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영화제 | 퀴어영화제 ‘퀴어 해피 포인트’
2006.06.05 / 김영 기자
일시 2006년 6월 6일~11일(6일간) | 장소 서울 종로 서울아트시네마(구 허리우드 극장) | 주관 퀴어문화축제 기획단 | 상영작 <브로크백 마운틴> <로빈 후드> <70년대의 게이 섹스> 등 10편 | 문의 퀴어문화축제 사무국 0505-303-1998, 홈페이지 www.kqcf.org
올해로 일곱 번째다. 스스로를 ‘퀴어’, 그러니까 ‘이상하고 기이한’ 자들이라 일컫는 성소수자들의 유일한 장 퀴어문화축제. 여름의 초입에 열리는 행사는 올해도 변함없다. 강연회, 수다회, 파티와 퍼레이드, 갖가지 행사와 더불어 열리는 2006년의 퀴어영화제는 어느 때보다 튼실한 라인업을 갖췄다. 최근 1,2년간의 신작을 중심으로 퀴어 영화 10편을 골라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면 단연 <브로크백 마운틴>이다. 이미 개봉이 끝난 영화지만 다시 봐도 아름답다. 1960년대 미국 산골짝 속 두 카우보이의 애달픈 사랑은 보편타당한 러브스토리로도 모자람이 없지만, 성적 소수자로서의 자각조차 품지 못한 주인공들의 비극은 그저 훌륭한 로맨스 이상이다. 시대와 지역을 넘어서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아담과 스티브>는 9.11 이후의 뉴욕에서, <모리츠>는 스위스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힘겨운 사랑을 완성하는 게이 커플의 이야기를 담는다. 두 편의 영화는 아주 다르지만 동성애자들이 사회와 자신을 이겨 나가는 과정을 재치 있고 감동적인 방식으로 묘사한다. 여성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도 다채롭다. <로빈 후드>는 로맨스와 모험극을 함께 엮은 레즈비언 영화. 저예산의 영상은 거칠지만 노동자와 빈민, 범죄와 부패를 정면으로 맞서는 영화에는 오히려 걸맞다. <그녀의 여행>은 결혼제도와 가족주의의 전통적 장벽이 두터운 인도를 무대로 삼는다. 딸들의 관계를 상상조차 못하는 부모에 맞서 소녀 키란과 델릴라는 우정이 사랑으로, 다시 비극으로 치닫는 한복판을 경험한다. <왕복 여행> 또한 세상에 자신들의 관계를 숨기며 살아가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는다. 아이들의 유모와 사랑에 빠진 여성 버스 운전사. 지극히 다른 그들이 서로에게 가까워지고 스스로를 발견하는 모습은 울림이 길다.
형식적 신선함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옴니버스 영화 <졸라 다르다구!>다. 베를린에 살고 있는 15명의 퀴어 감독이 모여 게이 감독은 레즈비언 영화를, 레즈비언 감독은 게이 영화를 만들어 성적 소수자 스스로의 유대와 편견을 함께 그렸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보다 직접적인 화법으로 말을 건다. <결혼합시다>는 감독 자신이 인도네시아 출신의 애인을 만나게 된 후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미국사회 내 법적 결혼절차를 둘러싼 동성애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다룬다. 1969년에서 1981년 사이의 뉴욕을 더듬어가는 <70년대의 게이 섹스>는, 동성애 운동의 기폭점이 된 스톤월 항쟁 이후 성적 자유가 폭발하고 정치적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70년대의 게이 커뮤니티를 재구성함으로써 현재의 동성애를 말한다. 그리고 성적 소수자 중에서도 동성애자보다 더 정교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성전환자에 관한 <아름다운 복서>가 있다. 태국의 성공한 킥복싱 선수로서 성전환 수술을 감행하고 배우와 모델로 다시 성공한 농툼의 실화를 바탕으로 삼았다. 제각각 다른 지점에서 다른 퀴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 영화들은, 어느 것을 골라도 의미 있고 재미도 있다. 과거 동성애자들의 숨겨진 요람이었던 낙원동을 상영장으로 택한 감회가 새삼스럽다.
출처 : film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