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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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래로 세상과 소통하는 보컬그룹 - 코드 지
순수취미활동_코드지
요 근래 축제가 참 많았죠? 지보이스공연이나, 핼로윈도 있었고
그리고 지난 10월 24일에는 코드지 여러분의 두번째 정기공연 'This is Halloween'이 있었습니다.
코드지의 리더인 파란이님과 화이님, Nick Kim, 그리고 Taylor님과 함께 진솔한 얘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친구사이 회원인 킴님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아카펠라만 세달 연습했어요
아 론 2회 공연 정말 잘 봤습니다. 정말 잘 봤다라는 얘기를 백 번 정도 한 것 같아요. 궁금한 게 많은데, 우선 코드지는 파란이님이 리더시죠, 어떻게 처음 만나시게 되셨나요?
파란이 음악을 전공하면서, ‘누군가와 함께 연습을 하면 참 좋겠다’라고 항상 생각했었어요. 다같이 연습을 하면 서로 에너지를 주고 받는 게 있거든요. 그러다 재작년에 이태원 쯔나미바(Bar)에서 열린 ‘보이스 오브 쯔나미’에서 Taylor형, YC형, ED Kim형을 만나게 됐고, 작년 5월 24일에 코드지를 결성하게 되었어요.
화 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 의미 있는 것을 해보자라고 뜻을 모았죠. 공연을 목표로, 여섯 일곱 명이 모여서 처음에는 아카펠라로 시작했어요. 물론 어려워서 다른 길을 택했죠.
Nick Kim 아카펠라만 세달 연습했어요.
아 론 모여서 노래를 부르는 것과 공연을 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잖아요. 공연을 결심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Taylor 공연을 해봤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공연을 목적으로 연습을 한 것 같아요. 작곡가 및 악기세션, 연극영화과나 뮤지컬이 전공인 친구들도 있고, 밴드나 종교활동으로 음악을 했던 친구들 등. 다들 무대에 서 본 경험들이 있죠.
Nick Kim 공연의 맛을 다들 알아서 그런 걸 수도 있고요...
저희도 취미생활 같지 않아요.
아 론 저는 처음 본 코드지 공연이 올해 정기공연이었어요. 마치 버라이어티 쇼를 보는 듯했는데요. 이번 공연 주제가 ‘This is Halloween’이었죠?
화 이 저희도 취미생활 같지 않아요.
아 론 ㅎㅎㅎ
화 이 작년엔, ‘첫 정기공연’ 자체가 주제였어요. 정해진 주제가 없이, 그 동안 연습했던 곡들을 여러분께 보여드렸는데, ‘두 번째면, 뭔가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해서, 이번엔 아예 테마를 정하고 시작하게 됐죠.
Nick Kim 처음에는 디즈니 OST를 했다가…
Taylor 아냐, 처음엔 영화 OST 특집이었어.
Nick Kim 장난스럽게 툭툭 던지는 식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다가, 핼로윈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순식간에 모두의 동의를 얻게 되었죠. 어떻게 보면, 이쪽에서 가장 큰 명절이 크리스마스보단, 핼로윈이잖아요.
킴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에서 디즈니 프린세스 OST 가 제일 좋았어요.
화 이 디즈니 프린세스 OST는 원래 노래만 이어 부르려고 했죠. 함민기형이 스토리를 처음 만들고, 그게 다듬어져서 이쪽 얘기로 풀어가게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B급 코미디식으로 일부러 만든 거죠.
Taylor 디즈니 프린세스 OST는 멤버들 욕심이 커져서 잘 된 공연인 것 같아요. 의상이나 기타 소품을 사비로 개개인이 연출한거라서.
아 론 그랬군요.
Taylor 공주들끼리 경쟁이 붙어서...
화 이 처음에는 여장을 어떻게 하냐며 창피해하더니…
취미모임
아 론 Kar Jang님이나 레즈벨벳처럼 무대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도 있지만, 이번 공연에는 ‘사장님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경품이 많았죠.
화 이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죠.
Taylor 처음에는 ‘평소 가깝게 지내는 업소 사장님께 안주쿠폰이나 칵테일 쿠폰 한두 장 얻어오자’라고 좀 가볍게 생각 했었어요. 근데 사장님들께서 예상보다 너무 큰 선물을 주셔서 어느 순간 후원처럼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죠.
화 이 후원까진 아니더라도, 도움주신 분들 정도로 하고 싶었는데.
Taylor 너무 많이 주시니깐,
아 론 왜요? 후원이 싫으셨어요?
Taylor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솔직히.
Nick Kim 사실 공연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이래저래 비용이 발생하니까 후원을 받으면 물론 좋죠. 그렇지만 아무래도 돈에 관련된 일은 조심스럽기도 하고 괜한 오해가 생길까 봐 주저하게 되는 것 같아요.
화 이 ‘취미모임인데, 만원씩이나 받으면서 여기저기 돈 받고 다니냐’고 수근댈까 봐요.
Nick Kim ‘이렇게 남겨서 너네 술 먹고 노는데 쓰는 것 아니냐’ 라고 말할까 봐, 그런 걸 아예 차단하기 위해서 후원을 일부러 받지 않으려 하는 것도 있어요.
화 이 작년에 이벤트의 일환으로 코드지 페이스북 계정에 익명게시판을 연 적이 있었어요. 추첨해서 선물을 드리는 행사 중 하나였죠. 그때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물론 응원해주시는 분도 계셨지만, 이상한 ‘섹드립’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 ‘연예인병 걸린 새끼’, ‘관심병자들’, ‘니들이 뭐라고 돈 받고 공연을 하냐’, ‘얼마나 잘하나 보자’, ‘취민데 왜 돈을 받냐’ 등등의 얘기를 들었죠. 그런 얘기를 듣고 오히려 으쌰으쌰 했던 것 같아요.
아 론 올해는 정기공연 말고도, 많은 곳에서 노래를 부르셨어요. 아이다호 행사 때 뵌 것 같은데요.
Taylor 솔직히 아이다호 주최측에서 섭외가 올 줄은 몰랐어요.
아 론 Taylor님은 아이다호 행사 때 노래를 불렀던, 코드지 소그룹 '태미애'(Taylor, 함민기, Ed Kim) 중에 한 분이시죠? 어떠셨어요, 아이다호 행사?
Taylor 처음에 아이다호 행사가 서울역 아니면 광화문에서 한다고 얘기를 들었을 땐 조금 망설였죠. 공개된 무대에 선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권과 관련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보람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으니까요.
화 이 반대라기보다는, 저희가 오픈이 될 까봐, 그게 걱정이 되었죠. 저희는 모두 커밍아웃을 안했으니까요.
Taylor 생각이 많이 바뀌더라고요. 아이다호 때에는 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선글라스를 쓰고 무대에 올랐는데, 그 이후에 프라이드 영화제에서는 선글라스도 벗고 노래를 불렀거든요.
화 이 아무래도 형들이 공연하는데, 보러 가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레 행사를 끝까지 참석하게 되고, 영화제에선 개막식 영화도 보고. 인권과 관련된 행사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다 보니 저희 내부적으로도 인권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작년까지만 해도 이쪽에서 노래나, 인권이라고 하면 지보이스였잖아요. 작년에 막장파티를 시작으로 올해 아이다호도 그렇고 프라이드 영화제도 그렇고 저희도 이런 무대에 설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보셨나요, 지보이스?
아 론 보셨나요, 지보이스?
화 이 저는 작년 공연
파란이 저는 올해 공연
아 론 물론 다 좋으셨겠지만, 같이 공연을 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어떠셨나요?
파란이 비교는 안되죠. 저희는 아무래도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공연을 주로 하지만 지보이스는 뭐랄까 게이의 삶, 인권과 같은 ‘우리’ 얘기를 진지하게 풀어내는 그룹인 거 같아요. 이번 공연 같은 경우에는 전체적인 스토리나, 감동적인 부분들이 많아서, 보다 울뻔한 적이 있었거든요. 작년도 보고 이번에도 봤지만, 이번에는 달랐던 것 같아요. 노래들의 조화가 더 잘 맞았고 노래를 부르시면서 우시는 분들도 있었잖아요. 단원들 각자의 사연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요. 저도 보자마자 단카방에 너무 좋았다고 글을 남겼어요.
화 이 게이라서 부를 수 있는 노래랄까? ‘게이니깐, 노래를 이렇게 작곡하고, 이렇게 개사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저는) 노래에 집중을 했었거든요. 제가 게이라서 다가오는 뭔가가 있었어요.
파란이 지보이스는 저희가 하고 싶은데 못하는 얘기를 해주는 것 같아요. 보다 앞서 나가서 우리에게 얘기를 해준다는 느낌이 강하죠. 인권 쪽이라든지, 저희가 살아가면서 불편했던 점이라든지, 그런 부분을 먼저 얘기를 해주니깐, 공연이 끝나고 이것에 대해서 우리끼리 얘기를 하게 만들어 주는, 뭔가 앞서서 나가는 선구자라고 생각해요.
뭔가 달라야 한다
아 론 1회 때는 공연을 한다는 그 자체에 의의를 뒀다면, 2회 때는 핼로윈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치셨죠. 3회 때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실지 기대됩니다. 어때요? 부담되지 않으세요?
Taylor 저희는 이번 공연 끝나고 그런 얘기를 했어요. '이번 공연 때는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줬다. 춤, 악기연주, 뮤지컬, 여장 등등...' 농담이지만 다음 공연에선 몸을 만들어서 고고보이라도 해야 할까 봐요.(웃음)
화 이 작년보단 올해 확실히 더 많은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내년에는 뭔가 더 보여주지 않으면 관객들이 실망할 지 모른다는 걱정도 들어요.
Nick Kim 이제 ‘코드지 공연’이라는 것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편으론 3회 때는 뭘 해도 사람들이 좋아할 거고 인정을 해 줄 거다라는 얘기도 주변에서 많이 들어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고맙기도 하고, 부담감이 좀 줄어들기도 해요.
Taylor 올해 핼로윈 공연을 준비하면서 아무래도 무대도 커지고, 퍼포먼스도 많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노래 자체에 대한 집중력이 좀 분산될 수 밖에 없었어요. 원래 저희는 노래로 시작한 모임이었고, 춤이나 연기, 끼를 보여주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멤버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내부적으로 갈등도 좀 있었죠. 그래서 3회 공연은 노래에 좀 더 집중했으면 하는 의견도 있지만 이미 코드지의 이미지가 생겨버려서 관객의 기대치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이죠.
화 이 ‘다른 노래모임과 코드지가 다른 건, 노래만 하지 않아서이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Taylor 사실 노래를 잘하는 모임이나 팀은 이미 있기도 하고, 또 최근에 많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태원의 <모움>과 종로의 <비바> 같이, 자유롭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면서부터 노래 잘하는 친구들의 공연을 쉽게 볼 수 있게 됐잖아요? 그러다 보니 코드지만의 차별화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고민에 빠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작년과 올해 공연에서는 퍼포먼스에 힘을 주게 된 것 같고요.
Nick Kim 1, 2회 때 퍼포먼스를 보여주다 보니깐, 3회 때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커지죠.
화 이 우리가 노래만 준비해서 3회 공연에 선다면, 올해 공연만큼의 호응과 관심이 있을지는 사실 모르겠어요. 공연이 끝나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많은 공연 후기들을 보면서 우리 공연이 관객분들에게 재미뿐만 아니라 감동과 여운을 드린 것 같아서 정말 뿌듯했거든요. 특히나, 올해 공연을 처음 보신 분들이라면, 코드지는 이런 그룹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실 테니깐, 내년에는 적어도 올해만큼은 보여드려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해요.
아 론 올해는 코드지한테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2회 공연도 성공적으로 끝냈고, 아이다호 행사 땐, 일반대중들 앞에서 노래도 불렀죠. 이렇게 많은 일들을 겪으셨기 때문에 고민이나 생각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 공연이 더 기대됩니다. 3회 공연 꼭 보러 가겠습니다. 진솔하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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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경
글 잘 읽었어요 토크위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