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적당히 슬펐고, 눈물이 말라 미소가 지어질 즈음 끝났다.
처음 영화를 보며 눈물 지었던 스스로에게 옆에 있던 친구 탓을 돌렸었는데 두번째 보던 중간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번에는 내 옆에 있던 형이 울던 탓이다.
게이들의 일상은 어떠할까? 영화는 일상적인 게이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클럽을 휘젓고 멋진 게이들도 있지만, 섹스 한번 못해본 게이도, 시골에서 상경한 게이도 있다. 저마다 모습은 다르지만 게이라는 정체성으로 만나 부대끼며 살아가는데 부족함이란 없다. 오히려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부족함이라면 부족함일 것이다.
극이다 보니 어느정도 과정되거나 대표성을 띈 표현이 있을진데, 많은 게이들이 위장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고, 게이라고 모두들 얻어 터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던 내내 마음이 아프고 쓰린 까닭은 게이들의 마음 속에 자리한 불안을 끄집어내 그려준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서 보듯, 동성애자는 보이지않는 고민을 안아가며 살아가고 있다. 가족의 미움을 걱정하고, 사회의 비난을 두려워한다. 사는 모습은 너무나 비슷하지만, 살아가야하는 사회의 반응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축하할 일에 축하받지 못하고, 슬퍼할 일에 위로받지 못한다. 나 다운 것이 무엇인지 오늘 하루도 몇번씩 생각하고, 고민한다. 아마 세상이 정체성을 감추라고 강요한 탓일 것이다.
수많은 이유와 핑계가 뒤섞여 스스로가 게이임을 드러내는 것이 너무도 두렵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그렇게 오랜 시간 많은 동성애자들은 두려움 속에서 자기 안위를 걱정하며 자기 자신을 부정한채로 살게 된다. 보이지 않는 자기 부정은 행복이란 단어를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지우게 만든다. 몰래 피운 담배가 훗날 씁쓸한 미소로 되돌아 오듯, 그 희열은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세상에 드러내고 신나게 미소짓는 이들도 있다. 극중에 등장하는 게이 합창단, 'G_Voice'다. 사회적 비난이 뭐냐며 깔깔깔 웃어제끼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그들은 세상을 향해 노래를 부른다. 세상에 주눅든 이들에게 축하하자며 'Congratulation~'을 외친다. 이렇게 태어난 것은 축복이며, 끼를 타고난 것은 행운이기 때문이다.
감추려고 할때, 그것은 흉이 되지만, 드러내려고 할때, 그것은 장점이 된다. 자신감이 없다면 이해할 수 없는 말일 것이다.
영화는 실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말은 '위장결혼 하자 마라', '커밍아웃 해라', 'G_Voice 공연을 봐라'이 아니라 '스스로의 모습에 자부심을 가져라'일 것이다. 멋진 근육, 핸썸한 외모가 아닌 게이로 살아가는 스스로를 말이다.
아직 많은 것이 두렵다..
하지만 좋다.
게이로 태어났지만 격변의 시기에 살 수 있다는 것도, 커밍아웃을 고민하는 스스로도. 그리고 영화보며 함께 눈물흘리는 관객이 있다는 것도.
* Designer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7-22 22:08)
이반시티 등에도 올려겠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