고, 좁게 본다면 군을 제대한 남성 동성애자로서는 아무리 이것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조항이라고 한다고 해도, 뒤늦게 이에 참여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조항의 문제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2013년 입법청원을 위해 종로나 이태원의 게이바 또는 온라인 서명 운동할 때 가장 많은 질문이나 반응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자는 말은 군대 내 동성 간 성폭력을 처벌하지 말자는 것이가?, 이걸 왜하는 건지.. 군대에 섹스하러 가나요?, 이건 합당한 처벌 같은데요. 잡혀 들어간 사람이 있긴 하나요?ㅋㅋ 휴가 나와서 한다고.” 등등입니다. 이러한 질문과 반응에 대해서 몇 가지 설명 드리겠습니다. 법적인 용어가 나오기 때문에 잘 봐주시길 바랍니다.
1)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사처벌하고 있는 조항입니다. 여기서 ‘추행’이라는 표현 때문에 많은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정확히 말하면 폭행이나 협박 등 강제력의 행사 없이 행위자 상호 간의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행위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유일한 조항입니다. “군대 내 동성간 성폭력은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질문이 많은데, 군대 내 성폭력은 군형법(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형법과 성폭력특별법에 의해서도 처벌할 수 있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합의에 의한 강제성과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 없는 성적 접촉을 처벌하는 법조항입니다. 사적으로 상호간의 합의하에 진행하는 성관계도 법으로 처벌하는 조항인 것입니다.
2) 군대에서 상호간 합의하에 섹스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이냐고 또 물어봅니다. 군대라고 해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형사처벌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군인사법상의 징계처분이나 전역조치 등으로 규제가 가능한 것입니다. 실제로 이성 군인간의 성관계를 정직 및 감봉 등으로 규율하고 있습니다. 합의된 성관계는 범죄가 아닌 것입니다.
3) 그렇다 하더라도 남성 중심의 우리나라 군 현실에서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는 군 기강과 전투력에 문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조항이 적용된 사례를 살펴보면, 합의 하의 동성 간 성행위로 인해 부대 업무에 차질이 생겼거나 명령 체계에 문제가 생겼거나 부대의 기강이 약화되고 전투력 보존의 위해가 발생하였는지의 여부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동성 간 성행위 자체만을 문제 삼아 비난과 혐오만이 표출됩니다. 폭력적이지 않고 일방적이지도 않은 동성 간 성행위를 ‘비정상’이라고 바라보는 차별적인 관점이 문제인 것입니다. 예컨대, 엄격한 군 기강이 요구되는 파병부대의 사무실에서 이성 군인간의 성행위가 있었던 사례에서는 군 기강이 크게 침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만으로 그쳤습니다. 반면, 원래부터 아는 사이인 서로 다른 부대의 두 병사가 휴가 중 집에서 성행위를 한 사례는 형사처벌을 받았던 사례가 있습니다.
3.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 운동은 바로 성소수자로서 시민권 운동
① 군대는 동성 간의 비정상적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② 동성애는 에이즈 제조공장
③ 동성애는 ... (하나님의) 창조의 질서를 전복하는 것
④ (군형법상 추행죄에서의 추행의 의미는)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를 말한다.
⑤ 피고인 피 속에 동성인자가 있는 것 아닌가요?
위 문장은 헌법재판소 2011년의 결정문, 국방부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참고자료, 대법원의 판결 내용, 고등군사법원의 항소심 재판장이 추행죄 피고인에게 질문한 내용들입니다. 이러한 자료 출처와 문구 내용은 법무법인(유) 태평양의 이경환 변호사의 글 ‘군형법 제92조6의 문제점과 법적 쟁점’이라는 글에서 잘 나와있습니다. 이경환 변호사는 글에서 군형밥상의 추행죄의 본질은 호모포비아라고 주장합니다. 헌법재판소, 대법원, 군사법원, 국방부 등 국가의 공적 주체들이 스스로를 명백한 호모포비아라고 표출하고 있는 것에 놀라며, 결국 지금까지 이 추행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그 근본적 이유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혐오를 법조항에서 드러내고 있는 군형법 상 추행죄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 평등을 주장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할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이것은 운동적 차원에서 그리고 국내의 성소수자 인권 현실에서도 볼 때 경중이나 순서를 따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지요. 그래서 무엇이 없어야 무엇이 가능하다고 이야기 할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이 조항에 가장 위축될 수 있는 국내 남성 동성애자 중 예비 입영자들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조항이 한국의 소도미법, 그리고 성소수자를 법으로 혐오하고 처벌하고 있는 가장 상징적인 법조항이라는 점, 그리고 이러한 상징적 조항의 존재는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앞으로도 꾸준히 정당화할 수 있는 점이라는 것에 더욱 주목해야할 것입니다.
2008년 대법원의 군형법상 ‘추행’ 의미에 대해 동성애 혐오에 기반한 해석, 2011년, 2016년 군형법 92조의6 헌법재판소 판결, 국회에서 군형법 92조의 개정 논의 등등 과정에서 우리는 이 조항에 대한 현실이 법적인 문제 해결에만 놓인 것이 아님을 확인했습니다. 2010년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서 이 조항의 주요한 논의는 결국 법적인 사항만이 아니라, 동성애와 관련한 논의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논의에 반성소수자 운동세력들은 조직적, 집단적으로 세를 과시하며 반대 움직임을 나타냈습니다. 이 조항에 대한 법리적 해석뿐만 아니라 한국사회가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로 이동한 것입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금의 입법청원운동의 1만명 서명은 그러한 운동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국내 시민사회, 운동사회에 상기시키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그래서 그 1만명이라는 숫자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함께 1만명 서명 반드시 이루면 좋겠습니다.
온라인서명 참여하기 : https://goo.gl/1hlGSZ
참고자료. 1. 군형법 제92조6 폐지 10문 10답
2. 군형법 제92조6의 문제점과 법적 쟁점 _ 이경환 (법무법인(유) 태평양 변호사)
3. 범죄화와 시민권의 간극 - 군형법 제92조6과 성소수자 운동, 한가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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