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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청소년 성소수자’ #1] 헬조선의 청소년 성소수자들, 안녕하십니까 -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이야기
2016-05-20 오후 21: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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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5월 

[커버스토리 '청소년 성소수자' #1]

헬조선의 청소년 성소수자들, 안녕하십니까 -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이야기

 

 

 

풋풋했던 첫 사랑, 아팠던 이별, 힘들었던 과거, 불안했던 마음, 들떴던 순간들... 어쩌면 대부분 한번쯤은 겪어봤을, 청소년 시절 경험이죠. 누구나 다 한때는 청소년이었고, 지금 청소년인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번 소식지에서는 소위 '헬조선'이라고 하는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보기 위해,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 중인 분들을 모시고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런 자리가 드물어서인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열띠게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서는 과연 어떤 얘기들이 쏟아졌을까요? 



    

 

간담회 사진.jpg

 

 

 

크리스 : 반갑습니다. 와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저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소식지팀> 팀장 크리스라고 합니다.

 

중기 : 저도 <소식지팀> 회원 중기라고 합니다.

 

크리스 : 간단하게 우선 소개를 하고 시작할게요. 어디서 활동하고 계시는지랑, 닉네임 정도 말씀해주시면 돼요.

 

홀로 : 저는 홀로라는 닉네임으로, 청소년 성소수자 카페인 <라틴>에서 운영진을 맡고 있습니다. 주로 하는 일은 컨텐츠 담당하고 그 외 크고 작은 일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와~ 박수)

 

식빵 : 저는 같은 카페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식빵이라고 하고요. 주로 회원관리와 소통 관련 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지방인 부산에서 살고 있어서 주로 온라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사과 : 저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청소년 인권팀> 담당 운영위원입니다. 청소년 인권팀은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팀입니다. 닉네임은 사과이고요. 반갑습니다. (와~ 반갑습니다)

 

쥬리 : 저는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이라는 청소년 운동단체에서 활동하는 쥬리입니다. (와~ 박수)

 

드람 : 아는 분들(사과님, 쥬리님)도 있으신데. 저는 드람이구요. 친구사이 회원으로 왔는데 요즘에는 사실 <친구사이>나 <행성인>이나 <라틴>도 뜸해서... 전에는 <라틴>에서도 친구들 많이 사귀었었고, <행성인 청소년 팀>에서도 활동했었고. 19살 때 <친구사이>에서 활동한 게 처음이에요. 지금은 5년째네요 24살이니까.

 

크리스 : 네 모두들 반갑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각자가 혹시 서로의 단체에 대해서 궁금하신 거 있으세요?

 

식빵 :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요.

 

쥬리 : 저희는 주로 다루는 주제는 청소년의 성, 성적 권리, 성적 자기결정권 문제들이고요. <라틴>에도 가끔 게시물을 올리는데...ㅎㅎ (식빵 : 아.. 그렇군요ㅎㅎ) 어쨌든 이런 관련한 캠페인을 하거나 성 관련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이번 총선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주장한 것과 같은 활동을 하고 있어요. (식빵 : 감사합니다.)

 

크리스 : 혹시 다른 궁금한 거 없으세요? 서로 더 알고 얘기하면 좋을 거 같아서.

 

홀로 : <행성인>은 언제 창립됐나요?

 

사과 : 제가 알기로는 1997년에 <대학동성애자연합> 그걸로 출발했다고 알고 있어요. 아득한 옛날이지만...

 

홀로 : 그러면 부서로 쪼개서 활동하시나요?

 

사과 : 원래는 아닌데. 몇 년 전부터 단체가 커지고 분야가 세분화되다 보니까 팀 단위로 활동하게 된 걸로 알고 있어요.

 

크리스 : 오늘 오신 분들은 지금 소속된 곳 말고 다른 곳에서 활동하시는 분은 계세요?

 

쥬리 : 저는 뭐 곳곳에서 활동해요. 관악에 있는 청소년 단체에도 있고, <인권친화적학교+너머 운동본부>의 학생인권상담소에서 활동도 하고 있죠.

 

사과 : 대단한 분이시구나! (일동 웃음)

 

 

크리스 : 이제 시작하려고 해요. 먼저 진행하기 전에 오늘 우리가 청소년 성소수자 주제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해서 섭외를 했는데요. 일단 본인이 청소년이라고 생각하는지 그것부터 얘기해보고 싶어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이라 하면 청소년 기본법에서는 9세~24세를 얘기하고 있는데, 본인들이 느끼기엔 괴리감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여러분들은 스스로를 청소년으로 느끼는지 아니면 성인이나 그 외 다른 세대로 느끼는지부터 얘기하고 진행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청소년 아니면 비청소년 이렇게 표현하기도 하던데...

 

쥬리 : 일단 저희는 청소년 운동에서 주로 얘기하는 청소년은 보통 고등학생까지를 이야기하고요. 왜냐하면 법마다 청소년의 기준이 다른데, 청소년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법들은 대부분 이 기준까지거든요. 청소년 보호법이라든지, 참정권 같은 것도 그렇고요. 그래서 저는 연 나이로 하면 22살인데, 17살부터 활동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저는 청소년 당사자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24세는 복지 쪽, 무언가를 주려고 기준을 설정해 놓은 법이 많고요. 권리를 제한하는 건 19세로 하는 기준이 많아서요.

 

크리스 : 그 부분은 처음 알았네요. 법이나 인권 관련해서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걸요. 가장 중요한 건 청소년이라고 불리는 당사자가 본인을 어떻게 느끼는가인데. 그래서 여쭤본 질문이에요.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사과 : 저도 이제 올해 만 19세가 됐는데, 저도 청소년 당사자는 아닌 거 같아요. 쥬리님과 같은 이유인데. 가장 큰 이유가 술, 담배죠. 이것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금전적인 부분이요. 만 19세 미만은 통장개설도 부모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구요. 일단 못하던 것을 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청소년 당사자로는 보지 않게 될 거 같아요. 청소년 당시에는 못하던 걸 이제 할 수는 있다는 점에서?

 

식빵 : 그렇네요. 전 스스로 약간 어리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라틴>활동을 하다가 십대 학생이나 청소년 분들을 보거나 얘기를 나눠보면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는 걸 느껴요. 우리가 보호받는 당사자들은 아니구나 라고 느끼긴 해요. 그래도 전 당사자는 아니지만 성인과 청소년 그 사이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 하며 살고 있어요. 아직 너무 어렵고... 말을 잘 못하겠네요.

 

홀로 : 저는 개인적으로 법으로는 성인으로서 사고할 수 있는 나이가 만 25세로 정해놓고, 24세까지는 청소년으로 규정해 놓은 거 같은데, 법마다 그런 괴리감이 너무 심하다고 느껴져요. 전 만 20세고, 이번 총선에 투표도 했고, 버스 탈 때 성인요금 내는 것도 있는데. 다양한 법들이 서로 합의가 되지 않아서 이런 논쟁이 생긴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사고하는 걸로 성인인지 청소년인지를 묻는다면 저는 아직 그 중간인 것 같아요.

 

사과 : 사실 법이 일관성이 없는 게 되게 크긴 하더라구요. 예를 들어서 공무원 같은 경우는 될 수 있는 나이가 만 18세부터에요. 참정권도 없는데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거죠. (다들 놀람) 군생활도 그때부터 할 수 있구요. 그리고 어떤 법으로 몇 살부터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걸 정해놓다 보니까 삶을 단계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사람이 자라는 건 단계가 아니라 스펙트럼이잖아요. 그냥 그렇더라구요.ㅎㅎ

 

 

크리스 : 오늘 아주 풍부한 얘기가 나올 것 같네요. 이걸 처음 여쭤본 이유는 오늘 섭외한 분들이 청소년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인데. 스스로를 당사자로서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청소년기를 거친 입장으로 활동하시는지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우선은 말씀드렸듯이 오늘 자리가 청소년 성소수자로서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차별과 혐오에 대해 어떻게 우리가 힘을 모을 수 있는지 얘기하고 싶어서 모이게 됐구요. 먼저 성소수자로서 여러분이 말씀하신 청소년기, 즉 본인의 주로 중・고등학생 때 이야기를 들어볼까 해요. 그때는 어땠고,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같이 공유를 해보는 게 어떨까요? 언제 처음 성 정체성/성적 지향을 깨달았는지, 그 이후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사과 : 저는 처음 정체성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 건 중1 때에요. 짝사랑이 생겨서ㅎㅎ. 그냥 그 친구를 무려 3년을 짝사랑을 했는데, 웃긴 건 3년 동안 좋아하면서도 제 자신한테 이 감정은 일시적인 감정일 거라고 계속 어떤 부정을 했었던 것 같아요. (크리스 : 그런 감정이 처음이어서 부정했었나요? 아니면 내가 그 친구를 좋아해도 되나 이런 거?)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죠. 솔직히 말해 찾아보면 성소수자 혐오 이런 건 쉽게 찾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사랑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있었고. 아무튼 고1 올라오고 계속 고민하다가 실질적으로 게이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건 고2인데. 고2 때 우연히 행성인에 찾아가게 되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확립을 하고 그런 시기가 있었던 거 같아요. 내가 게이인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자긍심을 가지게 된 거죠.

 

식빵 : 성 정체성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됐었던 건 초등학교 2학년 때 길을 걷다가 갑자기 ‘나는 남잔데 왜 여자 몸으로 살고 있지?’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가끔씩 혼란이 오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어떤 언니를 사귀게 되면서 ‘아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아닌가보다.’하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이 언니와 헤어지고 나서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막 비슷한 사람과 소통을 하고 싶다고 느끼다가 중3 겨울에 ‘<라틴>’을 찾게 됐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활동도 해보면서 더 생각을 해보게 됐는데 저는 아직 성 정체성도 성적 지향도 전부 다 퀘스쳐너리로 살고 있어요. ‘아직은’이라고 할지 ‘평생’이라고 할지. 절 어디에 두고 싶지 않은 게 그 당시에 들던 여러 생각들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고, 복잡해져서요. 퀘스쳐너리라는 게 있다는 걸 알고는 그냥 그렇게 살고 있어요.

 

 

 

식빵님.jpg 

왜 그런 질문 많잖아요 청소년 때. ‘제가 같은 반에 머리 짧은 친구를 좋아하는데 저 레즈비언인가요?’ 뭐 이런 질문들. 그래서 그런 거 보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퀘스쳐너리로 사세요.’라고 권유하기도 해요. 딱 정하는 것도 자신을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지만, 그거에 대한 고민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을 때는 퀘스쳐너리로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 식빵   

 

 

 

크리스 : 그럼 본인이 지금 퀘스쳐너리로 사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편하신 거고요?

 

식빵 : 사실 어떻게 해도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는 않은 느낌이에요. 자기 자신을 모른다는 게 그렇게 즐거운 일은 아닌 거 같아요. 그래도 예전에 아무 것도 모를 때보다는 훨씬 나아요.

 

홀로 : 전 좀 특수 케이스라 해야 될까? 흔히 말해서 헤테로일 때 레즈비언들이 와서 꼬셨어요. (일동 웃음) 그런 거 있잖아요. ‘언니 저랑 사귀어요’ 뭐 이런. 그럴 때마다 전 ‘농담이구나’ 이러고 있었는데. 중2 때 공학에서 여자중학교로 전학을 갔어요. 전학 온 날에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어떤 여자애랑 넘어지면서 입이 닿은 거예요. 저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도망갔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 걔가 저희 반인 거죠. 그러고 나서 그 친구가 한창 저를 쫓아다녔는데, 머리카락이 굉장히 길었어요. 흔히 외국에서는 팸/부치를 잠자리 용어로 구분하는데, 한국에서는 외적인 모습으로 나누는 경향이 심하잖아요. 근데 그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남자처럼 자르고 와서 남자친구 있냐고 치근덕거리더라구요. 그때는 제가 포비아적 성향이 있어서 걔한테 안 좋은 말도 하고, 뭔가 애증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한테는 고3 때까지 그런 감정이 계속 됐었던 거 같아요.

이후에 저는 걔를 대차게 차놓고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레즈비언’이라는 용어를 알게 됐고, 어떤 온라인 카페를 가입했는데 너무 이상한 거예요. 사람들이 섹스에 환장한 느낌인 게, 솔직히 제 입장에서 보면 자기 애인될 사람을 쇼핑처럼 막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는 느낌이 들어서 여기는 나랑 안 맞는 거 같다고 잠수를 탔어요. 그 이후에 어쩌다보니까 첫 애인이 여자였는데 3년 동안 만났어요. 만나다 보니까 ‘아 난 레즈비언인가 보구나’ 했어요. 딱히 남자애한테 흥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전 남자한테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서 그냥 정체성 확립이 빨리 된 거 같아요. 이것저것 겪으면서.

 

쥬리 : 저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첫사랑하면서 고민하게 됐구요. 그때는 레즈비언이나 성소수자 이런 건 몰랐고. 그냥 ‘나는 쟤가 좋아’ 이렇게. 처음 겪는 감정이니까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지는 몰랐지만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아니면 다른 종류로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구요. 그래서 키스도 하고 그랬어요. 근데 엄마한테 들켜서 엄마가 학교에 찾아오고 그러면서 헤어지게 됐는데, 어떻게 보면 연애하자 이랬었던 것도 아니니까 헤어진 것도 아니죠 뭐. 아무튼 15살에 새로운 연애를 하게 되고, 그때는 우리가 동성애라는 감정을 서로 인지한 상태에서 연애를 했어요. 근데 애인의 엄마한테 연애하는 걸 네 번이나 들켰고, 그럴 때마다 애인은 그 엄마한테 폭력을 당했고, 그럴 때마다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했었어요. 그때는 내가 여자친구를 좋아하는 것도 억울하고, 청소년인 것도 억울하고 그랬던 거 같아요. 청소년이기 때문에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 부모가 약간 감금 비슷하게 일정기간 동안을 못 나가게 했고요. 자기 차로 그 친구를 학원에 태워주고 그랬죠. 그럼 저는 그 학원 건물에 숨어 있다가 한 5분 정도 만나고 그랬었는데. 그런 일상적인 감시나 폭력이나 폭력에 용인되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었던 거 같아요. 결국 1년 정도 만나고 헤어졌어요.

 

중기 : 그럼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셨다는 거죠?

 

쥬리 : 뭐 정체성의 확립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는 나는 이제 성소수자라는 생각을 했구요. <라틴>에 눈팅을 시작했고(일동 웃음). 어쨌든 저는 제 여자친구가 부모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제 자신에 대한 혼란스러움보다는 이렇게 차별하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것, 잘못됐다는 거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래서 자기혐오 같은 부분은 없었고, 지금은 별로 주변에서 당연히 저를 이성애자로 간주한다거나 그런 분위기가 아니어서요. 그래서 저는 굳이 이런 사회라면 자기를 성소수자라고 지칭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나는 누구야’라고 말해야 하는 것은 정치적인 선언으로서 필요할 때나, 다른 사람이 나를 당연히 이성애자로 간주해서 내가 그렇지 않다고 밝힐 때나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마음 가는대로 살면 되지, 굳이 나를 어떤 이름으로 드러내고 살 필요는 일상생활에서는 못 느끼는 편이에요.

 

크리스 : 아무래도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하거나 얘기를 할 때는 당사자로서 활동을 하는지, 아니면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지 중요할 수도 있잖아요. 전 개인적으로 궁금했거든요. 제가 알기로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은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아닌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시는 것도 그런 영향인 건지요? 굳이 내가 성소수자라는 정체화를 하고 그 판에서만 활동하기보다는 더 넓은 측면에서 활동하려는 생각이신지 해서요.

 

쥬리 : 꼭 그렇다기보다는, 예전에는 <동인련(구 행성인)> 활동도 했고, 나름 성소수자 관련 활동도 함께 했다고 생각을 하는데ㅎㅎ. 당연히 언론 인터뷰나 집회에서 발언을 한다든지 하는 경우는 ‘내가 무엇이다’라고 얘기를 하죠. 그런데 그렇게 이름 붙이는 게 싫다기보다는 차별이 없는 상황이라면, 예를 들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없는 사회에서는 장애인이라는 구분이 없을 수도 있는 것처럼, 성소수자도 마찬가지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다행이게도 모든 사람이 저를 이성애자로 간주하지 않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어서 일상생활 속에서 ‘내가 레즈비언이다’라는 얘기를 하고 다닐 필요는 없다, 이런 삶이 좋은 거 같다는 이야기였어요.

 

 

 

무관심과 무정책 속에 방치되는 성소수자 학생들(허핑턴).jpg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2014, 국가인권위원회) 관련 내용.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크리스 : 막상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치는 환경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부럽네요.

이런 정체성을 형성하는 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있는 환경이 아무래도 학교일 텐데, 학교 안에서 그런 경험들이나 정체화를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교사나 주변 학생들, 또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억압이나 제한을 느꼈던 경험이 있었는지요.

 

식빵 : 그렇게 심한 건 없었어요. 제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많이 한 건 아니라서요. 근데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인데, 제 친구가 만우절에 친구한테 고백했다가 아웃팅을 당한 거예요. 걔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 보니까 그땐 전 아무런 인식도 없을 때였는데도 ‘저런 취급은 아닌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양성애자라고 본인이 말해도 ‘쟤는 레즈(비언)’, ‘더럽다’ 이러면서 걔랑 붙어 있으면 걔를 끌어낸다던가 하는 일도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제가 머리를 짧게 잘랐었는데, ‘너는 여자이기를 포기했냐’ 같은 말도 쉽게 들었고요. 주변 사람들은 여자는 당연히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듯해요. 그리고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의 과가 여초, 장애인에 관련된 과인데, 너는 나중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인식 속에 살고 있으니까 많이 답답해요. 쥬리님 얘기를 들으니까 많이 부럽네요.

 

홀로 : 저는 전학 간 학교 지역 특성상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무조건 남중, 여중으로 나눠지는데. 여중 때는 흔히 말하는 머리 짧은 애가 제 친구였거든요. 걔가 장난으로 ‘야 나 너 좋아해’ 이런 장난을 치면 주변 친구들이 ‘알고 있어’라며 반응이 혐오스럽지 않은 반응이었고. 축제 때는 흔히 말하는 머리 짧고 잘생긴 후배가 있었어요. 걔가 먼저 합창 독무대 때 노래를 부르면서 여자선생님한테 프로포즈하는 장면을 연출을 했는데 반응이 엄청 핫했어요. 그리고 공학이었던 고등학교에 가서는 남자애들끼리 손잡고 껴안고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많이 봐서. (웃음) 그리고 고등학교 다닐 때 제가 레즈비언이라는 걸 알게 된 친구들이 운 좋게도 포비아적인 반응도 없었고, 그래서 저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성소수자들을 만나고 그것까진 좋았어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더 문제가 됐지 학교에서는 문제가 없었어요 좋았고.

 

크리스 : 학교에서 성소수자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얘길 들으니 그래도 좋네요.

 

사과 : 저는 중학교 때는 커밍아웃도 안하고 속으로만 생각을 해서 별다른 일이 없었는데. 고등학교 올라오고 행성인 활동을 하면서 커밍아웃에 대한 욕구가 커졌었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커밍아웃을 하기 시작했는데 좀 절제를 했어야 했는데. (웃음)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였거든요. 일단 룸메들한테 커밍아웃을 했었어요. 저 포함 4명이 같이 살았었는데, 한 명 한 명한테 해야 됐는데 한꺼번에 하다보니까 암튼 그 세 명 중에 한 명이 입이 정말 가벼웠나봐요. 그래서 다음날에 반 애들이 ‘너 게이라며?’라고 묻는 거예요. 근데 친구들이 그렇게 물어보면 그걸 부정하기가 싫었어요. 요새는 제가 직접적으로 커밍아웃하는 걸 자제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먼저 알고 ‘너 게이야?’라고 물어보면 그걸 부정할 수 없을 거 같아요. 거짓말 못할 거 같아요ㅎㅎㅎ. 암튼 그래서 ‘응 그래’ 그렇게 말했더니, 그냥 소문이 퍼지는 게 굉장히 빠르더라구요.

학교 분위기 자체는 되게 충돌을 싫어하는 분위기? 소위 말하는 공부 잘하는 학교였어요. (일동 웃음) 그렇다보니까 애들이 학생부 그런데 쓰이기가 싫어서 그러는 거지 마음이 딱히 우호적이었다거나 그러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신적으로나 마음속으로는 외로움을 많이 느꼈는데. 저는 제가 장난을 치면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한테는 얘깃거리의 일부였던 거 같아요. 그래서 기분이 별로였고요.

 

 

 

사과님.jpg

 

고등학교 기억은 그렇게 좋게 남아있지는 않고, 특히 그랬던 건 남자애들이 제 성생활에 대해서 관심이 되게 많더라구요. 또 그걸 제가 완강하게 뿌리쳤어야 됐는데, 전 오히려 그런 얘기를 하면서 친해질 줄 알았어요. 남자들끼리 음담패설하면서 친해지는 느낌? 그런 느낌일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가십거리가 늘어나는 거였고 딱히 기분 좋은 경험은 아녔어요. 마치 내가 어떤 말 그대로 안주거리가 되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되게 당당하게 다녔어요. 가방에 행성인 무지개 깃발 뱃지도 붙이고 다니고. | 사과

 

 

 

쥬리 : 아까 말씀 드렸던 전 애인의 부모가 한 행동이 약간 혐오범죄, 아동학대의 느낌이었고. 저는 중학교를 2학년까지만 다녀서 딱히 학교에서 겪었던 혐오폭력은 교과서나 수업 내용 중에, 아니면 그냥 교사가 혐오발언 하는 거. 에이즈는 동성애자 때문에 일어났고 이런 식으로. 아니면 성교육에서 이상하게 다루던 것이라든지 밖에 없긴 해요. 그땐 팬픽이 많이 유행해서 팬픽 같은 거 많이 보고 그러긴 했는데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팬픽은 괜찮은데 동성애자는 안 괜찮다’ 뭐 이런 얘기를 하는 애들도 있었는데.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커밍아웃을 생각을 못해서 딱히 직접적인 폭력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는 인권운동 시작하고 사실 별로...

아 예전에 진보신당 시절에 (누가) 약간 혐오폭력적인 행동을 해서 당계위에 보낸 적이 있긴 한데. (웃음) 그 외에는 이제 제가 나온 인터뷰의 댓글들 아니면 퀴퍼에 나오는 혐오집단들 이런 걸 볼 때 혐오폭력을 실감하는 그런 게 있고. 일상생활 속에서는 다행히도 저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런 거에 노출되는 정도가.

 

사과 : 팬픽이라고 하니까 잠깐 생각이 드는데,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여자애 한명이 갑자기 저한테 와서는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친구 완전 많다’고 했어요. 전 벙쪄서 무슨 소리냐고 그랬는데. (웃음) 암튼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식빵 : 팬픽 읽거나 그런 거 좋아하는 애들이 갑자기 ‘나 게이 룸메이트 가지고 싶어’ 이런 얘기 하는 경우도 있고요. 아까 교과서 얘기하니까 생각나는 게, 문과이고 <생활과 윤리> 들으신 분은 다 공감하실 텐데. 성소수자 얘기하는 부분에서 많은 반응들이 나오는데, 그걸 가르치는 선생님이 그게 자기도 궁금하니까 트랜스젠더 바를 가봤다는 거예요. 그것에 대해서 수업시간 내내 얘기를 했는데 저는 못 듣겠어서 그냥 자버렸거든요.

 

크리스 : 뭔가 혐오적인 발언을 했군요?

 

식빵 : 네. 나중에 들으니까 정말 폭력적이어서 말을 못 하겠더라구요.

 

크리스 :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렇게 혐오적인 발언을 하면...

 

사과 : 저희는 선생님들은 되게 다 우호적이었어요. 직접적으로 성소수자 지지에 대해 얘기하시는 분도 있었고, 고민상담해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식빵 : 저희 영어 선생님은 그리스에는 요거트를 많이 먹어서 게이들이 많다고 했어요. (일동 웃음)

 

쥬리 : 아 저 최근에 당한 혐오폭력이 하나 떠올랐는데. 저희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에서 이번에 학교 앞에서 배포한 스티커랑 전단지 내용 중에 하나가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하교시간에 찾아가서 피켓 들고 전단지 나눠주고 있는데, 어떤 교사가 나오더니 ‘동성애단체에서 나왔냐’고 그래서 ‘아니요 저희는 청소년인권단체에서 나왔는데요.’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중학생한테 이런 동성애 뭐 어쩌구 저쩌구’ 라면서 ‘동성애가 정상이냐’ 이런 혐오발언을 마구 쏟아내셨어요. 일단 교사를 상대할 시간이 없어서 보냈는데, 그 교사가 나중에 저희가 나눠준 것들을 학생들한테 뺏고 그랬어요. 그래서 이후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는데 교육청 쪽에서는 그 교사한테 경고를 했고, 그 학교에서 뭔가 앞으로 그런 일이 안 일어나게 하겠다고 답변을 했다고 했는데요. 실제로 어떻게 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어쨌든 교사로서 함부로 학교 앞에서 그런 얘기들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좀 보여주려고 민원을 넣었던 게 있었어요.

 

크리스 : 학교에서 선생님들 역할이 참 중요한데 말이죠.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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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육우당 13주기 추모 캠페인. 청소년 성소수자로서 활동했던 그는 주위의 괴롭힘에 시달리며 끝내 죽음의 길을 택했다.
 

 

 

식빵 : 제가 특수교육 쪽을 전공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일반 생활 속 폭력이라고 생각을 하는 게 모든 사람은 자기들 전부를 시스젠더고 헤테로라고 정의를 내리고 시작을 하는 거예요. 자기 의사표현이나 언어적 활용을 잘 못하시는 분들은 그냥 그런 취급을 받는 거잖아요. 그리고 저희가 미술치료나 성교육을 할 때 그걸 아이 수준에 맞춰 하는 교육 내용이 너무 무신경한 교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크리스 : 네. 안 그래도 그런 부분은 이따가 얘기를 더 해 보려구요. 어른들의 시각이 특히 그런 부분에서 편향되어 있는 것 같아서요.

 

드람 : 저도 역시 직접적으로 혐오표현을 받았거나 공격의 대상이 되어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일단 학창시절에는 아예 커밍아웃을 하지도 않았었고, 19살 때 친구사이에 처음 나오긴 했었지만 제가 그때 학생회를 하고 있었거든요. 거기 애들한테는 무슨 인권단체인지는 말하지 않고 그냥 인권단체에서 조금씩 활동을 하고 있다고만 얘기를 했었는데. 아마 이전부터 행동이나 말투를 보고 제가 ‘게이 같다’는 것을 알아챘을 친구들도 좀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뭐랄까, 친구들 사이에서 어떻게 말하면 약간 권력이 있는 쪽이었거든요. (일동 웃음) 표현이 좀 그렇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말하는 거나 그런 게 센 편이어서 애들이 웬만하면 입을 닫았던 거 같아요.

근데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교 부회장을 했었는데, 전교 회장했던 애가 약간 노는 애들 부류 중에 하나였거든요. 뭔가 걔가 굉장히 성격이 불같고 잘 나서는 편이고 말도 거침없이 하는 편이라서, 제가 지나가면 ‘저기 게이 지나간다’ 이렇게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 걔를 옹호하는 쪽과 제 편인 학생회 애들이 마치 선악구도처럼 대립했어요. 전 딱히 신경을 안 썼는데 애들이 나서서 저런 거 신경 쓰지 말라고 얘기를 한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기억나는 건 대학 들어와서 저희 과에 여자들 비율이 많거든요. 그 중에서 성소수자에 관련된 게 나왔을 때 경찰학과 쪽에 진학을 희망하는 여자애가 ‘자기는 동성애자 정도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트랜스젠더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했었던 게 기억나네요.

 

식빵 : ‘정도까지’라는 말 너무 웃기네요.

 

드람 : 그러니까요. 주변에선 그런 말을 들었었고...

 

쥬리 : 동성애자가 뭐 더 가면 트랜스젠더가 되고 이런 건가? (일동 웃음)

 

홀로 : 그 쥬리님 말씀하신 전단지 나눈다는 말에서 갑자기 떠올랐는데,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이쪽 관련 논문을 읽다보니까, ‘게이들의 원나잇 횟수로 인한 정체성 확립’ 뭐 이런 논문이 있는 거예요. (일동 웃음) 그래서 특정 게이들을 모아놓고 인터뷰도 따고 그 흔히 말하는 ‘섹스의 횟수를 얼마나 함으로써 당신이 게이가 됐음을 느꼈습니까’ 이런 도표가 있는 거예요. 그거에 너무 반박심이 생겨서, 글을 잘 쓰시는 선생님 영향을 받아서 논문계획도 하고, 한채윤씨랑 인터뷰도 하고 그랬거든요. 뿐만 아니라 교내에 청소년 성소수자 관련 설문지를 학교에서 승인을 받아서 돌렸었어요. 그래서 설문지에 대한 반응이 되게 좋았는데 뒷말이 나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때가 입학사정관제라고 특기생으로 성적보다 좋은 학교를 갈 수 있었는데, 제가 다른 애들보다 잘하고 있는 게 있어서 그런지 ‘얘가 동성애 팔아서 좋은 학교 가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애가 글쓰기 선생님 수업시간에 질문이 있다면서 ‘학교에 설문지를 마음대로 뿌려도 되냐’고 저를 저격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 새끼 진짜 찌질하다’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설문지 주제도 문제가 없고, 교장・교감선생님과 합의도 됐고, 공문으로도 남아있다고 설명을 해주셨어요. 그러니까 걔가 입을 싹 닫았는데.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크리스 : 와, 정말 다양한 경험들을 하셨군요. 이런 경험들이 학교 밖 다른 관계들에도 영향이 좀 있었는지 궁금해요. 혹시 학교에서의 경험들이 집이나 학교 밖 다른 친구들한테 알려져서 경험한 일들이 또 있는지. 학교 밖 경험들은 또 다를 수 있잖아요. 어땠나요?

 

식빵 : 저는 여기 오는 김에 출발하기 전날에 커밍아웃을 하고 왔거든요 엄마한테. 저희 가족이 이런 쪽에 열려있긴 한데. 제 동생이 이미 커밍아웃을 해서 싱거운 건지는 몰라도요. 제가 예전부터 떡밥을 많이 뿌려놨긴 했어요. 중학생 때 대구 퀴어퍼레이드를 혼자 다녀왔는데, 거기 퀴어퍼레이드 적혀있는 풍선을 집 책상 위에 놓고 잠들기도 하고요. 뭐 맨날 누구 만나냐고 그러면 인권단체 친구 만난다고 그러고.

이번에도 ‘서울에 어디 가냐’고 계속 물으셔서 그냥 ‘성소수자 인권단체 간담회 간다’고 그러니까 어머니가 ‘니 성소수자가?’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나 성소수자야.’ 이러니까 어머니가 어디서 뭘 들으셨는지 ‘약간 남성혐오가 있는 애들이 그런 데 많이 가더라’ 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난 사회에서 말하는 그런 남자 좋아하는 여자는 아니고. 난 그런 거 안 정해 놓고 산다’ 하니까 엄마가 그냥 알았다고 그러셨어요. 친구 중에 트랜스젠더가 있는데 ‘나중에 얘 트랜지션하면 걔 만나러 가고 싶다’ 이런 얘기 하면 ‘니 돈으로 가라’ 뭐 이러시고. 아빠한테는 아직 커밍아웃은 안 했는데, 그 친구 얘기하면 ‘한국에서는 못해?’ 뭐 이 정도 반응만 하시고요. 저는 직접적으로 폭력을 당한다기보다는 누구랑 친해질 때 벽을 깨부수는 게 너무 힘든 게 좀 그래요. 성소수자 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 얘기를 못하면 제 큰 부분을 숨기고 사는 것이 되어버려서 그게 제일 답답한 거 같아요. 직접적인 아웃팅은 없었지만. 뭔가 공허하고.

 

쥬리 : 숨겨야 되는 게 가장 큰 폭력이라고 전 생각해요.

 

식빵 : 그렇긴 하네요. 제 자신으로 안 사는 거니까. 아이구 어려워...

 

크리스 : 그래도 이번 기회에 어머니께 말씀드리셨다니 대단하시네요. (일동 박수)

 

사과 : 저도 학교 밖이라고 하면 가족밖에 없는데, 고2 때 커밍아웃을 가족들한테 했어요. 물론 처음에는 충돌과정이 있었는데, 이후에 그게 사그라들어서 ‘그게 잘 받아들여졌구나’ 생각했었는데 몇 달 전까지만해도. 근데 얼마 전에 얘기를 하면서 그게 약간 깨졌던 게 엄마아빠의 태도, 시선 그런 게 약간 좀 그렇더라구요. 다들 평소 때 말을 안 하고 있었던 거예요. 쉬쉬하고 있었던 거죠. 사실 아빠한테 좀 실망했어요. 왜냐면 처음에 아빠가 되게 담담하게 받아들이셨다고 생각했거든요 아무 말 없이. 근데 갑자기 얼마 전부터 막 동성애자 모임 이렇게 말을 안 하고. 행성인 활동 같은 거를 ‘너 홍석천 모임 나가냐고’ 그러시고요. (일동 웃음) 지나가는 말로 ‘튀게 살지 말아라’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엄마 같은 경우도 엄마가 제가 이쪽 활동을 하면서 제지를 안했던 게 나를 이해한다거나 그런 감정이 아니라 죄책감이더라구요. 엄마가 생각하기에는 제가 게이가 된 게 자기 때문인 거예요. 어렸을 때 엄마한테 저한테 체벌이 좀 심했는데. 엄마가 생각하기에는 자기가 그렇게 해서 제가 여성을 혐오하게 됐고 그래서 얘가 게이가 된 것일까 생각하시는 거 같더라구요. 그걸 너무 굳건히 믿고 계셔서 약간 답답하긴 한데 아무리 말을 해도 안 통해요.

 

식빵 : 저도 그런 거 약간 있는 것 같아요. 엄마가 약간 그냥 쉬쉬하는구나 라고 생각한 게. 제가 중학교 때 남학생들한테 말로 성희롱 같은 걸 좀 당했는데. 그걸 그 당시에 말을 안했다가 최근에 말했는데 엄마가 당연히 이전에 이런 일을 몰랐고 그러니까 죄책감을 가지시더라구요. 그래서 완전히 얘는 남성을 혐오하니까 그런 거구나 하고. ‘내가 그때 못해줬으니까 얘가 이렇게 된 거다’ 라고 받아들이시는 것도 좀 있는 거 같아요. 제가 그런 거 아니라고 말씀을 드려도 잘 이해를 못하시는 듯해요. 아빠도 그렇게 받아들이실까봐 걱정되기도 하구요.

 

크리스 : 그거는 그런 부분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말씀을 드려야 될 거 같아요. 커밍아웃 과정이 원래 그런 거니까. 다른 분들은 어떠셨어요?

 

홀로 : 저는 16살에서 18살까지 한 3년 만나던 사람이 있었는데. 약간 그런 생각하잖아요. 이 사람이랑 결혼할 거 같고, 사랑이 영원할 거 같고. 그런 감수성이 들어 너무 신나서 엄마한테 ‘엄마 나 여자 좋아해.’라고 말하니까 엄마가 저한테 처음 하셨던 말이 ‘너가 세후 월 오백만원 벌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였어요. 부모님이 사이가 안 좋으셔서 전 엄마랑 같이 살았고 여자랑만 있었으니까, 엄마가 ‘세상에 여자 둘이 벌어서는 못 산다. 너라도 돈을 잘 벌어야 니 애인이건 뭐건 그 때가서 생각하자’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러다가 좀.. 엄마가 인정을 했다가 안했다가 이런 왔다갔다가 좀 심하신 거예요. 엄마는 커밍아웃을 하면 애인이 다 있다고 생각하시나봐요. 제가 애인이 없을 때 ‘왜 애인이 없냐’고 하시는데 이걸 설명을 못하겠어요. ‘걔네들이 나 싫은가 보지’라고 말하니까 ‘걔네들은 왜 내 딸을 싫어하는데?’ 이런 반응을 보이시는 거예요. (웃음)

두 살 터울인 여동생한테는 전 애인 사진을 컴퓨터에 저장했던 걸 동생한테 들켰었는데 동생이 ‘언니 이 사람 누구야?’ 그래서 ‘응 언니 애인이야’ 이러니까 ‘언니 동성애자야?’라고 물어보길래 ‘응 그래’라고 했더니 동생이 ‘상관없어.’라고 했거든요. 나중에 얘기해보니까, 동생이 이쁘고 공부 잘하고 남자애들이나 선생님한테 인기 많고 이런 이미지였는데, 자기가 오덕후(오타쿠)란 걸 아웃팅 당하면 자기가 쌓아온 이미지가 사라지니까 이게 불안해서 그랬더라구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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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성인이 되고서는 엄마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있으신가 봐요. 자기의 결혼이 실패해서, 올바르지 않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애한테 심어줘서 제가 남성혐오가 생기고 그래서 여자가 더 좋은가 보구나 뭐 이런. 그래서 저한테 갑자기 ‘홀로야, 여자는 결혼을 함으로써 인생이 완성되는 거란다’ 이런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러고 제 말은 무시하더니 ‘홀로야,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서 자아가 완성된단다.’ 또 이런 얘기를 하셔서 제가 너무 화나서 ‘엄마 그럼 난임부부랑 불임부부들은 인간이 덜 된 거야?’라고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엄마가 ‘아니 말을 왜 그렇게 해 그건 특수 케이스잖아’ 이러셔서 ‘엄마 딸도 특수케이스라고 생각해’라고 말하니까 엄마가 삐치시더라구요.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느 편에서는 이해를 해 주시면서도 어느 편에서는 그게 또 안 되시나 봐요. 엄마 입장에서는 ‘내가 딸 인생 망쳐놨구나’ 이렇게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 홀로

   

 

 

 

크리스 : 그러니까요. 말씀하신 세 분이 다 비슷하신 게, ‘혹시 나 때문에 이렇게 됐나’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게 놀랍기도 하고 그렇네요.

 

홀로 : 저는 아빠가 되게 보수적이시고 말이 안 통하세요. 그런데 지금은 아빠랑 같이 살고 있는데 어쩌다보니까. 아빠가 돈이 많아요. 근데 만약 제가 커밍아웃을 하면 쫓겨날 걸 아니까 집에서는 이성애자인 척 여자한테 관심 없는 척 하거든요. 그리고 아빠도 얘가 엄마랑만 지낸 환경에서 자라서 그렇구나 이정도로만 생각하고 계시는 거죠. 그래서 아빠한테는 절대 커밍아웃 못할 거 같아요.

 

식빵 : 부모가 열려있는 편이라 해도 결국에는 결혼얘기 나오고 이러는 게, 아빠가 저랑 단둘이 있을 때 하셨던 말이 ‘아빠는 식빵이가 어떤 남자랑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지 너무너무 궁금해’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근데 그때 좀 죄책감 같은 것도 들었어요. 뭔가 이해를 한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내 딸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서 비참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크리스 : 그렇죠. 어쩔 수 없이 성소수자들은 부모에게 불효를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식빵 : 네. 어차피 집에 내려가선 아빠한테도 말할 생각이지만. 그렇네요.

 

크리스 : 부디 아버님이 잘 받아들이시길. 쥬리님이나 드람님은 어때요?

 

쥬리 : 전 집에서는 그때 엄마가 알게 된 이후로는 저한테 사과를 하시긴 하셨어요. 학교를 찾아오고 제 연애를 망친 거에 대해서. 근데 딱히 약간 그런 거에 대해서 말씀 안하세요. 제가 한번은 이런 사람이랑 연애한다고 그랬더니 ‘그렇구나’ 이러시고는 다른 얘기를 전혀 꺼내시지 않더라구요. 아빠한테는 얘기할 생각도 없고. 동생이 두 명인데, 한 명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고 그래서 얘기했고, 다른 한 명은 지금 초등학생인데 몇 년 후에 얘기할 생각이에요. (크리스 : 나이가 들어서 좀 이해해 줄 수 있을 나이에?) 그래도 좀 사랑 같은 걸 해봐야 이렇게 얘기가 통하지 않을까요? 아직은 그런 경험이 없는 거 같은데요.

 

드람 : 저는 학교밖 다른 친구 관계는 사실 그렇게 넓지 않아서 딱히 말할 건 없는 거 같은데. 집에서 엄마아빠한테는 따로 얘기를 아직까지는 한 적이 없어요. 만약에 한다면 예상으로는 아마 아빠는 좀 잘 모르겠고 엄마는 잘 받아줄 거 같아요. 그런데 작년 말쯤에 형이 갑자기 ‘너 게이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평소에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뜬금없이. ‘왜 그런 걸 물어보냐’고 하니까 제가 20살 때 학교 친구들끼리 하는 페이스북에다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놔두면 소문이 번지잖아요? 여자 후배 한명이 이걸 알게 됐는데 그 후배의 오빠가 제 형 친구인 거예요. 그래서 그 후배가 저랑 친하진 않지만 제가 게이라는 사실을 본인 오빠한테 말해서 오빠 친구한테 얘기 좀 해보라고 했었나 봐요. 그래서 형이 저한테 물어봤었는데. 저는 일단 아직까지는 가족한테는 힘들 거 같아서 아니라고 하긴 했었는데... 뭐 그런 일이 있긴 있었어요. 그 뒤로는 형이랑 별로 마주치는 일이 없어서 특별한 일은 없었고요.

 

크리스 : 다양한 얘기 많이 해주신 거 같아요. 다음으로는 청소년과 성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려고 하는데요. 이게 참 보면 어른들의 시선과 청소년 당사자의 시선의 차이가 극명한 것 같아요. 교육부에서 제시한 성교육 자료에 동성애에 대한 언급은 금지됐고, 또 방송에서는 동성 간 키스신만 나오면 주의 조치를 받죠. 여가부에서는 지난 2011년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할 때 쾌락을 느낄 우려가 있어 특수콘돔(일반 콘돔과 초박형 콘돔을 제외한 모든 콘돔) 판매를 금지한다’고 고시해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구요. 이러한 일부 성인들의 관행이 과연 청소년 당사자들을 위한 것일까요? 여러분들이 보기엔 어떠신 거 같아요?

 

쥬리 : 저희는 그런 거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서요. 글들도 계속 쓰고 있고.

 

식빵 : ‘청소년을 뭘로 보는 거지?’라는 생각을 해요. 청소년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는 존재로 보기에 저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거지 뭐 이런 느낌인 거죠.

 

사과 : 교육이라기보다는 조련에 가깝거든요. 생각을 안 하게 하려는 그런 거.

 

크리스 : 생각을 배제시키려는 거 같다는 말씀이신 거죠?

 

쥬리 : 구체적으로 해로운 것들은 예를 들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자기혐오라든지, 학교에 만연한 차별적인 인식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상당 부분 성교육이나 이 사회가 청소년에게 규제하는 것들의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고. 그런 것들은 명백하게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는 해로운 거죠. 다른 한편으로는 예전에 청소년 미혼모/미혼부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한 번도 콘돔을 사용해야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대요. 제도 성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도 아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거예요. 그런 결과가 왜 나타났을까 생각을 해보면 지금 성교육은 사실 청소년들에게 콘돔 뭐 이런 게 있다는 걸 알려주는 정도지, 실제로 청소년들이 콘돔을 사용해야 할 상황들이 있고 그걸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전제하지 않는 성교육이잖아요. 소극적인 임신예방교육 정도만 하고 있고. 그런 결과가 전 그렇게 나타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청소년기에 임신하고 아이를 가질 수 있고 당연히 그런 분들은 차별받지 않아야 하고 여러 지원들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어쨌든 학교에서 성교육을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성에 대한 지식도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것인데, 책임을 방기하면서 교육을 한 결과가 원치 않은 임신이나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하는 상황을 만드는 데 일조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그런 정책들은 저는 명백하게 해롭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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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6억원을 들여 만들었던 ‘학교 성교육 표준안’ 자료.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들로 비판을 받고 있다. ⓒ스브스뉴스

 

 

 

사과 : 그리고 성교육 요즘 추세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보다는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 자체를 없애는 게 크거든요. 그 말이 되게 와 닿더라구요. 혐오의 최상은 삭제라는 말. 전혀 어떤 존재인지 조차도 모르게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사실 우리나라가 동성 간에 스킨십이 다른 문화권에 비해 강한 편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걸 전혀 성적인 관계로 상상하지 못하는 문화는 성교육에서 기인할 수 있다고 봐요.

 

크리스 : 그러니까 존재 자체를 드러내지 못하게 막는 그런 의미인 거죠? 사실 ‘~하지 마라’라고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기도 한데 말이죠. 이미 청소년 분들은 학교가 아니라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충분히 알고 싶으면 알 수 있기도 한데.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을지 그런 방안도 많이 개발이 필요한 거 같아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청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거.

 

드람 : 아까 하던 얘기의 연장선으로, 현재 제도권적인 성교육을 일단 갈아엎어야겠죠. 학교를 졸업한지가 그래도 좀 됐으니까 요즘 어떤 식으로 성교육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제가 20살 방학 때 청소년 문화센터에서 청소년 지도실습이란 걸 했었어요. 성교육을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정도 아이들한테 하고 있었는데 그걸 해주는 기관이 보니까 <아하 성문화센터>에 의뢰를 해서 교육을 하더라구요. 학교에서 안하는 걸 여기서 그나마 해주니까. 내용을 보니까 역시 나름 괜찮더라구요. 성에 대해서 충분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성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방식으로 접근을 하는 거죠. 그런 게 일단 학교에서 정말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식빵 : 그냥 편견 없이 이런 게 있다고 알려 주고, 스스로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자기를 확립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TV에서 동성애 관련해서 나오면 ‘동성애 조장한다, 동성애자 늘어난다’ 이렇게 오해하는 것만 봐도 그래요. 존재 자체를 알려주고, 뭔가 자기를 표현할 단어를 선택할 수 있게 알려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크리스 :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받아들이는 거랑 아는 상태에서 받아들이는 거랑은 다르다는 말씀이시죠?

 

식빵 : 네. 뭔가 개념 자체를 아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쥬리 : 이런 문제는 사실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와 문화와 인식이 바뀌어야 되는 문제이긴 한데, 운동이 요구할 때는 구체적인 것들을 요구해야 되잖아요. 그럴 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성교육 그리고 차별 혹은 폭력 구제 시스템 정도가 명확하게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인거 같은데. 성교육 같은 경우 지금 성교육은 예방중심 성교육이라고 보고 있는데 어떤 것을 예방하는가 하면 일단 청소년의 성 자체를 예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거든요. 성교육 표준안에도 청소년기에는 ‘금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적혀 있고. 청소년기의 성 자체를 나쁜 것으로 보고 굳이 성행위를 하겠다면 임신 예방을 하라고 해서 성예방과 임신예방 정도를 지금 성교육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예방의 방법이 무엇이냐면 공포심을 주입하는 것이란 말이죠. 낙태동영상 보여주고, 성교육 표준안에도 청소년기에 임신하면 뭐 인생이 망할 것처럼 공포심을 주입하는 게 있어요. 표현하자면 예방 중심에서 향유 중심으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은데.

2013년에 <아하 성문화센터>에서 조사했던 결과에 여성 청소년과 남자 청소년의 자위경험 비율을 본 적이 있는데 남성 청소년은 70~80퍼센트가 자위경험이 있다고 했는데 여성청소년은 8퍼센트인 거예요. 물론 이게 워낙 여성청소년의 자위가 금기시되니까 이제 했어도 안했다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너무 적은 비율이잖아요. 이게 대체 의미하는 바가 뭔가. “성교육 표준안”에도 보면 자위에 대해서도 나와 있는데 여기서 얘기하는 자위는 다 남성의 자위거든요. 나오는 사례도 다 남성 청소년의 사례이고. 여성 청소년의 자위에 대해서는 ‘일부 여성 청소년은 자위를 하기도 한다.’ 정도로만 언급이 되어 있고요. 성교육에서의 그런 성차별적이고 청소년을 무성적인 존재로 보는 요소들을 없애 나가는 것이 필요해요. 지금의 성교육은 너무 문제가 많아서 어떤 것을 없애야 된다고 밖에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또 학교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이라든지, 성경험이 있는 여성 청소년에 대한 폭력이 많이 일어나는데 그런 사안들이 발생했을 때 교육청이나 학교 차원에서 명백하게 이게 잘못되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할 거 같고요. 그런데 실상은 오히려 학교가 그런 차별이나 폭력에 동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에 대한 개선을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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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에도 남자 아이돌 두 명이 키스하는 게 나왔다고 경고 먹었더라고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도 중요하죠. 외국에도 영상이나 매체에 대한 심의 기준이 있는 나라들이 있지만, 예를 들면 미국에서 ‘15세 이상 관람’인 게 한국에 들어오면 ‘19세 미만 관람불가’가 돼요. 그런 식으로 같은 내용이더라도 그 기준이 되게 모호하게 선정성, 폭력성 이런 걸로 기준을 매기는데요.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청소년들이 이 정도는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한국에 들어오면 볼 수 없는 것이 되는 그런 것들? 이건 이 사회가 워낙 성에 대해 보수적이고 폭력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거지만, 지금은 그 등급 매기는 것도 너무 소수의 심사위원들에 의존해서 되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도 좀 바뀌어야 될 거 같고요. | 쥬리

 

 

 

중기 : 그럼 활동하시는 단체에서는 그나마 진보적인 교사단체, 예를 들면 전교조랑도 연계해서 활동하는 게 있나요?

 

쥬리 : 지금 <인권친화적학교+너머 운동본부>라는 연대체가 있는데, <친구사이>도 들어와 있고 여러 인권단체나 교육단체도 함께하고 있어요. 거기서 이제 학생인권상담소도 운영하고, 총선 때는 아동학대 관련해서 정당 질의 활동도 했고요. 아니면 학교에서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같이 대응하는 그런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을 같이 할 때는 전교조라든지 교육운동이랑 같이 하죠. 특히 전교조는 저희가 공간을 대여하는 데 많이 이용하고 있구요. (웃음)

 

크리스 : 중요한 부분을 더 질문해보면, 아까 제가 처음에 본인을 청소년이라 생각하시는지 여쭤 봤던 게 지금 대부분 청소년 관련 단체에서 활동을 하시잖아요. 이제는 본인이 청소년 시절을 넘었다고 생각하심에도 계속 활동하시는 목적이 궁금해요.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실 수도 있는데.

 

사과 : 저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성소수자 속에서도 소수자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을 해요. 물론 주류 사회에서도 소외받는 게 분명 있지만, 성소수자라는 그룹 내에서도 소외받는 게 좀 크거든요.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어떤 정체성 확립에 대해서 의심하는 경우도 많고, 관계에 대해서 불안정하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 성소수자의 권리, 또 존재에 대해서도, 그리고 청소년이 충분히 성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해야 될 거 같아서요.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어요 전.

 

홀로 : 먼저 저는 <라틴>에 가입했을 때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었어요. 솔직히 청소년 성소수자라는 게 사회적으로 소속감을 매장 당하잖아요. 내가 설 자리가 없고, 소속감에서 얻는 안정감도 없고. 계속 <라틴>에 있는 이유는 일단 제 편견일지는 몰라도 다른 이쪽 카페들은 되게 만남목적이 성향이 강한 거 같아요. 그리고 운영진으로서 남아 있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유령회원들로 인해 유지되던 <라틴>이 이제 유령회원도 없고 한 사람이 관리하기에는 카페도 너무 커졌어요. 그래서 저는 <라틴>에 계속 남아 있는 이유가 <라틴>을 지키고 싶고, 다른 청소년 성소수자들한테도 제가 느꼈던 안식과 소속감을 계속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요. 그리고 내년이 <라틴>이 창립된 지 10주년이어서 오래오래 해 먹으려구요. (웃음)

 

쥬리 : 비청소년이 됐는데도 청소년 운동 한다고 하면 ‘청소년을 정말 사랑하시나 봐요’라는 반응을 듣곤 하거든요. (웃음) 청소년을 사랑한다기보다는 청소년 인권을 사랑하는 거 같구요. 꼭 당사자가 아니어도 운동은 하잖아요. 성소수자 운동은 약간 당사자들 비율이 높은 거 같지만, 다른 운동들도 당사자만이 하는 것은 아니고. 저는 제가 나이는 청소년이 아니지만 여러 청소년 인권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제가 느끼는 감각은 저를 당사자로 느끼는 거 같아요. 당사자처럼 분노하기도 하고. 여전히 이 청소년인권 활동가라는 정체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 운동을 하지 않을까 해요.

 

드람 : 행성인 청소년 팀에서도 활동을 하다가 요즘에는 아예 뭔가 아르바이트하면서 여유가 없어서 <친구사이>도 그렇고 <라틴>이나 <행성인>도 그렇고 활동은 안 하는 상태인데. 그래도 페이스북으로 쥬리님이랑도 친구 맺었고 그래서 소식 같은 것도 많이 받아보고 있거든요. 다른 단체 소식들도 받아보고 있고, 꾸준히 관심은 갖고 있는 상태예요. 사실 19살 때 처음 <친구사이>에 오긴 했지만 청소년 인권운동을 접했던 건 20살 때가 처음이었거든요. 그때도 나름 청소년과 비청소년의 경계에 있는 느낌이었는데 그거에 대해 접하면서 ‘내가 청소년 때 느꼈던 것들이 차별이었구나’ 라는 걸 그때서야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활동을 시작했었고요. 그런데 활동을 하면서 20살 때 게이 어플로 친해졌던 형이 있었는데, 그 형한테 ‘내가 이런이런 청소년 인권활동을 관심 가지며 보고 있다’고 하니까 그 형 하는 말이 ‘왜 그런 병신같은 짓을 하냐’고 하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좀 불편함을, 안 좋은 감정을 느꼈죠.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지, 역시 같은 소수자라도 청소년에 대한 인식은 비슷하구나’ 뭐 이런 걸 떠올렸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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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군대 가기 전인 2013년 3월에 <친구사이>에서 ‘이달의 회원’으로 선정됐었어요. 정기모임 때 앞에서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때 이야기를 했었던 게 친구사이에 있던 ‘나이주의’에 대해 얘기를 처음 꺼냈었거든요. 친구사이에 ‘언니 문화’ 같은 것들이나 적어도 인권단체라면 청소년의 인권에 대해서도 조금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요. 어떤 한 분이 ‘그러면 친구사이에 와서 청소년 인권을 위해 활동을 한 게 뭐가 있냐’라는 말을 하시더라구요 저한테. 저는 그게 시비를 걸려는 의도였는지 그런 건 잘 몰랐었는데, 다른 분들이 듣기에는 시비를 거는 걸로 들리기도 했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그 자리가 황급히 마무리 된 적이 있었어요. | 드람

 

 

 

크리스 :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안 그래도 그 얘기도 해보고 싶었어요. 성소수자 운동이 아무래도 성인이나 동성애자 관점으로 운동을 전개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과님 말씀처럼 청소년 인권과 관련해서는 막상 성소수자 운동 내에서는 아직은 부족한 거 같다, 이런 의견이 있으신지요?

 

식빵 : 혐오세력에서도 맨날 동성애 얘기밖에 안 하잖아요. 청소년 성소수자는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인데. 차별받는 소수자들이 있는 거 같아요. 전 <라틴> 운영자를 하는 게 딱 청소년의 인권만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내가 위로 받은 곳에서 나도 위로하고 싶다’ 라는 작은 마음에서 시작한 거라 이런 얘기들을 하게 될 거란 생각을 사실 많이 못했는데요. 성인들이 일단은 자각을 하고 성인들부터 해야 될 게 많은 거 같아요. 모임을 열 때도 무조건 술을 생각한다거나. 술이 좀 큰 거 같아요.

 

크리스 : 당연히 술자리를 생각하는 문화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쥬리 : 술자리 같이 가면 괜찮지 않아요?

 

드람 : 물론 술자리를 생각하는 거는 좋은데요. 전에 <친구사이>에서도 사실 제가 한창 활동을 하던 20살 정도일 때 정기모임 후 맨 처음에는 뒤풀이 자리로 밑에 있는 술집이라든지 근처의 술집으로 갔었는데 청소년 회원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아예 사무실에서 1차 뒤풀이를 모여서 했거든요. 술집으로 가면 주인들이 청소년들은 안된다고 나가라고 해서 제가 참여하지 못한 적도 있곤 해서요. 그래서 <친구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1차 뒤풀이를 사무실에서 하고 2차를 술집으로 간 적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냥 다시 술집으로 가는 걸로 돌아와 있더라구요.

 

사과 : <행성인> 같은 경우도 5, 6년 전까지만 해도 사무실에서 술을 먹을 때 청소년이 같이 술을 마셔도 되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고 알고 있거든요. 근데 청소년 인권에 대한 논의가 진전이 되면서, 음 아마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사건이 컸던 거 같은데. 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약속이 있어요. 여러 약속 중에 하나가 “뒤풀이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합시다”라는 약속이 있어요 따로.

 

쥬리 : 저도 청소년기에 그런 경험은 되게 많았는데 성소수자 운동에서는 아니었고 다른 곳에서요. 특히 20대들하고 뒤풀이를 해야 되는 상황에서, 저 때문에 술집에서 나가야 되는 경우가 많았고요. 그럼 자연스럽게 저는 눈치를 보고 빠져야 됐죠. 예전 <동인련(구 행성인)>에서도 한번 게이바를 빌려서 뒤풀이를 했었는데, 청소년들이랑 같이 가고 있는데 일반회원한테서 ‘청소년들은 오지 말라’고 문자가 오고 그랬어요. 어쨌든 뒤풀이도 활동의 연장이잖아요. 뒤풀이에서 배제한다는 건 활동에서도 배제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을 해요. 그럼 술을 마시지 말든가, 사서 마시든가, 갈 수 있는 술집을 가든가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구요.

「퀴어문화축제」같은 경우도 애프터 파티가 예전에는 아예 성인만 갈 수 있는 파티밖에 없었고, 그 이후에 청소년 파티를 했다가, 작년엔 또 성인용 파티만 있었던 걸로 아는데 전 무조건 분리하는 것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진 않구요. 그런 상황에서는 술을 마시고 싶더라도, 아니면 술로 돈을 벌어야 하더라도 청소년 뿐만 아니라 모든 소수자들의 참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게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하구요. 성소수자 커뮤니티들도 19금이 많은데, 그게 어떤 자기검열 때문인지 아니면 성 관련 고민을 올리는 게시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라틴>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라틴>이 없었으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웃음) 다른 카페들도 물론 있지만 다른 카페들은 망했다 생겼다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서..

 

식빵 : <라틴>에 가입을 하는 것조차 큰 도전인 경우가 많잖아요. 여리고 여린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정모 후 뒤풀이에 갔는데 술 때문에 자기 혼자 빠지게 됐다 이러면 상처를 받고 오프라인 활동이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고요. 그런 걸 최대한 없게 하자는 게 저의 생각인데 항상 제가 부족한 거 같아서 항상 조심하고 있어요. 노력 많이 해야 되는 거 같아요.

 

크리스 : 네 그러니까요. 저도 지금 들으면서 반성 많이 하고 있어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라.

 

사과 : 단체 내에서, 또 청소년 인권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 건 상호 존대도 중요하고요. 사실 이건 조금 많이 지켜지진 않지만 ‘형, 누나, 언니’라는 호칭이 약간의 권력 구조가 숨겨져 있는 호칭이긴 하거든요.

 

쥬리 : 성별도 그렇고요.

 

사과 : 그래서 되도록 그런 걸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크리스 : 그러면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을까요?

 

사과 : 이름이 있고, 별명이 있으니까 그렇게 부르면 되지 않을까요?

 

쥬리 : 청소년 운동에서도 그게 되게 중요한 문제인 게, 사람들이 들어오면 기본적인 호칭은 ‘~~님’이고 사람들이 말 놓기로 하면 이름 부르고 그렇게 하는데 새로 들어오신 분들이 ‘형, 언니’ 이런 호칭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까, 또 나이가 어리면 반말하는 그런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까요. 자연스럽게 호칭에 대해서 상호 존대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당연하게 상호 존대하는 곳도 있고, 당연하게 반말하는 곳도 있고요.

 

식빵 : 그게 참 중요한 거 같아요. 지키기 힘든 거 같기도 하고.

 

홀로 : <라틴>에서도 다달이 정기모임을 여는데 공식적인 공지에서는 뒤풀이 일정을 기재하지 않아요. 정모 이후에 즉흥적으로 파악해서 뒤풀이를 하는데, 제가 참여했던 어떤 정기모임에선 십대가 한명이었어요. 뭔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커뮤니티 활동의 끝은 술이다’ 그런 게 박혀 있어서. 그런데 또 <라틴>에는 14살, 15살부터 성장해 오신 분들이 있으니까 ‘저희는 청소년 카페여서 술은 하지 않습니다’라고 하는 것도 문제인 것 같고, 결국 딜레마가 있어요. 아니면 아예 성인들만을 위한 것을 해야 하나. 근데 <라틴>에서는 실질적으로 정모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거의 성인들이라, 그게 늘 고민인 거 같아요.

그리고 <라틴>에서는 최대한 ‘나이주의’를 신경쓰려고는 하는데, 한번은 논쟁이 있었어요. 어떤 회원분이 ‘<라틴>은 나이주의다, 너무 친목적이다, 그리고 올드팬하고 뉴비들하고 교류가 부족하다’ 뭐 이런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런데 예전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는 너희들하고 친해질 준비가 되어 있는데 너희는 왜 선 긋고 그러니’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하고요. 저는 가입만 빨리 하고 활동은 늦게 했었던 사람이라 중간의 입장을 알 거 같은데. 아무튼 그래서 ‘나이주의’를 없애기 위해 상대의 동의 없이 성별, 정체성, 나이를 묻지 않고 최대한 ‘~~님’으로 하자고 하기로 해서요. 최대한 나이로 인한 불편함 그런 건 없는 거 같아요. 근데 가끔 모르는 사람이 ‘형, 누나’ 하는 게시글을 보면 저희들 입장에서는 동공지진이 일어나죠. (웃음)

 

크리스 : 끊임없이 얘기를 해야 할 부분인 거 같아요. 어디든 서로가 존중하고 존대하고 그런 분위기를. 마지막으로 활동가로서, 또는 선배로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한마디씩 하고 싶은 말들이 있다면 부탁드릴게요.

 

사과 : 아자아자 파이팅 막 그런 거요!?

 

식빵 : 우리 존재 파이팅? ㅎㅎ

 

홀로 : 그냥 숨겨봤자 득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 너무 자본주의에 쩔어서 말하는 거 같긴 한데요. 숨겨봤자 돈 되는 것도 없다 뭐 이런 거요. (웃음) 제가 숨기지 말라는 건 내 자신이 부정하는 것보다는 나를 인지라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숨기면 숨길수록 자기혐오가 되고.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우울증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이지 않을까 싶어요.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사과 : 저는 자기를 어리다고 생각하지 말고, 불편한 건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겠지만.

 

식빵 : 성소수자로서 ‘이렇게 살고 싶다’는 길을 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는 노력을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노력할 테니까 행복한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싶어요.

 

쥬리 : 저는 꼭 청소년들한테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닐 수도 있는데. 보통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인식이 변한다는 식으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뭐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 같은데. 그런 변화들이 그냥 저절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고요. 그냥 당신이 활동에 같이 하긴 어렵더라도 최소한 후원을 한다든지, 아니면 관심 있게 지켜본다든지, 서명운동에 서명을 참여한다든지, 이런 것들에 동참해야 당신이 원하는 세상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어요.

 

식빵 :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거죠!

 

드람 : 저는 사실 요즘에는 실질적으로 청소년 운동에 참여하고 있진 않지만, 하고 싶은 말이라면 적어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서 ‘제가 꼰대스럽지만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식빵 : 꼰대 되는 거 너무 무서워요. (웃음)

 

크리스 : 급 꼰대 얘기로 끝나게 되네요. 이야기하다보니 시간이 정말 금방 갔어요. 오늘 유익한 얘기 감사드립니다. 또 다른 자리에서 뵙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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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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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v 2016-05-24 오후 17:26

다들 너무 멋있네요.. 또래?ㅎㅎㅎ로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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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경 2016-05-27 오후 18:24

더 많은 이야길들을 했을 것 같은데
아무튼 고생했네요
청소년 활동가들도 멋있고 , 크리스님 중기님도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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