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극찬이 쏟아지는 영화를 보았다.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다. 스토리라인을 제외하고 라도. 액션자체가 매우 재밌었다는 평에 나도 공감했다. 하지만 친구와 함께 사람들로 꽉찬 영화관에서 두번째 보고난 뒤의 생각이었고. 처음 이 영화를 본건 그로 부터 2주 전인 개봉일이었다.
보통 액션영화를 보고 나면 개운하고 아무 생각이 없어야 하는데.정신없고 찝찝했다. 분명 기분좋게 알몸으로 샤워를 한 것 같은데. 알고보니 땀에 흠뻑젖은 느낌. 완벽하게 속았다랄까. 처절히 불안해졌고. 영화가 이토록 나에게 와닿는 이유를 모르고 그 뒤로 쫌 헤맸다.
이틀뒤 5월 16일, 카페에서 새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페이스북에선 아이다호 행사에 가있는 사람들이 올린 사진이 계속해서 업로드 되고 있었다. 휴식시간에 짬짬이 보다 결국 다 못보고. 일이 끝나고서야 보는데. 또다시 조금씩 몸이 젖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씩 식은땀이 났다. 가시 돋힌 말이 가득 찬 욕조에 나는 뭉뚱히 쓰러졌다.
친구와 어느날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왜 그럴까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저거 다 배때기가 불러서 그래" 라고 말했고, 친구는 "난 오히려 저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서 저러는거 같은데" 라고 말했다. 나는 친구의 말이 별로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았다. 정말로 사람이 힘듦에 대해 뼈저리게 느낀다면, 결코 고통과 불안이라는. 항목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느끼는 주변에 대해 귀기울이지는 못할 망정 무시하지 못할 거란 생각을 했던 것이다.
매드맥스 속 인물들은 모두 '구원'받고 싶어한다. '녹색의 땅'을 찾는 여자들도, '소유'로써 자신의 입지를 안정받고 싶어하는 임모탄도, 너무 쉽게 쓰러질 수 있는 육체를 버리고, 저 먼 '천국'으로부터 구원받고 싶어하는 '눅스'도 말이다.
영화는 이렇듯 모든 캐릭터들이 '컴플렉스'를 각자 끌어안은채 질주한다. 이들이 치고박고 서로의 몸을 갈아버리는 액션은 재미있을 수 밖에없다.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잿더미 황무지에서 그들의 구원을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中
'스플렌디드는 총알을 죽음의 씨앗이라고 했어.' 영화 중 한 대사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성경구절이 있다. 마태복음 13장의 일부분인데, 씨 뿌리는 자가 밖에 나와 이곳 저곳에 씨를 뿌리는데, 많은 씨앗이 죽고 작은 일부분만 적절한 땅에 떨어져 씨앗이 자란다는 내용이다. 씨를 뿌리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심는지도 모른다. 어디서 어떻게 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심는다.
6월 8일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이 열렸다. 나는 그날에도 똑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역시나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사진과 글들이 업로드 되었다. 더 큰 슬로건들이 휘날리고 있었고, 부채춤과 알록달록한 한복,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V8'과 '녹색의땅'을 세상이 떠나가라 외치고 있었다.
분명 그들이 '반드시 실패할 것' 을 안다. 그들의 행보는 너무 맹목적이고, 텅 비어 있으니까. 그 이후가 되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설마 동성애가 '합법화' 된다고 퍼포먼스로 자살하는 사람은 없겠지. 그냥 그들의 입술을 연민 할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날들의 밤의 나는 그저 남자들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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