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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3 19:27

봄이 오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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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많다고 뉴스에서 연일 보도하는데, 하늘은 파랗습니다.

2 년 여를 쉬다 출근한 직장일은 만만치 않고, 하루가 끝나면 노곤해집니다.

 

나의 일은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없습니다.

하나의 사소한 것을 실행하려면, 지시하는 과정과 그 지시에 따라 다양한 직역의 전문가들이 움직입니다.

과거에 나는 늘 최선을 아니, 최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기에, 나의 지시에 따라서 돌아가는 나의

세상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동시에 나의 지시에 어긋나는 다른 직역의 전문가들이 못내 못마땅해서 분노에

찬 나날들 역시 많았습니다.

 

나이가 50줄에 가까우면서 그 때 나는 참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종적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한 가지 길 밖에 없다고 강요하고, 그 길에 벗어난 모든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전제를 하고, 타인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일을 시작하면서, 살아남기 위해서 나는 최대한의

능력치를 끌어모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못 되고 못난 예전의 습관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냉정하고 쌀쌀맞게

대할 때면, 나도 몰래 깜짝 놀랍니다. 생각 없이 나오는 이런 행동이 타인들의 가슴을 얼마나 아프게 만드는 줄 몸과 마음으로 이해하면서,  내가 지치고 소진되었다는 이유로 결코 선택해서는 안 되는 말과 행동들을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오는 쉬는 날인데도, 요즈음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두 분을 만나러 직장에 들렀습니다.

힘든 가운데서도 한 분은 어제보다 상태가 낫다며 저를 위로합니다.

그 분의 선한 눈빛을 이해합니다. 가족들도 찾지 않는 냉정한 현실에서 이렇게라도 해야 저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가슴이 아리기도 합니다. 또 한 분은  거동이 안 되는 분인데, 지금의 힘듦을 손발을

떨어가며 저에게 분노를 표시합니다. 위로를 하려해도 거부합니다. 그 마음이 참 가엾습니다. 온저히  그 몸과 마음의

고통을 내가 대신할 수 없기에, 나 역시 그 분의 거부가 불편했지만, 제가 가진 카드가 별로 없어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고심하는 가운데 결국 어제 투약했던 항생제를 중단하고, 다른 계열의 항생제로 다시 치료를 하자고 간호사 선생님에게 부탁을 전화로 부탁을 했습니다. 이러면 나는 항생제를 남용하는 의사가 될 텐데, 그 분의 힘겨움 앞에 스스로에 대한

가치 판단은 접기로 했습니다.

 

가끔은 신이 나에게로 와서 놀라운 치유의 능력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 봅니다. 이번 주말이 더 특이 그렇습니다.

기도의 시간이 끝나고 월요일이 오면, 내가 해야 할 행동들을 상상하며, 그 행동들은 이제는 지시가 아니라, 나와 함께 일하는 다른 직역의 전문가들과 상의를 해 나가는 과정이고, 협상이어야 할 것입니다. 사소한 하나의 결정과 행동을 위해서

나는 타인들을 존중하고 부탁을 하고, 제안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 마음의 빛이고, 신이 내게 준,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전해준 메시지이기 때문에, 나는 느리더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몇 달의 겨울이 순환해서 봄이 또 순환합니다.  호들갑스럽게 봄을 말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네요.

그래도 봄이 오면 당연하게 만나는 것들을 만나지 못하는 분들도 있기에, 제가 느끼는 봄을 그분들에게 전달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 봅니다.  봄을 어떻게 전달하지, 하루를  한 순간을 살더라도, 우리는 그렇게 존재함으로, 그렇게

함께 살아 있는 에너지를 주어야 겠는데, 이 소망을 어떻게 현실화 시킬지 고민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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