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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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1]
2015 세계 에이즈의 날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
친구사이 간담회 ‘HIV/AIDS와 게이 커뮤니티’ 후기
그 어느 해 보다도 HIV/AIDS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던 한 해였다. 2015년 야심차게 시작한 친구사이 PL모임 ‘가진사람들’을 시작으로 담론팀의 두 번째 기획토론 ‘동성애인권운동, HIV/AIDS, 그리고 섹스’, 회원지원팀의 성교육 프로그램 ‘정직한 사랑’, 친구사이 간담회 ‘HIV/AIDS와 게이 커뮤니티’ 그리고 올해 친구사이 소모임 지보이스의 정기공연에서 선보인 PL들을 위한 자작곡 ‘아름다운 사람들’까지. 이렇게 HIV/AIDS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또 주변에 언제나 PL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환기시키는 일련의 과정들은 성소수자 활동가로서 또 게이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 개인으로서도 뜻 깊은 경험이었다.
그 많은 행사들 중, 특히 올해 친구사이 간담회 ‘HIV/AIDS와 게이 커뮤니티’는 여느 해 와는 달리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2회에 걸쳐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기획했는데, ‘첫 번째 시간: HIV/AIDS와 감염인 인권’ 에서는 HIV/AIDS에 관한 정보와 함께 감염판정 이후의 삶, 그리고 감염인 분들을 직접 모시고 함께 게이 커뮤니티에 대한 생각과 커밍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보고, ‘두 번째 시간: 감염인 에게 친구사이는 안전할까?’ 에서는 회원들이 가지고 있는 HIV/AIDS에 관한 편견과 두려움들을 이야기 해보고 단체 안에서의 변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첫 번째 시간은 내과전문의이며 친구사이 마음연결 팀장이기도 한 박재경님의 HIV/AID에 관한 짧은 의학강의로 시작되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발표 말미에 나온 질병과 내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 또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공포는 객관적인 의학정보와는 별개로 우리의 내면에 있는 근원적인 불안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 그 불안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적인 내용이었다.
이어진 강의는 정욜(KNP+ 한국 HIV/AIDS 감염인연합회) 간사님의 HIV 감염판정 이후의 과정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HIV/AIDS에 대한 정보들은 질병에 대한 의학정보 이거나 감염 예방에 관한 것들이다. 그러나 정작 감염판정 이후의 과정에 대한 정보나 이야기들은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확진판정까지의 과정과 함께 질병관리본부 등록 및 약 처방과정까지 세심히 들을 수 있었다.
또 여전히 제대로 된 요양병원 하나 없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거나 입,퇴원을 반복하는 감염인들이 처한 절박한 현실과 이러한 문제해결에 별다른 의지를 내비치지 않은 국가기관들의 비인간적인 태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는 처방약에 관한 기사들과는 반대로 절대 몸져 누워서는 안된다며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는 감염인들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인간으로서 누릴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해주지 않는 국가의 행태에 다시금 분노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진 뒤 바로 이어진 마지막 순서는 감염인 과의 대화 시간이었다. 이야기 손님으로는 KNP+에서 활동하시는 문수님과 강호님을 모셨는데 소개를 받고 자리에 앉는 두 분에게서 약간의 긴장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진행자의 질문에 재치 있는 답변을 하며 모두를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게이커뮤니티에 처음 나온 이야기들부터 자신들이 지금 KNP+에서 활동하게 된 이야기, 또 사랑과 연애, 가족관계와 커밍아웃 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커뮤니티 내에 만연한 감염인들을 향한 혐오와 낙인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PL 커뮤니티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문수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카페의 이야기, 또 강호님의 KNP+ 힐링캠프 참여 후 건강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지지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실감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시간 ‘감염인 에게 친구사이는 안전할까?’는 라운드테이블 형식의 간담회였다. 함께 둘러앉아 편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주하지 않는 방식이어서 그런지 이야기의 방향이나 흐름 면에서 아쉬운 점이 남았지만 앞으로 감염인에게 안전한 곳이 되기 위해 친구사이가 해야 할 활동들을 그려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단체 안에서 오래전부터 HIV/AIDS를 이야기 할 때 의문스러웠던 부분들을 질문하고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다.
후기를 쓰며 돌이켜보니, 이번 간담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간담회에서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들도 있지만 그것보다 간담회가 끝난 뒤 열린 뒤풀이 자리에서 불콰해진 얼굴로 웃으며 서로에게 술잔을 기울이던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서로 술잔만 기울였으랴, 마음을 담은 후원약정서(?)도 함께 주고받았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얼큰하게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간담회 뒤풀이에서의 광경들을 떠올리다 문득 허물수록 견고해지는 많은 관계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비단 그것은 감염인과 비감염인 사이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내면에 내재화 되어있는 질병에 대한 편견과 죽음에 대한 불안들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다가올 2016년 친구사이는 HIV/AIDS와 감염인의 인권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들을 펼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더 많은 만남과 앎뿐만이 이 편견과 불안을 깨칠 수 있다 믿기에.
내년 이 맘 때쯤 친구사이는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까?
친구사이 상근자 /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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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시간이었다는게 글에서 절절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