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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공간 2 - 필립 존슨
2013-04-12 오전 1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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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4월 
그 남자의 공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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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바티칸의 교황이 바뀌었습니다. 통상 교황은 종신직인데, 전임 교황이 사임한 것도 이슈였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 자체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그가 첫 비유럽 출신의 교황이라는 것, 두 번째는 그가 추기경이던 시절 아르헨티나에서 동성 결혼이 통과될 때, 교회에 타협점으로 시민적 결합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이전 교황이었던 베네딕토 16세와 많은 성직자들이 동성결혼에 적극 반대의견을 개진했던 것을 떠올리면 정말 큰 변화입니다.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 한 번쯤 천장을 올려다 볼 겁니다. 바티칸의 중심 건물인 성 베드로 대성당, 그 성당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인 베드로의 무덤이 있는 곳, 평면에서 십자가가 교차하는 곳의 둥근 돔은 미켈란젤로가 계획한 것이고, 그는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게이 중에 한 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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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건축하면 가장 먼저 시카고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 시카고는 미국 건축의 격전지였고, 현대 도시의 고층 건물이 태동한 곳이었습니다. 그런 건축 흐름을 주도한 사람들을 시카고 학파라고 부르는데 이 학파의 태동시킨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 (1856-1924)이란 사람이 있습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이란 모더니즘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말을 남기도 했는데, 그 역시 게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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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게이 건축가들은 역사 속에서 항상 존재해왔습니다. 그러면 게이 건축가의 작품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성 정체성이 그들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지난 칼럼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가장 빛났던 게이 건축가 필립 존슨*philip cortelyou johnson(1906–2005)은 건축 전공자가 아니면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이 사람이 건축계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건축 역사를 다루는 책에 반드시 언급되는 사람입니다. 20세기 건축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고, 국제주의*international style를 추구한 미국 포스트 모더니즘의 대표 건축가입니다. 또한 1979년 첫 번째 프리츠커 상*pritzker prize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그가 처음부터 건축을 공부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엔 하버드에서 역사와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이 후 몇 년간의 유럽여행에서 건축에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럽 건축가들과 교류를 가지며 moma*the museum of modern art를 통해 유럽 건축의 새로운 흐름을 미국에 소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게이인 것만큼 잘 안 알려진 사실이 젊은 시절에 나치즘에 심취해 있었다는 것이다. 반유대주의를 공공연히 표현했고, 우파와 파시즘에도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1939년 뉘른베르크 전당대회*the nuremburg rally에도 참가했습니다. 후에 그는 이 기간의 그의 행적에 대해 “믿지 못할 정도로 바보 같은 일에 변명조차 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이후에 하버드*harvard graduate school of design로 돌아와서 건축 공부를 마치고 본격적인 건축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의 대표작을 살펴 보겠습니다.
 
시그램 빌딩*seagram building(1956)
필립 존슨의 초기작은 미스 반 데 로어*mies van der rohe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뉴욕의 시그램 빌딩은 바로 그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입니다. 국제주의 양식의 대표적인 건물로, 철골과 유리로 이루어진 심플한 외관의 색채와 비례가 굉장히 아름다운 건축물입니다. 건축물에 사용한 재료의 물성이 명쾌하게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고, 철과 유리로 대표되는 현대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서울에서도 이 건물을 모방한 빌딩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청계천변의 삼일빌딩은 이 시그램 빌딩을 모방한 대표적인 건축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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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엔티 빌딩*at&t building(sony tower)(1984)
뉴욕 맨하튼에 위치한 이 빌딩은 지어지자마자 건물 최상부의 치펜데일*chippendale로 굉장한 논란에 휩싸입니다. "삶을 위한 기계"로 모더니즘 건축은 앞 시대였던 바로크나 로코코시대에 화려했던 장식을 배제하고 사용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다하기 위해 계획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at&t 빌딩은 필립 존슨이 추구했던 모더니즘에서 한발 더 나아가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치펜데일과 같은 가구 디자인의 곡선 장식과 아치, 석재같은 고전의 건축요소를 모던 고층 건축물에서 구현하여 그는 과거와 현재, 엘리트와 대중의 취향을 동시에 접목해 이중코드를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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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하우스*the glass house(1949)
그는 굉장히 부유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이 사는 집이었던 글래스 하우스 역시 그런 본인의 부유함을 바탕으로 탄생한 건축입니다. 뉴욕 외곽의 19만㎡의 자신의 땅에 스스로를 위해 지었습니다. 이 대지에서 살면서 글래스 하우스를 시작으로 하여 brick house, ghost house, painting gallery, lake pavilion, da monsta, kristein tower등 각종 건축, 조경, 예술적 실험을 계속 했습니다. 돈이 많이 드는 건축의 특성상 보통의 건축가들은 작업을 의뢰할 건축주를 기다리기 마련인데, 그는 그런 인내심은 없었지만 돈은 많았습니다. 이 건축물을 지은 이후에 이것을 본인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글래스 하우스 건축은 미스 반 데 로어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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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존슨은 이 집에서 당시 본인의 학생이었던 데이빗 휘트니*david whitney를 “꼬셨다”라고 전해집니다. 후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둘은 이 집에서 함께 살면서 앤디 워홀*andy warhol,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밥 스턴*bob stern과 같은 당시의 예술가들과 교류를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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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 부지는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for historic preservation(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신탁)에 매입되어 문화재급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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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존슨은 시대의 흐름을 만들거나 특별하게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건축가는 아닙니다. 오히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축가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고 최고의 건축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필립 존슨이 건축계에서 게이로 어떤 대표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의 성장 배경도, 사상도 건축가로의 대표성을 가지기에도 굉장히 특수합니다. 제가 보는 그의 작품은 그 시대가 원했던 것이지, 게이이기 때문에 저런 건축을 했다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게이와 건축가를 연결시킨 논문인 허철호의 「동성애자들을 위한 사회적 장소의 구축」(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4)에서 성 정체성과 건축이 만나는 지점으로 필립 존슨의 글래스 하우스를 언급합니다. 글래스 하우스에 대한 부분만 요약해보면, 필립 존슨은 게이이기 때문에 이 부지의 다른 집들은 이성애의 섹스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어둡고 뒤틀린’ 게이섹스를 즐기기 위해 지어진 겁니다. (와우- 필립 존슨은 리비도가 굉장히 큰 사람이었나 봐요) 논문 저자의 주장대로 게이섹스가 건축에서 이렇게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날 만큼 중요한 삶의 요소라면, 왜 이성애 건축가들의 이성애 건축에서 이성애의 섹스는 건축 어휘로 드러나지 않을까요?
 
논문 제목에서도 살짝 드러나지만 이 논문은 게이에 대한 편견과 동정을 기반으로 깔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게이와 스트레잇의 표면적인 차이점인 섹스만을 분석과 논리의 도구로 이용했지, 가족구성의 변화와 평등 같이 게이가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변화를 주는지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이 없습니다. 물론 이 논문이 10년전에 쓰여진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정상참작은 하지만 논문에서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소름이 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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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로 접어들면서 필립 존슨이 노쇠하면서 작품활동은 현저하게 줄어들게 됩니다. 그가 죽고나서 완성된 마지막 작품은 텍사스 댈러스에 있는 희망의 대성당*cathedral of hope(2010)(http://interfaithpeacechapel.org)입니다. 이 교회는 게이와 레즈비언을 위한 교회입니다. 그가 이 교회를 설계하는 기분은 정말 특별했을 것입니다. 이번 칼럼에는 게이가 건축가일 때에 대해 알아봤다면 다음 시간에는 이 교회와 함께 게이가 건축주가 되었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달의 주제의 리서치를 위해 제일 많이 구글링하게 된 키워드가 “gay architect”(게이 건축가)였습니다. 검색된 게시판 등의 글을 살펴보면 60~80년대에나 “건축가 중에(혹은 여러 예술가들, 유명인사들 중에) 누가 게이냐 아니냐” 이런 질문을 했지 지금 이걸 신경 쓰는 사람이 있느냐? 이런 반응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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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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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2013-04-16 오전 07:04

우와~ 퀄리티 쩌네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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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aged..? 2013-04-17 오전 09:48

와~ 사진이랑 동영상만 봐도 눈이 호강하네 @ㅁ@
교양도 쌓고 재미도 있는 시리즈, 계속 해주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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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6 오전 06:59

좋아요~ 재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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