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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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내기 정회원 인터뷰 - 짜요
'우리 지금 만나. 아, 당장 만나.'
‘허허허’
짜요와의 인터뷰엔 무심한 웃음과 간결한 대답이 주로 오갔다. 어두운 빛깔의 옷을 입고 와 다크 초콜릿 라떼를 시킨 그의 덤덤한 목소리와 표정으론 속내를 알 수 없는 듯했다. 허나 순간순간의 공백에도 어색함이 느껴지진 않은 건 이 사람의 배려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무턱대고 ‘자신의 꿈’부터 이야기하는 당찬 사람, 동시에 “큰 미래를 그리면서 사는 게 재밌잖아요.”라고 말하는 능청스러운 이 사람, 단언하긴 이르나 24살의 건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다부진 골격에 (공놀이 빼고) 헬스, 수영, 탁구, 농구에 능숙한 스포츠맨이라고 한다. 소식지팀이 비 오는 10월 가을 주말에 만난 사람은 바로 24살의 청년 짜요다.
우선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 인사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24살 짜요라고 합니다. 지금, 국제통상학과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이에요.
왜 닉네임이 짜요 인지 궁금하다.
처음에 닉네임을 뭐 할까 고민하면서 본명으로 할까 했는데, 친구사이에 이미 제 이름과 같은 분이 계셨어요. 다른 분들이 ‘XX야~’ 저를 부르는 척하면서 그 형을 놀리는 바람에 ‘짜요’로 결정했어요. 중국 말로 ‘힘내!’라는 뜻이에요.
최근 군 전역 후 복학을 했다고 들었다. 학교생활이 즐겁겠다.
확실히 일반 친구들이랑 친해지는데 조금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 친한 게이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걔네들이랑은 같이 마음이 잘 맞아 종로에도 종종 와요. 학교에선 주로 게이 친구들과 마음을 털어놓고 지내는 편이에요. 그리고 현재 학교 성소수자 모임의 회원이에요. 아직 공식 동아리가 아니라서 자주 활동은 안 하지만 모임이 있으면 가능하면 나가고 있어요. 지난 학기에 처음 나가 회지를 같이 만들었는데 재밌던 기억이 있어요.
친구사이는 다 좋은데, 다 좋은데… 그게…
정회원 인터뷰를 하면 한 번쯤 던지는 질문이다. 친구사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
제대를 한 뒤, 외로워서 ‘친구나 만나보자’하고 친구사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더불어 LGBT운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고요. 사실 친구사이에 후원을 먼저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정기모임에 나오게 됐죠. 여기 사람들이 참 좋아요. 특히 형들이 잘 챙겨줘서 좋았어요. 처음부터 열심히 활동을 하기보다,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차츰차츰 활동량을 늘려가고 싶었어요.
그리고 애인을 만나고 싶었고?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지. (막상 와보니 실망했어요?) 아니요, 다 좋은데, 다 좋은데.. 종로 나가면 같은 게이끼리 괜히 째려보고 그러는 게 있잖아요. 여기는 안 그러니까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이미 모두 연애 중인 걸 알고 난 뒤 활동의 동력을 잃었어요. 제가 관심 있는 사람은 저한테 관심이 없으니까요. 내가 애매하게 생겨서 그런가? 아무나 상관없으니까 다들 연락 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수영모임 마린보이에도 나갔다고 들었는데, 수영모임 활동은 어땠나.
제가 노래를 못 해서 ‘지보이스’는 아닌 것 같았고, 학교에서 책은 많이 읽으니까 ‘책읽당’도 아니었고, ‘그럼 마린보이에서 수영을 해보자’ 싶어서 나갔어요. 수영은 어렸을 때 배웠어요. 마린보이 분들이 수영도 잘하시고 다 좋은데, 제 또래가 별로 없어서 아쉬웠어요. 지금은 배드민턴 모임으로 갈아탔어요.(웃음)
<짜요가 자주쓰는 모자들>
밀당하는 건 딱 질색이다.
주로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지.
그니까 이게 말로 정의하기는 힘든데요. 제가 힘들 때 의지할 수 있고, 조금 마초 같진 않은데 남자다운 사람. 외모도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마른 사람이나 스탠. 친구사이에 그런 사람들은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분들은 제게 관심이 없는 게 심각한 문제에요.
어떻게 정체성을 알게 됐는지 궁금하다.
중2 때 같은 반에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알게 된 거 같아요. 야동도 그때부터 보기 시작했고요. ‘이 느낌이 뭐지?’하면서 알게 됐어요. 그전까지는 동성애자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자연스럽게 친구도 좋아하게 됐고, 받아들이는 데 특별히 어렵진 않았어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거니까 받아들이고 말고가 없었어요. 그대로 괜찮았어요. 제 성격이 이렇게 평범해요. 사춘기에도 특별히 고민스럽지는 않았어요.
고향인 울산에서 서울로 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울산은 ‘이쪽’의 불모지에요. 제 기준에선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나이가 있는 사람들만 가는 술집만 있고, 20살의 저에겐 울산을 탈출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목표는 당연히 서울이었고, 지금도 울산으로는 다시 가고 싶지 않아요. 부모님을 못 보는 건 아쉽지만, 울산에 가면 제가 고자가 되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웃음)
어느덧 군대를 갔다 온 24살의 고민이 있다면.
삼수를 해서 지금 2학년 이에요. 최대의 고민은 연애요. 솔직히 공부는 고민이 안되고요. 많이 놀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 해서 두려워요. 지금 중간고사 기간이라 놀면서 공부도 해야 하는데, 불안하고, 짜증나고. 그래도 연애할 시간은 있어요. 시간은 만들면 되니까. 결론은 연애를 하고 싶다!
다양한 꿈을 꾸는 게 즐겁잖아요.
나중에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UN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는 게 꿈이에요. 국제적으로 일을 하면 뭔가 멋있잖아요. 예를 들어 LGBT를 위한 활동을 할수도 있고.. 좋은 남자도 만나고요. 다양한 꿈을 꾸며 사는 게 즐거운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짜요는 굉장히 목표가 뚜렷한 사람 같다.
고등학교 땐 서울대를 가려고 공부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무조건 좋은 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과 저, 둘 다 그것만 바라보고 살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1등 해야 한다 이런 건 없고, 열심히 해서 ‘부모님께 실망시켜드리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가족들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아직 커밍아웃은 안 해서 가족들은 제 성정체성을 모르고 있어요. 취업을 한 뒤 제가 독립을 하게 되면 커밍아웃을 할 생각이에요. 만약 지금 정체성을 밝히면 부모님이 간섭을 많이 할 것 같아서요. 사실 1학년 때 만나는 여자친구 있다고 거짓말을 했던 적이 있어요. 이후에 헤어졌다고 말했지만, 엄마가 종종 ‘여자친구 없느냐’고 물어봐요. 나중에 솔직하게 말씀드려야죠. 여자친구가 있는 건 사실이 아니었다고. 그 당시에는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했던 말이라고. 실제로 걔가 저를 좋아해서 만났지만, 7개월 동안 질질 끌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은 하는 편인가.
머리로는 커밍아웃 많이 하고 싶은데, 제가 겁이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최근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면서, 그 친구들의 마인드가 개방적인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저도 당당하게 말하고 다닐까’라는 생각을 해요. 오늘도 점심 먹으면서 한 명한테 커밍아웃을 했어요. 어제는 일반 외국인 남자친구랑 지보이스 공연을 보러 갔고요. 걔네가 내가 게이든 아니든 전혀 개의치 않듯이 저도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커밍아웃하고, 친구사이 형들처럼 용감하게 살고 싶어요.
<2015 지보이스 정기공연 '도도한 가'의 한 장면, ⓒ터울>
'Boy is Bottom을 이성애자인 그 친구가 어떻게 볼까’라고
내가 괜히 우려했구나 싶었어요.
지보이스 공연은 재밌게 보았나.
무엇보다, 재밌었어요. 의미가 있는 노래들이라 와 닿았어요. 노래 중에 ‘Everyone is Bottom’은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트랜스젠더와 HIV 감염인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들을 땐 울컥했어요. ’Our last summer’는 서정적인 가사가 공감되었어요. 같이 공연을 보러 온 제 외국인 친구도 좋아했어요. ‘Boy is Bottom’을 볼 때, ’이성애자인 그 친구가 어떻게 볼까’라고 내가 괜히 우려했구나 싶었어요. 사회에서도 그런 부분이 많은 거 같아요. 지금까지 괜히 제가 겁먹었으니까요. 제 주위의 호모포비아들은 내버려 두더라도, 아직 성소수자를 접하지 못한 아이들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아이다호 데이 행사 때, <반이모>에 어떻게 나가게 되었나.
*반이모(‘전쟁, 혐오 등에 반대하는 이쁜이들의 모임’을 줄여서 이르는 말.
집회가 있을 때마다 친구사이 언니들을 주축으로 모인다.)
뭔가 한 번 도와주고 싶었어요. 도대체 성소수자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날 저는 단지 사람들 앞에 서서 사진 찍고 따라다니며 응원한 것 밖에 없지만, 같이 활동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어요. 막상 사람들 앞에서 조금 떨었는데, 힘을 얻었던 기억이 나요.
끝으로 친구사이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친구사이 사람들이랑 더 친해지고 싶고, 많이 배우고 싶어요. 제가 맘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요즘엔 마린보이를 안 하니 정모에 나가더라도 다들 한 달에 한 번 밖에 못 보는 거니까요. 뭔가 친해질 기회가 적어요. 배드민턴 모임이 질리면 책읽당으로…
시종일관 같은 콘셉트로 대화를 풀어온 짜요가 내게 부탁한 건 딱 한 가지.
“저 연애할 수 있게 형이 좀 도와주세요.”
내가 어떻게?
짜요의 빨간 어플 프로필엔, ‘Let’s meet!’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 사람이 궁금하다면, 누구든 직접 한번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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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만큼 앞으로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라~ 하고 싶은게 있음 마음껏 해보길! 렛츠 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