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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돈' #1] 자본주의 속 퀴어문화의 흐름 : <호모 이코노믹스>를 통해 살펴본 자본주의와 퀴어 라이프
2015-04-29 오전 0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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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4월 
[커버스토리] '돈' #1
자본주의 속 퀴어문화의 흐름
: <호모 이코노믹스>를 통해 살펴본 자본주의와 퀴어 라이프

 
 
 
“퀴어 네이션(Queer Nation)의 슬로건처럼,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동성애자들은 모든 직업군에 있고, 모든 소득 구간에 있으며, 모든 세금 우대 조치 구간에 있고, 모든 빈곤 대책 프로그램 안에도 있다.” 
 
- <호모 이코노믹스: 자본주의, 커뮤니티, 그리고 게이·레즈비언 라이프> 中
 
2015년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국가에서는 동성애자 인권 향상 및 동성 결혼의 합법화에서 기인하는 소비, 세금, 보험, 복지 등 다양한 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핑크머니’, 즉 동성애자 커뮤니티의 구매력은 동성애자 인권 운동의 성장과 함께 증가하였으며, 핑크머니는 비주류의 소외된 시장에서 미국과 영국 등 서구권의 번창하는 산업들로 옮겨가게 되었다. 1998년 유흥과 소비재 부문에서 전세계의 핑크머니는 5,600억 달러 규모였으며, 2012년 미국의 핑크머니 구매력은 7,900억 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퀴어 커뮤니티와 소비경제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어 『동성 커플이 결혼한다면: 동성 결혼 합법화에 따른 결과는 무엇인가? (When Gay People Get Married: What Happens When Societies Legalize Same-sex Marriage?)』의 저자 리 배짓(Lee Badgett)은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면 정부 예산은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구글, 애플, 버라이즌, 월트디즈니, 나이키, 모건 스탠리,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다국적 대기업들 또한 동성 커플이 매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LGBT 직원들을 채용함으로써 더욱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산출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경제적’ 믿음을 바탕으로 동성 결혼 및 동성애자 인권을 지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nerdwallet>이라는 매체는 2014년 동성 결혼 합법화를 통한 미국 내의 경제적 효과가 최소 25억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동성애자를 둘러싼 다양한 경제적 효과 및 소비주의 확대에 따른 시장중심성은 동성애자 인권향상 및 동성결혼 합법화 추세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본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호모 이코노믹스: 자본주의, 커뮤니티, 그리고 게이·레즈비언 라이프>(1997)는 TV광고 및 드라마에 LGBT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하고 퀴어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한 상품 및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미국의 상황을 바탕으로 시장경제와 퀴어 커뮤니티 사이의 관계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서구 게이·레즈비언 커뮤니티의 성장과 미국 시장경제 및 소비자 자본주의와의 관계를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호모 이코노믹스>는 인류학자 캐스 웨스톤(Kath Weston), 정치경제학자 리 배짓(Lee Badgett), 지리학자 로렌스 놉(Lawrence Knopp) 등 저명한 미국 사회과학 학자들이 돈, 소비주의, 시장, 그리고 동성애자 정치학 사이의 무수히 많은 연결점을 분석하는 20개의 짤막한 아티클을 엮은 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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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코노믹스: 자본주의, 커뮤니티, 그리고 게이·레즈비언 라이프> 표지
 
 
 
저술가, 연구자, 그리고 활동가가 쓴 에세이들로 이루어진 <호모 이코노믹스>는 크게 세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섹션은 게이·레즈비언 커뮤니티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마케팅과 광고의 세계와 이들의 관계, 이들의 상업적 사업들로의 진출, 그리고 이들의 경제적 구성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두 번째 섹션은 자본주의와 게이·레즈비언의 모순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전제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역사·정치학·경제학 이론에 천착한다. 마지막 섹션은 현대의 동성애자 정치학을 밝히면서, 다른 정치적 운동과의 연결점 및 다양성의 함의, 그리고 동성애자 정치학의 최근 경향성을 다룬다.
 
1990년대 후반 이전 미국에서는 동성애자 운동의 발흥에 기여한 문화적이고 정치적인 변화는 면밀히 탐구되었던 반면, 미국 경제가 현대 퀴어 라이프를 형성한 방식은 사실상 탐구되지 않았다. 경제 이론은 대개 섹슈얼리티를 의식하지 못하였으며, 실증적 차원에서도 경제 관련 설문조사는 하나의 범주로서의 성적 지향을 누락해왔다. 따라서 <호모 이코노믹스>의 목표 중 하나는 퀴어 커뮤니티의 경제적 개요의 윤곽을 그림으로써 위와 같은 실증적 결핍을 밝히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포함한다.
 
동성애자들은 정말로 어느 정도 버는가? 이들은 우익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특권을 가졌는가, 아니면 불리한가? 게이 남성들은 불균형적으로 서비스영역에서 미용사, 웨이터 등으로 일하는가? 레즈비언들은 성차별적이고 동성애혐오적인 직업군을 피하는가? 이전까지, 이러한 질문들에는 오직 단편적 대답만이 가능했고, 이들 대답은 종종 틀렸다. 동성애자 인구 중 소수만이 전체 커뮤니티의 대표로 인식되어 왔으며, 게이들은 특별히 부유하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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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쉬코리아’의 동성애 선전 금지법 반대 캠페인 (출처: 데이터뉴스)
 
 
 
한편 <호모 이코노믹스>에서 다루고 있는 1990년대 후반의 미국의 상황은, 동성애자 인구가 점차 가시화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반응이 막 뒤따르기 시작하는 현재 2015년 한국의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있어 여러 가지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성장하는 국내 성소수자 운동과 일부 우익 기독교 세력의 공개적인 부딪힘이 주류 언론에 보도되는 가운데, 구글코리아와 주한 미국 대사관· 독일 대사관 등은 2014년 한국 퀴어문화축제에 공식 참여하였고, 한국에 진출한 몇몇 다국적 기업은 국내 동성애자 커뮤니티, 특히 20-40대 게이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을 점차 개척해나가려고 움직이고 있다.
 
‘핑크머니’에 대한 관심이 한국의 주류 산업 및 자본주의 흐름에도 점차 등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에서 기업이 독자적으로 LGBT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는 경우는 아직 드물며, 그나마 영국의 화장품 브랜드 ‘러쉬코리아’가 2014년 2월 14일 러시아의 동성애선전금지법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서구권 국가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및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한국 퀴어 문화의 흐름 속에서, 기업과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핑크머니 경제의 이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LGBT 인권 이슈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퀴어·LGBT 번역 네트워크"는 ‘활동으로서의 번역’이라는 설립 취지하에 결성된 퀴어/LGBT 분야의 젊은 번역가들의 자조모임입니다. 퀴어 이론 세미나를 진행하고, 번역이 필요한 해외 이론서를 발굴하며, 번역/출판 경험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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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Amy Gluckman and Betsy Reed(1997), <Homo economics : capitalism, community, and lesbian and gay life>, Routledge, New York.
2) PBS NEWSHOUR(2013. 3. 29), "The Economic Benefits of Gay Marriage", http://www.pbs.org/newshour/rundown/the-e/
3) nerdwallet(2014. 11 .12), "The Economic Impact of Gay Marriage: A $2.5 Billion Question", http://www.nerdwallet.com/blog/cities/economics/economic-impact-gay-marriage-2-5-billion-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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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LGBT 번역 네트워크 / 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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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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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러스보이 2015-04-29 오후 18:58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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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쿠샤 2015-04-29 오후 23:49

흥미로운 글이네요. 저런 모임이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근데 트위터/페북을 안하니 모임에 대해서 알 수 가 없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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