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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상담
성소수자이거나 혹은 성별표현이 달라서 혹은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차별은 부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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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하게 군대를 갔다온 복학생입니다.

저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버지는 예나지금이나 자식들에게 관심따위 없는 인간이고,
이러한 인간 밑에서 어머니께서 기적같이 저를 키워내셨습니다.
항상 고마워하고, 이러한 어머니는 제 몇안되는 자랑거리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조금 심각한 기독교인이십니다.
뭐든지 하나님 뜻대로 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사는건 우리들이 원체 지은 죄가 많아서다. 뭐 이런식으로 생각하십니다.
이 덕분에 이딴 환경에서 어머니가 자살안하고 살아온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많이 불쌍하세요. 솔직히 말하면 짜증도 조금 납니다. 입버릇같은 '하나님 하나님..'
특히 '성'에 관한 부분은 음란한 죄악 같은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자위' 같은 것도 시작도 하기전에 엄격하게 제제를 당했고,
뭐 '여자'는 두말할 필요도 없죠.
중,고등학생 때 꽤나 모범생이었던 저는 여학생들에게 고백도 몇번 받았는데,
그 때도 별 감정없었습니다. 심지어 남들 다해봤다는 첫사랑 같은 것도 없네요.

군대가기 전만해도 저는 현실적이었습니다.
나는 가난하게 태어났다. 게다가 못생겼다. 비쩍말랐고 심지어 안경까지 낀다.
장학금을 받아도, 주말알바로 버는 돈으론 차비랑 생활비도 간당간당한 내게
연애나 유흥은 그저 사치일 뿐이다. 뭐 이런식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친구도 없고, 그러다보니 '스펙'이라는 막연한 목표에만 매달렸습니다.

그러다가 군대에서 말도 안되는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같은 생활관에 잘생기고, 서글서글하니 예의바른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낯가림도 심해,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간 적도 없었는데,
그 친구를 봤을때, 처음으로 '이 친구랑 친해지도 싶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친구가 여자친구랑 해어지고 힘들때, 많이 위로해주고 도와주고,
또 같은 학교더군요. 그리고 제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전역할 때,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나중에 꼭 보자고, 정말 보고싶을거라고.
그때 처음으로 '두근거린다'는 감정을 받았습니다.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땐 '내가 남자들이랑 2년동안 뒹굴었으니 미쳐가는구나' 뭐 이런식으로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이 한 순간으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기에 더 미치겠습니다.
당연히 '여자'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치료방법같은게 있나요?
두서없이 긴글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고,
이 사이트가 동성애자 사이트란 건 알지만,
저는 정말 동성애자로 살기는 싫습니다.

박재경 2011-09-06 오전 03:14



안녕 하세요 일시정지님 반갑습니다.
임의 고민을 솔직하게 고백하신 용기에 대해 박수와 위로를 전합니다.
겉보기에는 아무 고민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속을 뒤집어 솔직하게 자신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라고 하면, 아마도 우리는 다들 부등켜안고 울고 있을지도 모를 겁니다. 삶은 이 땅위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고난과 도전을 주는 것 같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해되어 집니다.
많은 동성애자들은 생물학적 성이 같은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성적으로, 지적으로, 영적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가며 특별한 감정 혹은 사랑을 느끼면서, 주변의 사람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이 주변의 사람들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 부정하거나 외면하거나 회피하며 혹은 합리화 시키는 것보다는 임의 내면이 내는 목소리가 무엇을 소리치고 싶어 하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즉 시간을 두고 내면을 관찰하고 성찰하여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개인마다 시간차가 다르고, 어떤 이는 평생 자신의 성 정체성을 모르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런 진지한 탐색과정을 통해서 발견해낸 개인의 성정체성은-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결정하지 못한 사람, 이성애자- 등 다양할 수 있고, 이 모든 사람들의 성 정체성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중받고 축하받을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 단체의 상담게시판에 고민을 적기 전에 다양한 자료를 인터넷등 에서 찾아보셨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사례를 들며, 동성애의 원인을 알고 싶어 합니다. 어떤 이유는 누구에게는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론들은 이런저런 이유와 사례를 종합해서 이유를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개인의 성 정체성과 그 사람이 갖는 시민적, 인간적, 정치적 권리는 무관한 것입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등은 과학과 종교의 논리나 타협이 필요치 않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잘 관찰하기 위해서 하루에 10분 정도 깊은 명상 후에 ‘나에게 쓰는 일기’ ‘부치지 않는 편지’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기록해 보십시오. 내부에서 할 말이 없어질 때까지... 몇 날 며칠 몇 달 죽 기록해 보십시오. 단 이때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와 같이 판단의 용어를 사용 하지 말아야 합니다.
생물학적 성이 같은 사람에게 끌림이 일시적이다가 이성애로 끌림이 가는 경우도 있고, 평생 이성애자로 살고 있다가, 자신을 동성애자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만큼 성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은 다양하답니다.

동성애에서 이성애로 성적지향을 전환시키는 치료에 대해서, 의학, 심리학 등 학계는 보편타당하지 않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습니다. 삶의 고난과 도전에 대해서 강해지고 단단해져야 합니다. 또한 임의 성 정체성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임의 인격과 가치관 중에 일부분일 뿐입니다. 성 정체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주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임 자신과 임의 삶과 꿈입니다. 지금의 도전에 대해서 강해지고 단단해지기를 바랍니다.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