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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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쓴 듯한 겉모습에, 어. 좀 노나? 했는데, 알면 알수록 바른 생활 사나이.
인터뷰 내내 바른 자세에. 아. 취업 준비 몸에 뱄나 보다. 했는데 그게 습관인 수더분한 청년.
반전 매력의 새내기 정회원 럭키보이!
- 안녕하세요. 일단 간단한 소개 좀 부탁할게요.
저는 럭키보이고요. 88년생이고. 고슴도치(고수미) 소개로 친구사이 가입하게 됐거든요. 그게 작년 가을쯤. 처음엔 책읽당 모임으로 시작하게 되었고요. 그다음엔 지보이스에 잠깐. 한 세 번 정도 참여를 했었어요. 지보이스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빠짐없이 참여 해야 하는 것이 좋은데 제가 지금 일도 그렇고 빠짐없이 하긴 어렵겠더라고요. 그 이후에는 개인적으로 바쁘기도 해서 지금은 가까스로 정기모임에만 나오고 있어요.
- 아. 고슴도치 소개로 나오게 된 거였군요. 둘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에요?
작년 초에 군대를 전역하고 천주교 모임을 하게 됐었어요. 거기서 고슴도치가 말을 걸어줘서 알게 되고 친해졌고요. 그 친구가 굉장히 밝고 친절하게 대해줘서. 그렇게 연락하고 지내다가 저도 친구사이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 작년 초에 전역했으면, 군대에 좀 늦게 다녀온 편인 것 같은데, 군대 가기 전에는 게이 커뮤니티 나온 적이 없었나요?
그전에는 학교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했었고, 거기도 제가. 활발하게 활동했다기보다는 정기모임에만 나갔었어요.
- 그 모임에서 연애 같은 것도 하고요?
입대 3주 전에 다른 학교랑 조인트를 하다가 그 학교 친구랑 눈이 맞았는데, 그렇게 사귀다가 제가 입대를 하게 됐고, 이등병 때 헤어졌어요. 그리고 군대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서 한 번 더 연애했었죠. 그러다가 전역 직전에 또 헤어졌어요.
- 그랬군요. 좋아하는 타입이라던가 그런 건요?
평범한 사람 좋아해요. 그냥 평범한 남자. 마르지 않은 타입. 서로 잘 맞춰 갈 수 있는 사람. 대화가 통하고.. 너무 즉흥적이기보다 관계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
- 평범하기가 되게 어려운 건데(웃음). 친구사이에 나와서 사람들은 많이 가까워졌나요?
그게 제가 좀. 친해지기가 어려웠던 게 뭐냐면.. 저는 밤에 나오는 거 자체를 좀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친구사이 정기모임에 나와도 뒤풀이를 1차만 하고 집에 가는 경우가 많았고. 예전에 책읽당 모임에 나갔을 때도 뒤풀이를 거의 못 갔어요. 주로 사람들과 친해지는 거 자체가 뒤풀이 같은 거 할 때 많이 가까워지잖아요.
- 그래요? 음. 처음에 딱 봤을 때는, 술 마시고 놀고 그런 거 되게 좋아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웃음) 그런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어요. 근데 저 이태원 클럽에 한 번도 안 가봤어요. 얼마 전에 친구사이 회원인 킴이 데려간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연락이 없어서 혼자 캔맥주 마시고 그냥 잤어요. 새벽에 연락이 오긴 했는데 저는 그 시간에 나가는 게 어색하고..
- 이게 좀 문제이기도 한데, 좀 개별적으로 누군가와 친해지기 이전에 누릴 수 있는 게이 문화라는 것이, 낮에 형성된 것이 별로 없잖아요. 주로 밤 문화인데.
그러니까 제가 안타까운 것 중에 하나가 그런 건데, 저 같은 사람은 애인이랑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려운 구조인 것 같아요. 그리고 친구들을 솔직히 자주 만나는 편도 아니고요. 대신 연락은 자주 해요. 친구라는 게. 음. 반드시 눈으로 확인해야 하고 만져야 하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애인이라면 좀 다를 순 있겠지만.
- 맞아요. 그런 게 잘 안 맞을 수도 있어요. 그럼 즐기는 건 주로 뭘 해요?
저는 휴일이 돼도 밤보다는 낮부터 시간을 활용하고 싶더라고요. 평일에는 일을 하니까, 평일에 못했던 거를 하고 싶고. 영화를 보러 간다든가, 취미생활을 한다든가.
- 아. 영화는 저도 참 좋아하는데, 음. 내 인생의 영화다! 이런 거 있잖아요. 생각나는 거 있어요? 세 편 정도만.
<인생은 아름다워> 그리고 <벤허>, <컨텍트>. 사실 이게 제일 좋았던 영화 베스트3는 아닌데, 갑자기 물어보니까.. 더 좋은 영화가 있는데 당장은 생각이 안 나네요.
- 그냥 이런 질문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웃음) 그럼 취미생활은 어떤 거?
원래 운동을 계속 했었어요. 헬스장에서 보조 트레이너 일도 잠깐 했었어요. 그리고 음. 등산 좋아하고요. 예전에는 아버지랑 같이 일주일에 한 번씩 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제가 다섯 살 때 도봉산 정상까지 갔었거든요.
- 화제를 좀 돌려서, 비슷하게 늘 묻는 건데. 정체성 때문에 힘들었거나 그런 적도 있어요?
청소년기에 좀 있었죠. 게이라는 것을 좀 일찍 깨달은 편이에요. 성에 눈을 뜨면서부터 알았던 것 같은데. 스무 살 되기 전까지 거의 10년 동안 혼자서만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이 기간에 좀 힘든 과정이 있었죠. 마음속으로 좋아했던 친구도 있었고. 그 친구도 저를 좋아하지만 친구로서 좋아하는 거니까. 서로 마음이 잘 안 통하니까 주먹다짐을 하면서 싸우기도 하고. 지금은 동네친구들한테도 커밍아웃을 해서 알고 지내고 있어요.
- 가족들에게도 커밍아웃했나요?
이야기한 건 아닌데 걸렸어요. 입대하기 전에 어머니가 제 핸드폰 문자를 보셨더라고요. 당시 사귀던 애인이랑 주고받은 문자였는데, 아무튼 어머니는 다 이해를 하셨어요. 받아들여 주시고. 어머니가 예전에 승무원이셨어요. 해외 경험도 많고 그러셔서 그런 것에 대해 좀 오픈마인드 같은 게 있었고. 좋아하진 않으셨지만, 인정은 해주신 거죠. 지금은 가족들 다 같이 알고 있는데, 아무도 껄끄러워하거나 그런 건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솔직히 어떤 부모든 평범하게 살길 바라시잖아요. 저희 부모님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그래서 슬퍼할 수는 있지만, 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가 처한 상황을 응원하고 도와줘야 하는게 가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그건 되게 부러운 일인 것 같아요.
예전부터 부모님이 좀 그런 부분에 열려있는 게 있었어요. 어릴 때 어머니를 조르고 졸라서 초등학교 때 3년 정도 혼자 영국에서 살았었어요. 어린 나이였는데 흔쾌히 보내주시고. 어릴 때 꿈은 해외 쪽 일을 하는 거였거든요. 외교관이나 동시통역사 같은 것들. 근데 입시를 준비할 때는, 당시에 취업난이 심했을 때라서, 꼭 가고 싶었던 과는 아니지만, 취업이 잘되는 과를 지원하게 됐었고요. 경영학과요. 그리고 막상 지금 와서는 해외영업일을 하게 된 건데. 지금도 기회가 되면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볼 생각이에요.
- 친구사이에 나온 것이 아까 고슴도치의 소개도 있었지만, 자기 안의 욕구도 있었을 텐데.
네. 저도 관심이 있었고, 몇 군데 나가보긴 했는데 그 당시에 만족할 만한 커뮤니티가 없었어요. 그런데 친구사이는 친목과 인권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관심이 갔었던 것 같아요. 당장은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전부 참여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참여하면서 응원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좋더라고요. 친구사이가 중요한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 친구사이 활동하면서 이 안에서 해보고 싶은 일 같은 건 있나요?
일단 당장은 친목 활동. 작년에 있던 토요모임 같은 모임이요. 지금 잠깐 쉬고 있는 것 같은데 빨리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지난번에 철도민영화 반대 집회에 나갔었는데, 킴이 무슨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모르고 따라 나섰는데..(웃음) 어쨌든 페스티벌 이긴 페스티벌이더라고요. 경찰들한테 둘러싸여 보는 페스티벌. 의미 있는 경험이었어요.
- 페스티벌이라고 하니까, 내년엔 퀴어문화축제 같은 곳에도 참여해보고 그러면 좋겠어요. 아직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진짜 페스티벌.
네. 여건이 되면 꼭 가서 참여해보고 싶어요.
- 그래요. 거기서 꼭 뵙길 바랄게요. 이제 마지막인데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나요.
어떻게 보면 동어 반복인데요. 제가 여기 작년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지만, 사정상 바빠서 많이 활동을 못 했는데 앞으로라도 짬을 내서 더 자주 참석할 것이기 때문에. 더 친해졌으면 좋겠고요. 먼저 다가 와주시면 더 좋고요. 물론, 저도 먼저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을 할 테니까. 그리고 친구사이가 더 발전하는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