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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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극 히 주 관 적 인 게 이 용 어 사 전
"걸커"
Pavel Petel, 이미지 출처
전방에 걸커: 안전거리 확보!(?)
당신의 ‘게이다’가 헛다리만 짚는 고물이라고 해도, 저 멀리 당신의 시야를 지나는 저 사람의 성정체성을 맞추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저 언냐의 새하얀 스키니 반바지와 하늘거리는 리본 샌들은 패뷸러스한 써머 퀴어 룩의 미니멀한 배리에이션이다. 마치 종로 거리가 자신만의 런웨이인 듯, 슄한 캣워크는 그만의 아이덴티티. 에코백을 든 왼쪽 팔꿈치와 손목은 마치 예술과 같은 각도로 당당하게 꺾여있다. 그리고 그 손에는 빨대 꽂힌 초록색 탄산수 병. 이 모든 것을 완성하는,치켜 올려진 새끼손가락.
많은 게이들에게 ‘걸커’는 호모포비아만큼이나 한자리에 있고 싶지 않은 “기피 대상”이다. ‘누가 봐도 게이’인 그들은 <걸어다니는 커밍아웃>이다. 걸커가 그 존재만으로 커밍아웃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모습과 행동 양식이 이성애자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게이’의 모습과 대강 일치하기 때문이다.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남자”, “비범한 패션 센스”, “이상한 말투”, “특이한 캐릭터”. ‘일반’들이 봤을 때 게이 같을 것 같으면 얘는 걸커다. 이것이 바로 걸커의 정의다. 금요일 밤 포차거리에서 끼실금하며 기갈떠는 훈남이나, 모히칸에 예쁘게 그린 짙은 수염과 눈썹, 유니폼으로 아버크롬븨를 입은 베어 역시 "누가봐도 게이"이지만, "걸커"라고 불리지 않는 이유다.
걸커의 거울상
걸커가 기피당하는 이유는 자못 다양하다.
1. 부담스러워서. 그의 과장된 행동 때문에 내가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인지, 영화 속 드렉퀸과 함께 있는 것인지 헷갈려.
2. 같이 있는 것만으로 게이로 보일 것 같아서. 이런 사람과 이야기하고 있는 걸 들킨다면 내 성정체성을 추궁당할 게 분명해.
3. 남자가 맞는지 의심스러워서. 혹시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이렇게 여성스러운 사람이 남자일 리가 없어.
4. 게이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존재라서. 당신 같은 사람들이 실제로 있으니까 우리가 욕을 먹는 거야.
5. 물들까봐. 옛말에 끼는 전염성이 강하다던데. 나의 남성성에 위협을 느껴버렷!!
이쯤 되면 새로운 용어를 하나 만들어도 되겠다. “걸커포비아”. 사람에 따라, 어떤 대상을 향한, 정당한 이유 없는 공포는 있을 수 있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을 혐오로 표출하는 것은 몰상식한 것이고, 바꿔 생각해보면 게이인 당신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걸커에 대한 혐오는 눈에 띄게 만연하다. 가령 데이팅 어플의 프로필에는, ‘끼순이 사절’, ‘걸커 나오면 패버림’ 등의 모욕적인 언사가 종종 눈에 띈다. ‘게이 싫어하지는 않는데 나한테 오면 죽여 버림’ 운운하는 인터넷 댓글과 똑같은 심리에서 나오는 혐오 발언이다. 자신이 가진 포비아를 드러내는 동시에, 자신의 남성성(=?폭력성?)을 강조하여, ‘나는 그들과 같지 않다’는 위안을 얻는 것이다. 그토록 혐오에 시달리는 게이 사회 안에서, 그와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블랙 코미디다. 이미 누군가가 '걸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일반 빙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 니가?(웃음)
그동안 게이 사회의 모순점들을 여러차례 다뤄왔지만, "걸커에 대한 혐오"는 그야말로 그 중심을 관통한다. 게이들이 걸커를 기피하는 이유는 게이들 자신이 주류 사회에서 기피당하는 이유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 그들 외의 다른 이들이 눈에 띄지 않기에 가장 눈에 띄는 존재이고, 그 때문에 게이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으나, 사실 소수이고, 다수에게 혐오 당하며, 주류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밀려나고, 다름을 이유로 차별당하는 "걸커"는, 어쩌면 우리 게이들의 거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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