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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셋째주, 미국의 상원에서는 미군의 이른바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는 군내 동성애 정책에 대해 찬성 63 대 반대 31로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이미 하원을 통과한 폐지안은 이제 백악관으로 올라가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군 내 수많은 동성애 군인들을 투명인간 취급하고 그를 위반할 경우 강제퇴역시키던 정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입니다.


미국내 인권단체들과 동성애자단체들은 이번 폐지안 통과가 군대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동성애자들의 인권향상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거라 기대하고 있다는데요, 쓴 지 몇달 된 글이기는 하지만 혹시나 참고가 될까 싶어 뒤늦게나마 여기에 올립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한 게 죄가 되는 세상 /북아메리카

미군의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 정책에 맞서 싸우는 한 청년 장교 이야기
 입력 : 2010년 8월 26일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예전에 즐겨 부르던 민중가요의 한 소절이다. 그런데 점점 나이를 먹어갈 수록 인간답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절감하게 된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갈수록 ‘불의는 모른 척해도 불이익은 절대 못 참는’ 게 미덕이 되어가는 세상과 거기에 순응해가는 내 모습을 말하는 거다. 그래서인지, 인간다움을 지켜내기 위해 온갖 두려움과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저절로 두 손이 가슴에 모아진다. 나라면 과연 저럴 수 있을까 하고.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작년 쌍용차 노동자들의 옥쇄파업 때 끝까지 동료들과 파업현장을 지켰던 ‘살아남은 노동자들’, 즉 애초 회사 측의 정리해고 명단에는 들어있지 않았으나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은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진정어린 내면의 목소리, 바로 그 양심이란 걸 거스르고 평생 자책감과 모멸감 속에 살아가기보다는 차라리 무지막지한 공권력의 폭력과 회사 측의 보복이라는 현실의 고통을 택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말이다.

                 

오늘 이 글에서 소개하려는 인물도 그러한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더 이상 자신을 속이면서 살고 싶지 않은데도 그러기를 강요하는 거대한 조직과 불합리한 제도에 맞서 인간답게 살기를 선택한 젊은이, 올해 스물아홉 살의 한국계 미국인 대니얼 최(Daniel Choi)가 그 주인공이다.




대니얼 최는 미국에서 최고의 엘리트 직업군인 양성소인 웨스트 포인트 사관학교를 졸업한 촉망받는 청년 장교였다. 군인으로서 강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아랍어에도 아주 능통해 이라크 전쟁에 보병부대 장교로 파병되게 된다. 그리고 다시 귀국해 뉴욕 주방위군에서 근무하던 2009년 3월의 어느 날, 그는 미 전역에 방영되는 레이철 매도우 쇼(Rachel Maddow Show)라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당당히 밝혔다. 그러자 미 육군 지휘부에서는 큰 소동이 일었고, 두 달 뒤 대니얼 최를 보직해임 시켰다. 그리고 일 년이 흐른 지난 7월, 그는 미 육군으로부터 강제전역 통보서를 받음으로써 11년 간 몸담았던 군대에서 영원히 쫓겨났다.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는 미군의 군대 내 동성애자 정책을 어겼다는 명령불복종이 그 이유였다.


과거 미군은 군대 내 동성애자의 존재 자체를 아예 완강히 부정했다. 엄연히 존재하는 사람들을 유령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동성애자라는 게 내부적으로 ‘드러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군대에서 쫓아내버리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다가 사회적인 비판 여론이 점점 비등해지고 군대 내 동성애자들의 반발이 수면 위로 올라올 기미를 보이자, 1993년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정권이 도입한 정책이 바로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 정책이었다. 즉, 우리도 묻지 않을 테니 너희는 성 정체성 따위는 입도 뻥끗하지 말고 조용히 군 생활이나 잘해라 는 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거에 비해서는 그나마 진일보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가장 보수적인 조직인 군이 동성애자들의 존재를 암묵적으로나마 인정했으니 그게 어디냐는 거였다.


그러나 개콘에 나오는 유행어처럼 ‘그~건 니 생각이고’, 당사자들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여기에 대해 대니얼 최는 이렇게 말한다.


“이라크에서 근무할 때, 난 매번 바리케이드나 험비 차량에 앉아서 생각하곤 했어요. 언제쯤이면 내가 내 삶과 화해하고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구요... 그리고 이라크에서 돌아와 결심했죠. 더 이상 고민할 가치도 없다구요. 내가 누구인지 솔직히 밝히는 걸 왜 두려워해야 되나요... 만약 내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죽는다면 누가 내 남자친구에게 나의 죽음을 알려 주겠어요? CNN 뉴스를 통해서나 겨우 알게 되겠죠.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건, 곧 우리를 벽장 속에 가두고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강요하는 정책이에요.”(데모크라시 나우, 2010년 8월 4일자 인터뷰 기사 중)


바로 옆 동료들이 알고 있는 자신이 사실은 진짜 자신이 아니라 꾸며낸 존재임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고통은, 대니얼 뿐만 아니라 많은 군대 내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들에게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쫓겨날 뿐만 아니라 제대 군인들에게 제공되는 장학금이나 의료비, 주택 수당 등 각종 물질적 혜택까지 기꺼이 포기할 만큼 절실하게 다가왔다. 군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군대에서 강제 전역된 미군들의 숫자가 1993년부터 지금까지 약 14,000명에 이르렀던 것이다.


올 해 3월과 4월, 그들을 대표해서 대니얼 최는 동료 한 명과 함께 워싱턴의 백악관 철제 담장에 자신의 몸을 묶는 시위를 벌였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또 다른 집회에서는, 자신이 11년 동안 입었던 제복을 입고 입에는 테이프를 붙인 채 단상에 올라와 결연한 표정으로 거수경례를 한 뒤 테이프를 떼서 공중으로 집어던짐으로써 그 자리에 모인 수천 명의 지지자들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정식으로 강제전역 통보서를 받은 당일에는 진보적인 사회단체들의 전국회의 무대에서 해리 리드(Harry Reid)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에게 직접 자신의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졸업 반지를 반납했고, 리드 상원의원은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 정책이 폐지되는 그 날 반지를 다시 돌려주마고 화답했다 한다.


위에 인용한 인터뷰에서 지금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대니얼 최는 솔직히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사실 그런 고통을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그 고통의 무게를 정확히 가늠할 길이 없다. 그러나 차라리 대니얼 최는 그나마 행복한 축에 속하는지 모른다. 그의 말마따나 “진실을 외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영광”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뿐만 아니라 이 땅에도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동료나 가족에게조차 이야기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수많은 대니얼 최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런 고통을 감내해야 하나. 이제 우리도 이런 문제를 일상의 대화와 정치적 의제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인간답게 사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경계를넘어 회원 까밀로>

지나가다 2010-12-28 오전 01:46

대니엘 최의 활동이 DADT 폐지에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나, 명문 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이라크에 자원 참전한 대니엘 최가 이라크전 자체나 미군의 활동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한 채 미국인 동성애자들의 군대 내 평등권만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올바르고 성실하고 남성적인 애국게이 이미지 덕분에 (퀴어 이슈에 관심없는) 리버럴들과 보수 게이층의 지지도 많다고 하네요.. http://www.democracynow.org/2010/10/22/does_opposing_dont_ask_dont_t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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