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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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 응답하라 뉴 제너레이션!
어느 토요일의 친구사이 사무실, 주말임에도 이른 시간부터 사무실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팀이 모여 무언가 비밀스럽게 꿍꿍이를 벌이다가 가는 것 같더니, 이윽고 또 다른 한 팀이 들어와요. 그렇게 늦은 밤까지 사무실을 들고 나는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이 청년들은 도대체 여기서 무얼하고 있는 걸까요.
웹툰 <소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중.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09477&no=37&weekday=wed
마침 누군가 사무실을 급하게 빠져나가기에 몰래 그 뒤를 쫒아가보았습니다. 미행을 눈치 챘는지 조금씩 걸음이 빨라지는 청년. 좀 더 속도를 내 그를 쫒아가보았습니다. 그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곧 뛰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급해져 함께 뛰었어요. 대체 어디를 향해 이렇게 뛰어가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다가도 이윽고 멀리 달아나기를 반복해요. 무엇이 그렇게 급한지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애타는 마음에 안되겠다 싶어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 너 어디가!!”, 그가 멈칫 하더니, 이윽고 소리쳐 대답했습니다. “쌍판댁!!!!!”. 술집 앞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가까스로 그를 따라잡았습니다. 숨을 가다듬고, 그의 어깨를 붙잡았어요. 그랬더니 고개를 돌려 이쪽을 돌아본 것은.
“안녕하세요. 친구사이 내 퀴어문화축제 참가 기획단을 맡고 있는 기로로입니다.” (기로로, 친구사이 정회원)
기로로.
만화 <개구리 중사 케로로> 중.
파닥파닥. 해맑게 웃는 친구사이 정회원 기로로. 아. 위에 쌍판댁 이야기는 왜 했냐고요. 그..글에 긴박감을 더하기 위해서..요. 어쨌든 이 이야기는 바로 친구사이의 뉴제너레이션. 이태원의 많은 댄스클럽과 종로의 게이바들을 누비며, 즉석 만남 어플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도 늘 열려있는 시각으로, 성소수자 인권운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친구사이의 새로운 세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들 중 몇몇을 만나 요즘 친구사이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어요.
'기로로'는 올해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친구사이 내 퀴어문화축제 참가 기획단을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주요한 사업인 TF팀에서도 활동하고 있어요. 활동 시기가 길지 않았음에도 많은 사업에 적극성을 보여준 덕에 점점 더 많은 일을 하게되는 악순환의 길을 가고 있죠. 아니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요. 음. 애정과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회원이라는 뜻입니다. 찡긋. 아. 최근 이태원 출몰이 가장 잦은 활동 회원이기도 하죠.
처음으로 친구사이의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을 맡았는데 어때요?
기로로 : 사실 내 그릇이 무언가를 책임지기엔 무리가 있지 않은지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되묻곤 해요. 그치만 이왕 맡게 되었고,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내가 잘하는 것이 사람들 챙기고 독려하고 그런 부분이라서, 함께 끝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지금 친구사이 기획단은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있나요.
기로로 : 아직 컨셉을 잡는 단계라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어요. 그래도 젊은 친구들이 많아서 뭔가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 중이에요. 뭐. 아닐 수도 있고. 퀴어문화축제는 우리가 일반 사회에서 움츠리고 숨겼던 모습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우리를 보여주는 자리이기 때문에. 음. 일단 퍼레이드 같은 경우에는 ‘파티’를 컨셉으로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내부적으로 좀 더 화려하게 구성하면서 구경하는 시민들도 보고 즐거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라인댄스 같은 경우에도, 한다면 모두 함께 할 수 있도록 안무를 쉽게 짜볼 생각이에요.
기로로를 보면 요즘 젊은 친구들의 조직 내 활동이 활발한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개인적으로는 그냥 누가 되지 않는 것이 목표예요. 아직 활동에 소극적인 회원들도 있는데, 나를 보면서 '어. 쟤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해' 하면서 과감히 더 뛰어들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하다보면 힘이 들고 짜증이 날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거 굉장히 별 거 아니거든요. 앞으로도 더 많은 친구들이 친구사이 활동을 어려워말고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여기 또 한 사람, 요즘 가장 핫하게 활동하는 회원이 있습니다. 24시간이 모자라도 너무 모자라도록 뛰고있는, 바로 토요모임의 운영자 '킴'입니다.
요렇게 생겼다고 합니다.
동시에 친구사이 정기모임에서는 종로통신의 퀴어뉴스를 통해 게이커뮤니티의 이슈를 앙칼지게 전달하고 있죠. 최근 친구사이 신입회원이 어마무지하게 늘어나는 추세인데, 아마 그가 맡은 토요모임의 성공적인 출발과 무관하진 않을 거예요. 네. 근거는 없지만요. 어쨌거나 훈훈한 외모에 다정한 성격으로 토요모임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그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토요모임을 아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어요. 운영자로서 어떤 일들을 하나요.
킴 : 토요모임은 매번 모여서 하는 것이 달라지는 특이성이 있다보니까, 일단 새롭게 오는 사람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결정합니다. 모임 때마다 직접 홍보를 해서 사람을 모으는 일도 하고 있죠.
처음 운영자를 제안 받고, 아. 이걸 잘해야겠다 하고 마음먹게 된 이유는 뭔가요.
킴 :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그냥 제 성격인데, 원래 무언가 맡기로 하면 잘하고 싶은 경쟁심(?) 같은 것이 마구마구 불타오르는 편이거든요.(웃음)
토요모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킴 : 쉽게 말하면, 토요일 6시에 모여서 노는 거죠. 자유롭게. 참 간단하죠. 자세한 내용은 여기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chingusai.net/xe/saturday/377759)
아. 또 놓칠 수 없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지금 읽고 있는 이 소식지의, 소식지 팀의 팀장으로 본격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회원 '크리스'입니다. 우리에게 남아있던 그의 강렬한 첫인상은 바로 이런 것이었는데.
"이 구역의 미친늬언은 나야!"
그리고, 뜯어 말리는 손길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가능성이 있는 회원이었던 것이죠. 그가 친구사이 대표 조모씨를 등에 업고, 낙하산으로 소식지 팀장이 되었을 때, 내부에서의 반발은 생각보다 컸...... 하나도 없었다고 해요. 완전히 축제와 환영의 분위기였다고 기억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어요. 팀장님. 사랑해요. 어쨌거나 그는 팀장이 되자마자 밤을 새워가며 친구사이 소식지 운영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고 합니다.
소식지 팀을 막상 이끌어보니 어떤가요? 진짜 통제가 안된다는 소문이 있던데.
크리스 : 어려운 점은 하나도 없어요! 다들 열정적이고 주인의식이 투철해서 회의 때도 뜨겁고, 글도 잘쓰고 완벽해요.
정말일까.. 뭐. 어쨌든 아쉬운 점이 있을텐데요.
크리스 : 그냥 글에 관한 건데, 각 글의 감수가 어렵다는 점? 아무래도 아마추어이다보니.. 누군가 글을 봐주면 좋은데. 그 점이 아쉽긴 해요.
지켜보면 포부가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는데, 소식지 팀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크리스 : 우리 팀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앞으로 뭘 더 잘 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혹시 친구사이 회원들 중에 소식지팀이 하고 싶은 친구들은 언제든 연락주시길.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네네. 소식지는 열린 문. 그렇습니다. 뭐 대충 다 훓어 봤나 했더니, 또 떠오르는 회원이 있습니다. 바로 최고 미남, 부드러운 카리스마. 친구사이 정회원 '민'입니다. 그는 잘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지만, 친구사이 사무실 근처 어딘가에서 카페 모카를 홀홀 마시며 항상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 한때 친구사이 영상팀을 운영했었고, 현재는 아이다호 캠페인 프로젝트 팀을 맡아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어요. 늘 조용조용 움직이는 것 같지만 은근하고 지속적인 에너지로 친구사이에 힘을 보태는 회원이죠.
.....음. 머,멋있네....
처음 아이다호 캠페인 프로젝트를 제안 받았을 때, 수락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민 : 현재 회사에서 디자인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회사 일을 하다보면 디자인을 한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아요. 사실 디자인은 예쁜 것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거든요. 사용이 어려운 것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낯선 것을 친숙하게 만들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그런데 돈을 받고 일을 하다보면 사실 목적이 뒤바뀔 때가 많아요. 처음 이 프로젝트의 제안을 받았을 때 캠페인 만큼 즐거운 디자인의 기회도 없겠다 싶어서 수락하게 됐어요.
아이다호 팀에선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나요.
민 : 아무래도 혐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는 커밍아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요. 은연 중에 혐오를 체험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에요. 편견 같은 것도 마찬가지죠. 남자 아이라고 반드시 파란색을 좋아하고, 총싸움 같은 걸 좋아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남자 아이가 인형 놀이를 하면, 어른에게 고추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잖아요. 조금 다른 방식을 좋아하면 혼이 나거나 창피함을 감수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자라다보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게이가, 레즈비언이 미움 받는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자신이 게이이거나 레즈비언인 것을 알았을 때 부터는 그 사실을 감추려고 부던히 노력하기 시작하는 거죠.
오. 그럼 아이다호 캠페인 팀은 현재 무엇을 목적으로 어떤 일을 기획하고 있나요.
민 : 우리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모아서 전시해보기로 했어요. 사람들은 우리가 어느 순간 갑자기 성소수자가 된 것처럼 받아들이거나 혹은 느닷없이 나타난 존재로 바라보기도 하잖아요. 서로 공유하며 나눌 수 있는 어린 시절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원했어요.
아이다호 캠페인 프로젝트 팀은 현재 성소수자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이의 이야기도 들여다보고. 정말 참신하고 멋진 기획입니다. 아. 제가 함께 기획했기 때문에 하는 얘기 맞으니까 당장 참여하시길. 친구들한테도 널리 널리 전파하시길! (지금 당장 이동 -> http://helloidaho.chingusai.net)
2014년이 이제 막 익숙해졌나 했더니, 어느새 한 해의 3분의 1을 훌쩍 지나고 있습니다. 조용히 시간이 흐르는 것 같지만 친구사이 사무실은 언제나 바쁘게 돌아갑니다. 언제 꽃이 피고 지는지도 모를만큼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죠.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손을 빌려주고 그들에게 남는 이익 같은 건 없어요. 그럼에도 무언가 각자에게 분명히 남기는 것들이 있겠죠.
어쨌거나, 이 짧은 인터뷰들을 통해 친구사이의 청년들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들여다 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다 마주치면 응원도 살짝 해주시고요. 사실 이들뿐만아니라, 현재 이곳저곳에서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며 도움을 주는 회원들이 많아요. 그 동안의 많은 프로젝트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회원들도 있고요. 그들을 통해 친구사이가 더 다양해지고 풍성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오그라드는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20년. 아마 그것은 그동안 끊임없이 들고 났던 모든 ‘뉴 제너레이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거예요. 그들과 지금의 새로운 세대가 만들어갈 앞으로의 20년에도 작은 기대를 품어봅니다. 아. 또 얼마나 멋진 일들을 해낼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