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퀴어 문화축제 끝난듯
어제는 하루종일 집에서 텔레비전 틀어 놓고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그 더운 날에
가을을 탄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던 이가 생각이 난다.
다행이다
그이보다 덜 예민해서
누군가 " 인생은 혼자다"라는 말을 해 주었다.
그 말은 마치 바람 같았고 진실의 냄새를 피워냈다.
인생
혼자라는 것
이 두 말을 어떤 삶의 지점에서 어떤 관점으로 읽어내도
그 말은 여전히 바람 같고 진실의 냄새를 풍긴다.
한편으로
내가 어떻게 시작했고, 내 몸을 이루는 세포 하나 하나
단백질과 물 하나 하나를 생각해 보면
" 인생은 혼자라는 " 말은 내 존재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내가 온 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듯
내 온 몸과 마음은 그런 나를 위해서 보이지 않는 힘으로
고뇌하고 몸부림치고 에너지를 발산하고 거두어 들인다.
지금 내가 가지는 모든 불안은 이 세상에서 태어나서 습관처럼
내가 배운 모든 기억들의 결과물이다.
내 영혼은 그런 불안을 애초에 가지고 있지 않다.
그/녀는 늘 하늘에 태양처럼 늘 빛나고 있었을 뿐이다.
언젠가 그 불빛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하고 계획을 세워보지만
늘 나약하게 숨기고 타협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비난한다.
더 이상 나에게 " 인생은 혼자라는 말은" 나를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내가 가끔 밑으로 위장하는 말일 뿐이다.
그 말보다
나는 나와 함께 한다는 말
빛으로 시작했으니 빛을 향해 가야 한다는 말
이렇게 가을 하늘 아래서 또 다른 시작의 불안을
달래고 있다
PS. 이불 덮고 있다가 혹시 나오게 되신다면 그게 일요일이라면 언제든 지보이스 놀러오세요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