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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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막내 삼촌 이야기다.
그렇다. 내 첫 남자는 우리 막내 삼촌이다.
물론 지금은 여느 다른 40대 후반 한국 남성 처럼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평범한 가장이다.
그래도 나는 굳이 그를 숙부님이나 작은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그렇게 부를 일도 없고 가끔 명절에 큰 집에서 뵈더라도 본채 만채
인사만 나눌 분 안부인사 겸 세상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그랬던게 언제지 기억도 가물 가물하다.

내 첫 남자와의 관계가 왜이리 소원해졌냐고??
인간사가 다 그러지 않나?.. 특히 첫남자에게 몸과 마음을 준 상태에서
몇 년 만에 우연히 마주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놀랄거 없다. 내가 설마 우리 막내 삼촌에게 이 고귀한 동정을 바쳤겠는가.
적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내가 그의 동정을 뺏은 거겠지..

우리 막내 삼촌은 우리 집 가계에서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한 분이다.
곧 칠순을 바라보는 큰 아버지와의 나이차가 큰 것을 보더라도 막내 삼촌은
귀하디 귀한 막내였다. 특히 몇 해전 돌아가신 할머니에겐 더더욱
그래서 이 막내삼촌 성질이 좀 유별나다. 자기 성질에 맞지않으면 좀체 아무것도
안하려고 한다.

그렇다. 그는 아니 내 첫 남자는 나의 첫번째 '내 사랑 싸가지'다.
그날 밤이다. 내 부모님 두 분이서 제주도 여행을 가신 날 밤이었다.
아마도 그때가 83년에서 84년정도..
우리 집 막내였던 나는 엄마 품을 떠난다는 사실이 슬퍼 엄마가 집을 떠날 때 까지
엄마의 바지자락을 붙잡으면며 서럽게 울어댔다.
그때 나를 봐주러 막내 삼촌이 왔었다. 아마도 아직 막내 삼촌이 결혼 하기 몇해 전으로
기억된다. 그 날 나는 막내 삼촌과 밤을 보냈다.

겨우 예닐곱 나이로 무얼 알았을까 싶은데..
아니다. 그때도 내 욕정은 살아 있었다.
막내 삼촌과의 돈독한 애정이 있었다긴 보다는
엄마품에 벗어나 새로운 남자품에 안기니 그 품이 바로 무릉도원이요 에덴동산이었다.
나는 발에 페티쉬가 있다.
특히 하얀 스포티 양말을 신은 귀여운 발엔 오금을 못 쓴다.
그날 밤 나는 내 남자의 발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았다.
그 짧은 혀로 핥았다.
못 믿겠지만. 사실이다.
물론 거기서 끝이다.


사실 그때 그날 밤은 전후 사정은 잘 기억나질 않는다. 삼촌이 내가 그런 짓을 했는데도
아무런 화도 안내고 가만히 있었던 것도  이해가 안되고. 그런 나를 삼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도 궁금하다. 그후로 삼촌은 홍씨성을 가진 평범한 여인네와 결혼을 했고, 그 덕에 나는 처음 서울구경을 하기도 했더랬다. 그 사이에서 나왔던 첫 아이는 당연하게도 삼촌의 판박이다.
막내 삼촌의 성질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그러나 거듭된 삼촌의 사업 실패로 막내 삼촌 가족과 얼굴을 마주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오랜동안 병석에 누워계셨고, 92세까지 사셨으니 갑작스런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막내 삼촌을 만난 것이 갑작스런 사태였다. 삼일장 중 마지막 날. 탈상할 때다. 노제를 할 때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께 그동안 살아왔던 마을을 등지고 제사를 올리는 시기다. 그 남자는 크게 울었다. 너무나도 서럽게 복받쳐서 울어댔다. 몇 년만에 봤던 그의 뒷모습은 너무나 쓸쓸하고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키작은 그 남자가 내 첫남자라니. 울음 많은 그 남자가 내 첫남자라니.

그의 발 모양이 지금은 기억 나질 않는다.
왜 이제와서 그와의 짧은 추억을 기억하려고 애쓰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내 인생의 첫 남자가 그였고, 그 첫 남자를 범한 것에 대한 예의로
내 기억의 어느 한 구석을 자리잡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Grace Jones - I've Seen That Face Before

스탠바이미 2005-07-29 오전 08:53

본인은 가슴이 설레였겠지만 삼촌은 그냥 강아지 비슷한 조카가 있구나 하고 생각하셨을 듯.

가람 2005-07-29 오전 10:50

아아 첫남자를 떠올리게 하는 형의 이야기. ^^;

미쎄쓰 리자 2005-07-30 오전 00:01

나에게도 첫남자가 있었지..아훔..기즈베야 비오니까 청승떨고 잡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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