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후 4시 25분경 필자가 근무하는 언론사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거기 OOO 신문사죠? 이계덕이라는 사람이 거기 기자라고 사칭하고 다니던데…" 전화를 받은 여팀장이 "저희 회사 근무하는 사람 맞아요"라고 말하자 "정말이요? 그 사람 동성애자예요. 이반시티에서 모임같은거 하구요. 어떻게 그런사람을 회사에서 받아줄 수 있어요?"라는 전화였다.
아우팅이다. 필자는 지난 2008년 공개 커밍아웃을 한상태다. 따라서 다니던 회사 역시 필자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필자가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가득한 세상에서 회사 또는 가족에게 '동성애' 사실이 공개되는 것은 '공포' 그 자체다.
아우팅은 명백한 범죄행위 그럼에도 실상은
본인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의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아웃팅이라고 한다. 이것은 비단 커밍아웃하지 않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커밍아웃한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예를들어 내가 친구들에게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했다고 해서,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는데 친구들이 부모님께 '엄마, 얘 남자랑 사귀어요"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웃팅이다.
회사의 면접이나 대회, 공연 프로그램 등에서 본인이 '동성애자'라고 굳이 밝히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타인이 "아시죠? 동성애자 커밍한 사람"이라며 소개를 한다면…공개 커밍아웃을 했기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초면인 사람이 동성애자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준비없이 '성 정체성'이 공개된다면 당사자도 당황을 하게 된다.
30일의 상황도 그렇다. 회사에다가 갑작스럽게 전화를 걸어 '동성애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아무리 본인이 커밍아웃을 했다고 하더라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내가 커밍아웃을 했든 하지 않았던 회사에 전화해 '동성애자니까 잘라라'라며 협박한 것은 엄연히 아우팅이고 범죄행위다.
그렇다면 누가 왜 그런전화를 했을까? 전화를 받은 이에 따르면 40대 여성이라고 한다. 기독교단체의 소행일까? 아니면 본인에 대한 안티의 소행일까? 전화번호와 녹음된 기록과 사건에 개입한 박OO씨에게 확인한 결과 전화를 걸어온 이는 종로구 인사동 84번지 서피맛골에 있는 을지로골뱅이 전문점인 '아이O스 호프'의 여주인으로 밝혀졌다.
호프집 여주인이 아우팅 한 것은 개인 적인 감정?
왜 종로에 있는 한 호프집 주인이 그런 전화를 해온 것일까? 필자는 2005년 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장과 인연을 얻었고, 이후 7년 동안 가게의 매상을 올려주고 매주 손님을 데려갔었다. 하지만 매주 모임을 하다보니 서비스에 소홀해지고, 불친절 해졌다고 느껴지면서 최근인 7월 초부타 발길을 끊었다.
그동안 느꼈던 불친절은 다음과 같다. 날씨가 더워서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하니 "사람들이 아직 다 모이지 않았으니 에어컨은 이따가 켜라"고 했다. 이미 사람들이 10여 명이 와있는 상태였다. 3시간 정도 술을 마시고 있자 갑자기 아르바이트생이 와서 에어컨을 꺼버렸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전기세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이모가 끄래요" 라는 것. 그리고 술이 한 통 이상이 남았음에도 "우리 퇴근 할 거니까 빨리 나가지"라고 말하고, 이어 "금방 나갈게요"라고 말하자 큰 소리로 떠들며 "우리 퇴근한다니까 언제 나갈거야"라며 모임진행을 방해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호프집에 방을 10시 20분에 예약했는데 10시 15분경에 가니 앞에 손님이 있었다. 그리고 정작 20분에 방을 빼주지 않았고, 40분이 돼서야 자리가 났다. 3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곳에서 술을 먹고 인근에 가게로 이동하자 문자를 보내며 "그 가게 우리랑 사이나쁘니까, 거기 갈거면 우리 가게 오지마"라는 문자를 보내오고, 한번은 은평구의 있는 동업하던 가게와 불화가 있는지 미성년자를 섭외해달라며 돈줄테니 그쪽 가게에다가 애들을 보내주고 시간만 알려달라는 억지 주장(?)을 하기도 했다. 실제 미성년자를 보내 가게 문을 닫히게 한 적은 없었으나 불법을 요청했던 것이다.
소셜커머스 그OO에 치킨 한마리에 6700원 쿠폰을 올려놓고, 정작 사용하려고 하자 "쿠폰은 새로운 손님을 위한 것이고 이건 사용이 안된다"며 추가요금을 지불하라고 하기도 했었다. 한겨울에는 모임을 하는 장소에 히터가 없어 사람들이 추워하길래 히터설치를 요청하자 "네 돈으로 설치해"라고 해 직접 종로구 재활용센터에서 히터를 구입해 달기도 했다.
자주 가는지라 안주는 할인받기는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비스는 하나도 없었고, 불친절의 강도가 심해졌다. 방을 예약했으면 모임에 지장이 가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하면 "우리도 장사해야 하는데"라는 식이었고, 어느 순간 내 자신이 그 호프집에 단골(7년간 매주 30~40명씩 모아서 갔으니…)에서 가게의 앵벌이가 된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모임 참석자들과 상의 후에 호프집을 옮기기로 했고 인근에 다른 술집으로 장소를 옮겼다.
술집을 옮기자 행패가 시작됐다. 지난번 관공서 현수막 게시대에 처음 실린 '동성애자 차별금지' 현수막을 해당 호프집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옮긴지 3시간도 되지않은 상태에서 훼손했다. 필자가 구입한 엠프(50:50비율로 호프집과 함께 구매)를 찾으러 가자(돈을 주고 구입하려고) 호프집은 "못준다"고 버텼다. "돈을 준다는데 왜 못주냐"고 하니 엠프를 차라리 반으로 쪼개자며 길거리에 일방적으로 던졌고 결국 부서졌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삼주정도 지난 30일 회사로 그런 전화가 온 것이다. "동성애자니까 회사를 잘라라"는 내용. 대놓고 아우팅이었다. 아마도 당사자는 필자가 회사에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을 하지 않고 입사했을 거라고 판단했었고, 그렇게 나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었나 보다.
아우팅은 범죄다. 실질적인 피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아우팅은 그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도로 시도한 것이었고,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그 사유가 기존에 이용하던 호프집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이유만에서 나온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필자는 단골에게 불친절하며, 회사에 전화를 걸어 아우팅한 종로구 인사동 84번지 골뱅이 전문점 아이O스 를 고발하는 한편 회사 또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동성애자'라고 알리는 행위는 범죄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