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본의
교육방송을 우연히 시청하였습니다.일본의 교육방송(教育放送)은 한국의 EBS처럼 외국어강좌나 교양프로그램등을 방송하는 공영방송입니다.
거기서 조금 신선한 프로그램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청소년중에 '
게이'와 '
레즈비언'을 위한 대담프로였습니다. 성인이 된 '게이'와 '레즈비언'이 방송에 나와서 자기들이 청소년시절 얼마나 고통을 겪었는가를 이야기하면서 문제점을 짚어나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거기에 등장한 20세를 갓넘은 한 청년은
고교시절 글짓기 대회의 발표때 전교생 앞에서 자기가 '게이'라는 것을 고백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 파장은 엄청났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의 주변에는 '선천적'으로 그렇게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을 전염병자 쳐다보듯이 하면 안되는데,그들이 겪은 청소년기는 그야말로 '
더럽고,추잡하고,타락한 존재'로써의 시간들이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학교의 선생님들까지 은연중에 그런말을 한 것이 어른이 되어서도 상처로 남아있다고 하더군요.
그는 성인이 된 지금 '동성연애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편견을 없애며,고민하는 청소년들의 상담을 해주는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출연자중에는 오사카시 시의회에서 시의원을 한 여성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시의원시절 자신이 레즈비언이었다는 것을 고백했다고 합니다. 물론 말할 수 없는 비난과 차가운 시선속에서 살아야했지요. 하지만 고백을 했기 때문에 그들도 조금은 '자유'로워지지 않았을까요?
거기에 나온 출연자들이 학생시절 당황했던 것이 "
너 좋아하는 이성의 타입은 누구냐?"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였다고 합니다. 게이인 남성은 섹시한 여자가수 보다 잘 생긴 남자가수를 좋아하는데, 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친구나 가족들은 "넌 어떤 여자연예인이
좋냐?" 라고 물어볼때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는 겁니다.그런데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 이중적인 생활을 하다보면 자기혐오에 빠지거나 좌절을 겪게 된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적인 이해와 분위기를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학교다닐때는 상당히 외로웠다고 합니다. 전교생이 300명이라며 분명히 확률상 나 말고도 우리학교 학생중엔 게이/레즈비언이 몇 명있을텐데...그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있을텐데 서로 감추고 살다보니 만날 수가 없는 것이죠.그래서 청소년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연예인이 '게이'라는 사실을 고백하자마자 출연중인 방송에서 하차하는 소동이 있기도 했는데요. 일본에서는 연예인중에 자기가 게이라는 것을 떳떳하게 밝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성에 탐닉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선천적으로 그런 것인데 그들을 비난해서는 안되는게 아닐까요?
게이나 레즈비언은 분명 우리주변에도 있고, 청소년들중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시선이 무서워서 언제까지나 감추고 살며 혼자서 고통받는 거죠. 한국이 유교적 전통이 강한 나라라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보다 사회적 시선이 훨씬 차가운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그런 '소수'를 위한 배려를 해주고 청소년들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을 찾아가야할 때가 아닐까요? 한국의 교육방송에서도 게이나 레즈비언들의 고민을 떳떳하게 토론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거기에 출연한 청년에게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라는 부탁을 하자,한참을 고민하다가 그가 한 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괜찮아...고민하지마! " (너는 더럽거나 이상한 존재가 아니야...라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