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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정치’ #3] 정치가 뭐길래..
2016-03-17 오전 01: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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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3월 
[커버스토리 ‘정치’ #3] 정치가 뭐길래..
 
 
 
나는 정치를 좋아한다.  그리고 정치를 싫어한다.  며칠 전 점심 자리에서, 마음을 힘들게 하는 활동이 있다면, 그것을 일부러라도 정리해 두어야 이른바 '좌파 우울증'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굳이 적는다.
 
 

 

"이회창 후보는 동성애가 일반인들에게 정상적인 것으로 비치지 않는 현실에서 이들의 사회운동화를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고 김대중 후보는 동성애에 대해 동의하지는 않지만 동성애자들의 활동도 인권보장의 한 부분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으며, 이인제 후보는 자연의 섭리를 생각할 때 솔직히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했다. 권영길 후보는 한국 사회가 동성애 운동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 여건을 갖추었고 당국 역시 이러한 조류에 발맞추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 「최초의 정권교체.. 한국 이반들의 21세기는?」, 『친구사이 소식지』 1998년 1월호, 「시간 사이의 터울 #7 : 게이 커뮤니티 운동 약사, 1995~2000」, 『친구사이 소식지』 2015년 12월호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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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2008년, 최현숙, 그리고 1.61%
 
영화 <레즈비언 정치도전기>에 담긴 2008년 최현숙 선거는 즐거워 보였다.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하고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국내 최초의 동성애자 후보였다.  선거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최현숙은 혐오범죄에 의해 죽거나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는 것을 각오했다고 한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차별선동세력의 조직적인 탄압도 영화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최종 득표율은 1.61%.  우리가 하는 이 싸움이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한국사회에 던진 이 질문이 누군가에게 가닿아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2008년의 최현숙은 말했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는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는 후보, 그리고 그 자리에 함께했던 이들이 부러웠다.
 
 
 
 
II.  "나쁜 놈들"의 정치
 

 

"저는 늘 우리사회에서 핍박 받는 사람들, 늘 외로운 사람들, 힘든 사람들을 돕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고통 받는 사람들의 입장이 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핍박하는 입장은 동의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원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성소수자 인권지지 프로젝트' 인터뷰 부분, 2010.11.
 
 
"정의로움은 마땅히 '옷을 벗어야 할 때' 기꺼이 옷을 벗는 것이다.  정의는 개인이 사회에 기대며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잣대이며 버팀목이다.  개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 정해놓은 기본 원칙이다.  이 기준이 흔들리면 개인은 기댈 곳이 없다." 
 
- 박원순, 「정의로움- 각자 누릴 수 있는 몫을 제대로 누리는 것」 부분,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위즈덤하우스, 2011, 17쪽.
 
 
"한국에서 개신교는 매우 강력하다.  정치인들에겐 쉽지 않은 문제다."  
 
- 박원순, 『San Francisco Examiner』와의 인터뷰 부분, 2014.10.12.
 
 
""동성애는 확실히 지지하지 않는다. (․․․) 일부 언론에서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보도는 와전되었다"
 
- 박원순,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소속 목회자들과의 좌담회 발언 부분, 2014. 12. 01.
 
 
 

 

“누가 이거를 찬성하겠습니까? (․․․) 특히 동성애법, 이것은 자연의 섭리와 하느님의 섭리를 어긋나게 하는 법입니다. (․․․) 이런 법에 더불어민주당은 이 자리에 계신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모든 목사님과 기독교 성도들과 정말로 뜻을 같이합니다.”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비상대책위원, ‘나라와 교회를 바로세우기 위한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 발언 부분, 2016.2.29.
 
 
"오늘 여러분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 주장하시는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 관련법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당에서도 방침을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나라와 교회를 바로세우기 위한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 발언 부분, 2016.2.29.
 
 
 
"나쁜 놈들"이 많다.  거대 양당이 성소수자 혐오에 앞장서고, 심지어 박원순처럼 '알 만한 사람'까지 뒤통수를 때린다.  진보정당은 그것보다 조금 낫다지만, 아직도 저마다 많이 부족하다. 그러는 동안 선거는 돌아오고, 교회에게 칭찬 받으려는 정치인들은 성소수자 혐오에 목소리를 높인다.  
 
 
 
 
 
III.  평등을 위한 한 표, Rainbow Vote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득세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버젓이 국가인권위원회 법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 삭제를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국회의원들이 이런 행사를 지원하는 상황입니다. 거대 양당 대표가 보수기독교계를 찾아가 성소수자 시민의 존재를 부정하고 존엄성을 모독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무시와 모욕을 더는 감내할 수 없습니다. 무지와 편견을 탓하며 변화를 미룰 수도 없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에 역행하는 정치권의 구태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현실을 바꿔야 합니다. 성소수자들도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입니다.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이 혐오와 차별에 맞서 존엄과 인권을 위해 투표할 때, 평등한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 '평등을 위한 한 표 Rainbow Vote' 웹페이지, 「레인보우보트는 왜 만들어졌나요?」, 2016.

 

 
 
당사자/지지자 1만인 선언을 포함한 성소수자 유권자운동 제안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단순히 이 의제를 중시하는 유권자의 규모를 드러내려는 것이라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할 것 같아서였다. 우리가 1만인을 모은다 한들, 기독교계의 표보다 많을 수는 없을 것 아닌가.  이런 우려를 듣고 어느 활동가는, "나는 기본적으로 성소수자 운동은 한동안 지는 싸움이라고 생각하면서 한다. 소수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지는 싸움"에 대한 그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돌아보니 나는 서구 국가들이 이제야 비로소 거두는 운동의 결실을 바라보며, 반드시 이기는 싸움이 되리라는 신념만 굳혀왔다.  궁극적으로 이기는 것과 당장에 이기는 것은 다를 터인데, 언제부턴가 그런 고민을 접어두고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라고 믿어버렸다.  이렇듯 현실보다 한참 높은 곳에 눈높이를 두고 있는데, 일상에서 자꾸 두들겨 맞으니 더 억울하고 원통했을 것이다.  결국 성소수자 유권자의 가시화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불안해하던 내 인식이야말로, 오히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간과한 것이 아니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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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정치와 운동, 운동과 정치
 
2008년 대선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는 동성결혼에 반대했다.  힐러리와 빌 클린턴을 비롯한 미국 민주당의 거물 정치인들이 대부분 그랬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노력의 결과로, 동성결혼에 대한 여론은 급속도로 개선되었다.  2012년의 민주당 정치인에게는 동성결혼에 찬성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편리한 선택이 되었다. 
 
그렇다면 운동은 항상 정치에 우선하는가.  박원순의 말대로 활동가가 시민을 설득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정치인들이 따라가는 것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정치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이다.  정치도 충분히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사회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정치를 보고 싶다.
 
"나쁜 놈들"을 향해 당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와 그들 모두가 다시 한 번 옳고 그름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쁜 놈들은 언제까지나 있을 것이다.  제 아무리 나쁜 정치인이라도 감히 성소수자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회,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정치와 운동이 어떤 관계를 맺을 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
 
 

 

"정치란 열정과 균형적 판단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구멍 뚫는 작업이다. 만약 이 세상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도 불가능한 것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아마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하지 못했을 거라는 말은 전적으로 옳고 모든 역사적 경험에 의해 증명된 사실이다."
 
-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박상훈 옮김, 폴리테이아, 2011, 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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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보트가 드리는 말씀
 
한 걸음의 시작은 대장정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발을 떼지 않고, 손을 내밀지 않고 나에게 과실이 주어질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성소수자를 무시하는 한국 정치계의 못된 행태는 결국 성소수자로서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의 가치를 드러내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성소수자가 누군가의 가족, 친구, 이웃으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정치적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서로 미워하고 차별하는 사회가 아니라 모두가 존중하며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무지개 정치를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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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친구사이 회원  / 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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