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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건강' #1] 여름바캉스 특집 “성소수자를 위한 열 개의 건강 상식”
2015-08-29 오전 01: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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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8월 

[커버스토리] '건강' #1

여름바캉스 특집 “성소수자를 위한 열 개의 건강 상식”


 

고단했던 여름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메르스로 시작해서 가뭄과 폭염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운데 서울광장을 강타했던 호모포비아의 기승 또한 대단했습니다. 다들 무사히 살아남았나요?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위대한 거라고 축배의 잔을 들어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건강을 시샘하는 성가신 것들에 맞서 서로 돌보고 챙겨야겠습니다.
중독, HIV, 호르몬치료, 피트니스, 스트레스 등 성소수자를 둘러싼 건강 이슈들은 종이 한 장의 차이로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합니다. 이 글은 일상에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놓쳐서는 안 될 팁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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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몸의 찬양 : 피트니스와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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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이 흔해지는 계절이 오면 많은 사람들은 피트니스와 다이어트에 집착하게 됩니다. 몸을 숭배하는 문화가 대세인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종태원에서 길가는 이를 붙잡고 의식주외에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한 가지가 뭐냐고 묻는다면 피트니스라는 대답을 듣게 될지도 모릅니다. 건강해지기 위한 피트니스나 아름다운 몸에 대한 찬양은 (설령 정형화된 인공미를 추구하더라도) 본인의 취향이니 충분히 존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법 시술,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약물, 검증이 덜 된 다이어트로 부작용을 자초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스테로이드 남용과 섭식장애 사례가 자주 발견됩니다. 건강보조제나 스테로이드 주사, 약물, 각종 다이어트법을 정할 때는 헬스장 근육남의 조언이나 포털 사이트 댓글, 제약회사의 상술에만 휘둘리지 말고 안전한 병의원에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겠습니다.

 

 

 

2. 중독의 유혹 : 흡연과 음주, 약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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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담뱃값이 대폭 올랐지만 정부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흡연 인구는 줄지 않고 세금만 더 걷혔다고 합니다. 결국 흡연자들만 호구였나 싶어 분통이 터집니다. 그렇다고 홧김에 더 피면 내 건강만 다칠 뿐입니다. 한때 클럽이나 바, 크루징 장소에서 흡연과 음주가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사교수단이 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술과 담배, 약물로 친교의 수단을 삼지 않아도 될 만큼 당신은 매력적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중독보다 즐거운 일은 많습니다. 충만한 쾌감을 안겨줄 건강한 관계 맺기로 세상과 또 자신과 소통하길 바랍니다. 참고로, 레즈비언 여성들의 흡연율이 다른 인구집단에 비해 높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폼생폼사 다이크의 위상이 담배연기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님을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3. 마음건강과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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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들이 비성소수자들에 비해 우울감, 분노, 자해, 자살 등의 빈도가 더 높다는 보고는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커밍아웃의 경험이나 혐오범죄 등에 노출이 된 경험이 있는 경우, 또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서 마음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빈도는 더욱 증가합니다.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또한 주위에서 성소수자들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증거일 테지요. 물론 우리 스스로도 마음건강을 무시하지 말고, 위급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안전망들을 평상시에 구축하고 있어야겠습니다.

커뮤니티 안에서 마음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워지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를 떨어도 아무리 가오를 잡아도 좋습니다. ‘일소일소 일노일로(一笑一少一怒一老)'라고 과거 친구사이 왕언니께서 수시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 언니가 웃겨줄 때는 정말 젊어지고 건강해지는 거 같았습니다. 혹시 그런 언니가 주위에 없다면, 무한도전이든 개콘이든 심지어 비호감 정치인이나 혐오집단이라도, 마주치면 일단 한바탕 웃어주고 볼 일입니다.

 

 

 

4. 달콤한 후유증, 성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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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의 짜릿한 로맨스는 누구나 꿈꾸는 판타지입니다. 하지만 짜릿한 일회성 만남이 안전하지 않게 행해졌다면 성병이나 각종 감염병의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진정한 용기란 내가 아는 한 가지 즐거움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것보다, 다양한 즐거움을 개발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요?

B형간염과 성병, 에이즈 등은 콘돔 사용 등의 소박한 습관이나 예방접종으로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으로만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은 해외에서는 이미 항문암 및 곤지름 예방을 위해 남성간 성행위를 하는 이들에게도 추천되는 예방접종입니다.)

한편 일부 양성애 여성이나 레즈비언 중 성병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남의 일로만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침대에서 고양이하고 놀거나 허브차 시음회만 가지는 게 아니라면, 성병이나 부인과 질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5. 공공기관에서 커밍아웃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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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성소수자들은 원하지 않는 커밍아웃에 대한 부담 때문에, 또한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반인권적인 태도 때문에 의료기관 이용 자체를 겁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은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성소수자 차별이나 편견을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나, 성소수자 스스로도 의료기관에서 개인정보나 병력, 성정체성/성적취향에 대해 비밀을 요구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피트니스 센터 등 건강 시설 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등록에서부터 화장실, 샤워실 사용에 이르기까지 불편하고 눈치 보이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가만있자, 이렇게 피곤하게 살 바에야 성소수자들이 한번 뭉쳐보면 어떨까요? 취향에 맞는 운동 동호회나 다이어트 동호회, 채식이나 자연식 동호회, 금연, 알콜중독 자조 모임 등에서 시작해서 차근차근 발전해 나간다면 조만간 성소수자 전용 헬스센터도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6. 트랜스젠더의 건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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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얼마 전 진료실에서 호르몬 치료 상담을 하면서 트랜스남성과 그 어머니와 셋이서 눈물을 쏟았던 적이 있습니다. 신체의 변화 뿐 아니라 정신건강, 가족관계나 사회적 관계의 변화까지 감당해야 하는 일이 당사자나 치료자, 보호자 모두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겠지요. 이처럼 트랜스젠더 건강권의 문제는 성소수자 집단 안에서도 특화된 이슈이며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역에 걸쳐있는 포괄적인 사안입니다.

호르몬 치료나 수술에 대해서는 아직 장기적인 연구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또한 의료의 상업화, 편중화가 심한 한국에서 트랜스젠더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의료기관 사이트나 트랜스젠더 포털 사이트에서 정보를 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수 있지만, 개인의 경험담보다는 연구결과나 논문, 전문가의 견해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국제적으로 가장 공신력 있는 WPATH 세계트랜스젠더건강 전문가협회(World Professional Association for Transgender Health) 가이드라인을 참고로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 권고안은 국내 단체에서 한글 번역중이라 하니 기대를 갖고 기다려 봅니다.

 

 

 

7. 핑크리본, 유방암과 여성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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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캠페인의 상징으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핑크리본은 그 색깔 때문에 성소수자 상징물로 종종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이는 어떤 측면에선 사실이기도 합니다. 출산경험이 적거나 없게 마련인 레즈비언/비혼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유방암의 빈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레즈비언/비혼여성들도 유방암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레즈비언이라서 자궁경부암 검사나 초음파 등 부인과 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오해입니다. 난소암 등 일부 여성 질환은 임신, 출산력이 낮은 경우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궁경부암 역시 모든 레즈비언들이 남성과의 성관계 경험이 없는 게 아닌 한 위험률이 제로일 수는 없습니다. 해외 연구들을 보면 레즈비언 여성들은 일반 여성들에 비해 병원 이용이나 검진 받는 횟수가 적다고 합니다. 즉 남몰래 병을 키우게 될 위험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8. 폭력과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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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들은 성정체성/성별지향성과 연관된 가정폭력, 배우자폭력, 혹은 혐오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소수자들이 학교 등에서 집단 괴롭힘을 받는 일이나 군대 내 폭력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는 자주 보고되고 있으며 트랜스젠더들의 경우 혐오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뮤니티 안에서 발생하는 동성배우자나 애인 사이의 폭행, 성폭력도 더 이상 쉬쉬할 문제는 아닙니다. 맞고 사는 것은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일뿐 아니라, 범죄를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입니다. 아우팅이나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를 꺼리다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경찰 수사에서 본인의 성정체성을 말하지 않을 권리,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을 기억하시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9. 아름다운 사람들, PL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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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적 측면이든 사회적 측면이든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HIV/AIDS는 우리가 함께 안고 가야 할 문제입니다. 이미 에이즈 치료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고, 당뇨나 고혈압처럼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에이즈와 PL(people living with HIV/AIDS)을 대하는 세상의 혐오증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국내에서도 조직적으로 혐오를 유포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이들은 건강한 사회에 유해할 뿐더러, 자신들의 정신건강도 위험하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 에이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 조심스럽습니다. 혹시라도 우리 안에 불필요한 공포나 도덕적 판단이 있다면, 그것들은 이 바이러스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그러고 보니, 에이즈는 개인의 건강함을 드러내는 지표가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사회의 건강함을 드러내는 척도가 된 것 같습니다.

 

 

 

10. 일반적인 건강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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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성소수자들에게 특화된 건강문제에만 집착한 나머지 보편적인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너무도 당연해서 언급하기조차 민망한 이야기겠지만, 혐오 세력들의 주장과는 달리 성소수자들은 에이즈나 항문파열, 알콜이나 약물중독으로 사망할 확률보다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 각종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일반인들과 똑같이 말입니다.

노화에 따른 퇴행성 질환,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조절 및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갖은 차별과 혐오를 이기고 살아남아야 할 내 몸에 대한 합당한 예의입니다.

 

이상 열 가지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부정적인 통계와 실천하기 귀찮은 것들만 늘어놓은 것 같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요약하자면, ‘스스로를 아끼고 주위를 돌보면서 함께 건강해지자는 것이 테이크홈 메시지입니다.

 

 

 

 

<댓글 혹은 주석> 이 글은 아래 문헌과 진료/상담 경험을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한국 LGBTI 사회적 욕구조사 2014. 친구사이,

- 성소수자 건강증진을 위한 의료 가이드라인 기초연구 보고서 2014. 비온뒤무지개재단

- Top Ten Issues to Discuss with Your Healthcare Provider 미국 GLMA(gay and lesbian medical association 2012.

- Top health issues for LGBT Populations information and resource kit 미국 보건국 SAMHSA(substance abuse and mental health services administration)

- 호주 National LGBTI health alliance 건강정책제안 2013

- @@시티 등 포털사이트의 상담게시판, 블로그와 SNS

- 지난 수십 년 동안 종로, 이태원, 신촌, 홍대 등지에서 만난 언니들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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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학과 전문의, 친구사이 정회원  / 코러스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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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