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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퀴어문화축제 참관기 - 오해하지 마세요
2013-07-12 오전 10: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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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7월 

제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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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2일, 대구에서는 제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오해하지 마세요>가 열렸습니다. 다양한 행사가 있었지만 이날은 대구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동성로에서 퀴어퍼레이드가 있는 날이기도 했어요.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열리고 있는 퀴어퍼레이드죠. 그런 만큼 서울의 퀴어퍼레이드와 자주 비교되는 것은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보수적이라고 널리 알려진 도시인 대구이고, 또 서울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인원으로 퍼레이드가 진행 되는 만큼 참가자들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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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려운 조건임에도 해마다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이 지역에서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시민들에게도 성소수자들이 주변에 살고 있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 되겠죠. 실체를 확인함으로써 상대가 내가 사는 세상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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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대구에서 퀴어문화축제가 벌써 다섯 번이나 열렸다고?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거예요. 아직은 우리에게 낯설지 모르는 이 축제도 어느새 5년이란 시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첫 회에는 친구사이 회원들도 함께 축제에 참여했습니다. 당시에는 더욱 작은 규모였고, 참가자들 역시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변변한 무대도 없었죠. 5년이 지난 지금의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좀 더 존재감 있는 지역 행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을 단지 축제 기획단만의 성과라고 볼 수는 없어요. 생각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사회는 결국 멈춰 서거나 고장이 납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지역 사회에도 커다란 성과인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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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맞이하여 퀴어미술전시도 열렸습니다. 전시가 열린 대구 중구 방천시장은 대구에서도 특히 전시 공간들이 모여있는 지역입니다. <퀴어미술전시_여기 퀴어있다>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 전시는 퀴어라는 기호 안에서 미술로 소통하고자 하는 시도이죠. 각기 다른,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작업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길을 지나다 우연히 들어온 방문객들도 꼼꼼히 작업들을 관찰하고 때로는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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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퀴어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단순히 퀴어를 미술이라는 장르 안에서 드러내는 것만이 아닙니다. 미술은 설명이라기보다는 체험이고, 때로는 사유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시각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각각의 질감과 밀도, 형태 등으로 다양한 체험을 가능하게 하죠. 어떤 작업은 그 앞에 오래 머물러 있어야 하고, 직접 만져보기를 요구하기도 해요. 냄새를 피우는 작업도 있는가 하면, 끊임없이 소리를 들려주는 작업도 있어요. 미술을 읽는다는 것은 몸을 쓰는 일과 그 몸이 가진 감각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몸에 부합하는 질문을 가능하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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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발을 딛고, 걷고, 뛰면서 춤추고. 드러냄으로써 우리가 당신과 다르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끼게 하니까요. 누군가 인상을 쓰거나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거나,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이 길을 걷고 있는, 내 단풍잎 같은 손과 말끔하게 제모한 내 다리와 내 좁은 어깨, 내 긴 허리. 하필이면 퍼레이드 날 참지 못하고 기필코 올라온 내 뺨 위의 뾰루지. 뭐 그런 것들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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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의 퍼레이드는 동성로 곳곳을 누비며 계속되었습니다. 다양한 단체들이 행렬에 힘을 실어 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서울의 퀴어퍼레이드와 비교해, 규모가 작아서 상대적으로 행렬에 묻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서울의 퍼레이드가 그 규모로 주변의 공간을 압도할 수 있었다면, 대구에서는 그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내가 선 행렬보다 구경하는 시민들이 훨씬 많죠. 마치 다윗이 골리앗에게 토마토를 던지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어쩌면 그것이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데 불편함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더 소수라는 것은 더욱 특별해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래서 더 특별히 즐거울 수도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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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퀴어문화축제는 아마 내년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냉정하게, 대구가 그렇게 일부러 찾을 만큼 매력적인 관광지인지는 의문이에요. 한국의 도시야 어딜 가나 비슷하니까요.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이 축제가 대구를 찾게 하는 이유가 될지도 모르죠. 언젠가 한국의 많은 도시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충분히 살려 퀴어문화축제를 조직한다면,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참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일단은 아쉽게도 서울과 대구뿐이니, 내년엔 대구의 퀴어문화축제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대구에도 게이들은 참 많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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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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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_233987 2013-07-13 오전 00:30

지난번에 티 팔길래 구매했더랬죠
한 번 가보고 싶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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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경 2013-07-13 오전 02:40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 화이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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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 2013-07-13 오전 05:58

규모는 작았지만 동성로 초입에 떡하니 자리한 부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부스가 1개밖에 없었다곤 하지만 대형 천막를 나눠서 쓴거라 볼거리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는 소견입니다ㅎ
올해 퀴퍼 피날레 무대가 퀴어가 아닌 다른 분의 무대여서 아쉬웠는데
내년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지보이스가 공연을 해보면 어떨까 조심히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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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aged..? 2013-07-14 오전 04:06

불공평하고 비정상적이지만

워낙 모든 게 수도권 중심인데다
다른 지방은 정서가 좀 더 보수적일 수 있다보니
이렇게 지역에서 이반 관련 행사를 여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랑 노력을 필요로 하죠.
인력, 자금, 장소 등 자원도 더 부족할 수 있구요 ㅠ_ㅠ

그래서 이렇게 해마다 대구에서
퀴어 문화 축제를 여시고 참여하시는 모든 분께
더더욱 뜨거운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어요~ ^ㅁ^b

아무리 세계화가 되고 지구촌이 됐다고 해도
내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여기가 가장 중요한 만큼
어디든 현지에서 이반들이 '우리도 여기 있고
바로 당신들의 가족, 친구, 동료, 이웃이예요!'라고 ^ㅇ^/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자기 얘기를 하는 게 제일 효과적이겠죠.
물론 지역 사회랑 문화의 다양성에도 기여하는 거구요.

비록 서울보다는 역사가 짧지만, 오히려 그래서

신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올 수도 있겠네요.


비록 서울이랑 일정이 겹쳐서 가보진 못했지만,
대구, 그리고 앞으로 생겨날 수 있는 다른 모든 지역의
성소수자 친구들의 축제를 응원합니다.
결국 우리는 하나이고 모두 연결돼 있으니까요.

대구에 가셔서 참여하신 분들께도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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