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숙주 단백질의 고차(高次)구조가 변화해 난용성(難溶性)이 되어 조직에 침착하는 질환군을 총칭하여 콘포메이션(conformation)병이라 부른다.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으로 대표되는 프리온병은 알츠하이머병 등과 함께 콘포메이션병의 대표적 질환이다. 이 병은 조직에 침착한 난용성 단백질이 감염성을 갖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이 치사성 질환과 관련하여 몇가지 주목할만한 사례가 발생했다. 말라리아약을 사람 프리온병에 투여하자 뚜렷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일본 큐우슈우대학 뇌신경병 연구시설 병리부문 도우라 카츠미교수와 일본국립정신?신경센터 사토 타케시 명예원장으로부터 프리온병 연구에 알아보았다.
병원인자 프리온을 둘러싼 최신 지견과 치료에 대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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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형에서 이상형으로의 변환에 대한 2가지 가설
노벨상을 수상한 Prusiner박사가 주장한 프리온가설에 의하면, 프리온병의 병원인자는 프리온이라 불리는 단백질성 감염인자이며, 그 본체는 이상형(異常型) 프리온단백(이하 이상형)이다.
그림1.정상형 프리온단백에서 이상형 프리온단백으로의 변환에 대한 2가지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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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체내에는 253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돼 있는 정상형 프리온단백(이하 정상형)이 존재하는데, 정상형은 당지질을 앵커로 하여 세포막상에 존재하며 동결합(銅結合)단백질이라고 보고되고 있으나 그 기능은 아직 알 수 없다.
정상형은 그 1차 구조의 중앙부에서 C말단 측에 걸쳐 H1~H3에서 표시되는 3군데에 α헬릭스(helix)구조를 갖는다. α헬릭스 영역은 β시드(seed)구조로 변환될 수 있다고 보여지며, 실제로 프리온병 환자에서만 나타나는 이상형은 아미노산 배열 자체는 정상형과 동일한데도 α헬릭스와 β시드의 함유율이 다르다.
정상형이 α헬릭스 42%, β시드 3%인데 반해 이상형은 α헬릭스 30%, β시드 43%로 β시드구조가 증가해있다. 이 때문에 단백분해효소에 의한 소화에도 저항성을 갖고, 중추신경계에 침착하여 신경조직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상형은 정상형의 고차 구조가 변환되면서 생성?증식한다고 생각되고 있으나 변환?증식의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결론이 나와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이 문제에 관해 2가지 가설이 주장되고 있다(그림1). 하나는 이상형과 정상형 또는 반응 중간체가 모노머끼리 반응하여 헤테로 다이머를 형성하고, 이어서 이상형이 주형(鑄型)이 되어 정상형을 이상형으로 변화시킨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헤테로다이머설이라고 불리며 프리온가설의 제창자인 Prusiner박사팀의 주장이다.
표1. 라이소송친화성 약제에 의한 이상형 프리온단백생성의 억제(스크래피지속삼염세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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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퀴나크린에 의한 이상형 프리온단백 생성의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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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하나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Lansbury박사팀이 주장한 시드 가설이다.
이상형은 잘 정리된 입체구조를 가진 폴리머인데, 이것이 시드(種)이 되어 정상형 모노머을 중합하여 보다 큰 이상형 폴리머를 형성한다.
이어서 폴리머는 작게 나뉘어져(세편화) 새로운 시드가 되고, 그 프로세스를 반복하여 증식한다는 것이다. 변환의 과정은 즉 중합(重合)이라고 말하는 가설이다. 도우라교수에 의하면, 어느쪽 가설이나 모두 가장 중요한 사실, 즉 변환으로 인한 새로운 감염성 획득이 증명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드설 자체는 프리온병뿐만의 가설이 아니라 모든 콘포메이션병에서 조직에 침착하는 난용성 단백질의 생성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는 가설로서 이미 시험관내에서 실증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드설에 기초하여 시험관내에서 생성된 이상형 프리온단백을 동물에 투여해도 현재로서는 프리온병을 발병시킬 수 없다고 한다.
도우라교수는 『Prusiner박사팀의 헤테로 다이머설도 검토할 여지는 있으나, 이상형 프리온단백의 감염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직 증명돼 있지 않아 프리온가설은 현재 가설인 상태이며 병원인자의 실체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말라리아약 quinacrine에 주목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프리온병의 감염인자가 이상형 프리온 단백이라는 사실은 완전히는 입증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프리온병은 불가역적인 경과를 거치는 치사성 질환인 것은 분명하다.
도우라교수는 감염인자를 이상형 프리온단백과 거의 동일하게 보고 있으며, 정상형이 단백질 대사 과정 중 어느시점에서 이상형으로 변환되는지에 주목하여 약제를 연구 중이다.
정상적인 사람 프리온단백은 세포막 표면에 존재하는 보통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endocytosis에 의해 일부는 endosome에 잡아먹힌 후 lysosome으로 분해돼 일부는 분비소포(vesicle)를 거쳐 막으로 되돌아간다는 대사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다.
정상형에서 이상형으로의 변환은 막표면에서 lysosome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는 프리온 지속 감염세포를 이용하여 정상형을 방사성 동위원소로 표식하여 추적한 실험에서 밝혀졌다.
도우라교수는 기존의 임상 약제로 lysosome 친화성을 가진 각종 약제를 프리온 지속감염배양세포를 이용하여 검토하고 말라리아약인 quinacrine이 정상형에서 이상형으로의 변환을 뚜렷하게 억제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표1 및 그림2)
Prusiner박사팀도 최근 지속 감염 배양세포에 대한 quinacrine의 효과를 검토하고 거의 동일한 성적을 발표했다. Prusiner박사팀은 동시에 향정신약인 chloropromazine의 효과도 검토했는데, 효과는 나타났지만 quinacrine이 훨씬 효과가 높다고 보고했다.
도우라교수는 또 동물실험에서도 quinacrine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결과를 얻었는데 in vivo의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그런데 Prusiner박사팀은 이미 2례의 프리온병 환자에 quinacrine을 이용한 시험치료를 실시했다. 1례는 고발성 CJD, 1례는 변이형 CJD의 환자로 전자는 투여 전후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후자인 20세 영국인 여성은 19일간 투여로 무언무동(無言無動)상태에서 벗어나 걷고 말하고, 도움없이 식사를 할 수 있는 등 극적인 회복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은 8월 14일자 더 가디언 등 영국의 대중잡지에도 보고됐다.
현재 Prusiner박사팀은 동물실험 데이터를 포함하여 임상데이터의 보고는 일절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이같은 사실에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식품의약국(FDA)은 이러한 결과를 접수하고 quinacrine과 chloropromazine의 치료 연구를 승인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프리온단백의 생성을 이상형 프리온단백 항체가 억제
프리온병의 치료연구를 둘러싼 또다른 화제는 정상형 프리온 단백에 대한 항체가 이상형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도 Prusiner박사가 발표한 것으로 유전자 변환을 통해 제작된 항체를 마우스 프리온 지속감염 배양세포의 상층(上層)에 주입하면, 이상형 생성이 억제되고 억제 정도는 항체 첨가량에 의존했다고 알려져 있다.
항체 효과에 관한 연구 자체는 실제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Weissmann박사팀을 비롯한 2개 연구팀이 이미 밝힌 사실이다.
Prusiner박사의 새로운 연구는 다른 에피토프를 인식하는 항체를 여러 종류 만들어 각각 이상형 생성을 억제하는 정도를 검토하고 정상형인 아미노산 잔기 132~156의 영역과 결합하는 항체가 가장 강력한 이상형 생성억제 효과를 갖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점이라고 한다.
Prusiner박사팀은 이번 검토결과는 프리온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에도 항체를 사용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정상형의 아미노산 잔기 132~156 중, 특히 132~140의 영역과 결합할 것같은 리간드가 향후 약제 개발에서 유력한 타겟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이상형을 억제하는 것이 왜 이상형 자체에 대한 항체가 아닌가라는 점인데 이상형에 대한 항체 제작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로서 에피토프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이상형의 고차구조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이상형의 고차구조 내부에 파묻혀 있기때문이며, 단백분해효소에 의한 소화에 저항성이고, 또 항원 제시 때의 펩티드 단편이 생성되기 어렵기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본문제목:병태, 진단, 감염방어에 관한 최근 동향 본문부제목:다양한 질환을 I형, II형으로 분류
다양한 병상을 보이는 질환군으로 구성되는 사람 프리온병은 그 병인에 따라 유전성 프리온병, 감염성 프리온병, 특발성 프리온병으로 나뉜다.
프리온 유전자의 변이에 기초하여 유전성 프리온병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을 보여주며, 감염성 프리온병은 유전성과 전혀 관련이 없다. 특발성 프리온병은 유전성 배경은 없지만 발병의 배경이 불명확하다.
유전성 프리온병은 또 변이 부위에 따라 가족성CJD, 가족성 치사성 불면증(FFI) 등으로 분류된다.
또 감염증으로서의 프리온병에는 경막 이식으로 대표되는 의원성CJD와 소해면상뇌증(광우병)에서 감염이 고려되는 신 변이형CJD(이하 변이형CJD) 등이 있다(표2).
이들 질환군은 잠복기간이나 발병연령 모두 다르며, 고발성은 일반적으로 이병기간이 짧지만 변이형이나 경막이식 유래 또는 유전성에서는 경과가 느리다.
변이형에서는 연령도 10~30세(평균 28세)이고 다른 프리온병에 비해 압도적으로 젊은 층에서 발병하고 있다.
진단 마커로서는 주기성 동기성 발작파(PSD)라는 특징적인 뇌파의 검출, MRI화상, 수액중의 14-3-3단백의 검출, 미오클로누스의 합병 등이 있으며 85~90%의 진단적 유용성이 있는데, 모두 프리온병에 특이적인 마커라고는 할 수 없다.
또 이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프리온 유전자 다형이 몇몇 보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중에도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1990년에 도우라교수가 보고한 codon 129번의 methionine(M)과 valine(V)의 다형(多形)이다.
최근 프리온병의 질환군을 I형, II형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분류는 프리온단백을 proteinkinase K로 처리한 후 웨스턴블로트법을 이용한 전기영동 패턴의 차이와 codon129 다형의 관련에 기초한 것이라고 말한다.
치매증상만 느린 진행례는 프리온병일 가능성
프리온병은 복잡하지만 크게 I형, II형으로 나누면 이해하기 쉽다. 예를들면 변이형CJD는 II형에 속하며 프리온병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고발성 CJD의 대부분은 I형으로 분류된다.
이것은 전기영동 패턴이 다를뿐만 아니라 I형에서는 PSD도 14-3-3단백도 모두 양성이고 임상경과도 급속하게 진행되는데, II형은 PSD나 14-3-3단백 모두 음성이고 임상경과가 느리다.
또 뇌의 병리조직상은 고발성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florid plaque가 미만성으로 나타난다고 한다(표3).
다만 고발성 중 일부에서는 II형의 병형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진단이 매우 어려워진다. 그는 『PSD나 14-3-3이나 검출되지 않고 치매증상만이 느리게 진행되는 경우에는 프리온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프리온 병은 치매증상이 급속하게 진행하여 사망하게 된다고 생각되는데, 치매증상을 보이는 많은 질환 중에는 극히 일부이지만 이러한 II형의 고발성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 가능성에서 치매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헌혈대상자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odon129의 다형은 MM, MV, VV 등 3가지 타입이 있으며 프리온병의 다양한 병태 수식인자로서 이해되고 있다. 예를들면 고발성 CJD에서는 어떤 다형을 갖는 병형인지에 따라 초발증상은 상당히 다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다형에는 인종별로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상기한 병형분류에도 예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뇌의 바이옵시에서 II형이라는 사실이 판명된 증례에서, 부검할 때 뇌의 2개 이상의 부위에서 전기영동 패턴을 조사한 결과, 최근 I형 패턴과 II형패턴이 혼재돼 있었던 1례가 보고됐다고 한다.
이 점에 관해서서는 향후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형 프리온단백의 미량검출법에 획기적인 아이디어
또 최근 시료(試料) 중에 극히 미량으로 존재하는 이상형 프리온단백을 증폭시켜 검출감도를 크게 높일 수 있도록 한 독특한 미량검출법이 Saborio등에 의해 주장됐다.
스크래피감염 햄스터의 뇌를 갈아서 proteinkinase K로 소화시킨 후 웨스턴 블로트법으로 조사하면 극히 미량의 이상형 프리온단백의 밴드가 검출된다. 여기에 정상형 프리온 단백을 주입하면 정상형과 이상형의 중합이 일어나고 정상형이 이상형으로 변환함으로써 이상형이 증폭된다.
이것을 초음파를 이용하여 작은 조각으로 만들고 또 정상형을 추가한다. 이 프로세스를 몇 번 반복하면 이상형이 극적으로 증식한다.
Saborio등은 이 방법을 PMCA(protein-misfolding cyclic amplication)법이라고 명명하고 미량 DNA단편을 수백배로 증폭하는 폴리머레이스연쇄반응(PCR)법에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토 교수는 PMCA법이 실용화되면 혈액제제 등의 스크리닝에 적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으로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프리온병의 이환개체에서는 적아구분화인자의 발현이 내려간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고 말하고 이러한 지견도 프리온병의 조기진단에 길을 열어줄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