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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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후기] 와인과 함께한 2014년 소식지팀 편집후기
크리스 : 소식지팀 여러분~ 짠! 감사합니다. 오늘 우리는 올해 소식지팀 편집후기 겸 개인적인 소회를 얘기하기 위해 모였죠! 마음 같아서는 '여러분 즐박하세요~'라고 하고 싶지만^^ 자 그럼 한 명씩 돌아가면서 본인이 썼던 글에 대해 평가해보고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어볼까요?
황이 : 처음 참여한 해잖아요. 처음에 잘 모르고 지금도 잘 모르지만 여기 들어와서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했는데, 이래저래 일년이 지나고, 사실 개인적으로 소식지를 힐링의 도구로 활용한 느낌이 있어요. (제 작품이)실제는 아니더라도 나의 힐링이라는 거죠. 그런 이유로 올해 소식지팀에 들어와서 뜻 깊은 한 해가 되었습니다. 평가라기보다는 감사한 해였습니다. 소식지팀에게요.
샌더 : 최근에 기사를 안 썼지만 이번 호를 발송하면서 마무리를 짓는 칼럼도 있고, 이별하는 만화도 있고 해서 (황이와도)이별하는 느낌..
황이 : 이별 아닌 거 알죠? 내년에도 또 써야 한다는 거.
아론 : 연재할 때 어려운 건 없었어요?
황이 : 웹툰을 그릴 때, 내용을 생각하고, 글로 대사를 적어놓고, 그 다음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요. 어쩔 때는 글을 다 써놨는데 그림이 안 그려지는 거예요. 글로 정리할 때는 별것도 아닌 내용인데 그림으로 그리려고 하면 ‘사람 얼굴을 하나 그리고 넘어갈까? 아님 소품을 하나 더 그리고 넘어갈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돼요.
터울 : (황이 웹툰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1~2화까지는 고소를 당할 수도 있겠다. 희망법이 새로운 형태의 사건을 수임 받겠구나. (웃음) 3~6화는 너무 찌질하다, 그러다가 7~8화 넘어가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이별한 기억들에 대해서 남들이 쉽게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나도 쉽게 폄하하는 경우가 생겨요. 하지만, 자기 스스로 이별의 기억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시 같아 보였어요.
황이 : 실제로 찌질해 보이려고 그린 거예요. 1~4화는.
터울 : 그 찌질함이 그냥 찌질함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찌질함 같은.
샌더 : 처음에는 별로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이별을 웹툰으로 그리는 것은. (아.. 실화가 아니지..) 전 자기 얘기하는 것을 안 좋아해서…
황이 : 형도 웹툰 그릴 때 얘기한적 있잖아요.
샌더 : 하지만 웹툰에서 그런 것을 건드리진 않잖아요. 농담 하나를 하더라도 명확하게(아… 실화가 아니지) 불특정 다수가 보는 건데 자신의 찌질함을 만천하에 알린 거잖아요. 보면서 ‘저럴 수도 있구나…’ 보통 이별하면 찌질하지만 혼자 해결하거나 술 마시거나 하지, 내가 어떻게 헤어졌는지 설명하진 않잖아요.
규환 : 황이형 웹툰을 보면서 ‘형은 정말 여린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저와는 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는 웹툰이었습니다.
터울 : 주변 여기저기서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여주고 싶어.
황이 : 나도 이제 막 닻을 올린 게이로서 터울형 칼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종로바닥에서 울고 싶어.
아론 : 나도 정말 종로바닥에서 마치 영화의 여주인공처럼 포차거리에서 울고 싶어.
크리스 : 황이를 처음 소식지팀으로 섭외했을 때.
아론 : 그 찌질한 것을 부탁한 거야?
황이 : 그 때가 헤어지고 직후였지. 찌질한 것을 부탁한 게 아니라. 웹툰 지망을 하니깐. 형이 웹툰 해보자고.
아론 : 크리스형이 참 허술해 보이지만…
샌더 : 계속 대답하기를 피하는 거 같은데. 진짜로 마쳤잖아. 그전에 가지고 있던 감정들도 다 사라졌어?
황이 : 그 형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아론 : 마지막이 너무 아름답게 포장된 거 같다고 생각해.
터울 : 그래야 얘도 먹고 살지.
황이 : 거기서 내가 어떻게 해. 죽어? 종로에서 쳐 울어? 내가 바꿀지 생각 안 해본 게 아니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결말을 쓰는 건) 이 작품의 처음과 끝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
아론 : 이제 터울형 칼럼얘기를 해볼까요?
터울 : 사실 소식지에 특별한 애정이 있었다기 보단, 제가 글을 써서 주변에 읽히고 싶다라는 욕구가 더 강했어요. 쓰다 보니까 소식지에 애정이 생겼죠. 글로 쓰면서 정리가 많이 됐어요. 굉장히 쓰기 힘든 글들을 써왔고, 또 그런 글이어야 글의 기능을 제대로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올해 칼럼 연재를 중단하고 싶었던 이유가 두 가지 있었어요. 첫 번째는 주변에서 힘들어 했었고. 두 번째는 1년을 그렇게 쓰다 보니까 내가 힘들어요. 내 과거사도 다 털어놨고, 이렇게 인생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보다는 소재와 얽혀서 풀어봐야 할 때가 됐다. 내 얘기 말고 아니, 내 얘기는 당연히 들어가겠지만. 여러 가지 과거에 있었던 LGBT 이슈들을 다룰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황이 : 형은 가시적인 성과가 있잖아요. 허핑턴포스트 연재. 질적으로 인정받지 않았나요?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믿고 보는 터울 칼럼이라고.
터울 : 좀 어려운 거 같고 이해하기 힘들어서 그런 거 아냐? (웃음) 그래도 피드백이 오면 즐겁죠. (일전에) <성소자와 성소수자> 칼럼 썼을 때, 메일이 왔던 거라든가, 최근에는 친구사이 내에서 최초로 HIV감염인을 만났어요. 그 때 기분이 좋았어요. 저한테 처음으로 ‘칼럼 잘 읽고 있다, HIV 감염인 관점으로도 글을 써주세요’, 이렇게 말해주셨을 때 굉장히 고마웠죠.
아론 : 허핑턴이 실어줬으면 하는 칼럼 있어요? 찜방 칼럼은 어떻게 해요? (웃음)
터울 : 그걸 제가 이성애자들에게 읽히려면, 앞에 설명을 많이 붙여야 해요. 애초에 그 글을 왜 쓰게 됐냐면, 친구사이의 한 회원이 어느 날 자기는 찜방에 너무 가보고 싶다고, 한번도 안 가봤다고 하는 거예요. 나는 거기서 가라고도 하기 싫었고 가지 말라고도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내가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를 쓴 거야. 그걸 보여줬더니 고맙다고 하면서 안가는 거예요. 나는 그 글에서 '결국 내가 거기서 원했던 것이 섹스가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고 썼던 거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에 자신이 찜방애호가라고 밝힌 다른 회원이, 칼럼에서 ‘찜방을 죄악시하며 글을 쓴 거 아니냐'며 그것에 대해 불편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그건 '찜방'이라서가 아니라 한국의 찜방이 유독 '어두워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고, 어쨌든 외국에는 밝은 찜방도 많다는 얘기였는데, 일리가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그 칼럼을 허핑턴에 실을 계획은 없는데, 만약 싣게 된다면 굉장히 많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성애자들도 비슷한 성문화가 있다든가 뭐 그런 식으로…
아론 : 나는 터울형 칼럼을 보고 찜방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난 주변에 게이를 전혀 안본 상태에서 여기에 들어왔고. 심지어 이성애자들이 게이를 보는 시선과 내가 게이를 보는 시선이 같은 상태였거든요. 그런 점에서 나는 찜방을 죄악시했는데, 터울형 칼럼을 보고 나서 ‘찜방 가는 게 뭐 어때서’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터울 : 이건 사실 모험 같은 글이었어요. 처음에 이 글을 쓰겠다고 맘을 먹었을 때 사실 커뮤니티 안에서 꽤 금기시 하는 주제라,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친구사이 내부에서 있었어요. 공격받기 쉬운 주제라 굳이 이런 칼럼을 써야 하나라는 얘기도 들었고.
황이 : (게이들이) 너무 그런 걸로 공격을 받으니까. 호모포비아들이 주로 공격하는 대상이잖아요.
아론 : ‘AIDS와 문란하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들에게 족쇄처럼 쥐어져 있으니까요. 또 생각해보면 터울형 칼럼에서 왜 기독교인들이 우리를 미워하는지에 대해서 썼을 때 ‘원죄’에 대해서 썼었잖아요. 그들은 (어떤)성관계를 죄악시하니까. 그 칼럼을 읽으면서 조금은 호모포비아들의 행동이 이해가 갔어요.
모쿠슈라 : 터울의 글은 항상 진지함이 느껴져요. ‘아! 이 사람이 이것을 정말 좋아해서 쓰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인터뷰 기사를 봐도 분량은 길지만 터울이 조사를 많이 하고, 이 만화에 대해서 정말 관심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려움이 있지만 퀄리티도 높죠. (터울의 글은) 소식지의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꼭 필요한 존재예요. 우리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인권단체니까 진지한 글, 무게감 있고 색깔 확실한 글이 있어서 좋아요.
터울 : 일부러 글을 어렵게 쓰려고 했었던 적이 있었어요. 왜나면 쓸데없이 어려운 게 아니라 (나름) 이유가 있는 건데. 이것은 내 얘기이기 때문에, 한 사람, 한 개인의 얘기가 쉽게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찜방 얘기가 그랬어요. 또 <’비연애’의 지분>에서는 연애의 다양한 면에 대해서 다뤄야겠다는 생각에 특히 그랬어요. 그런 것들은 분명히 어떤 의도를 줬죠. 내년 칼럼에 대해서 지금 기획을 하고 있는데, 전공이 역사니까, <시간 사이의 터울>이라는 제목으로, 예전에 있었던 일, 옛날에 퀴어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등의 소재로 쓸까 생각 중이에요. 소재가 갖고 있는 힘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는데 연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분량이 나올까라는 생각을 해야 하니까. 그리고 아직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사실 너무 내 얘기였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일 수도 있어요. 내 딴에는 쉽게 풀어 쓴다고 썼는데 어렵게 읽혔던 부분도 있었고…
크리스 : LTE급으로 얼떨결에 소식지 팀장을 맡게 되었는데 지금 보시는 게 바로 결과예요.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겠지만 그래도 되돌아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글을 기고해 주었어요. 매달 마감을 지켜야 하고 다들 생업이 있는 상태에서 글쓰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감사합니다.
황이 : 그 중에서도 크리스형이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은 모두 다 공감할 거예요. 글을 많이 쓴 것도 있지만 기획도 많이 하셨죠. 우리들의 생각이 툭툭 던지는 것에 그친다면 크리스형은 이걸 이렇게 써볼까 하고 한 단계 나아간다는 거죠. 커버스토리 기획도 크리스형이 주도적으로 하셨잖아요.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아론 : 황이형 만화가 좋은 사람은 황이형 만화만 보고, 터울이형 칼럼이 좋은 사람은 터울형 칼럼만 보는데, 커버스토리가 생겨서 소식지의 팬층이 생긴 것 같아요. 개개인의 작가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소식지팀 자체를 좋아해 주는 것으로 나아갔다는 게 좋아요.
모쿠슈라 : 크리스님이 생업이 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획안을 내어놓고 소식지 틀도 만들고 이렇게 열정을 갖고 임한다는 게 심지어 연애까지 하잖아. 정말 대단한 거 같아.
아론 : 땡보라 그래. 회사에서 카톡하는 것 좀 봐. (웃음) 어쨌든 형의 섭외력은 굉장한 것 같아요.
크리스 : <친구사이 20주년 톺아보기>가 섭외하는 데 제일 어려웠어요.
샌더 : 정말 감사해요. 저는 오래했잖아요. 저는 (소식지에) 영혼을 바치진 않았어요. 죽어있으면 죽어있는 대로 일차적으로 유지를 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크리스형이 오고 정말 많이 변해서 저는 이제.
황이 : 은퇴하려고?
샌더 : ….
규환 : 예전에는 내는 것에 의의를 뒀기 때문에. 작년에는 구상안이 있어도 내부사정 때문에 못했거든요. 정말 (칭찬으로) 입이 아프네요. 크리스 팀장님이 오셔서…
아론 : 생략. 중략. 그만.
아론 : 아참 규환이는 올해 뭐 썼지?
규환 : 이 참에 제가 뭘 썼는지 한번 봤어요. 1~2월에는 인도여행, 7월부터는 또 뭘 준비한다고 참여를 못했었어요. 하지만 살펴보니 하나하나 제가 관심 있는 것들을 했어요. 여행 관련한 글, 영화제 관련한 글 같이 쉬운 글만 써서 정말 쉽게쉽게 잘 넘어간 거 같아요. 작년에는 군 제대 후 엉겁결에 글을 시작했고 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그래도 저는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저 스스로에게 있어서도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는 그래도 다행인건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썼다는 거죠. 칭찬도 많이 받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다 저와 관련된 얘기였어요. 내년에는 특별한 포부나 기획은 없지만, 사실 다른 식의 고민이 많아요. 먹고 사는 고민, 진로고민이 커요. 내년에 졸업반인데, 소식지 칼럼을 쓰면서, ‘내가 이것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라는 욕심이 생겼었고 오히려 다른 활동, 예를 들어 영화제를 하면서, 아직 꿈을 결정을 못했어요. 소식지 일은 이제껏 해왔던 식으로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론 : 어떤 식?
규환 : 저는 새 칼럼을 쓰기에는 아직 저의 고민이 충분하지 못한 것 같고, 취재 형식의 글을 쓰고 싶어요.
아론 : 저도 취업을 준비하면서 제2의 사춘기를 시작했어요.
규환 : 저는 최근 면접을 보면서 솔직히 멘붕이었어요. 청와대(!) 인턴면접을 보고 와서 친구사이에 아는 형을 만났는데 충고를 많이 해주셨어요. 가령 제 생각에는 나의 행동과 말들을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외부에서 봤을 때는 자연스럽지 않았다는 거죠. ‘어떻게,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나?’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을 못했어요.
아론 : 나는 자신의 캐릭터를 단정지어버리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보수성향의 매체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 아직 진로를 정하지 않은 상태이니까 ‘나는 진보주의 성향이니까, 현 정권 밑에선 일할 수 없어’라는 식은 아닌 것 같아. 오히려 거기에 들어가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출 수도 있는 거지.
터울 : 그런데 그러려면 자신의 신념이 확고한 상태여야지.
규환 : 그 땐 넋이 나간 상태였어요. 물론 그런 생각을 얼핏 했지만,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지금도 그래요. 아직 못 찾은 것 같아요. 소식지 관련해서는 저의 태도가 소극적으로 변하니까, 소식지도 작지만 저의 삶의 일부인데, 내년에 당장 무엇을 하겠다라는 것조차 말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싫어요. 소식지에 대한 저의 태도가 조금 더 적극적이고, 저의 삶의 방향과 일치되면 좋겠지만, 현재는 그렇게 되지 못하는 외부적 요인이 많아요. 진로고민도 있고… 그런 것을 이해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크리스 : 충분히 이해해요.
아론 : 크리스 형이 알아서 조금만 틈이 보이면 시킬 거니깐 걱정 안 해요.
터울 : 아무런 걱정하지마. 기가 막히게 시킬 거야.
황이 : ‘이건 누가 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면 거절할 수 없지.
크리스 : 딱 보이거든, 누가 잘해낼 수 있을지.
아론 : 굉장한 사람이야.
모쿠슈라 : 소식지 찾아보면 샌더님이 인터뷰를 많이 했어요. 잘하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도 내년에 해보고 싶어요.
샌더 : 인터뷰가 좋은 게, 잘 모르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줘. 그리고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역사가 굉장히 재미있어요. 내년에도 할 거냐고 물어본다면…(할꺼야.^^)
아론 : 맞다, 샌더형이 신입회원 인터뷰로 나를 인터뷰했는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내가 말을 하면,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이렇게 대화가 오가는 거예요. 인터뷰 당시에는 좀 들떠 있었는데, 샌더형이 잡아줬다고나 할까? 형 아니었음 정말 커밍아웃 했을지도 몰라요. 역시 데뷔가 오래되다 보니 연륜이 대단해.
샌더 : 아론이는 (게이커뮤니티에 대해) 너무 이상적이었어. 그리고 인터뷰 당시에는 어느 정도 친해진 상태라서 그런 인터뷰가 가능했던 거지.
황이 : 저는 인터뷰 진행순서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저는 나중에 짜깁기해서 겨우 맞췄어요.
아론 : 그거 짜깁기 한 거야? 인터뷰를 당한 입장에서 말하자면 샌더형은 흐름을 이미 갖춰서 와. 그리고 인터뷰이한테 강요하지.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가 됐는데, 왜 맘의 문을 열지 않는 거야?’ 라고.
샌더 : 인터뷰를 많이 다니다 보면, 사람들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돼. ‘아! 이 사람은 여기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겠구나’ 이렇게?
샌더 : 아론이는 지난달이 첫 기사였죠?
아론 : 네. 크리스형이 내가 초보니까, 처음 나오는 사람의 시각에서 글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적이 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았어요. 저는 경험이 없어서 이쪽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기도, 커뮤니티의 큰 담론을 담아내기에도 그릇이 작죠.
샌더 : 나는 아론이가 아마추어의 대표성을 띨 필요가 없이, 아론의 얘기를 하면 된다고 생각해.
아론 : 그렇죠. 글은 자기 얘기 쓰는 게 제일 편하니까. 지금 겪고 있는 얘기, 앞으로 닥칠 얘기들을 써 나갈 텐데, 걱정인 건, 나한테는 새롭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새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샌더 : 뭐든지 새로운 건 없어요.
아론 : 12월 회의 때 고민이 컸어요. 그래서 마음 먹은 게, 번개도 나가고 행사도 나가고 이제 프로게이가 될 거에요.
모쿠슈라 : 내가 제목 하나 지어줄게요. “나도 종로바닥에서 울고 싶다.” (웃음)
아론 : 저도 규환이처럼, 아직 정리가 되질 않았어요. (직장에서) 저를 괴롭힌 과장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급하게 결혼하면서, 저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막 화해를 한 상태이죠.
터울 : 저도 똑같은 고민을 했어요. 단체를 나온 지 2년밖에 안되고 소식지팀에 나온 지 1년밖에 되질 않는데, ‘내가 무엇을 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죠. 그 전까지 이성애자의 삶을 살았고 이성애자의 삶의 방식과 사회를 사는 방식을 흠씬 익힌 상태에서 여길 들어왔고. 그것도 굉장히 늦게. 이런 모습들은 오히려 (게이 커뮤니티의) 어떤 분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겠죠. 가령 체제순응자처럼 보일 수 있었겠죠. 저는 글을 쓰더라도 이성애자도 읽을 수 있는 칼럼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도 종로에서 10년 넘게 산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 나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건 굉장히 유의미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샌더 : 그림을 그릴 때도, 화이트 공포증이라고 해서, 첫 붓질을 시작을 못해요. 왜냐면 그런 공포가 있거든,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면 그림이 그려지는 거지. 아론이 자신의 얘기를 하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거예요. 그리고 원래 보편적인 공감은 보편적이지 않은 곳에서 나타나거든.
터울 : 이 자리엔 안 왔지만 석이 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모쿠슈라 : 맞아요. 정말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썼고 또한 시선 자체도 새로웠어요. 항상 다음엔 어떤 글들이 나올까 항상 기대하게 만들었죠. 저는 ‘걸커’라는 말도 거기서 처음 들었어요.
아론 : 우리 글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글은 항상 결말을 향해서 가는 느낌이 있는데 석이 글은 항상 열려있어요. 이렇게 짧은 글에서 어떻게 열린 결말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황이 : 지금 마치 연예대상을 시상하는 데 대상이 안온 느낌.
터울 : 석이가 게임에 관련된 칼럼을 쓰는데, 제가 왜 그걸 응원하냐면, (애인인) 석이가 게임을 많이 해요. 나는 안중에도 없어.(웃음) 조금 열이 받았지만, 나는 이걸 잘 살렸으면 좋겠는 거예요. 또 게임을 들여다보니까 거기에 퀴어한 요소들도 있고, 또 석이가 식견도 있고 해서 칼럼으로 써보길 추천했어요. 이렇게 소식지 일도 개인이 관심 있는 분야를 살리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자리에 함께해준 모쿠슈라님은 현재 <컬쳐토크>를 기획 중에 있다. 특히 소개해 주고 싶은 영화로 2014년 5월 25일, 미국의 케이블 채널 HBO에서 방영한 <The Normal Heart>를 꼽았다. <The Normal Heart>는 19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AIDS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맞서 싸운 한 동성애자 인권운동가의 모습을 그렸다. 이 영화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감독인 라이언 머피가 연출을 맡았으며 동 영화에 출연했던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았다.
황이 : 과월호의 조회수가 올라간 현상은 신기해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소식지를 정주행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거에요.
규환 : 누군가 계속 유입되고, 또 본다는 거잖아요.
아론 : 정주행 현상은 연재글이 있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황이형 10월호 웹툰을 보고 펑펑 울었다면, 그 전 내용을 궁금해 하는 거죠. 그리고 페북 공유도 좋은 거 같아요.
샌더 : 전략적으로 생각해 볼 때, 트위터는 소멸하기 쉬운 매체인데 거기에 매달릴 순 없잖아요.
크리스 : 전략적으로 따지면 티스토리가 좋긴 하죠.
터울 : 홈페이지 유입을 높이는 역할을 소식지가 어느 정도 부여받은 게 사실인데, 따로 때어내긴 힘들지 않을까요? 차라리 샌더가 만든 웹자보를 티스토리에 띄워놓고 해당기사를 클릭하면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 어떨까요? 사실 허핑턴포스트에 칼럼 올릴 때도 이 글이 소식지 몇 월호에 실렸다고 표기할 때 처음에는 홈페이지를 링크를 걸었고, 두 번째는 소식지 목차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놓았고, 이번에는 (자유게시판 내) 샌더가 만든 웹자보로 링크를 걸었어요. 생각해보면 웹자보를 만들었지만 그것을 쓰는 곳은 단체메일과 자유게시판과 이반시티밖에 없어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웹자보를 열심히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죠. 그러면 웹자보를 살려서 티스토리에 공개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요.
황이 : 일반에 모두공개가 되면,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제약들이 더 늘어나는 게 아닌가요? 이반시티에 올리는 이유는 적어도 같은 것을 공유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올리는 거잖아요.
터울 : 지금 자게는 로그인을 하지 않더라도 글을 보고 또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정회원게시판 신설에서도 말이 나오지만, (어떻게 보면)공개활동이라는 단체의 취지에 맞추려 자게를 무리해서 운영하고(있다고 생각해요.)
아론 : 저는 좀 생각이 다른 게, 이번에 처음 글을 쓰면서, 글보다 오히려 사진을 올릴 때가 더 부담스러웠어요. 일단 (11월 책읽당 '북돋움' 관련 기사에서) 책읽당 멤버의 얼굴이 나오는 건 멤버들이 동의했다고 치더라도, 사진에 나온 객석의 관객들의 뒷통수, 옆통수들을 살펴 보는데 정말 진땀 났죠. 원래 불특정다수들이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주로 보는 건 우리들이니까, 솔직히 거기서 제일 헷갈렸었어요. 우리들 중에도 스파이가 또 있잖아요.(웃음) 안티팬들이 또 상주해 계신 것을 생각하니까. 막 손 떨리는 거예요.
터울 : 퀴어퍼레이드 때 우리들 얼굴을 다 까고 참여했는데, 2011년, 2012년도까지만 해도 사진을 못 찍게 막는 진행요원들을 배치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이건 시대가 변화했다는 증거 같아.
모쿠슈라 : 사진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우리가 쓴 글이 딱히 이쪽들만을 위한 글이라기 보단 누구라도 읽을 수 있는 글이라, 전반적인 소식지의 글을 보면 더 많이 알리고 싶은 맘도 들어요.
아론 : 더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오히려 더 많이 알려야 하는 것이 소식지의 사명이기도 한데.
모쿠슈라 : 소식지가 다양한 모습들을 담고 다양한 시선들을 선보이는 건데, 너무 우리들끼리만 본다면, 운동을 하는 것도 사회가 바뀌길 바래서 하는 거고 누구도 차별 받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하는 것인데, 사진의 문제는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글은 질적으로나 소재 면에서나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터울 : 소식지가 한번 발간이 되면, 어쩌면 전세계 60억 인구가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건데, 사실 그런 생각들이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가령 ‘사실 이 글을 우리 엄마도 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글이 비윤리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이 글을 누가 읽을지 생각하게 되면 거기서부터 글의 긴장감이 나오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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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친구사이 20년史 톺아보기 #08> 쉽지 않은, 하지만 필요한 고백 - 2003~ 커밍아웃 인터뷰/가이드북, 영화 <종로의 기적>
2014-11-28 13:37
기간 :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