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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가족, 공동체(I) #2] 동성결혼과 가족구성권 - 당연한 결혼에서 다양한 가족으로
2014-09-26 오후 13: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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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9월 
1. 2013년 9월 7일, 동성결혼식
 
 
김조광수·김승환의 동성결혼을 준비하는 파티에 몇몇 비혼주의자분들이 축하를 했습니다. 일부일처제의 흔적처럼 남은 제도적 결혼에 시큰둥했던 여성운동가들도 객석에서 박수를 보냈지요. 조끼를 입은 민주노총 금속노조원들도 멀리서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한 쌍의 결혼에 어찌 이리 화려한 인원들이 모이게 되었던 것일까요.
 
이웃한 대한문과 시청광장의 인파와 더불어 결혼식 당일 광통교는 사람들로 가득찼습니다. 어떤 이성애자의 이성애자 모친께서는 그 광경이 ‘남사스럽다’고 하셨답니다. 결혼을 무슨 저리 으리으리하게 갖추어 하느냐는 뜻이었다지요. 이 기이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바라보며 저도 그런 질문이 들었습니다. 이 결혼식이, 왜 이토록 힘준 모습이어야 했을까.
 
마음을 둘 인적 네트워크 안에서 숨쉬고, 그 속에서 짐짓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그런 그와 여생을 함께 하기로 서약하는 이 모든 사소한 일들이, 동성애자들에게 왜 그토록 희귀한 것이어야 했느냐는 스산함의 토양 위에, 그날 결혼식의 힘준 아름다움이 자리해 있었습니다. 그 행사가 딛고 있던 토양은, 당장에 전경의 방패로 깨지는 사회적 약자의 아우성에 못지않게 질기고 은밀하고 강력한 배제의 현실이었습니다.
 
백기완 선생이 결혼식 연단에 올라 흰 머리를 흩뿌리며 말했습니다. 이 자리는 몇천년 간 이어내려온 눈 먼 관습을 바로 이곳에서 박살내기 위한 자리라고. 보라색 풍선으로 뒤덮인 광통교는 마치 꿈결 같았습니다. 그리고 게이코러스 지보이스가 무대에 섰을 때, 현실 속으로 썩어지고 문드러진 인분이 단원들의 등을 내리덮었습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1위의 결혼 기사에는, 동성애는 인정해도 동성결혼은 인정 못한다는 악플이 쇄도했지요. 그 위로 “우리의 결혼은 오늘부로 사회적으로 공인되었다”고 외치는 김조광수 감독의 목소리가 청계천변을 낭랑하게 울려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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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결혼과 가족구성권
 
 
작년 한해를 떠들썩하게 했던 광통교의 동성결혼식은 보는 이들에게 다소 갑작스러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성애자에게도 결혼과 가족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비교적 오래전부터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바로 동성애자의 “가족구성권”에 관한 논의가 그것입니다.
 
2004년 6월, 제5회 퀴어문화축제 토론회에서 “한국에서 동성결혼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일찍이 이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고,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동성애자 가족구성권에 대한 내용이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2006년 당시 민주노동당의 제안으로 여러 인권·연구단체들에 의해 <가족구성권 연구모임>이 꾸려지게 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됩니다. 이 모임은 2010년 총 6차에 걸친 가족정책포럼을 열어 성소수자의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법정책과 사회변화를 고민했고, 성소수자 커플에게 유언장을 작성토록 하여 사후 파트너를 향한 재산상속 등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찬란한 유언장> 행사를 주최했습니다. 나아가 2013년에는 이러한 이슈들을 보다 대중적으로 파급시키기 위한 <가족구성권 네트워크>가 새로이 발족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친구사이는 이러한 “가족구성권” 연구의 흐름에 일찍부터 동참하였습니다. 2006년 9월 친구사이는 “동성애자의 가족구성권 토론회”를 열어 사계의 의견을 모았는데,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분이 바로 2013년 동성결혼식의 주인공이었던 김조광수 감독입니다. 이렇듯, 작년의 동성결혼식은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장기간에 걸친 “가족구성권” 논의의 흐름 가운데 대두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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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사이, <동성애자의 가족구성권 토론회 자료집>, 2006.9.23., 5쪽.
 
 
 
그렇다면 왜 “결혼”이 아니라 “가족구성권”이었을까. 혹자는 “가족구성권”이란 말이 “결혼”에 비해 생소하고 직관적이지 않은 점을 지적하기도 했는데요.1) 왜 굳이 복잡한 “가족구성권”을 선택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이제까지 축적된 논의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됩니다.
 
왜 “결혼”이 아니라 “가족구성권”일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동성애자들 모두가 결혼을 원하는 것은 아니거니와, 나아가서는 “결혼”이 마치 동성애자들 모두에게 바람직한 관계로 권장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많은 가족들 중에, 반드시 “결혼”을 매개로 맺어지지 않는 가족관계의 형태는 매우 다양합니다. 헌데 비혼주의자들의 공동체 등 결혼으로 맺어지지 않은 가족의 형태는 “결혼”이 아니므로 쉽게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혼을 포함해 성소수자의 가족형태를 폭넓게 고민하는 입장에서, “결혼”을 둘러싼 이러한 차별에 동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작년의 동성결혼식에 비혼주의자가 와서 축하할 수 있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날의 결혼식은 이성애자에게 법적·사회적으로 허락된 결혼을 동성애자에게도 허가해 달라는 외침이었지, 모든 동성애자들이 이렇게 “결혼”해서 사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외치려는 자리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즉 그날의 핵심은 동성애자에게 허용될 “결혼”의 평등권에 있었지, 사회 속에서 이미 존재하는 “결혼”에 의한 배제에 있지 않았습니다. 동성애자가 가족을 만들기 위해 꼭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결혼을 ‘포함하여’ 동성애자 스스로가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사회에 당당히 요구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여기서 동성결혼 및 가족구성권 논의가 처한 긴장이 드러납니다. 어떤 이에겐 결혼이 너무나 간절한 것이겠지만, 어떤 이에겐 결혼제도라는 것이 너무도 지긋지긋하고 벗어나고 싶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비혼모가족의 경우가 그렇지요. 결혼한 사람의 경우에도, 결혼 안에서 행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스펙트럼은 아주 넓습니다. 이렇게 어떤 이는 앙망하지만 어떤 이는 걷어치우길 원하는 가족관계를 한 입으로 이야기하기란 쉬운 것이 아닙니다. 
 
나아가 “가족”도 그렇습니다. 어떤 이에겐 “가족”이 더없이 포근한 품이겠지만, 어떤 이에겐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지옥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개개인이 경험하는 결혼과 가족의 실체는 서로 매우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쉽게 자신이 경험한 가족관계를 가족 일반의 표준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쟤네들 부부/가족은 비정상적이어서 그래’ 같은 말이 그것이지요. 그리고 이는 가족의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회 구성원에게 실질적인 억압으로 작용합니다. 
 
이에 관해, ‘보살핌과 포근함, 유대’ 등이 가족의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속성으로 여겨져온 전통적인 견해와 달리, 흔히 가족의 ‘비정상적인’ 모습이라 생각되어온 “폭력, 차별, 모욕, 강욕된 침묵과 지배”같은 요소들 또한 슬프게도 가족의 ‘자연스러운’ 속성에 속한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볼 필요가 있습니다.2) 속칭 “가족같은 분위기”가 어느 맥락에서 어떤 속뜻으로 쓰이는지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죠. 여기까지 이해하고 보면, 성소수자의 평등한 가족구성권을 이야기하면서도 “결혼”과 “가족”이란 말을 자꾸 유보적으로 사용하는 아래 발언들의 까닭을 보다 깊이 음미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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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광고문구 속 "가족"의 뜻은, 슬프게도 실제 "가족"이 
가지고 있는 음험함과 아주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평소에 어떤 이야기를 하냐면,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면 그때 결혼하고, 그 이후에는 결혼 폐지 운동을 하자고 해요." 
- 기이(레즈비언 파트너십 중)
 
“가족이란 말 말고 다른 말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단어가 없는 게 아쉬워요. 가족에 비교하자면 가족보다 더 한 게 비비(전주 비혼여성공동체)인데. (…) 저에게는 가족보다는 훨씬 더 큰 개념으로 있는 것 같아요. 
- 마을(비혼공동체원)3)  
 
 
 
정리하면, 그간 벌여온 동성결혼과 가족구성권의 논의는, 기존의 가족제도와 그에 따른 사회보장을 성소수자에게도 평등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기존의 가족제도가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형태의 억압을 비판하는 것이 동시에 가능할 수 있도록 다듬어져 왔습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동성애자들의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외치는 노력이 계속되었고, 이 가운데 동성결혼에 대한 이슈도 균형잡힌 채로 던져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3. '정상적인' 결혼과 '이상한' 결혼
 
 
헌데 여기까지 오고 보면,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거기까지 챙기고 살긴 힘들어요” 라는 소리가 목까지 차오르기도 합니다. 나는 게이인데 왜 비혼 여성이나 레즈비언의 경우까지 신경써야 되나 싶을 수도 있고, 그냥 결혼이든 가족이든 내 방식대로 제도 안에서 허용받으며 살고 싶고, 다른 케이스까지는 신경쓰기 싫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교양있고 계몽적인 방법으로 타자의 삶의 양식도 자기 것처럼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런 ‘끝도 없는’ 노력이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그런 신경일랑 끊어버리고 내가 믿는 것 내가 경험한 게 세상의 전부인양 알고 살자고도 생각합니다. 
 
타자를 관용해야 한다는 소리가 그야말로 뻔한 소리 같아서 더 이상 ‘섹시’하지 않고, 그런 노력이 차라리 너무 금욕적이거나 무력한 것 같아서 그냥 확신범조로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게 ‘정상’이고, 두말할 것 없이 내 기준에서 비끄러진 이들은 ‘비정상’이라고, 누가 뭐래도 나는 그냥 그렇게 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더구나 가족이나 결혼처럼, 자신에게 내밀한 부분에 대해서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이렇게 굳건하고 힘이 센 ’정상성’이 갖는 권력에 몸을 담그게 되면, 비혼보다는 결혼, 공동체보단 혈연가족, 나아가 게이보다는 탈반(!),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 것이 은연중에 자연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혹은 거기까지 안가더라도, 이른바 ‘결혼을 한 게이’이므로 이성애자 정도까지는 안돼도 다른 LGBT들보다는 보다 ‘정상적’인 사람으로 자신을 정체화할 수도 있겠습니다. 게이들이야말로 이성애자들 사이에서는 ‘타자’적인 위치지만, LGBT 커뮤니티 안에서는 짐짓 ‘보편’적인 이들로 여겨질 수 있는 사람들이지요.
 
작년의 김조광수·김승환 동성결혼 과정에는 이렇게 ‘정상성’으로 달려가고 싶은 대중 일부의 욕망을 정면으로 저격하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두 부부 모두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촬영을 했던 장면이었지요. 남자끼리 결혼하는 것도 모자라서 함께 여장을 한 부부의 사진 촬영은, 결혼 과정을 통틀어 가장 악플이 많이 달렸던 순간으로 기억됩니다.4) 이성애자들을 비롯해 스스로 남자답고자/정상적이고자 하는 적지 않은 동성애자들에게서요. “결혼”이 암시할 수 있는 ‘정상성’의 억압에 대해, 작년의 결혼식은 이러한 장치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우회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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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평등과 배제 사이의 외줄타기
 
 
사실 누가 봐도 ‘정상가족’일 것만 같은 이성애자 부부/커플들도, 사실은 그들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견 보편적인 표피 아래 끊임없이 보편을 비트는 새로운 관계(혹은 재미)들을 창안해내야 합니다. 이른바 평범한 것이 가장 성취하기 어렵다는 격언은 이런 맥락에서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관계 안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의 기준 이외에, 스스로 이름붙인 ‘정상성’과 ‘비정상성’이 서로 긴장을 이룰 때, 비로소 그 평범해보이는 관계도 탄력있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성애자 부부/커플들의 삶은 그런 자잘한 관계 기술들에 의해 굴러갑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들이 정의한, 그리고 사회가 정한 ‘정상성’과 ‘비정상성’, ‘보편’과 ‘타자’를 함께 경험하고 삽니다. 그리고 이는 동성애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온전히 보편적인 사람이 없듯이, 온전히 타자적인 사람도 없습니다. 자신이 온전히 보편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타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뭔가 끝간데 없이 기이한 사례를 파내어 끝도 없을 것 같은 공감의 길을 금욕적으로 걷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의 조건에 ‘이미’ 묻어있는 타자로서의 경험을 깨닫고, 그를 통해 자기보다 소외된 이들의 입장을 더듬어보는 것입니다. 가령 이성애자들도 그들의 삶 속에서 고정된 성역할로 인한 피해들을 보고 있고, 이러한 경험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이해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결혼해서 살고 있는 이성애자/동성애자 부부들도 사실은 그들의 삶 속에서 ‘비혼’, 혹은 ‘영속적이지 않은 혼인관계’에 얽힌 타자성을 일부 경험하고 삽니다. 가령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관계에 문제가 없음에도 사석에서 농으로 “제1호 동성결혼에 이어 제1호 동성이혼에 도전하겠다”고 말할 때, 결혼은 동성애자가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영속적 관계의 옥좌에서 내려와 성소수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가족구성의 권리 ‘사이에’ 놓이게 됩니다. 이렇게 어떤 결혼은 비혼에 대한 관심을 아예 끊어놓기도 하지만, 어떤 결혼은 그 결혼을 통해 비혼의 사회적 입지를 다시 생각하게도 합니다. 
 
이상과 같은 점이, 동성애자의 ‘결혼하고 싶다’는 욕망이 사회적으로 그토록 중요할 수 있었던 이유이자, 작년의 동성결혼식이 성소수자와 사회에 수다한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사회 안에서 배제적인 동성애자가 사회 안에서 무엇보다 주류적인 결혼이란 제도를 탐냈을 때, 배제적인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 획득하게 될 ‘평등한’ 결혼과, 동시에 주류적인 제도에 편입되었을 때 또다른 배제를 불러일으킬 위험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던 것이 작년의 결혼식이었습니다. 마치 가족구성권 논의가 처음 나왔을 때, “균형 잡기 힘든 외줄타기”를 하는 것 같다던 그 술회 그대로 말이지요.5)
 
 
 
 
5. 보편적인 ‘우리’가 발견되기까지
 
 
 
- 동성애자가 말하는 가족의 기능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다 그렇습니다.6)
- 우리들이 바라고, 꿈꾸는 결혼 문화는 무엇인가? 결혼을 하지 않는 문화는 또 무엇인가? 어떤 삶에 대한 희망인가.7)
 

 

 
생활 속에서 특정한 사람들과 보다 내밀한 관계를 나누고 싶다는 것은, 그를 표현하는 다양한 가족관계 사이의 편차에도 불구하고 사람이면 누구나 갖는 욕망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참으로 다르지만, 또한 그런 점에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서로 같습니다. 그리고 성소수자 스스로 ‘같은’ 욕망을 가진 보편적인 인간으로 대우받기 위해, 그렇게 대우하지 않는 사회를 참을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싸워왔고, 그런 연장선 위에 작년의 동성결혼식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다 그렇다”는 더없이 보편적인 이야기를 ‘실현’하기 위해,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실천’하기 위해 싸워야 할 것들이, 아직은 우리 앞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동성애자에게는 가족을 구성할 더 많고 더 다양한 권리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형태는 결혼일 수도 있겠고, 그것 외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작년의 김조광수·김승환 부부 결혼식을 보며, 여러분들은 어떤 가족을, 또 어떤 공동체를 꾸리며 살고 싶으셨습니까?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아마도 저 두 번째 질문을 위한 답을 각자가 준비하는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 2014년 5월 21일, 가족구성권 네트워크와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는 서대문구청의 혼인신고 불수리 통보에 맞서 혼인신고 불복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2014년 7월 3일, 혈연 및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동거가족이 기존의 가족에 준하는 법률적 보호를 받게 하기 위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의 토론회가, 국회성평등정책연구포럼이 주최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실이 주관한 가운데 열렸으며, 현재 법안 발의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추후의 활동에 대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MECO, “현실참여운동으로써의 ’가족구성권’에 묻는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소송의 의미와 방향>,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2013 연속기획 1차 워크샵 발제문, 2014.3., 56-57쪽.
2) 양현아, <한국 가족법 읽기>, 창비, 2011, 31쪽.
3) 언니네트워크+가족구성권연구모임, <비정상가족들의 비범한 미래기획>, 2012.5, 88,183쪽.
4) 한가람, “동성결합의 실천과 <당연한 결혼식>의 의미”,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2013 연속기획 2차 워크샵 발제문, 2013.9.1., 10쪽.
5) 가족구성권 연구모임·민주노동당, “대안적 가족 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가족구성권 논의의 출발점”, <대안적 가족제도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집 : 담론/제도/사례연구>, 2008, 19쪽.
6) 이종걸, “인사의 말”, 친구사이, <동성애자의 가족구성권 토론회 자료집>, 2006.9.23., 5쪽.
7) 한채윤, “토론문 :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소송의 의미와 방향”, 가족구성권 네트워크 토론회 유인물, 2014.3.24.,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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