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him ni Antonio, Ang , 2008
Antonio's Secret (Philippines: English title), 감독 Joselito Altarejos
Kenjie Garcia
HD로 찍은 이 필리핀 저예산 영화는 '안토니오의 비밀'에 관한 퀴어 영화이면서, 섹슈얼리티와 가족의 순수함이 어떻게 붕괴될 수 있는지 보여주려는 야심찬 인디 영화예요. 물론 갑작스런 엔딩의 폭주 때문에 '야심'으로만 그치는 인상이지만 말입니다.
쎕니다. 세미 포르노그라피와 영화 사이를 넘나들고 있어요. 성기 묘사는 물론, 직접 배우들이 파트너의 팬티 속에 손을 넣어 만지작거리는 게 다 보이죠. 하지만 카트린느 브레야의 영화들처럼 그렇게 '직접적'이지는 않아요. 그래서 그런지 아주 밀도높게 야해 보입니다. 아마도 한 5년간 제가 봤던 퀴어 영화 중에 가장 야한 영화일 거예요.
DVD 메이킹 필름을 보니 찍을 때는 훨씬 더 노골적으로 찍혔더군요. 편집에서 잘라내길 잘한 것 같아요.
15살 안토니오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술 먹은 김에 친구랑 야한 짓을 하기도 하고, 집에 눌러앉은 삼촌과 적당한 선에서 성적 거래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엔딩에서 안토니오는 삼촌에게 강간을 당하죠. 그리고 안토니오 엄마에게 발각돼 삼촌은 그 자리에서 살해됩니다. 안토니오 엄마는 방금 전 두바이로 돈 벌러 갔다가 그곳에서 다른 여자와 만나 가족을 꾸린 남편 이야기를 듣고 망연자실하던 참이었어요.
두 개의 이야기가 폭발적으로 응집하는 엔딩은 잔잔하게 진행되어온 영화의 흐름을 갑자기 정지시켜버리죠. 자기 성 정체성을 조금씩 알아가는 안토니오가 강간당했다, 매일 전화를 기다리던 남편이 알고 보니 딴나라에서 딴 살림을 차렸다는 사실을 안토니오 엄마가 알게 되었다. 이 두 개의 이야기를 끊어버리려면 강간범으로, 딴 살림 차린 남편 동생으로 응축된 삼촌을 살해하는 방법밖에는요.
다큐멘타리 카메라 웍을 모방하고 있는 이 영화 촬영 기법이 몹시 거슬리지만, 차분한 호흡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영화적 리듬은 근사합니다.
P.S
1.
스포일러 작렬이네요. 하지만 애초에 이 영화가 개봉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여요. DVD 감독 코멘터리에 영어 서브 타이틀이 없어서 좀 아쉽. 오디션 장면도 공개되었는데, 아니, 팬티만 입고 오디션을.
예전에 필리핀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필리피노도 나름 잘들 생긴 것 같은.
2.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2009 인디포럼에서 해외 세션으로 '필리핀 인디 영화들'을 현재 계획 중인데, 만일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된다면, 이 영화도 추천하고 싶네요. d
여튼 나는 이 동네 사람들 친구들 같아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