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이드의 'Saturday night'란 곡이 있다.
가끔 할 일 없는 토요일 밤이면 방바닥에 들러붙어
눈을 감고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듣곤 했다.
그러고 있으면 축축하고 끈적거리고 스멀스멀한 선율이
발끝부터 다가와 온몸을 감싼 뒤, 머리끝으로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그러다 눈을 뜨면 천장도 뿌옇게 보이고 기분이 멍해져,
그전에 어떤 기분 상태였건 얼마간의 마취상태로 견딜 수 있었다.
그들을 처음 알게 된 건, 군 일병 시절 잠 못 들던 한여름, 한밤중이었다.
좀 친분이 있었고, 락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던 한 고참이 불침번을 서다 말고
조용히 다가와 귀에 이어폰을 꽂아 주었다.
귓속으로 파고들었던 노래 'animal nitrate'.
그리고 한여름 밤, 내무반에서 잠든 병사들이 뿜어내었던 옅은 땀내음.
어제, 오늘 내린 비 때문에 오랜만에 그들의 음악을 챙겨 듣고,
들른 팬 사이트에서 이달 오일 있었던 그들의 해체소식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어차피 coming up 이후의 앨범은 구입하지 않았고,
여기저기서 동냥하듯 들어온 터였지만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군 시절부터 서른이 될 때까지의 스멀거렸던 추억들이
머리로 재생되기 전에 벌써부터 몸을 통해 느껴지고 있었다.
끄응...근데 형은 정말 나랑 음악 취향이 안 맞는 거 같애.
내 룸메이트나 공간 다니는 친구녀석과는 죽이 잘 맞을 거 같기는 한데....-_-a
걔네도 조용히 박수치고 손흔들어 주는 모범락(절때루 모던락 아님. -_-+)을 좋아하거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