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 인 핸드 서울 2017> 은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을 비롯하여
전 세계 각 지역에서 모인 이백여 명의 참가자 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한국에서 성소수자로 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유력 정치인들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이야기하자면 '나중에' 라고 미루면서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손을 들어주는 일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고,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은 논의되기 시작한지 십 년이 넘도록 반인권 혐오세력의 반대에 부딪쳐 제정되지 못하고 있으며 성소수자 커플은 결혼식을 올리고서도 동등한 배우자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뿐 아니라, 군형법 92조 6항의 추행죄는 죄 없는 군대내 젊은 동성애자들을 색출하고 구속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바로 일주일 전 단지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젊은 군인이 실형을 선고받는 비극적인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이런 현실 앞에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깊은 좌절과 분노를 금할 길 없습니다.
한국 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게이 남성들이 경찰에 잡혀 태형을 당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에서는 경찰이 성소수자 모임을 습격해 29명을 체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과 고통이 우리를 지배하도록 가만히 있지는 않겠습니다. 사실 희망은 이미 가까운 곳에서 싹트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 대만에서는 아시아지역 최초로 대법원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삼십여 년 간 우리의 친구들이 노력해온 성과가 이제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으로,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힘은 바로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성소수자 인권 이슈는 개인의 문제,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전 지역의 문제이며 세계 모든 인류가 같이 노력해서 풀어야 할 문제임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성소수자 차별은 장애인, 외국인, 여성, 농민과 노동자 등 모든 우리 안의 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고 결국 우리가 속한 사회 전체의 인권 수준을 떨어뜨리는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 목소리로 노래하기 위해 서울 한복판에서 지구 각 지역에서 온 사람들과 손을 잡습니다. 음악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합니다. 예술이 주는 위로와 감동에는 어떤 조건도 차별도 없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국적도, 나이도, 외모도 다 다르지만, 손에 손잡고 작은 목소리를 하나씩 보태어 조화로운 화음과 감동이 있는 음악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그리고 한 목소리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사랑과 평화를 위해 노래하겠습니다.
우리는 음악이 주는 감동의 힘을 믿습니다. 손과 손을 맞잡는 연대의 힘을 믿습니다.
Hand in hand we sing, We sing Equality, Equal rights must come!
2017년 6월 3일
언니네트워크,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진: 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