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경향성인 듯하다. 비율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나뉘지 않을까?
나는 남자와 잠자리를 하지만 ‘100% 스트레이트 걸’(이성애자)이라 장담은 못하겠다.
실제 나는 매력적인 여자를 만나면 침을 질질 흘리고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사랑받을까 주위를 맴돈다.
친구랑 폰섹스 비슷한 걸 해봤고, 술 마시다 물고 빨고 한 적이 있으며, 꿈속에서는 수많은 그녀들과 별별 영화 다 찍었다.
취향도 분명하다. 주로 50대 이상 언니들에게 꽂히는 편이다. 완경을 한 사려 깊고 다정한 피부라니. 베이비 로션을 몸 구석구석 발라주며 마사지해 ‘바치고’ 싶다.
세월에 대한 ‘존경’과 소녀다움에 대한 ‘감탄’일 수 있겠는데, 그런 요소도 성욕을 자극한다.
한때 주변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이렇게 묻고 다닌 적이 있다.
“너의 ‘동성애지수’는 몇%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깐 생각을 가다듬고는 “어, 나는 몇%인 거 같아”라고 답했다.
대충 자기가 다 안다. 제아무리 이성애자라도 “0%야”라고 확언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장 낮은 수치가 5%였다(2%짜리도 있었는데 지나친 부정이 오히려 이상해 예의 주시 중이다).
지조 없는 나는 그때그때 조금씩 다르지만 20% 아래로는 내려가본 적이 없다.
한 여자 후배는 자긴 45∼50%쯤 된다며, 어릴 적부터 제대로 ‘개발’만 됐다면 지금쯤 레즈비언계를 주름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 주장했다.
아직 좋은 여자를 만나지 못해 그냥저냥 살고 있는지 모른다고도 한탄했다.
오래 전 한방에서 잠을 자다가 술 취한 그녀가 계속 내 발가락을 빨고 싶다고 조르는 통에 혼비백산했던 적이 있다.
못 박이고 건조한 발이 자신없어서였는데, 그녀는 내가 자기에게 맘이 없어 그랬다고 여겼을 수도 있겠다.
차라리 (내가 자신 있는) 목덜미나 손목, 배꼽을 빨겠다고 할 것이지. 쩝.
내 남자에게 때맞춰 전화하는 남자 후배가 있는데, 그는 ‘자기 부정형 게이’임이 틀림없다.
동성애자인데 자기 자신은 잘 모르거나 그 사실을 거부하는 사람을 뜻한다.
난 처음엔 그런 줄도 모르고 부단히 소개팅을 주선했다. 하는 족족 안 됐다. 그는 늘 “형, 나 장가가고 싶어요”라고 징징대지만 실제론 내 남자에게 시집오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닐까 싶다.
기회를 봐서 내 옆자리 새끈남을 소개해줄까 고민 중이다.
사람마다 생김이 다르듯 동성애지수도 제각각이다. 소견상 70%가 넘으면 안정적인 동성애자인 것 같다.
가끔 저 멋진 애가 왜 게이일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저 멋진 애가 레즈비언인 것은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동성애지수보다 관계에서 더 크게 작용하는 건 의존(집착)지수다. 낮을수록 좋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혼자 꽂히고 삐치고 상처받는 애들.
자기만 외롭다고 여기면서 정작 남을 외롭게 하는 이들이란….
그리하여 나는 이 겨울 20% 안팎의 동성애지수를 지닌 여자를 급구한다.
기왕이면 (같이 다니기 좋게) 돈 많고 패션 감각 좋은 언니였으면 좋겠다. 날도 추운데 럭셔리 온천에서 때 밀고 오일 발라주며 하루 종일 놀자, 응?
[김소희의 오마이섹스]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