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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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즈 게임
#5
19금 특집
이번 달의 주제는 내가 정한다. 바로바로...
야겜 맞지?
어떻게 알았어.
언제까지 참고 있나 했지. 그래 그래. 이 덕후야. 말 나온 김에 이야기 해 보자. 포르노가 있는데 없는 것처럼 입 싹 닫고 있기도 뭐하고. 아무튼 19금 게이 게임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한번 작정하고 이야기 해 보자.
이야기가 이야기다보니, 하나의 게임을 가지고 풀어놓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게이 야겜 전체를 가지고 이야기 해 봅시다. 이쪽 장르는 아시다시피 우리의 성진국 일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보통 똑같이 생겼는데 머리색 눈색만 다른 눈깔괴물 2D 미소녀들이, 도대체 왜 인기가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는 남자를 서로 잡아먹으려고 안달이 났다는 이야기로 요약 가능한 스토리를 뻔뻔하게 늘어놓는 일종의 인터액티브 소설이지.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미연시라고 불렀던 그 장르야.
그러면 말하기 편하게 우리는 게연시라고 해볼까.
음. 편의상 그렇게 하자구. 아무튼 '미연시'가 일본 오타쿠들 사이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끈 나머지 이도저도 아닌 것들이 범람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게이 오타쿠들을 노리고 게연시는 태동하게 됩니다. 물론 그 한참 전부터 여자 오타쿠들을 노린 BL게임들은 나와 있었지.
야오이 그거?
그렇지. BL은 돈이 된다고 하잖아. 대단한 시장이야. 똑같이 동성애를 다룬 것인데 왜 'BL 게임'과 '게연시'로 구분을 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BL은 게이들의 판타지가 아니거든. '게이의 섹스 판타지'를 다룬 상업용 게임들은 2000년대 초반쯤에서야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다네. 어찌보면 BL 게임을 발판으로 삼고 올라왔다고 볼 수도 있겠군. 장르적 특성은 기존의 일본 미연시를 그대로 답습하였지만 온갖 게이 판타지로 무장한 게임들. 초창기 대표작으로 <호타루> 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군. 온 세상의 야오녀들이 BL인줄 알았다가 "오 마이 내 눈"을 외치게 했었던 기념비적인 게임으로 기억하고 있어. 아무튼 '게이'가 소비의 주체가 되는 상품이 게임 시장에도 드디어 나온 것이지. 아무튼 그 이후로 '19금 게이 게임의 클래식'과 같은 존재로 남게 된 <Hunks Work Shop>이 그 명성을 이어 갔고... 뭐 최근에는 군소 서클 및 개인들(보통 일본에서는 '동인'이라고 하지)이 짬짬이 만들어내고 있어. 아무래도 상업 제작사도 존재하는 일반 미연시나 BL 게임 쪽에 비해서는 초저예산에, 만듦새도 허술한 편이긴 하지. 성우 보이스가 나오는 게임도 손에 꼽을 정도고. 이상이 일본 게연시의 역사에 대한 개설.
Super Health Club, ⓒOonyxGames
그러면 일본 밖은 어때?
2000년대 후반쯤부터 일본 '아니메' 문화가 북미 및 유럽 게임시장에 본격적으로 퍼지게 돼. 아마 어렸을 적 세일러 문을 보고 파이널 판타지를 했던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생산자로 활동하게 된 탓이 아닐까 싶어. 사실 그 이전에는 '19금 게이 게임'이랄 것이 없다시피 했거든. 영상이나 만화 쪽과는 다르게 게임 쪽은 거의 황무지였던 것이지. 아무래도 2D 캐릭터 덕질의 역사가 일본과는 다르게 흘러갔으니. 그러나 몇년 사이 일본 아니메의 세례를 받아 몇몇 인디 게임들이 나오고 있다는.
'게연시'가 '미연시'와 똑같은 구조에다, 게이 판타지를 덧씌운 거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덧씌워진 게이 판타지에는 어떤게 있을까?
어... 음... 다양한 것이 있겠으나... 게이 판타지의 알파와 오메가가 있지. 아마 만국 공통일 듯 싶음.
일반 판타지?
응. 알지? "일반이지만 너와의 섹스를 잊지 못해서 그만 게이가 되어버렸네"서부터 "이렇게 일반스러운 애가 게이였다니 끼그머니나"까지. 거의 모든 일반 판타지를 총망라 할 수 있을 듯. 시티 백일장에다가 그림과 음악을 붙인 버전이라고 할까. 이들 게임들은 '일반과의 섹스에서 오는 스릴'을 굉장히 강조해. 그리고 '일반과의 섹스'를 성취하기 위해서, 온갖 방법이 동원되지. 어찌보면 '포르노'라는 것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것이지.
아이고야.
뭐 판타지의 영역 안에서는 존중함. 판타지가 괜히 판타지가 아니니까.
뭐 그렇지? 포르노는 포르노니까.
아냐... 부족해... 왜 이성애자들에게는 여러 명작 미연시들이 있잖아. 왜 게연시는 안명작요...
흠. 그러니까. 뭔가 부적절한 말인것 같... 잠깐만...기다려봐... 단순한 포르노가 아닌, 작품성 있는 성인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판타지만을 자극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시도가 있어야겠다는 말로 이해하면 되나요.
정확합니다. 뭐 최근에는 그런 시도들이 이루어지고는 있는 것 같지만... 일본에서는 뭐 지지부진함. 일반이 아니라 게이 캐릭터가 늘어났다는 것 정도로 만족하는 느낌? 게이 포르노 게임에 드디어 스트레이트 캐릭터보다 게이 캐릭터가 많아졌다네 예이. "나는 게이인데 오늘부터 여기 각기 다른 취향을 자극하는 일틱훈남 다섯 중 하나 또는 그들 모두와 섹스를 해보겠다" 라는 얼개는 바뀌지 않음. 등장인물의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본인들의 게이 정체성과는 거의 무관하지. 퀴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배제된 느낌이야. 판타지를 더 뻔뻔하게 서술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Coming Out On Top, ⓒObscuraSoft
영어권 쪽은 어때?
최근 미국서 발매된 <Coming Out On Top>을 보면, 큰 맥락에서는 비슷해. 하지만 커밍아웃, 아웃팅, 섹스중독, 내재적 호모포비아, 사회 생활과 정체성과 사랑 사이의 갈등 등의 퀴어 담론을 큰 주제로 잡고 드라마를 풀어나가지. 퀴어로서 조금은 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단순히 현자타임 오면 잊어버릴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예술과 외설의 경계라... 어려워. 어려워.
그냥 여기에서는 단순하게 생각하자. 수많은 베스트셀러 소설 주인공들이 정력적으로 섹스를 해 대지만 그 소설들이 포르노가 아닌 이유를 생각해 보라구. 야한 영화가 단순히 야하기만 하면 혹평받는 이유라든지.
흠. 네 생각도 하나의 의견일 수 있겠다. 이런 게임을 접할 때 그냥 야하기만 하면 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물론 깊이도 있고 야하기도 해야지. 야해야 한다는게 기본 전제입니다.
언젠가 그런 19금 게이 게임이 나오기를 너를 위해 빌어 줄게.
으흐흐흐... '음란물' 아닌 19금 게이 게임 나와라...
요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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