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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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올 땐 몰랐어도 나갈 땐 아니란다.
어둠의 귀공자
바야흐로 기숙사 퇴사철, 어느덧 1년... 게이를 눈앞에 두고 “룸메이트로 호모를 만날까봐 걱정했었다”는(쓸데 없는 걱정을 했던) 승기(가명)와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방 뺄때 커밍아웃 해볼까 싶어요^^”라고 친구사이 회원게시판에 호기롭게 글을 남겼었는데 하려고 보니 걱정이 이마저만이 아니었다. 안그래도 종교가 달라서 나를 사탄숭배자쯤으로 여기고 있는데 거기에다 게이라니!! 나는 이제 사탄종합세트가 되는건가?
혹시 모를 두려움도 엄습해왔다. 내가 자고 있는 사이 해코지라도 당하면 어쩌지? 아웃팅되면 나 학교 계속 다닐 수 있을까? 내일 짐 옮겨야 되는데 도와달라고 하면 쌩까는 거 아냐?... 마침 힐링캠프에 홍석천씨가 나오셔서 보고 있는데 승기가 들어왔다. 승기는 흠칫 놀라는 눈치였지만 별 말이 없었다. 승기와 나는 마지막 야식이 될 파닭을 시켜놓고 서로 말없이 먹으며 눈빛교환을 하였다. 나는 처음 만났을 때를 조심스럽게 상기시켰고 승기는 기억조차 못했다..;
나 : 나랑 지낸 1년동안 어땠어?
승기 : 좋았으니까 파닭도 사주지 안좋았으면 사주겠냐? (고..고맙다)
나 : 너 나 처음봤을 때 호모인줄 알았다고 그랬었던가? 왜 그랬던거야?
승기 : (....)호모 만날까 봐 걱정했었지.. 난 호모 징그럽거든. 싫어. 그건 정상이 아니야.
나 : 왜? 뭐가 징그러워? 태어날 때부터 그런 걸 어떡해?
승기 : 성경에 나와있어. 잘못된거야. 고쳐야돼.
나 : 아니야 그거 못고쳐. 그건 습관같은 게 아니라서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야.
승기 : 그럼 넌 남자가 남자랑 자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
나 : 응, 그게 뭐? 동성을 사랑할 수도 있지. 원래부터 있었어.
승기 : 인간의 사랑은 거짓된거야. 오직 주님만의 사랑이 진실된거야.
나 : 난 남자가 더 좋은데. 지옥 가야겠네?
승기 : 너 게이냐? 미친놈
나 : 그게 왜 미친거야? 나랑 1년동안 살면서 좋았다며?
승기 : (...)장난치지마. 지옥가면 안돼. 지옥은 영원히 고통이야. 주님을 믿어야돼..
나 : 나 게이 맞다니까! 날 믿어.
승기 : 주님을 믿어...
나 : 주님 믿으면 게이도 천국 갈 수 있어?
승기 : 예수님을 영접해야돼.
나 : 예수님은 게이에 대해 언급하신 적도 없다던데..
승기 : 너 성경 제대로 읽어봤어?! 너 나중에 적그리스도가 몸 안에 칩 넣으려고 하면 절대 넣지마! (??!?)
나 : 알았어. 근데 나 게이인데. 나도 징그러워?
승기 : (.....)
그러다 지쳐 승기는 잠이 들었다.
그래... 1년을 알몸 보며 함께 지낸 룸메이트가, 혐오하는 게이라니.. 믿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난 게이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멘붕상태에 빠져 현실을 부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 사람 두 사람 점점 더 많은 동성애자들이 주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너도 언젠가 현실을 인정하게 될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