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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6 - 브로크백 마운틴
2015-11-30 오전 00: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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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1월 

 

[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6

: 브로크백 마운틴

 

 

 

 

* 수만 개의 삶과 사랑, 아픔과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빠져,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즐겨봅니다.

특히 영화에서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삶이

내 삶과 연결되어 있을 때 그 느낌은 배가 되죠.

소식지팀에서 독자 여러분께 손을 내밀어봅니다.

영화로 만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떤 이야기든 소중하게 담아 함께 풀어내보려고 하거든요.
독자 여러분의 이야기가 또 하나의 영화가 되어 지금, 펼쳐집니다.
(기고글 보내실 곳: 7942newslet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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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언제 게이인 걸 알았어?

 

가끔은 받곤 하는 범박한 질문. 아마 본인이 게이인 것을 알게 된 명확한 계기가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을텐데, 나는 말하자면 전자와 후자의 중간 어디쯤일 것이다. 그런 게 가능하냐고? 글쎄, 조금 장황하긴 하지만, 나름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다.

 

나는 보통 저 질문에 이렇게 답하곤 했다. 중학교 때 혹은 고등학교 때. 나에게도 그 지점은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남자에게 성적으로 이끌린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지점과, '내가 게이인 것'을 체감했던 지점이 그만큼 떨어져있기 때문이었다. 그 두 가지가 뭐가 다르냐고? 충분히 다르다. 한 사람의 인생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만큼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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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눈을 떠갈 무렵부터 나는 같은 성에 이끌렸다. 그런데, 그것이 '이상하다(queer)'는 인식은 없었다. 당시의 내게 남성에 이끌린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나머지, 그것이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아니, 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그다지 없었다. 또래 남자애들의 '고추'에 대한 관심은 지대해서(화장실에서 서로의 물건을 비교한다든지) 나의 성적인 관심도 그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심지어 언젠가 같은 반 학생과 '조금 비밀스러운 장난'을 한 적이 있었는데, 뒤에 돌이켜보면 그건 오럴섹스였던 것. 그때까지 나는 성에 대해서는 어린아이였고, 아무도 나를 가르쳐주지 않았으며 (정자들이 열심히 경주해서 제일 먼저 도착한 정자가 난자에 들어가요!), 그렇기에 아무 의심 없이 가만히 이성애 질서 속에서 순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게이 야동을 몰래 다운받아서 보고 있었음에도(!) 나는 '동성애'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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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내 삶을 괴롭도록 바꾸어버린 영화가 있었다.

브로크백 마운틴. 뭐 이 영화에서 상징을 읽고 명대사를 나열하고 그러지는 않겠다. 이미 10년 동안 이 명작 영화에 대해 나올 이야기는 다 나오지 않았나? 그러니까 내 이야기를 계속 하겠다. 영화 에세이 아니냐고? '내 인생'의 영화니까 괜찮지 않을까. 봐 달라.

    

고등학교 1학년 때였나, 야동을 다운받다가(흠흠), 우연히 들어간 폴더 안에서 발견한 브로크백 마운틴. 내 인생의 첫 퀴어영화였다. 닫힌 방 안에서 헤드폰을 끼고 마주한 내 인생의 첫 게이 '로맨스'. 뭐랄까, 그 순간, 내게 와 닿지 않았던 '로맨스'라는 개념이 자리 잡은 느낌이었다. 그 순간 나는 호모로맨틱호모섹슈얼,이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내가 끌리는 성은 남성이며, 나는 남자를 사랑하고 싶고, 그렇기에 나는 다르고, 나는 이상하며, 그렇기에 나는 혐오당할 수 있고, 맞아 죽을 수 있고, 나는 부끄럽고, 나는 숨어야하며, 거짓말해야 하며, 두려움에 떨며 살아야한다는, 오만가지 생각을, 나는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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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에야 나는 첫 (짝)사랑을 하게 되었고, 나는 내가 동성을 사랑한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괴로워했다. 나는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알게 되었지만, 동성애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일이 '올바른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잭은 맞아 죽었고, 에니스는 평생을 자신을 숨기며 살았으니까. 결국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아름다운 영화는 내게 호모포비아를 심어준 것이었다.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로 살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라. 숨어 살든지, 맞아 죽든지. 누군가는 그런 은둔 생활의 스트레스를 섹스로 해소하거나 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우습게도 내 짝사랑은 너무나 강렬해서 그 이외의 모든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해 버렸던 것. 이것도 브로크백 마운틴의 여파인가?

 

아무튼 중간의 온갖 고통과 투신충동을 뛰어넘어, 나는 스무살이 되어서야 "나 게이야"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비교적 어린 나이에 친구사이를 만나, 몰랐던 사실들과 관계의 가능성들을 필사적으로 흡수했고, 빠른 시간 내에 '브로크백 마운틴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내게 호모로맨스의 존재를 가르쳐준 동시에 호모포비아를 심어준, "내 인생의 영화"다. 그래서 내가 브로크백 마운틴을 그 나이에 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더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어쩌면 청소년기가 지나도록 정체성을 깨닫지 못하고 방황했을 지도 모른다. 모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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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0년 사이지만, 요즘은 '게이'라는 말도, '동성애'라는 말도, 사회에서 듣기 쉬운 말이 되었고, 동성애자 청소년들이 연애를 하는 것도 그다지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청소년기는 성소수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다. 많은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제발, 죽지 않고,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15금 영화니까 청소년들은 보호자의 지도 하에 보도록 하고. (어쩌면 이게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었을지도! 게이 프렌들리한 보호자가 있었으면 그렇게 긴 방황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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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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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이 2015-11-30 오후 18:10

철들고(?) 본 영화라서 그냥 영화 잘 찍었다고 봤는데 이렇게 본 사람도 있네요. ㅋ "잘 봤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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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v 2015-12-01 오전 09:08

다시 한 번 봐야겠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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