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사이가 20주년을 맞는다.
내가 친구사이 초창기에 친구사이로 게이 커뮤니티에 처음 입문 했으니(일명 데뷔) 나의 게이 생활도 20년이 된 게다.
그렇게 데뷔를 하고 친구사이에서 초창기 회원으로 10년 정도 활동했었다.
내가 했던 일들은 당시 인디영화를 할 때인지라 모든 행사의 영상 기록을 도맡아 했었고(몇 년 전 동영상를 DVD파일로 만들어 넘기고 촬영 원본도 친구사이에게 양도했다.) 소식지와 책들 비디오 등 각종 자료들의 수집, 분류와 정리 대여 등도 맡아 했었는데 아마 지금도 친구사이에 가면 그 자료들을 연람 할 수 있을거라고 본다.
그리고 수영모임 마린보이가 생기고 초반 5년 정도는 모임 운영자를.. 그리고 총무부장과 상담 전화 상담사로도 일했었다.
친구사이의 초반 활동을 뒤돌아보면 한국 동성애자 인권 운동 초반의 흐름을 읽을 수 있겠다.
간단히 되짚어보자면 우선 초창기에는 동성애자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중요했었다.
사회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취급으로는 운동 자체가 되지 않을 뿐더러 자신과 같은 동성애자가 없는 줄로만 하는 게이들을 일단 취합해야만 했으니까..
그래서 대중매체를 활용했지 싶다.
추적60분이나 그것이알고싶다 류의 프로그램에 친구사이가 인터뷰를 응한 것이 그런 이유일 거다.
물론 편집은 그네들의 입맛에 맞춰 자극적이고 이 입장도 저 입장도 아니었지만..;(문란한 게이들의 성문화를 보여주고 오래 사귀고 있는 부부 같은 커플을 보여주는 것 같은.)
당시에는 동성애자 자긍심이 주요 주제였었다.
동성애자들의 자긍심(gay pride)은 당시 세계적인 운동의 기조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자긍심의 기초가 없으면 인권운동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후 몇몇의 사회적인 커밍아웃이 있었다.
서동진, 이정우가 대표적이었는데 두 사람 다 친구사이 회원이자 대학 모임의 창시자이고 출판매체부터 공중파나 케이블 티브이에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을 했다.
서동진은 성정치, 이정우는 예술 문화 위주로 했지 싶다.
지금 생각하면 그들이 대학에 동성애를 담론화시킨 일도 했지만, 게이와 트랜스젠더의 차이가 무엇인지, 게이도 일반인과 같게 생겼다는 것을 대중에게 보여준 것만 해도 큰 성과 아니었을까? 란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이후 여러 단체가 생겨났고 연대가 이루어진다.
최초로 게이 레즈비언 단체가 모여 여름인권캠프라는 대규모 행사를 하게 되는데 한국에서 동성애자가 그렇게 대규모로 모여 행사를 하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벅찼었다.(위 사진은 2회 인권캠프 때 찍은 사진으로 추정)
그 이후 인터넷의 출연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각 단체들의 판도도 바뀌었던 것 같다.
요즘은 어떤 담론들이 소수자 인권운동에 오가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게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주위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했으면 하는 것이다.
아직도 게이를 오해의 시각으로 많이 보는데 막상 동성애자를 대하게 되면 그런 오해들은 자연스레 풀리기 마련이니까..
그런 소통들이 앞으로의 인권운동에 바탕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초창기 했던 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언론 매체에서 '동성연애자' 라고 잘못 사용하고 있는 단어를 '동성애자'로 바로 잡은 일이었다.
생각보다 쉽게 잘 받아 들여졌고 '동성애자'로 사용하는 변화는 빠른 편이었다.
몰라서 틀리게 사용하는 것은 제대로 가르쳐주면 쉽게 변하니까.(포비아는 또 다른 문제이고..)
처음으로 행동하면 세상이 변하는구나 라는 것을 체험하는 사례였다고 생각한다.
행동을 하는 만큼 세상이 변하는 것을 목도하는 것은 희열이었고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미래에 매우 희망적인 일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사명감이 아니라 내가 흥미를 느끼고 재밌고 좋아서 일을 했었던 것 같다.
지금과는 달리 하는 만큼 세상이 변하는 게 바로바로 보였었으니 성취감도 느끼고...
아마 지금도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흥미를 느끼고 재미도 느끼는 사람들이 단체를 운영하고 있으리라.
어느 날 갑자기 성소수자 몇 백 명이 모여 대로변에서 퍼레이드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과거에 바탕을 마련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가능하지 않겠나?
동성애자들이 그런 행사들을 지지한다면 그 행사를 진행하는 단체와 그 단체가 해왔던 일들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친구사이의 20주년을 축하하며 글을 마친다.
# 두서 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다 보니 글이 거시기 해졌네요.
나중에 보충해서 제대로 써봐야겠어요.
내일은 친구사이 20주년 기념 행사를 한다고 나오라하니 오래전 동료들도 만날 겸 나가 보려고 합니다.
혹시 내일 보면 인사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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