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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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기념 기록물 정리사업 진행 후기
2012년부터 진행한 이 사업은 친구사이 회원들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 영상 등을 협조 받아 디지털화해서 보관하는 작업, 그리고 이렇게 디지털화 한 자료와 이미 디지털화된 자료들을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굿타임은 당시 연혁 정리와 함께 이렇게 쌓아둔 자료를 어떤 결과물로 만들어 낼지 고민 중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자료를 결과물로 빠른 시간 내에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내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한 때는 작년 10월 굿타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였다. 적지만 보수가 있고, 보수가 있고, 보수가 있고, 보수가 있고……이때 계약서라도 써뒀어야 했어! 하지만 실제 참여해서 팀 현황을 들여다보니 펀딩은커녕 당시 운영위원회에서도 이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못 찾고 있었다.
당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고, 내가 자신 있게 잘 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해왔던 터라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시작해보기로 했다. 또 하나는 친구사이에게 큰 신세를 지고 있고(이건 아마 친구사이 회원들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느낌일 것이다) 그런걸 갚아보자는 의미도 있었다.
매일 3시간씩만 해보자는 소박한 목표로 시작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전혀 소박한 목표가 아니었다. 작업에 집중하기엔 이렇게 나눠진 시간은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다. 퇴근하면 집으로 돌아오거나 회사 근처 커피숍에 들러 커피 한 두 잔쯤을 마시며 틈틈이 써내려 갔다. 내가 잘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내 인생에 도움이 되었다. 특이하게도 일을 하면서 여기에서 에너지를 얻었다. 작업을 통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게다가 친구사이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 역시 좋은 경험이었다. 물론 이런 경험을 이 작업물을 읽게 될 독자들도 가진다면 가장 큰 보람이 될 것이다.
당시 책의 출판 예정은 2014년 2월초 친구사이 창립일을 목표로 진행 중이었고, 4달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출판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실제 작업기간은 3달이었다. 20년을 3달 안에???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만 있는 상태에서 3개월 안에(생업을 접고 이 작업에 매달릴 상황도 아니고) 책 한권은커녕 데이터를 제대로 확인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어쨌든 시간은 없고 결과물은 나와야 했으니 어쩔 수 없이 바로 본격적인 집필 작업에 들어갔다. 기존에 진보평론에 친구사이가 기고했던 글을 바탕으로 큰 줄기를 파악하고 얼개를 짜긴 했지만, 글을 재사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일단 내가 친구사이에 나온 2009년 무렵즈음 있었던 일부터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난 나름 친구사이의 활동을 여기저기 염탐하고 다녔고, 그런 경험은 이런 정리작업을 훨씬 수월하게 했다. 일단 디지털로 저장된 자료를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시기, 목적, 결과, 의의 등을 찾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주말, 크리스마스 연휴, 새해 연휴, 설 연휴 등은 전부 여기에 매달려있었다. 그렇게 속성으로 일단 1월엔 민망한 수준의 초고를 볼 수 있었다.
그러다 2014년 초가 되어 20주년 기념행사의 스케줄이 표류했다. 당초 2월로 예정됐던 행사는 기약 없이 미뤄졌고, 사실 이런 상황으로 운 좋게도 내가 글을 쓸 시간을 더 벌 수 있게 됐다. 그 즈음 감수위원회가 마련되어 원고에 조언을 받을 수 있었고, 터울이 팀에 합류해 자료 목록을 정리하고 연혁을 만들면서 귀중한 정보를 많이 만들었다. 몇 번의 감수 회의를 거쳐가며 책은 완성되어 갔다. 이런 와중에 굿타임은 20년 동안 촬영되었던 영상물들을 수합, 정리했다. 이렇게 장장 2년에 걸친 20주년 사업의 성과물이 곧 공개된다.
친구사이의 활동 사진들도 보게 되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사진들이 많아져서 좋았다. 과거의 사진들은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들이 한정되어 있던 반면에 현재의 친구사이에서는 (한계는 여전히 있지만) 자유롭게 활동하는 회원들이 많아졌다. 책의 마지막 장은 지금까지 친구사이 회원들의 이름으로 구성했다. 이는 친구사이를 이끌어준 회원들에 대한 감사이기도 하고, 또한 공동체 기반의 활동이 친구사이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안에서 친구사이가 20년 동안 지속되고, 의식화 단체나 공동체 기반 단체로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이런 인적 자원과 구성원간의 끈끈함이 바탕이 되어 친구사이의 강점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강점은 동시에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친구사이는 20주년을 기념해서 지_보이스의 다큐멘터리 《Weekends》, ‘한국 LGBTI 사회적 욕구조사’, 그리고 ‘기록물 정리사업’을 진행했다. 《Weekends》가 친구사이의 현재를 기록하고, ‘LGBTI 사회적 욕구조사’는 친구사이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는 일이다. 그리고 ‘기록물 정리사업’은 친구사이의 과거를 정리하는 사업이다. 솔직히 몇 사람이 이 책을 읽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류의 책이 인기가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어쨌든 나의 역할은 끝났고, 토론을 하든 연구를 해서 논문을 쓰든 앞으로의 일은 회원들의 몫이다. 친구사이의 과거건 현재건 미래건 키는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잡는 거다.
포스가 함께 하길.
친구사이 회원 / 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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