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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내가 사랑한 속옷’ #1] XNX 대표 겐제이피님 인터뷰 - 속옷 만드는 사람
2017-11-03 오후 16: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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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0월 

[커버스토리  ‘내가 사랑한 속옷’#1]

XNX 대표 겐제이피님 인터뷰

- 속옷 만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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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XNX도 어느덧 3년 차가 되었습니다. 청년창업이 유행이라곤 하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요.

 

겐제이피 사실 회사체질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 깨달았어요.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중견기업에서 그래픽디자인을 맡고 있었어요. 2년째 다니다 보니, 야근도 잦고 일도 너무 힘들고, 무엇보다도 저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때부터 방황을 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잘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했었죠.

 

  아 론  많은 아이템들 중에, 왜 속옷이었나요?

 

겐제이피우연히 선물을 받았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에 워킹 홀리데이를 가게 되었는데, 일종의 현실도피였죠, 거기서 일본 팬티 TOOT를 선물 받게된 거예요. 일본의 오지범 같은 브랜드인데, 저도 그 전에는 CK만 입다가 그런 제품을 보니, 속옷이 뭐 이렇게 정교하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랐었어요. 색감도 화려하고 미니멀하지만 귀여운 디자인이었어요. 또 일본에는 게이를 위한 상품이 많잖아요. 자꾸 접하다 보니 관심이 많이 생겼던 것 같아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런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아 론  결과적으로 보면 일본유학이 현실도피는 아니었네요.

 

겐제이피제가 디자인한 제품을 사람들이 입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IT 쪽은 아무리 작업을 하더라도 형체가 없잖아요. 의상디자인의 경우, 완성품이 나왔을 때 만족도가 높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와서 속옷과 관련 일자리를 찾았죠. 하지만 제가 의상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속옷과 관련한 경력도 없어서 저를 받아주는 곳이 없는 거예요. 반년 동안 일자리를 찾다가 소규모업체에서 경력을 쌓게 되었어요. 3년 정도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두 군데 업체에서 일하다가 창업을 하게 되었어요.

 

  아 론  그때가 15년 핼러윈이었죠?

 

겐제이피르퀸 1주년 파티가 있었는데, 르퀸사장님하고 친분이 있어서 고고보이 의상을 만들어 드렸죠. 비록 판매제품은 아니지만 저희가 만든 첫 작품이었어요. 그 뒤로 2개월 정도 준비를 해서 12월에 시제품을 출시하게 되었어요. 숏드로즈라고 해서 삼각이랑 드로즈 사이인, 이쪽 분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제품이었죠. 쇼핑몰 판매는 아니고 지인들에게 판매하는 <프리세일>을 통해서 완판했습니다. 그때 자신감이 많이 얻어서 다음 해 2월, 정식으로 사업자를 내고 쇼핑몰 판매를 시작했어요.

 

  아 론  지인판매라는 부분이 독특하네요.

 

겐제이피SNS가 없었다면 창업을 못 했을지도 몰라요. 사실 쇼핑몰 창업은 쉬워요. 창업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는데, 홍보를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큰 문제죠. 르퀸도 소규모로 시작해서 페이스북의 지인들을 통해서 성장한 클럽이었어요. 저희도 SNS를 통해 홍보하는데, 르퀸도 그런 부분이 있어서 창업 시기에 서로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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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론  페이스북 페이지에 있는 제품이 쇼핑몰에는 없어요. 매진인 건가요?

 

겐제이피이쪽분들이 유행에 민감하시니까 대량으로 만들어 놓진 않아요. 재입고 문의는 계속 들어오죠. 하지만 저희는 홍보할 때부터 다품종 소량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고 말씀드려요. 그렇게 3년 정도 홍보를 하니 신제품이 나올 때 주목도가 훨씬 강해져서 초기판매로 이어지더라고요. 마케팅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걸그룹 컴백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트와이스가 컴백 전에 티저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그 화제성이 음원 판매로 이어지죠. 사실 화제성이 3개월을 넘기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저흰 신제품을 계속 내놔야 해요. 물론 시즌별로 묶어서 나갈 수도 있지만, 그때 주목받지 못한 제품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다양하게 제품을 만들더라도 분기별로 나눠서 출시하는 편이에요. 올해는 제가 일을 많이 해서 텀이 짧아요. 지금은 자신감 있게 만들지만, 작년에는 한계에 부딪힌 느낌을 받아서 신제품출시를 미루고 의상학원에 다녔어요. 한번 잘 팔린다고 계속 같은 제품만 만든다면 무슨 발전이 있겠어요. 맨날 색깔만 바꿔서 출시하는 제품밖에 더 되겠어요? 제품디자인을 하지만 창작작품 한다라는 자세로 임하고 있어요. XNX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어요.

 

  아 론  페이스북에서의 관심이 판매로 이어지나요?

 

겐제이피아닌 경우도 있어요. <곰돌이>는 한 달 만에 완판이 될 줄 알았죠. 티저때 반응이 폭발적인 거에요, 댓글이 수백 개가 달리니깐. 하지만 SNS상에서 귀엽다고 해도 실제로 자기가 입지는 않는 거예요. 비슷하게 <턱시도>라는 제품이 있는데, <프리세일> 때 얻은 자신감으로 자본금을 넣고, XNX 의 시그니처 제품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턱시도에서 모티브를 따서 만든 제품이 있었는데, 정말 안 팔렸었어요. 2년 전 제품인데 아직 있죠. 그때 깨달은 게, 너무 화려한 제품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거예요. 그래서 작년부터는 베이직한 제품도 출시하고 있습니다. 

 

  아 론  베이직한 제품이요? 의외네요.

 

겐제이피게이속옷이라고 하면 작고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입었을 때 편안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립해서 XNX ORIGINAL 제품을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만 예쁜 제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속옷 본연의 기능을 살린 제품을 가장 많이 만들고 있어요. 저희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섹시한 속옷이나 야한 속옷을 만들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판매를 해보고 고객들을 반응들을 보니 일상생활에서 입었을 때 편안하고 문제가 없는 제품을 선호하시더라고요. 항상 섹시한 속옷만 입고 생활할 순 없잖아요. 평상시에 입을 수 있으면서 스타일리쉬한 속옷을 많이 찾으시는 것 같아요. 

 

  아 론  게이속옷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겐제이피사실 모든 게이들이 섹시한 몸매를 가진 건 아니에요. 운동도 많이 하고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생각하지만, 이성애자랑 별반 다를 게 없어요. 하지만 자기가 주도적으로 속옷을 산다는 부분에선 확실히 차이가 있죠, 선물도 많이 하고. 여름하고 크리스마스 전후가 대목이에요. 저희 제품이 고가제품이 아니다 보니 선물로 부담이 없어서 실제로 연말에 선물 포장이 제일 많아요. 또 게이라고 해서 수시로 구매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름에 속옷을 몰아서 구매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소량생산해서 품절된 제품이 많아 몰아서 구매하기는 쉽지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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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론  저희 집에 찾아보니 <나인>과 콜라보한 제품이 있더라고요.

 

겐제이피벌써 2년 전이네요. <나인>이랑 저희는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시작해서 어떻게 보면 창업동기라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나인사장님도 원래 디자인계통에 근무하셨다가 창업을 하신 터라 콜라보제품을 제작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 <나인>과 팝업스토어도 같이 했었어요. 팝업스토어는 <나인>에서 한번 <모우>에서 한번 했었죠. 요청은 계속 들어와요. 고객분들이 '오프라인에서 사고 싶다, 나는 인터넷쇼핑 안 한다, 실물을 보고 매장에서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보세요. 하지만 생산량도 많지 않고 수익성 문제가 있어서 남자 속옷은 단일품목으로 매장을 내는 것이 어렵다고 고객님들께 설명해 드려요. 인터넷쇼핑을 안 한다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으세요. 그래서 고안한 게 팝업스토어에요. 행사를 열면 저희 홍보도 되지만 <나인>이나 <모우>도 홍보가 돼서 서로 도움이 되니까요. 

 

  아 론  예전엔 전문적인 공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겐제이피맞아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 이태원<바샵>이라고 이쪽분들이 생산하는 물건을 파는 마켓이 있었어요. 지금 <호텔포차>자리에요. 그 옆에는 모움이라는 공간에서 문화활동을 할 수 있었죠. 앞으로 게이들을 위한 브랜드들이 더 많아져서 일본이나 대만처럼 멀티숍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아 론  XNX는 팝업스토어 말고도 프라이드페어나 프라이빗비치에서도 볼 수 있었어요.

 

겐제이피25살 때 퀴어문화축제에서 그래픽을 담당했었어요. 그땐 영화제도 같이 해서 브로셔 제작도 했었죠. 비 오는 날 퍼레이드 안전요원을 했던 기억도 나네요. <퀴어에즈포크>의 저스틴처럼 인권단체에 재능을 기부하고 싶어서 시작했었는데 사실 그땐 좀 힘들었어요. 사업을 시작하고 작년에 프라이빗비치로 10년 만에 돌아왔지만 힘든 건 여전한 것 같아요. 자비로 제품을 만들어 드렸는데, 작년에는 생산이 아니라 홍보에만 집중해서 매출이 없어 힘들었던 시기였거든요. 홍보비로 제품을 생산한 거죠. 무리해서 이런 이벤트를 기획했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하길 잘 했다고 생각해요. 그때를 계기로 레드파티를 저희가 고고보이 켄타의 의상을 제작하게 되었어요. 켄타는 제가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물론 지금도 유명하지만, 독보적으로 인기가 있었어요. 그 때 켄타가 내가 디자인한 옷을 입어주면 영광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작년 레드파티에 켄타가 제 의상을 입게 된 거에요. 그래서 하나의 버킷리스트를 해결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아 론  고생 끝에 보람을 얻으셨다니 다행이네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겐제이피지금 제 나이 때 창업을 많이 하세요. 회사를 나와서 창업 준비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물론 창업을 하면 회사에 대한 스트레스는 줄지만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 분야에 대해서 정말 많이 알고 많이 공부해야지 좀 더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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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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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순이 2017-11-05 오후 14:20

지속적으로 커뮤니티에 관심갖고 노력하시는 게 더 응원하고 싶네요.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겐제이피님 처럼 직장을 그만 두시고 창업 또는 직접 정체성과 관련한 일을 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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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경 2017-11-06 오전 11:06

ㅎㅎㅎ 사진 모델이 너무 잘 생겨서
소중한 이야기 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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