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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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돈’ #2]
甲甲한 세상에서 乙들이 외치다
- 직장인 게이들의 미생 이야기
비결이 뭔가요?
크리스 여러분! < 甲甲한 세상에서 乙들이 외치다 > 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납득이 저는 게임회사에서 그래픽을 담당하고 있고, 다닌 지는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아 론 저는 만 1년차 대기업 사원입니다.
상언니 최근 직장은 2년 정도 다녔고요. IT 회사에서 고객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클라우드 전 이 회사를 다닌 지 만 4년 되었고요. 의료기사입니다.
차돌바우 일을 시작한지는 18년이 되었고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15년째 근무 중입니다. 조그마한 회사에서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고 정규직입니다. 하지만 저희 직종은 특이하게 비정규직이 돈을 더 많이 받고 있습니다.
크리스 어머~ 차돌바우님은 회사를 다니신지 15년이 되셨는데 비결이 뭔가요?
차돌바우 돈?
클라우드 카드값!
근데 화장품은 왜 한꺼번에 떨어져?
크리스 돈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죠. 동성애자들은 결혼과 육아에 대한 비용이 들어가질 않으니까, 문득 생각해보면 돈에 대해서 쿨~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게이들에게 돈이 어떤 의미일까요?
차돌바우 더 중요하죠. 사실 동성애자들은 노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니까요. 저 같은 경우, 또래의 이성애자들 보다 연금보험을 더 많이 들어놓는 편이에요. 요즘 자식의 노후봉양에 대한 기대가 없어지고 있는 추세여도 (여전히 자신의 부모님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압박감, 그리고 자식이 노후를 책임져줬으면 하는 기대감 등)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죠.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높은 편이니까요. 저희 부모님도 제가 다달이 드리는 용돈이 없다면 바로 빈곤층으로 떨어질 거에요. 그래서 오히려 동성애자들은 자녀들이 없으니까 자신의 노후는 자신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 론 그렇게 말하면 육아나 결혼에 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잖아요?
차돌바우 그 돈이 안 나간다고 생각하기 보단, 그 돈을 노후대비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죠.
아 론 이성애자들이 취직을 해서 결혼자금 모으고, 결혼해서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모으죠.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다, 자녀가 대학에 가면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기 마련인데, 형은 어때요?
차돌바우 저는 회사에 처음 입사하고 나서, 바로 보험에 가입하고 연금을 부었던 것 같아요. 그 땐 1순위가 집을 사는 것이었죠.
아 론 저는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질 않았는데, 입사초기에는 옷이나 화장품 등 저를 위해 쓰기 바빴어요.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시작하니, 지금은 부모님 노후를 어느 정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요즘 부모님 용돈, 보험료, 통신비 등등을 내고 있어요.
상언니 매력적이다. 근데 화장품은 왜 한꺼번에 떨어져? 스트레스 받아.
클라우드 이성애자들은 이성을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면 평소에 잘 꾸미질 않아요,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반면에 우리는, 지보이스 같은 경우를 봐도 연습 하러 나오는 건데, 비비 바르고 옷도 신경 써서 입고, 이성애자들은 특별한 자리에 나갈 때나 하는 건데(일상적으로 꾸미는 시간이 많죠.) 일단 자기를 꾸미는 비용이 이성애자들 보다 1.5배는 더 든다고 봐요.
상언니 우리는 술과 치장에 돈을 많이 쓰니깐.
차돌바우 나는 0.5배 일 거야.
아 론 개인차 있음!
집에 누나가 많은가 봐요?
크리스 로또에 당첨 되지 않는 이상, 일을 해야 돈을 벌죠. 매일 수십 번씩 그만두려 하면서도, 내일이면 다시 가게 되는 그 곳, 바로 직장일 텐데요. 이번에는 성소수자 직장인으로서 느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차돌바우 회사에서 간혹 가다 ‘남자 좋아하세요?’ 라고 물어봐요. 그러면 ‘걱정 마세요. 당신은 내 스타일 아니니깐.’이라고 대답하곤 하죠.
클라우드 진짜요? 대단하다, 오빠.
상언니 아는 동성애자 지인 중에 학교 선생님 있는데, 어느 날은 어떤 학생이 ‘선생님 게이에요?’ 라고 물어봤대요. 그러자 ‘내가 게이라도, 너는 내 스타일 아니니깐 앉아.’ 이랬대요. 정말 언니들은 보통이 아니야.
아 론 보통은 돌려서 물어봐요. ‘집에 누나가 많은가 봐요?’라고요.
상언니 맞아! 일반들은 꼭 그렇게 물어보더라.
이성애자들이 말하는 종로는 종각. 게이들이 말하는 종로는 종로3가.
아 론 회사에서 계속 물어보지 않나요, 왜 결혼 안 하냐고?
클라우드 저는 ‘적어도 서른다섯 되기 전까진 결혼 안 할 거에요’라고 못을 박아요, 아예.
차돌바우 저는 ‘혼자 사는 게 얼마나 편한데요. 결혼해봐서 알잖아요. 결혼하는 게 얼마나 피곤한지. 그런데 왜 날 그 지옥으로 끌어들이려고 하세요?’ 라고 말해요. 오히려 회사 내에선 여자를 많이 만나는 사람으로 알아요. 여자를 너무 밝히고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 아직 결혼을 안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어요.
상언니 저도 회사 내에서 이미지는 ‘잘 놀러 다니는 사람’?
클라우드 회사에 꼭 결혼해서 애를 놓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저희 회사에도 결혼 안 한 사람, 이혼 한 사람, 결혼했는데 자녀가 없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납득이 저희 회사도 (사생활에 대한 간섭이) 없는 편이에요. 일단 연령대가 낮은 편이라 결혼에 대한 얘기를 안 하는 편이죠.
클라우드 요즘 사회가 결혼을 빨리 하는 경향이 아니어서, 회사에서 결혼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보는 사람은 적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 대신 여자친구 있냐고 집요하게 물어보긴 하겠죠. 근데 (게이라는 것 때문에) 우리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걸리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 나는 내 일을 하는 건데.
아 론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꼭 일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회사에서 사생활도 공유하고 친구나 혹은 친한 동료도 생길 수도 있죠. 어쩌면 하루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곳이고 내 삶의 일부인 곳인데, 회사생활도 학교생활도 내 삶으로 들어오면, 어느 순간, 순전히 비즈니스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하다못해 ‘금요일에 뭐했어요?’라는 물음에 남자친구랑 어디를 갔고 종로포차를 들렸고 이태원 클럽을 갔던 게이로서의 시간들을 모두 거짓으로 꾸며 내야 하잖아요?
차돌바우 왜요? 저는 회사사람들하고 사생활에 대해서 얘기 안 하는데?
클라우드 저도 차돌바우님이랑 비슷한 게, 주변 회사사람들은 알아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사생활은 말을 잘 안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아니깐, 거기에 대해서 별말을 안 해요. 그냥 ‘애인이랑 바다 갔다 왔어’ 라고 끝내죠.
크리스 본래 사생활 얘기를 잘 안 하는 것이 게이라서 인가요? 아님 성격이 원래 그런 거야?
클라우드 원래 성격이 그래요.
크리스 (클라우드를 아는 저로서는) 잘 상상이 안가는 데요?
아 론 그게 사람마다 다른 게, 우리회사는 완전 반대에요. 우리 회사는 연애부터 결혼생활, 육아까지 다 털어놔요. 부부싸움도 털어놓고 심지어는 성생활도 털어놓지요. 그런 분위기에서 사생활을 잘 털어 놓지 못하면, 뭔가 음흉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 되거나, 조직에 잘 융화되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 마련이죠. 심지어는 신뢰가 가질 않는 사람으로 평가되어서 승진이나 고과에 영향을 받기도 해요. 거기서 오는 패배감도 있죠. 또한 그런 조직 분위기인 탓에 사생활에서 대해서 함구해야 하는 저는 이따금씩 위축되는 기분도 들어요.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그 거짓말을 외워야 하고, (거짓말이 들킬까) 늘 불안해 해야 하니까요.
상언니 이성애자들이 말하는 종로는 종각. 게이들이 말하는 종로는 종로3가. 근데 섹스얘긴 주로 누가 해줘?
게이인 것을 밝히면 저는 ‘여자’가 되겠죠.
크리스 만약 커밍아웃을 해도 어떠한 불이익이 없다고 한다면 커밍아웃 하실 건가요?
클라우드 아니요. 전 안 해요. 일을 하면서 얘는 다르다라는 시선을 느끼면서 일하는 것은 너무 싫어요. 설사 일반인들이 결혼하는 것처럼 우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해도, 사람들이 물어보지 않는 이상 먼저 밝히지는 않을 것 같아요. 커밍아웃과 관련해서 일단 사생활과 일은 별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질문을 받았을 때 게이라는 것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커밍아웃을 하겠지만 먼저 나서서 밝히지는 않을 것 같아요.
차돌바우 직장 내에서 그 사람하고 개인적인 친밀도가 생겼을 때, 사생활에 대해서 깊게 터놓는 사이라면 커밍아웃을 고민할 것 같아요. 그 친구가 자기 속을 크게 꺼내놓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속을 감추고서 얘기를 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회사에서 업무만 한다면 커밍아웃을 전혀 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사적인 관계가 이뤄진 동료라면, 오히려 동료라기보단 친구에 더 가깝죠. 그렇다면 커밍아웃을 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 그런 관계를 회사사람들하고 만들고 싶지 않아요. (현실에선 커밍아웃을 한다면) 뒤에서 웅성웅성 거릴 것 같은데 저를 자르진 못할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그만둔다고 해도 다른 곳에 가면 되니까요. 오히려 자기네들 손해죠.
상언니 한번은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옛 동료한테 커밍아웃을 한 적은 있어요. 그냥 좀 친했던 직원이었는데. 오랜만에 만났다 말하게 되었어요. 그 동생의 반응은 ‘응, 오빠, 그럴 줄 알았어.’였어요. 저도 직장에서 친한 동료가 있지만 회사에서 그런 관계를 만드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납득이 저도 회사에서 업무얘기만 하고 싶어요.
아 론 저는 좀 반대에요. 저는 영업직인데 업무특성상 접대도 엄청 많이 해요. 접대를 어떻게 하나면 흔히 말하는 ‘북창동 스타일’로 하죠. 노래방기계가 있는 방에 다같이 있는데, 여자가 한 명씩 붙어서는 입으로 해줘요. 제 맞은 편에는 어떤 여성과 과장님이 하고 있죠. 그 와 중에 저는 게이인 게 들킬까, 시선을 천장에 고정해 놓고 있었어요. 그렇게 있다가 위로 올라가서 여자랑 성행위를 하는 거에요. 지금 저는 입사를 하고 6번 정도를 갔었어요. 심지어 해외출장을 가면 거기서 제일 유명한 홍등가로 데려가요. 그것이 제 일상이고, 업무의 연장인 거에요. 모든 것이 이성애자 위주로 되어 있죠. 어떻게 보면 게이로서 정말 안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어요. 심지어 자주 가다 보니 어느 순간 여자랑 섹스를 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커밍아웃을 했을 때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면 하고 싶어요. 그런 곳에 다신 가고 싶지 않고, 그런 것에 무뎌지는 제 자신이 싫어요. 커밍아웃을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회사는 아직 여자에 대한 차별이 엄청 심해요. 게이인 것을 밝히면 저는 ‘여자’가 되겠죠.
죽어야 끝나, 이 고민은.
크리스 커밍아웃을 해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바라면서요. 미생을 사는 우리 ‘乙’들 특히 직장인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클라우드 게이로서 공과 사의 구분이 애매해서 고민한다면 자기를 받아 줄 수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거짓말을 해가면서 아등바등 거기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도 이해 못해주는 회사를 평생 어떻게 다니나요.
아 론 전 이런 얘기를 아는 게이선배랑 나눈 적이 있어요. 그 때 선배가 좀 있으면 무뎌진다고 하는 거에요. 이제 일년이 지나고 우리회사에 신입사원 중에 게이가 들어왔어요. 내가 그 분에게 해 줄 수 있는 말도 선배랑 같은 거에요. 그게 좀 슬프긴 한데. 그래도 조금만 참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상언니 죽어야 끝나, 이 고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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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좌담회 기사 정말 재미있어요. 앞으로 이런 형식의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특히 노후에 대한 차돌바우님의 생각에 공감가네요.
그리고 맨 처음 사진에 눈에 띄는 아이템이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